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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를 걷다, 풍경이 온다…고군산 섬과 사람 잇는 길

    바다를 걷다, 풍경이 온다…고군산 섬과 사람 잇는 길

    방축도~말도 8.64㎞ 해상 도보길종주·원점회귀형 가족 코스 운영방축도 독립문 바위·인어상 인기명도 구렁이 전망대엔 서해 낙조말도 등대·천연기념물 기암절벽구불길·삼천리길·서해랑길 연계광역 걷기 네트워크 구축도 검토바다 위를 걸으며 다섯 개의 섬을 하나로 잇는 ‘고군산섬잇길’이 독보적인 해상 트레킹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 군산시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K관광섬 육성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조성한 이 코스는 말도에서 보농도, 명도, 광대도를 거쳐 방축도까지 5개 섬을 4개의 인도교로 연결하는 총연장 8.64㎞(인도교 1.4㎞)의 해상 도보길이다. 14일 군산시에 따르면 전 구간이 연결되며 지난 8월 임시 개통된 고군산섬잇길은 오는 27일 전면 개통을 앞뒀다. 말도, 명도, 방축도의 각각 전혀 다른 매력의 자연경관과 이야기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신비로운 지질명소가 어우러져 서해안 대표 관광명소가 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 ●말도~명도~방축도 5개 섬 연결 그동안 서해 외딴섬은 여객선으로만 닿을 수 있었다. 고군산섬잇길은 능선과 해변을 발아래 두고 걸을 수 있게 했다. 이 길은 ‘바다 위에서 섬과 섬을 잇는’ 방식으로 기존 국내 트레킹 코스와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트레킹 코스는 다섯 개 섬을 한 번에 가로지르는 섬잇길 종주 코스와 섬별 원점회귀형 가족 코스 3개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객 유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경로가 구성돼 있다. 장거리 탐방객을 위한 종주 경로는 방축도에서 말도까지 이어지는 전 구간을 연결하는 걷기 경로로 운영된다. 가족형 경로는 방축도·명도·말도 등 주요 섬 구간을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이다. 비교적 부담 없이 섬별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 섬은 고유의 자연·지질·생태 자원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관광 매력을 제공한다. 방축도는 출렁다리(제4교)와 동백나무 군락지, 독립문바위 등 다양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이 예술이다. 명도는 구렁이전망대(65m)와 오진여 전망대를 중심으로 서해 해안의 수려한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을 갖추고 있다. 또한 말도는 천연기념물 ‘말도 습곡구조’와 천년송, 말도등대 등 지질·해양 관광자원이 집약된 섬으로 독특한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 마음의 방파제 힐링섬 ‘방축도’ 방축도는 2020년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한 전국에서 ‘걷기 좋은 섬’ 10개 중 하나다. 고군산군도 북서쪽에 위치해 주변 섬들을 외풍으로부터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으로, 그 이름처럼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방축도는 여러 지명으로도 불린다. 북서풍을 막아준다고 해서 ‘방축금’, 마을 동네 가운데 위치한 마을로 경계를 이룬다고 하여 ‘샛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쌩금이’, 마을 동네 위치한 마을로 경계를 이룬다고 하여 ‘모래미’, 마을 섬 길이가 길고 비껴 다닌다고 하여 ‘빗경이’ 또는 ‘진대성’, ‘밝으늘’ 등의 이름도 갖고 있다. 농촌 집 마당에 볏단을 쌓아 놓은 노적과 같이 마을 앞 선착장 옆에 바위산이 수많은 풍상을 겪으며 자란 소나무와 함께 노적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은 ‘노적봉’이라고 부른다. 방축도 가족코스(4.7㎞)는 출렁다리(제4교)가 반환점으로, 동백나무 군락지·고인돌·독립문 바위·인어상이 노선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방축도 출렁다리는 83m의 해상인도교로 곳곳의 해안 데크 길과 어우러져 걷기 좋은 곳으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여기에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지와 서해의 낙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더해진다. ‘독립문바위’, ‘인어공주상’, ‘거북바위’, ‘시루떡바위’ 등 기암괴석과 고인돌 등이 절경을 이룬다. ●몸과 마음을 맑히는 소풍섬 ‘명도’ 명도는 섬의 형국이 마치 달과 해가 합해져 있는 것 같고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 중에 물이 가장 맑고 깨끗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도는 108m에 이르는 최고봉을 중심으로 아름답고 기묘한 바위들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구렁이전망대’와 얼룩말 무늬를 닮은 ‘얼룩말바위’가 있고, 특히 오진여 전망대에서 보이는 오진여라는 작은 섬은 썰물 시 물이 빠지면 명도와 연결된다. 다양한 약초가 많이 서식해 약섬으로도 불리며, 해풍을 맞고 자란 방풍 약초가 유명하다. 물때가 되면 명도에서 시작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바닷물이 갈라져 방축도를 잇는 450m의 신비한 오누이 바닷길과 서쪽 끝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장관이다. 명도 가족코스(4.4㎞)는 해발 68m의 구렁이 전망대를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 코스다. 전망대는 현재 거점 쉼터로 운영 중이며 명도삶문화센터 앞 선착장을 시종점으로 오진여 체험전망대까지 이어진다. 맑고 청명한 바다가 사방을 감싸고 능선 곳곳에 약초와 봄나물이 지천으로 자라는 길을 따라 해발 68m의 구렁이 전망대에 오르면 보농도와 말도, 그 사이를 잇는 제2교가 한눈에 펼쳐진다. 코스 끝자락의 오진여 전망대에서는 파도가 깎아낸 기암 해안 너머로 탁 트인 서해가 이어진다. ●빛을 밝히는 끝섬 ‘말도’ 말도는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서쪽 끝에 자리한 섬이다. 특히 이 섬에는 2009년 천연기념물 제501호로 지정된 5억 7000만년 말도 습곡 구조가 자리해 있다.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형상의 기암절벽으로 지구 역사의 흔적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오랜 세월 바다를 지켜온 말도 등대는 깊은 아날로그 감성을 준다. 말도 가족 코스(4.9㎞)는 천년송과 제1교 동단이 반환점으로, 해발 89m 정상과 말도등대·기도굴·천년송이 볼거리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주관 해양관광 상품개발 여행사 팸투어와 전문 트레커 등 70여명이 참가한 모니터 투어가 잇따라 열렸고, 트레킹 전문 여행사 관계자들의 현장 답사 및 간담회도 진행되며 일찌감치 코스의 완성도를 검증받았다. ●연결된 섬, 이어지는 여행 군산시는 오는 27일 고군산섬잇길 개통 기념 걷기 행사를 열고 전면 개통에 나선다. 행사는 ‘섬과 섬을 잇던 길에서, 섬과 사람을 잇는 길로’를 주제로 말도에서의 기념식과 종주 걷기, 명도·방축도 주민 장터 등이 함께 진행된다. 시는 전면 개통을 기념해 홍보 강화, 트레킹 투어 상품 판매, 완주 기념품 제작 및 정례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고군산섬잇길은 섬별 가족 코스는 물론 전 구간 종주 코스까지 트레커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군산 구불길, 전북삼천리길, 서해랑길과 연계한 광역 걷기 네트워크 구축도 검토 중이며, 완보 인증 시스템과 앱 운영을 통해 관광객의 재방문과 체류 시간 연장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고군산섬잇길에 대한 관심은 벌써 뜨겁다. 지난해 8월 11일간 군산 근대교육관과 월명동 소월 두 곳에서 열린 ‘고군산섬잇길 팝업스토어-당신의 다음 여행지 K관광섬’ 행사에는 예상 인원(1200명)의 2.6배에 달하는 3085명이 몰렸다. 말도·명도 포토존과 타로 체험, 방축도 동백을 소재로 한 향기 체험 등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도 입소문을 타며 리워드를 추가 제작할 만큼 현장 반응이 뜨거웠다.
  • 완도군, 10월 추천 관광지 ‘생일도 둘레길’ 선정

    완도군, 10월 추천 관광지 ‘생일도 둘레길’ 선정

    전남광주특별시 완도군이 10월 추천 관광지로 푸른 바다와 기암절벽 등 해안 경관이 어우러진 ‘생일도 둘레길’을 선정했다. ‘생일도 둘레길’은 바다와 숲, 마을이 이어지는 코스로 서성항에서 시작해 해안도로를 따라 용출 갯돌 해안, 금머리 갯길, 금곡 해수욕장, 금곡마을까지 총 10.6km이며,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의 생일도 둘레길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숲길을 걸을 수 있어 힐링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둘레길이 시작되는 서성항에는 ‘생일도’라는 이름다운 초대형 생일 케이크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특히 해안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숲에는 가을 야생화의 향기가 퍼져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또 어촌 마을 길을 거닐면서 섬 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생일도는 해발 483m의 백운산과 용출리 갯돌밭이 장관을 이루는 섬으로 2016년도에는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군은 10월 추천 관광지 방문객을 대상으로 생일도 둘레길을 방문한 뒤 완도문화관광 누리집에 후기를 작성하면 추첨을 통해 완도 특산품을 증정하는 여행 후기 이벤트도 진행한다.
  • 비가 와야 만날 수 있는 숨은 비경, 서귀포 엉또폭포 [두시기행문]

    비가 와야 만날 수 있는 숨은 비경, 서귀포 엉또폭포 [두시기행문]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의 깊숙한 숲속에 자리 잡은 엉또폭포는 평상시에는 바위 틈새만 살짝 드러낼 뿐 물 한 방울 보기 힘든 신비로운 곳이다. ‘엉’은 제주 방언으로 굴을 뜻하고, ‘또’는 작은 입구를 이르는 말로, 거대한 붉은 기암절벽의 굴속에서 쏟아지는 폭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중 아무 때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많은 비가 내린 직후에만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행운의 폭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며 제주 올레길 7-1코스이자 서귀포 70경 중 하나이다. 짙은 녹음이 우거지고 때때로 거센 빗줄기가 지나가는 여름날, 수풀 사이를 헤치고 마주하는 엉또폭포의 풍경은 그 자체로 특별한 설렘을 안겨준다. 엉또폭포 탐방의 묘미는 울창한 귤밭과 숲길을 지나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폭포를 향해 걸어가는 데 있다. 초입의 아늑한 길을 벗어나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귓가를 때리는 거칠고 우렁찬 물소리가 먼저 여행객을 맞이한다. 마침내 눈앞에 다다르면, 50여 미터에 달하는 아찔한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은빛 물줄기가 짙푸른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쏟아지는 물보라가 여름날의 뜨거운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고, 사방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특히 엉또폭포 주변의 숲길과 전망대 구석구석을 거니는 시간은 고요한 사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폭포로 향하는 길목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무인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거나, 비 갠 뒤 산뜻하게 씻긴 숲속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엉또폭포의 매력이다. 거친 폭포 소리를 뒤로하고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차분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엉또폭포 인근으로 아기자기한 감성 카페들이 모여 있는 수모루 거리나 고즈넉한 중문 1동의 마을 길을 거닐거나, 맑고 투명한 바다가 펼쳐지는 가까운 해안가로 발걸음을 옮겨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주변의 풍경들은 여행의 흥분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준다. 또한 제주의 별미인 몸국이나 고기국수, 혹은 매콤칼칼한 갈치조림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푹 끓여낸 진하고 따뜻한 국물 요리는, 여름날의 습한 공기와 빗속 산책으로 지친 몸을 속 깊이 보듬어준다.
  •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화암팔경 다 보려는 욕심 버리고막바지 여름 정취에 취해보자기암절벽·녹음의 조화 빠져보네그림바위마을 골목 예술 산책용마소둔치공원서 쉬엄쉬엄거북바위 절경 잊지 못하네싫었던 건 여름 아닌 더위였음을정겨운 초록이 그리워질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가네“글을 쓰며 알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유난히 내성적인 여름 덕후였다는 것을.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김신회의 ‘아무튼, 여름’ 중에서 8월의 끝은 마치 여름의 끝 같다. 물론 달력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9월이어도 뒤끝 있는 더위는 얼마간 계속될 것이다. 또 계절이 경계를 넘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을이 되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지 않나. 그림바위마을 용마소둔치공원 그늘에서 2026년의 마지막일지 모를 화암팔경의 여름과 눈을 맞춘다.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신회 작가는 일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출판사의 이름에도 ‘여름’을 넣고 좋아하는 드라마 제목조차 ‘수박’이다. 그리고 ‘아무튼, 여름(제철소)’을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한다. 허나 모두가 여름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땀을 씻으려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땀이 나는, 그래서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자의 비애를 작가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어떤 이들에게 여름은 땀과 땀의 무한 루프다. ‘러브레터’에서 겨울을 먼저 떠올리고 여름은 ‘데스노트’에나 쓰는 단어다. 그래도 여름이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끝내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여름이라서 ‘캬~’하는 탄성마저 맛깔나게 하는 편의점 ‘맥주 네 캔’,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푸른 바다 위에서 첨벙대는 물놀이, 여름 단물의 정수를 쪽쪽 끌어모은 듯한 초당 옥수수 그리고 평양냉면 같은 것들. 특히 더위의 반대편 그늘에서 여름만이 주는 찬란한 녹음을 마주할 때 ‘대나무 자리’ 같은 이 계절의 묘미를 수긍하고 못 이긴 척 인정할 수밖에. 예를 들면 정선 화암리의 소금강 풍경은 꼭 여름에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명소가 많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북녘의 금강산은 기암절벽과 겹겹의 봉우리가 화려한 경관을 뽐낸다. 그래서 기암절벽이 화려한 남쪽의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소금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강원 정선군 화암면에 있는 소금강은 화암리에서 몰운리에 이르는 약 4㎞ 구간의 계곡을 이른다. 첩첩산중으로 숨어드는 도로를 휘황한 기암의 절벽이 좌우로 호위한다.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쩍 벌린 채 ‘와~’하며 지날 만큼 멋지다. 귓가에는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아이맥스’급 소금강 전망대 소금강 전망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소금강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의 위용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건 굉장한 경험이다. 아이맥스 스크린 앞자리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름 아니고 여름이어서 그렇다. 기암절벽의 표면은 회색과 갈색이 섞였는데 여름 품에 있어 초록의 자연과 명징한 대비를 이루며 조화롭다. 마치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그러므로 온전히 생기롭고 빛난다. 아마도 가을에는 단풍에 묻히고 겨울에는 삭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정선군 화암면에는 그런 풍경이 무려 여덟이다. 이를 가리켜 ‘화암팔경’이라 부른다. 소금강은 6경에 해당한다. 화암(畵岩)이란 지명부터 심상치 않다. 말그대로 ‘그림바위’다. 화천리 강변에는 용마소(3경), 북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는 화암동굴(4경)이 있다. 남쪽은 거북바위(2경)를 지나 화암약수(1경), 소금강을 따라 화표주(5경), 몰운대(7경), 광대곡(8경)이 펼쳐진다. 그러니 그림바위들은 화암리의 본체나 다름없다. 화암팔경을 모두 돌아보자 제안하는 건 아니니 미리 저어할 건 없다.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라면 모를까, 눈길 닿고 발길 닿는 정도여도 여름 화암의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다. 다행히 사방 초록은 여전히 싱그러운데 그새 더위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정선은 8월 초에 비해 기온이 5~6도쯤 떨어졌다. 폭염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여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 ●느슨한 여름을 닮은 그림바위마을 화암리의 또 다른 이름은 ‘그림바위마을’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의 중간쯤 자리한 마을은 지난 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단장했다. 심원, 고원, 평원의 시선이라는 3가지 주제로 곳곳에 미술 작품을 더했다. 벽화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시설물도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바랜다. 그림도 바래고 취지도 바랜다. 하물며 13년 전 일이다. 그림바위마을은 변함없이 정겹다. 마을에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레지던시 화암산방이 있어, 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마 전까지는 2018년 옛 변전소를 개조한 그림바위예술발전소가 산책의 시발점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아트플랫폼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가을을 앞둔 여름처럼 어쩌면 지금이 조금이 더 자연스러우며 날것 그대로, 마을의 뜨거운 시절을 거닐 기회일지 모를 일이다. 우선 그림바위마을 커뮤니티센터나, 주차장 입구의 안내물 배포함에서 미술마을 홍보 리플릿(약도) 하나를 챙겨 든다. 센터 맞은편은 그림바위카페(화암산방 1호점)가 있고 옆으로 난 골목은 ‘맷돌바위 길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타일 벽화 계단이다. 계단 끝에는 ‘상생’이라는 제목의 바느질을 표현한 작품이 북동쪽 언덕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림바위마을 산증인인 이재욱 작가의 작품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거닐기 알맞은 골목길이다. 계단 맞은편 안쪽에는 옛 동면 공소(성당)가 위치한다. 이제는 화암박물전람소 역할을 하는 장소로 ‘역사에서 자라는 담쟁이’라는 제목의 종탑이 짝이다. 언젠가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타워’였을 종탑은 마을의 역사를 적은 나무판이 둘레를 감싼다. 그 위로는 ‘황금 담쟁이’ 넝쿨이 철골을 타고 오른다. 큰길가에는 우주당 같은 비건 카페가 눈길을 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데 낮에는 우주당찻집으로 문을 연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우주막(음악과술한잔)으로 변신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7시부터는 리틀포레스트요가를 진행한다. 오는 8~10월까지는 매주 일요일 팝업 형태의 함박식당이 반긴다. 퍼머컬처 텻밭농부이자 자연여행자인 에이미, 성악가 최순웅 씨가 파스타와 감바스 등을 요리한다. 그 밖에도 화암노다지탐사대 등 지역과 지역이, 지역과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다. ●여름의 녹음 속으로 그림바위마을 골목 산책은 사실 작품의 번호를 매겨가며 꼼꼼하게 챙겨볼 까닭은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는 게 맞다. 그리고 더운 여름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욕심을 덜어내며 여행해야 한다. 처음 찾는 동네는 아니어서 나는 용마소둔치공원에 오래 머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마을 서쪽을 감싸고 흐르는 어천 천변에 있다. 반원을 그리며 흘러 ‘반달에 비친’이라는 수식이 그림바위마을 앞에 붙기도 한다. 마을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일은 재밌기는 한데 어딘가 그늘에 앉아 푸른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여름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기도 하므로, 그럴 때는 용마소둔치공원이 제격이다. 서늘한 달의 표면에 안착한 듯하다. 공원은 키 큰 나무와 벤치, 정자 등 쉼터가 많아 좋다. 솟대처럼 솟은 ‘빛나는 이야기’ 같은 조형 작품들이 마을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의 기둥은 금광에서 쓰던 채굴 기계를 다시 사용했다. 마을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는 화암동굴이 있다. 금을 캐던 광산으로 갱도 외에 천연 석회암 동굴이 공존한다. 그곳의 시간이 마을에 흐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지난해까지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근래에는 맥문동밭을 조성했다. 그림바위마을은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마을을 물들이는 중이다. 담장도, 벽화도, 화단도 보라색이 자주 눈에 띈다. 두 해를 맞은 맥문동은 아직 키가 작고 어려 듬성듬성 보라색 꽃을 피웠다. 물가 난간 너머는 아기장수의 슬픈 전설이 전하는 화암 3경 용마소다. 겨울에는 물가 자갈들이 보이는데 여름은 온통 초록의 풀들이 뒤덮는다. 용마소 상류 700~800m 거리에는 화암약수 가는 길 초입에 화암 2경 거북바위가 있다. 절벽 위에 있는 바위가 거북을 닮아 그리 부른다. 거북바위는 두 갈래의 산책로가 나 있다. 거북바위산림욕장 쪽은 계단을 따라 정자각까지 오른다. 계단은 이끼가 잔뜩 끼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득한 여름의 초록을 느끼게 한다. 거북바위 정자각에서 아래쪽 데크로 내려가면 거북바위다. 커다란 바위와 바위의 틈새를 지나면 그림바위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만이 화암의 자랑일까. 사람들이 사는 마을 또한 그림 같다. 화암팔경에 하나를 더한 화엄 9경이라 불러도 좋겠다. 다만 절벽 위이고 안전난간이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여름을 배웅하는 법 거북바위에서 화암 1경 화암약수까지는 1.3㎞다. 마을커뮤니티센터를 출발점 삼아도 1.5㎞ 정도,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고작 약수 한 모금 하러 걸어야 할까 싶지만, 화암약수까지 가는 산책로만으로 이미 보상이 되고 남는다. 짙고 푸른 여름 풍경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화엄팔경에 넣어도 손색없을 그림 같은 바위가 줄을 잇는다. 화암약수는 철분이 함유된 탄산 약수의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코끝이 찡해서 단숨에 여름을 쫓는다. 약수터를 나오는 다리 위에서는 경쾌한 계곡 풍경에 한 번 더 무장해제한다. 건너편 ‘정선껏 바이 이진리’ 카페에도 들러보시길. 지난 7월 화암약수 건너편 2층 팔각정에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요즘스런’ 카페인 셈이다. 카페 창밖의 초록이 포근한 정취를 연출한다. 밖은 푸른 여름인데 안은 더위를 잊는다. 그 사이 쉬엄쉬엄 용마소와 거북바위 그리고 화암약수까지 이르렀다. 소금강전망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화표주를 지났으니 화엄팔경 가운데 다섯 곳을 본 셈이다. 화암동굴까지 욕심이 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데 동굴 안은 연중 평균 14도로 기온이 쑥 내려가 정선을 대표하는 여름 피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름의 화암팔경은 이쯤에서 그쳐도 무방하다. 구름도 쉬어가는 몰운대나 가는 길이 험한 광대곡의 영천폭포를 굳이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름이니까. 남은 팔경일랑은 다른 계절을 위해 남겨둬도 그만이다. 김신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므로. 그러고 보면 내가 싫어한 게 여름은 아닌 것 같다. 장미의 가시처럼 뾰족한 여름의 더위 때문이었을 뿐, 그저 여름날의 추억 하나 갖고 싶었는지도.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면 지겹게 정겨운 이 여름의 초록이 분명 그리울 테니까. 복날에 베어 문 수박처럼. 비록 여름을 싫어하는 나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간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홀로 바다를 지키는 거대한 바위, 서귀포 외돌개 [두시기행문]

    홀로 바다를 지키는 거대한 바위, 서귀포 외돌개 [두시기행문]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의젓하게 솟아 있는 외돌개는, 세찬 파도와 오랜 세월이 빚어낸 웅장한 화산암 기암절벽으로 남녘 바다의 독보적인 비경을 품은 명소다. 바다 위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바위라 하여 이름 붙여진 이곳은, 짙푸른 녹음이 절정에 달하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날이면 더욱 찬란한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거친 해풍과 시원한 파도 소리를 마주하며 걷는 외돌개의 여정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태고의 자연이 건네는 묵직한 위로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외돌개 탐방의 묘미는 올레길 7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늑한 들머리에서 출발하여, 바다를 품은 낭만적인 숲길과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 데 있다. 초입의 오붓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 바다 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수평선과 함께 당당하게 바다를 지키고 선 외돌개의 자태가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친 파도가 바위 아랫부분을 세차게 두드리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풍경은, 여름날의 뜨거운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는 청량한 스릴과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외돌개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주변의 풍경들은 발걸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 건너 아스라이 조망되는 범섬의 웅장한 실루엣과, 기암괴석이 층층이 쌓인 해안 절벽의 파노라마는 걷는 이의 마음속까지 탁 트인 시원함으로 채워준다. 땀 흘려 걷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길 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제주의 거친 바다와 눈부신 햇살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잊지 못할 여름날의 서사가 완성된다. 산책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외돌개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탐방을 마친 후에는 인근의 고즈넉한 황우지해안의 에메랄드빛 천연 수영장 풍경을 감상하거나, 시원한 바다를 조망하며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를 찾아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물길을 따라 넌지시 이어지는 잔잔한 풍경들은 여행의 흥분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여름 바다의 뜨거운 햇살과 거친 바람을 누비느라 허기진 몸을 달래줄 먹거리는 서귀포 자락의 넉넉한 인심이 빚어낸 고유의 별미가 책임진다. 탐방을 마치고 인근의 포구나 식당가로 내려오면, 청정 제주의 맑은 물과 신선함으로 빚어낸 시원하고 매콤새콤한 한치물회, 혹은 든든하고 고소한 몸국이나 고기국수 한 그릇이 여행객을 반긴다. 푹 끓여낸 진한 국물이나 갓 잡아 올려 싱싱한 해산물 요리들은, 여름날의 해안 길에서 지친 몸을 속 깊이 짜릿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정성스러운 위로다.
  • 남쪽 바다의 푸른 비경, 여름날의 여수 금오도 비렁길 [두시기행문]

    남쪽 바다의 푸른 비경, 여름날의 여수 금오도 비렁길 [두시기행문]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자리 잡은 금오도는 거대한 자라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섬으로, 남해안의 쪽빛 바다와 싱그러운 숲이 어우러져 천혜의 풍광을 뽐내는 섬 여행의 낙원이다. 한때 맑고 푸른 바다를 가르며 날아오르는 학의 자태를 품었다 하여 ‘금오’(金鰲)라는 고결한 호칭을 얻은 이곳은, 첩첩이 쌓인 남해의 다도해 풍경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짙푸른 녹음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 뜨거운 햇살 아래 반짝이는 바다를 품고 걷는 금오도의 여정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온전한 쉼과 마주하는 깊은 서사를 선사한다. 금오도 여행의 묘미는 단연 섬의 기암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명품 트레킹 코스인 ‘금오도 비렁길’에 있다. ‘비렁’이란 벼랑의 여수 방언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바다와 맞닿은 아찔한 벼랑 끝을 따라 걷는 길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산행 초입의 아늑한 마을길을 지나 본격적인 벼랑길로 접어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거친 해식애와 쪽빛 바다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짙푸른 숲의 그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해풍이 땀방울을 식혀주고,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며 온몸으로 섬을 만끽하는 성취감을 안겨준다. 특히 비렁길의 코스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기묘한 바위 절벽과 다도해의 풍경은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별한 볼거리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파도가 다듬어낸 해안 절경들과 남해의 점섬들이 빚어낸 파노라마는, 걷는 이의 발걸음마다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한다. 땀 흘려 벼랑길을 걸으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남해의 찬란한 자연과 거친 바다의 기운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웅장한 여운을 마음에 품게 된다. 여행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금오도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산 후에는 섬 주변의 고즈넉한 어촌 마을을 거닐거나, 맑은 바닷물이 반기는 인근의 아름다운 해변과 방파제 길을 찾아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잔잔하게 물결치는 파도 소리와 넌지시 이어지는 남해의 풍경들은 여행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준다. 거친 벼랑길을 누비느라 허기진 몸을 달래줄 먹거리는 남해 자락의 넉넉한 인심이 빚어낸 고유의 별미가 책임진다. 섬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기 전후나 마을로 내려오면, 이 지역의 청정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여수 횟감과 해산물 요리, 혹은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풍미가 일품인 방풍국수와 방풍 요리가 여행객을 반긴다.
  • 평야 위 솟은 기암절벽…월출산 일원, 국가 명승 된다

    평야 위 솟은 기암절벽…월출산 일원, 국가 명승 된다

    우뚝 솟은 바위산과 오래된 사찰, 옛 기록이 겹겹이 쌓인 전남 월출산 일대가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국가 제의와 불교문화, 시문과 고지도 등 다양한 기록유산이 오랫동안 축적된 복합 산악 문화경관인 전남광주 ‘월출산 일원’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7일 밝혔다. 월출산은 삼국시대부터 이름과 제사 전통이 이어진 명산이다. ‘삼국사기’에는 월나군에 있는 ‘월내악’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기록됐고, 주봉인 천황봉은 통일신라 시기부터 나라의 제사를 지내던 제의 공간으로 활용되며 산악 신앙과 국가 의례 전통이 이어졌다. 월출산 일원은 무위사·도갑사를 중심으로 서남부 불교문화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두 사찰에는 왕실의 후원을 받아 조성된 극락보전과 마애불 등 여러 불교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월출산의 경관은 옛 문학과 그림, 지도 속에도 반복해 등장했다. 고려·조선시대 시문과 ‘백운동도’ 등 옛 회화, 고지도에는 월출산의 산세·계곡·사찰 경관이 상세히 묘사됐다. 지질·생태적 가치도 높다. 월출산은 평야지대에서 갑자기 솟구친 독립 화강암 산괴다. 저지대 난대성 식생에서 정상부 온대성 식생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식생대 변화가 뚜렷하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등 특이 식생도 확인돼 생태학적 가치도 크다는 평가다. 신앙과 설화, 시대별 산 이름은 월출산의 인문지리·민속학적 가치를 더한다. 구정봉 정상의 아홉 우물에 얽힌 설화와 함께 월내악·소금강·천불 등 여러 이름이 전해진다. 정약용·김창협 등의 유산기와 시문에는 월출산에 대한 인식과 산악 체험이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월출산 일원에 대한 각계 의견을 30일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승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 ‘신비의 섬’ 홍도에서 ‘2026 섬 원추리꽃축제’…7월 10일부터 열흘간

    ‘신비의 섬’ 홍도에서 ‘2026 섬 원추리꽃축제’…7월 10일부터 열흘간

    전남 신안 홍도가 올여름 푸른 바다, 붉은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노란 원추리꽃으로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신안군은 원추리꽃 만개 주기에 맞춰 오는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홍도원추리정원 일원에서 ‘2026 섬 홍도원추리축제’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붉은 섬’ 홍도는 여름이 되면 섬 전체가 샛노란 원추리꽃으로 뒤덮여 색다른 반전 장관을 연출한다. 축제의 주인공인 ‘홍도원추리’는 육지 품종보다 꽃이 크고 노란 색상이 선명하다. 이는 독창성과 관상 가치를 인정받아 식물도감에도 등재된 고유 품종이다. 특히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0호)이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국내 최대 규모의 원추리 자생 군락지다. 과거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주민들의 나물과 노끈이 되어주며 섬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해 왔다. 이번 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가꿔온 친환경 생태 축제다. 여름 바닷바람을 맞아 생기를 더한 원추리꽃이 섬 전체를 하나의 천연 정원으로 만든다. 방문객들은 남문바위 등 ‘홍도 10경’을 감상하는 유람선 투어와 함께 노란 원추리 탐방로를 걸으며 특별한 비경을 만끽할 수 있다. 군은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홍도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여객선 운항 점검 및 편의시설 정비 등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천혜의 홍도 10경과 노란 원추리꽃이 어우러진 특별한 축제를 준비했다”며 “신비의 섬 홍도에서 올여름 청량한 힐링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백두대간의 품 속, 오대산 노인봉 [두시기행문]

    백두대간의 품 속, 오대산 노인봉 [두시기행문]

    강원도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솟아 있는 노인봉(1338m)은 오대산 국립공원이 품은 가장 거칠고도 아름다운 암릉의 정점이다.산의 이름은 정상의 기암괴석이 마치 백발 노인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거대한 암봉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솟아 있는 모습은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산의 의연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노인봉은 백두대간의 중심 능선에 자리 잡고 있어 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한 번쯤 반드시 올라야 할 순례길과 같다. 노인봉 산행은 자연이 그려낸 가장 화려한 수채화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진고개에서 시작되는 코스는 완만하면서도 고도가 높아 산행 초입부터 탁 트인 능선 조망을 선물한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로 펼쳐진 동해안의 푸른 바다와 첩첩이 쌓인 강원도의 산맥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맑은 날 노인봉 정상에 서면 동해로 뻗어 나가는 산줄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용의 등허리처럼 장쾌하게 굽이친다. 거친 바위 사이로 뿌리 내린 소나무들은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꼿꼿한 자태로 탐방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노인봉 산행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은 바로 ‘소금강’(小金剛) 계곡이다. 노인봉 정상에서 시작되어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이 계곡은 금강산의 절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무릉계, 구룡폭포, 만물상 등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기암절벽과 옥빛 물결은 지친 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여름철 노인봉을 오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계곡물은 얼음처럼 차갑고 맑아 숲이 내뿜는 서늘한 기운과 함께 산행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준다. 산행 후 즐기는 강원도의 맛은 노인봉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자리한 만큼 인근에서는 메밀을 활용한 막국수와 고소한 메밀전병을 맛볼 수 있다. 맑은 계곡 물에서 자란 송어회나 토속적인 산채 비빔밥은 산행 후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산 아래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메밀차 한 잔은 노인봉의 거친 바람을 잊게 해준다.
  • 쥬라기 공원은 처음이지? 어서와! 오키나와

    쥬라기 공원은 처음이지? 어서와! 오키나와

    일본 오키나와를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두 가지를 먼저 떠올린다. 사파이어 블루의 바다, 그리고 전쟁의 상흔.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의 가장 처참한 격전지였고, 남부엔 지금도 그 기억이 선연하다. 하지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달라진다. 전쟁의 기억은 옅어지고 대신 다른 것들이 선명해진다. 테마파크가 원시림 한복판에 들어섰고, 고래상어가 헤엄치는 세계 최대급 수족관이 있고, 어린아이가 열대어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얕고 잔잔한 바다가 있다. 가족 여행지로 제격인 이유다. 옛 류큐 왕국의 흔적이 오롯한 성터에선 너른 동중국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저물녘 숲길에서는 금빛 햇살이 수백 년 된 후쿠기 나무 사이로 스며든다. 먼저 정글리아부터 간다. 오키나와 북부의 아열대 원시림인 ‘얀바루’ 한복판에 들어선 초대형 테마파크다. 정글리아는 도쿄 디즈니랜드나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아열대 기후와 정글이라는 오키나와 고유의 자산을 테마파크 안으로 끌어들였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연상케 하는 원시림 속에서 야생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체감한다는 콘셉트가 공원 곳곳에 일관되게 구현됐다. 원시림 한복판 공룡 사파리 탐험 가장 강렬한 공간은 공룡 어트랙션들이다. ‘다이노소어 사파리’는 지프차를 타고 공룡이 사는 숲을 달리는 사파리형 어트랙션이다. 거대한 초식 공룡의 다리 밑을 지나치는 순간, 동심을 잃은 지 오래된 어른도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게 된다. 최강의 포식자인 티라노사우루스에 쫓길 때는 꽤 박력이 넘친다. 걸으며 체험하는 ‘파인딩 다이노소어’는 어린 방문객에게 적합하다. 사라진 아기 공룡을 찾아 탐험하는 과정에서 귀여운 공룡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몰입감이 제법이다. 지난달엔 새 어트랙션이 추가됐다. ‘얀바루 토네이도’다. 높이 20m, 최대 48명이 탑승한다. 수평으로 회전하며 원심력을 높이다가 수직으로 기울어져 회전한다. 이때 탑승자는 공중에서 거꾸로 뒤집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문제는 아열대 특유의 여름 무더위다. 오키나와의 여름은 만만치 않다. 정글리아 측은 공원 곳곳에 그늘을 늘리고 지붕형 야외 휴게소를 새로 조성했다. 우산과 양산을 무료로 비치해 누구든 가져다 쓸 수 있게 했고 어트랙션 대기 시간도 대폭 줄였다. 한국인에 대한 배려도 구체적이다. 가족 단위 방문이 많은 한국 관광객의 특성을 정확히 읽었다. 사토 다이스케 부사장은 “한국은 대만에 이어 오키나와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와 휴대용 번역기도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어른 한 명 입장 시 어린이 한 명은 무료인 상품도 운영 중이다. 정글리아는 비싸고 맛없다는 놀이공원 음식에 대한 선입견도 깼다. 새의 둥지 모양으로 생긴 ‘파노라마 다이닝’에선 놀이공원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현지 식재료의 맛을 살린 요리들이 어지간한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고 맛있다.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다. 스파가 있는 것도 독특하다. 정글을 굽어 볼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은 어트랙션을 누비며 쌓인 피로를 풀기 좋다. 얀바루 숲이 내다보이는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하루를 닫는다니, 이만한 마무리가 또 있을까 싶다. 오키나와 북부의 특징 중 하나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촘촘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토부초의 해양박(해양 엑스포) 공원 일대에 가볼 만한 곳들이 늘어서 있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북부 여행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세계 최대급 수조 ‘구로시오의 바다’에서는 고래상어와 만타 가오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관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이 일품이다. 야외 ‘오키짱 극장’에선 하루 4~5회 돌고래 쇼가 무료로 진행된다. 열대드림센터, 해양문화관 등도 함께 있다. 세계 최대 수조 추라우미 수족관 수족관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거슬러 오르면 국영오키나와기념공원이 나온다. 공원 좌우로 ‘에메랄드 비치’가 펼쳐진다.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부드러운 백사장과 맞닿아 있다.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놀기 좋다. 수족관 남쪽 아래의 모토부 겐키무라도 가족과 함께 찾을 만하다. 해양 동물과 전통 오키나와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다. 돌고래와 수영하기가 가장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스노클링, 카약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도 갖췄다. 1960m의 고우리 대교는 다리 양쪽으로 에메랄드 그린의 바다가 펼쳐지는 인기 드라이브 코스다. 우리 영화,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다리 끝에서 만나는 고우리 섬은 조용하고 아담하다. 고우리 비치에서 물놀이를 즐겨도 좋고, ‘하트록’이라 불리는 독특한 바위 앞에서 인증샷을 남겨도 좋겠다. 북부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중동부 지역의 오도마리 비치도 아이와 함께 놀기 좋은 해변이다. 모래 해변이 600m에 이르며, 수심이 얕고 바닷물이 잔잔하다.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해파리 방지 그물도 설치돼 있다. 이 해변의 열대어들은 도시의 비둘기와 흡사하다.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면 수많은 열대어들이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유지여서 입장료를 받는다. 이제 시간과 자연이 조탁한 장쾌한 풍경을 보러 간다. 만자모는 기암절벽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진 곳이다. 18세기 류큐 왕국의 쇼케이왕이 ‘만 명이 앉아도 충분한 들판’이라고 감탄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코끼리 코처럼 생긴 바위가 명소다. 하늘과 바다가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저물녘에 특히 인기가 높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20분이면 충분하다. 기암절벽·옥빛 바다 합친 만자모나키진 성터는 800년 돌담 위에 벚꽃 핀 봄철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류큐 석회암으로 쌓은 성벽이 인상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만자모와 나키진 성터 모두 입장료를 받는다. 오키나와 최북단의 얀바루 국립공원은 미지의 공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얀바루는 ‘병풍처럼 이어진 산과 울창한 숲이 펼쳐진 땅’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숲은 류큐 왕국 시절부터 섬 사람들의 삶을 떠받쳐온 공간이었다. 밧줄과 끈 대신 이 숲의 덩굴을 썼고, 부엌의 장작과 숯도 이 숲에서 나왔다. 류큐 왕국 전성기에는 주민들이 숲에서 나무를 베어 해안으로 운반하고, 남쪽 해안을 따라 수도까지 실어 날랐다. 오키나와의 허파이자 창고였던 셈이다. 얀바루 국립공원은 종종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린다. 오키나와 딱따구리, 날지 못하는 오키나와뜸부기(얀바루쿠이나) 등 오키나와에서만 서식하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안식처라서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국립공원 안쪽의 마을에서 트레킹, 맹그로브 카누, 야생동물 관찰 투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00년 전통 잇는 나무 그늘 걷기이제 하루를 마감할 시간. 모토부초 끝자락의 비세 마을로 간다. 이 마을 주민들은 얼추 300년 전부터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닫아왔다. 후쿠기(福木/フクギ) 나무 그늘 아래를 천천히 걷는 것이다. 후쿠기 가로수길은 방풍림이다. 마을을 위협하는 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막기 위해 조성됐다. 거리는 1㎞ 정도. 수백 년 전 마을 사람들의 실용적인 지혜가 지금은 오키나와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 중 하나가 됐다. 이 길이 가장 빛나는 시간은 오후 6시와 7시 사이, 저물녘이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햇살이 후쿠기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면서 길 위에 금빛 얼룩을 만들어낸다.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 숲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이 전환이 비세 후쿠기길을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공간으로 만든다.
  •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영덕군 남정면, 죽장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內延山)은 동해안을 향해 뻗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이다. 최고봉은 해발 930m의 향로봉으로, 문수산(622m)·삼지봉(710m)·삿갓봉·천령산(우척봉) 등 준봉들이 길게 능선을 이루며 이어진다. 행정상 내연산 정상으로 불리는 삼지봉의 높이는 710m이지만, 산세의 중심과 상징은 깊은 청하골 끝에 숨어 있는 향로봉에 있다. 내연산이라는 이름은 본래 ‘종남산’에서 비롯됐다.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이 산으로 몸을 숨긴 뒤, 산세가 깊고 안으로 길게 이어진다 하여 ‘안으로 뻗은 산’이라는 뜻의 내연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이 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한 육산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만 들어서면 20리 넘게 이어지는 골짜기와 절벽, 폭포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맞은편 천령산 줄기가 향로봉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어, 정상은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연산은 예부터 ‘신선의 산’으로 불려왔다. 내연산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청하골에 숨 쉬는 12폭포와 소금강전망대를 꼽는다. 보경사 아래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봉폭포를 지나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에 이르면 계곡미는 절정에 이른다. 특히 제6폭포인 관음폭포는 쌍폭 형태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이를 둘러싼 선일대·신선대·관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 옆 관음굴 안쪽에서는 폭포수가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독특한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약 30m, 길이 40m에 달하는 연산폭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학소대 절벽 아래로 쏟아지는 물기둥은 청하골에서 가장 웅장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일대는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소금강전망대 또한 반드시 들러야 할 지점이다. 소금강전망대 일대는 화산암 지형이 만들어낸 내연산 특유의 암릉 경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풍화에 강한 암반이 오랜 세월 침식을 견디며 남아,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과 굴곡진 능선을 형성했다. 계절에 따라 풍경도 크게 달라지는데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계곡 물안개가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청하골을 가득 메운다. 겨울에는 잎을 떨군 숲 사이로 능선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져 내연산의 지형미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등산 코스는 다양하지만 초보자와 가족 산행객에게 가장 추천되는 길은 보경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 회귀 코스다. 보경사에서 보현암과 소금강전망대를 거쳐 은폭포 삼거리, 선일대, 연산폭포를 지나 다시 보경사로 돌아오는 약 7.5km 구간으로, 소요 시간은 4시간 30~40분 정도다. 길은 잘 정비돼 있고 안내판도 촘촘해 길 찾기 부담이 적다. 산행 후에는 보경사 인근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보경사는 팔면경 설화와 함께 원진국사비, 승탑 등 보물급 문화재를 품고 있다. 숙소는 송라면과 청하면 일대에 펜션과 민박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여름철에는 옥계계곡 야영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먹거리는 포항답게 물회와 과메기, 대게 요리를 비롯해 산채정식을 내는 식당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깊은 골짜기와 폭포, 그리고 숲길이 어우러진 내연산은 사계절 내내 걷는 이에게 다른 얼굴을 내어주는 동해안 최고의 계곡 산행지다.
  •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두시기행문]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두시기행문]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영덕군 남정면, 죽장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內延山)은 동해안을 향해 뻗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이다. 최고봉은 해발 930m의 향로봉으로, 문수산(622m)·삼지봉(710m)·삿갓봉·천령산(우척봉) 등 준봉들이 길게 능선을 이루며 이어진다. 행정상 내연산 정상으로 불리는 삼지봉의 높이는 710m이지만, 산세의 중심과 상징은 깊은 청하골 끝에 숨어 있는 향로봉에 있다. 내연산이라는 이름은 본래 ‘종남산’에서 비롯됐다.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이 산으로 몸을 숨긴 뒤, 산세가 깊고 안으로 길게 이어진다 하여 ‘안으로 뻗은 산’이라는 뜻의 내연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이 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한 육산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만 들어서면 20리 넘게 이어지는 골짜기와 절벽, 폭포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맞은편 천령산 줄기가 향로봉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어, 정상은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연산은 예부터 ‘신선의 산’으로 불려왔다. 내연산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청하골에 숨 쉬는 12폭포와 소금강전망대를 꼽는다. 보경사 아래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봉폭포를 지나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에 이르면 계곡미는 절정에 이른다. 특히 제6폭포인 관음폭포는 쌍폭 형태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이를 둘러싼 선일대·신선대·관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 옆 관음굴 안쪽에서는 폭포수가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독특한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약 30m, 길이 40m에 달하는 연산폭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학소대 절벽 아래로 쏟아지는 물기둥은 청하골에서 가장 웅장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일대는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소금강전망대 또한 반드시 들러야 할 지점이다. 소금강전망대 일대는 화산암 지형이 만들어낸 내연산 특유의 암릉 경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풍화에 강한 암반이 오랜 세월 침식을 견디며 남아,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과 굴곡진 능선을 형성했다. 계절에 따라 풍경도 크게 달라지는데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계곡 물안개가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청하골을 가득 메운다. 겨울에는 잎을 떨군 숲 사이로 능선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져 내연산의 지형미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등산 코스는 다양하지만 초보자와 가족 산행객에게 가장 추천되는 길은 보경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 회귀 코스다. 보경사에서 보현암과 소금강전망대를 거쳐 은폭포 삼거리, 선일대, 연산폭포를 지나 다시 보경사로 돌아오는 약 7.5km 구간으로, 소요 시간은 4시간 30~40분 정도다. 길은 잘 정비돼 있고 안내판도 촘촘해 길 찾기 부담이 적다. 산행 후에는 보경사 인근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보경사는 팔면경 설화와 함께 원진국사비, 승탑 등 보물급 문화재를 품고 있다. 숙소는 송라면과 청하면 일대에 펜션과 민박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여름철에는 옥계계곡 야영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먹거리는 포항답게 물회와 과메기, 대게 요리를 비롯해 산채정식을 내는 식당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깊은 골짜기와 폭포, 그리고 숲길이 어우러진 내연산은 사계절 내내 걷는 이에게 다른 얼굴을 내어주는 동해안 최고의 계곡 산행지다.
  •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3년째 한여름 야간 개장 ‘문화 사찰’범종 타종 뒤 절 한 바퀴 돌며 힐링사사자삼층석탑 등 곳곳 문화유산연기암 이르면 대형 마니차에 시선600여점 압화박물관 관람도 매력섬진강 대숲서 바람 맞으며 ‘죽멍’산사가 외부인에게 깊은 밤을 내주는 일은 거의 없다. 저녁이 시나브로 시작되면 객들은 산문을 내려가야 한다. 해 질 무렵 울리는 범종 소리가 사실상의 축객령이다. 한데 전남 구례의 대가람 화엄사는 독특하게 여름밤에 산문을 연다. 벌써 3년째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을 당겨 7월과 8월, 무려 두 달을 온전히 야간 개장했다. 지나간 8월의 끝자락에 ‘지리산의 꽃’ 화엄사를 다녀왔다. 봄꽃은 이미 졌고, 단풍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한여름의 밤이라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한 스님의 표현처럼 말이다. 범종 소리를 들으며 산사에 앉아 있는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타종이 끝날 때까지 떠밀리듯 절집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밤의 절집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물론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밤에도 산사에 머물 수 있다. 한데 일정표에 따라야 하는 게 다소 부담이다. 절집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엔가 얽매이지 않은 채 여기저기 기웃대는 재미도 남다르다. 여름밤의 화엄사에선 그게 가능하다. 오픈 15초 만에 매진된다는 ‘모기장 음악회’나 ‘화야몽’ 등의 인기 이벤트 참가는 언감생심이지만, 수많은 문화유산에다 배롱나무 등 소박한 여름꽃을 보며 괜스레 ‘센치멘털’해 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이런 행사를 통해 화엄사가 지향하는 건 문화 사찰로의 자리매김이다. 문화는 어우러질 때 형성된다. 공부와 수행이 최고의 목표인 스님들에게 대중과의 어울림은 사실 여러모로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러니까 문화 사찰을 지향한다는 건 이런 문제들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대중 곁으로 바짝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기록으로만 보면 화엄사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고찰이다. 화엄사 사적기 등에 따르면 544년 인도 승려인 연기 대사가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오래된 문화유산도 많다. 국가 지정 유산만 해도 국보가 다섯 점에 보물이 열 점이다. 이 가운데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범종 타종이 끝난 뒤 절집 구경에 나선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천왕문(보물)을 차례로 나서면 보제루다. 법요식 등 주요 불교 의식이 열리는 누각이다. 단청 없이 소박하다. 무엇보다 외벽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이채롭다. 하나같이 이리저리 휘고 굽었다. 보제루는 어느 절집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개는 보제루 밑을 통과해 본전으로 가는 구조다. 한데 화엄사 보제루는 약간 다르다. 1층 기둥을 낮춰 방문자들이 건물 옆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 이유는 보제루를 돌아서는 순간 단박에 깨닫는다. 중심 영역인 각황전과 대웅전(이상 국보) 그리고 두 기의 석탑(보물)이 지리산 품에 안겨 장엄한 자태를 펼쳐 내고 있다. 그러니까 보제루를 우회하도록 한 건 절집의 내밀한 공간을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였던 거다. 화엄사는 각황전과 대웅전 등 주불전이 두 곳이다. 동쪽 탑 너머는 대웅전, 서쪽 탑 위엔 각황전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외형은 2층이지만 내부는 통층으로 트였다. 정면에 매달린 ‘각황전’ 현판은 1702년 중건 당시 숙종이 이름을 지어 하사한 것이다. 각황전 앞은 국가 지정 유산이 한가득이다. 각황전 앞 석등은 국보, 그 옆의 사자탑은 보물이다. 각황전 옆엔 늙은 홍매가 한 그루 서 있다. 봄에 선홍빛 꽃잎을 낼 때면 나라 안팎에서 무수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늙은 매화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화엄사 화엄매’란 공식 이름도 얻었다. 원래 화엄매는 산내 암자인 길상암 앞에 있는 천연기념물 백매를 이르는 표현이었다. 한데 각황전 옆 홍매가 ‘전국구 스타’로 떠오르면서 지위가 슬그머니 역전된 느낌이다. 홍매가 만개할 무렵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데, 이맘때 각황전 뒤란은 거의 발 디딜 틈 없는 ‘국민 포인트’가 된다. 초가을로 접어든 요즘 홍매 이파리 몇 장은 벌써 누런 빛을 띠기 시작했다. 각황전 뒤엔 국보 사사자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으로, 네 마리의 사자상을 기둥처럼 배치한 구조로 유명하다. 탑 가운데엔 합장한 스님이, 맞은편 석등엔 절하는 스님이 각각 조각돼 있다. 마치 석등의 스님이 석탑의 인물에게 절을 하는 듯한 모양새다. 화엄사에선 이를 어머니에게 절하는 연기 대사의 효심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한다. 보제루, 화엄사 처마 밑엔 양비둘기가 서식한다. 예전엔 집비둘기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었으나 현재는 구례 화엄사, 고흥 등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되는 희귀 텃새다. 개체 수가 100여마리 정도에 불과해 국립생태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화엄사 주변에는 가볼 만한 산내 암자도 몇 곳 있다. 불자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연기암이다. 섬진강과 구례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구례 문척면 사성암 옆의 오산활공장과 더불어 구례를 대표하는 풍경 전망대로 꼽을 만하다. 화엄사에서 연기암까지는 2㎞ 정도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족히 닿는다. 차로 갈 수도 있지만 화엄사 옆으로 난 ‘어머니의 길’을 따라 자박자박 걸어 보길 권한다. 늙은 나무들이 짙은 숲 그늘을 펼쳐 내는 길이다. 연기암에 이르기까지 줄곧 산책로 수준의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연기암에 들면 황금색의 대형 마니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티베트 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행 도구다. 마니차 안에는 불교 경전이 들어 있다. 화엄사 스님의 말에 따르면 이를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은 것으로 간주한단다. 글을 읽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어 경전을 읽기 어려운 신도들을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연기암에서 화엄사로 내려오는 차도 옆엔 금정암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금정암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고 밝히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던 암자다. 위쪽의 연기암엔 지혜를 상징하는 국내 최대(13m) 문수보살상이 서 있고, 그 아래 암자에선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그저 심상한 공간은 아닌 듯싶다. 구층암도 가볼 만하다. 화엄사 대웅전 뒤로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암자 마당에 들면 요사채가 먼저 객을 맞는다. 가운데 방을 두고 양쪽으로 문과 마루를 낸 특이한 건물이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기둥이다. 죽은 모과나무를 최소한의 손질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둥으로 썼다. 갈라진 곳은 갈라진 대로, 골과 결이 파인 곳은 파인 그대로다. 검이불루(儉而不陋)란 표현처럼 소박하되 절대 누추하지 않은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일 터다. 이번 구례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압화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압화의 순우리말 이름이 더 예쁘다. 꽃누르미, 누르미꽃, 꽃누름 등으로 불린다. 꽃누르미는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본 기억이 있을 터다. 낙엽 지는 가을날, 공연히 ‘센티해져’서 단풍잎 주워다 책갈피에 꽂아 본 기억 말이다. 이게 예술로 확장된 것이 꽃누르미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오래전부터 꽃누르미 예술가였던 셈이다. 꽃누르미는 생화를 말려 수분과 공기를 제거한 뒤 색감을 유지한 말린 꽃을 회화, 공예, 가구 제작 등에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무엇을 만들 건 하나밖에 없는 생화로 만들기 때문에 작품 역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구례 외곽에 한국압화박물관이 있다. 공공기관에서 조성한 압화박물관으로는 전국 유일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압화 전시장이 몇 곳 있지만 구례 압화박물관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역대 대한민국 압화대전 대상 등 수상작을 비롯해 600여점의 꽃누르미 작품이 전시돼 있다. 국내뿐 아니라 압화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러시아 등의 작품도 전시됐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다. 작가들이 꽃을 채집하고 이를 그림이나 공예 작품으로 만들어 낸 과정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돈도 아니다. 압화박물관 옆에는 지리산 일대의 야생화 표본을 전시한 식물표본전시관, 식물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 낸 식물세밀화전시관 등이 있다. 이를 모두 찬찬히 둘러보자면 반나절로도 모자란다. 여기는 모두 무료다. 압화박물관에서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섬진강어류생태관과 만난다. 섬진강의 민물고기를 보전, 전시하는 공간이다. 여기도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라면 필수 방문 코스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다. 내부에 크고 작은 수조 등 다양한 어류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에도 민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장 등이 조성됐다. 어류생태관 맞은편은 천연기념물인 수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만날 수 있는 수달생태공원이다. 이제 대숲에 이는 바람을 만나러 섬진강으로 간다. 구례가 숨겨 둔 비밀 정원 같은 곳. 벚꽃 흩날리는 초봄의 섬진강을 뇌리에서 지우지 않으면 절대 만나지지 않을 공간이다. 섬진강 대숲은 개발론자에 앞서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은 한 주민의 지혜로 조성됐다. 섬진강 일대에서 진행된 사금 채취로 모래밭이 유실되자 이를 막기 위해 한 주민이 강변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대숲은 일종의 방파제 구실을 했고, 점점 규모를 늘려 지금과 같은 무성한 대숲으로 자랐다.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지만/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서/여름 볕을 거뜬히 피할 수 있다.” 섬진강 대숲에 내걸린 신석정 시인의 시 가운데 일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자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사례이지 싶다. 대숲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죽멍’도 하고, 섬진강 쪽 샛길 그네에서 인증샷도 찍는다. 밤에도 경관 조명이 들어온다. 구례의 저물녘은 오산활공장에서 맞는다. 사성암 바로 아래 있는 레저 시설로, 패러글라이딩 등을 위해 조성됐다. 너른 풀밭에 서면 구례와 지리산이 한눈에 담긴다. 바로 뒤 사성암은 오산(531m)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이다. 경내 풍경도 곱지만 무엇보다 절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오산활공장과 섬진강어류생태관 사이에 구안실(苟安室)이란 마을이 있다. 매천 황현(1855~1910)이 1886년 낙향해 살았던 사적지다.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열혈 선비다. 현 간전면 수평리에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을 짓고 16년 동안 생활했다. 그의 시와 기록 대부분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집 앞에는 샘도 팠다. 그의 호 ‘매천’은 이 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전남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15㎞ 떨어진 해상에 자리한 홍도는 본섬과 20여개의 부속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섬이다. 쾌속선으로 약 2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으며,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 해 질 녘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紅島)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바다 위에 핀 매화꽃 같다고 하여 ‘매가도’(梅佳島)로도 불린다. 섬을 이루는 기반암이 붉은색 규암과 규암질사암으로 돼 있어, 제주의 주상절리와 흡사한 층리 및 절리가 발달해 있다. 기암절벽 위로 소나무들이 마치 수를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홍도는 유명한 풍란의 자생지이자 동백숲, 후박나무, 식나무 등 희귀식물 540여종과 231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및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섬을 노랗게 물들이는 원추리꽃 군락이 장관을 이루며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홍도 33경, 유람선으로 만나는 절경홍도의 참모습을 경험하려면 유람선 관광이 필수다. 입담 좋은 승무원의 설명을 들으며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 코스는 ‘홍도 33경’이라 불리는 비경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남문바위와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기묘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며 맑고 투명한 바닷물은 바람 없는 날 수심 10m 아래까지 들여다보여 신비로운 해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홍도의 최고봉, 깃대봉에서 만나는 비경홍도의 최고봉이자 명산인 깃대봉(365m)은 이름처럼 깃대처럼 솟은 암봉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독립문, 석화굴 등 해안 경관과 어우러져 홍도의 수려한 경관을 완성하는 진산으로 꼽힌다. 정상에서는 다도해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출렁이는 바다 위 두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깃대봉에서 바라보는 낙조 역시 놓칠 수 없는 비경으로 손꼽힌다. 깃대봉 산행은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천천히 올라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등산로 중간중간에는 철쭉과 동백 등 다양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깃대봉 석촌마을에서는 홍도 등대를 만날 수 있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대륙 진출을 꿈꾸던 일본이 침략 전쟁에 참여하는 함대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건설된 이 등대는 20초에 세 번 깜빡이며 50㎞ 떨어진 선박까지 불빛을 전달한다. 원형 등대와 달리 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졌으며 내부 주물 계단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슬픔을 잊게 하는 노란 물결, 홍도 원추리 군락해풍이 부는 해안 절벽에 자생하는 홍도 원추리는 홍도에서 처음 발견돼 그 이름이 붙여졌다. 끈처럼 굵은 뿌리가 사방으로 뻗고 덩이뿌리가 발달하며 땅속줄기가 옆으로 자라 새싹을 틔운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나와 두 줄로 배열되고 윗부분이 뒤로 젖혀지며, 너비는 약 15㎜ 정도다. 8월에서 9월에 피는 꽃은 지름 9㎝정도로 다소 붉은빛이 도는 짙은 황색이며 꽃줄기가 짧다. 홍도 초등학교 부근부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원추리는 마치 노란 물결이 춤을 추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노란 물결은 황홀경을 선사하며, 특히 노을이 지며 홍도가 붉게 물들어가는 시간에는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훤초’(萱草)라고도 불리는 원추리 꽃은 ‘슬픔을 잊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도 여행 시 유의사항은?홍도에서는 다양한 수산자원을 활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홍도 선착장 근처에서 해녀들이 직접 판매하는 신선한 해산물과 해물라면은 꼭 맛봐야 할 별미로 꼽힌다. 민박집이 많아 사전 예약 없이 방문해도 불편함이 없다. 배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민박 사장님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홍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과 오후 각각 한 편씩 운항하며,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선박에 차량 탑재는 불가능하며 정해진 탐방로 외 다른 산은 출입도 제한된다. 홍도는 천연기념물 보호 지역이므로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채취하거나 가져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상 상황에 따라 배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운항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올여름에는 노란 원추리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홍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두시기행문]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두시기행문]

    전남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15㎞ 떨어진 해상에 자리한 홍도는 본섬과 20여개의 부속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섬이다. 쾌속선으로 약 2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으며,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 해 질 녘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紅島)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바다 위에 핀 매화꽃 같다고 하여 ‘매가도’(梅佳島)로도 불린다. 섬을 이루는 기반암이 붉은색 규암과 규암질사암으로 돼 있어, 제주의 주상절리와 흡사한 층리 및 절리가 발달해 있다. 기암절벽 위로 소나무들이 마치 수를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홍도는 유명한 풍란의 자생지이자 동백숲, 후박나무, 식나무 등 희귀식물 540여종과 231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및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섬을 노랗게 물들이는 원추리꽃 군락이 장관을 이루며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홍도 33경, 유람선으로 만나는 절경홍도의 참모습을 경험하려면 유람선 관광이 필수다. 입담 좋은 승무원의 설명을 들으며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 코스는 ‘홍도 33경’이라 불리는 비경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남문바위와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기묘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며 맑고 투명한 바닷물은 바람 없는 날 수심 10m 아래까지 들여다보여 신비로운 해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홍도의 최고봉, 깃대봉에서 만나는 비경홍도의 최고봉이자 명산인 깃대봉(365m)은 이름처럼 깃대처럼 솟은 암봉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독립문, 석화굴 등 해안 경관과 어우러져 홍도의 수려한 경관을 완성하는 진산으로 꼽힌다. 정상에서는 다도해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출렁이는 바다 위 두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깃대봉에서 바라보는 낙조 역시 놓칠 수 없는 비경으로 손꼽힌다. 깃대봉 산행은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천천히 올라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등산로 중간중간에는 철쭉과 동백 등 다양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깃대봉 석촌마을에서는 홍도 등대를 만날 수 있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대륙 진출을 꿈꾸던 일본이 침략 전쟁에 참여하는 함대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건설된 이 등대는 20초에 세 번 깜빡이며 50㎞ 떨어진 선박까지 불빛을 전달한다. 원형 등대와 달리 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졌으며 내부 주물 계단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슬픔을 잊게 하는 노란 물결, 홍도 원추리 군락해풍이 부는 해안 절벽에 자생하는 홍도 원추리는 홍도에서 처음 발견돼 그 이름이 붙여졌다. 끈처럼 굵은 뿌리가 사방으로 뻗고 덩이뿌리가 발달하며 땅속줄기가 옆으로 자라 새싹을 틔운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나와 두 줄로 배열되고 윗부분이 뒤로 젖혀지며, 너비는 약 15㎜ 정도다. 8월에서 9월에 피는 꽃은 지름 9㎝정도로 다소 붉은빛이 도는 짙은 황색이며 꽃줄기가 짧다. 홍도 초등학교 부근부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원추리는 마치 노란 물결이 춤을 추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노란 물결은 황홀경을 선사하며, 특히 노을이 지며 홍도가 붉게 물들어가는 시간에는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훤초’(萱草)라고도 불리는 원추리 꽃은 ‘슬픔을 잊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도 여행 시 유의사항은?홍도에서는 다양한 수산자원을 활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홍도 선착장 근처에서 해녀들이 직접 판매하는 신선한 해산물과 해물라면은 꼭 맛봐야 할 별미로 꼽힌다. 민박집이 많아 사전 예약 없이 방문해도 불편함이 없다. 배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민박 사장님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홍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과 오후 각각 한 편씩 운항하며,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선박에 차량 탑재는 불가능하며 정해진 탐방로 외 다른 산은 출입도 제한된다. 홍도는 천연기념물 보호 지역이므로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채취하거나 가져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상 상황에 따라 배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운항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올여름에는 노란 원추리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홍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 “차 없어도 OK”…버스·지하철 타고 가는 수도권 해수욕장 6선 [뚜벅뚜벅 대한민국]

    “차 없어도 OK”…버스·지하철 타고 가는 수도권 해수욕장 6선 [뚜벅뚜벅 대한민국]

    장마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올여름 무더위는 예년보다 더욱 길고 맹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서울 지역 최고 기온이 역대 최고치인 2018년의 39.6도를 넘어 40도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일찍 찾아온 한여름 더위에 7월 초부터 본격적인 피서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자가용이 없다면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해변이나 계곡을 피서지로 선택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도심에서 버스나 지하철만으로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접근할 수 있는 해변 6곳을 정리해 봤다. 인천 선녀바위해수욕장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시내버스 111번이나 306번을 타고 약 30분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해변이다. 해변 위에 솟은 바위가 마치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선녀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해수욕장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익히 알려진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인지도는 덜하다. 그 덕에 주변 다른 해변보다 조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저물녘에는 수평선 위로 붉게 타오르는 낙조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해수욕장 바로 앞에는 공영주차장도 운영 중이라 자가용을 타고 이동하는 시민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인천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무의도라는 섬이 있다. 잠진도라는 작은 섬을 거쳐 왕복 2차로의 무의대교를 건너면 다다를 수 있다. 무의도 서쪽 해안에 있는 하나개해수욕장은 탁 트인 서해를 바라보고 있다. ‘하나개’라는 말은 ‘큰 갯벌’ 또는 ‘하나뿐인 큰 갯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썰물 때는 넓은 백사장 너머로 커다란 갯벌이 한눈에 담긴다. 완만한 지형 덕에 수심도 깊지 않아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마을버스 무의1번을 타면 해수욕장으로 곧장 향한다. 인천 강화 동막해변강화도 남쪽 해안에 있는 동막해변은 넓은 백사장과 솔숲으로 둘러싸인 경관이 매력적인 곳이다. 물이 밀려든 낮 시간대에는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이곳 역시 간조 때는 칠게, 갯지렁이, 고둥 등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022년 화제를 모았던 ENA 드라마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에서 ‘낙조마을’로 언급된 장화리 일몰 조망지 역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낮과 밤을 바다의 절경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도 다수 포진해 있어 시원하게 여유를 즐기기도 좋다. 동막해변은 김포골드라인 구래역에서 시내버스 70번을 타고 달린 뒤, 강화 전등사 앞에서 시내버스 3번으로 갈아타면 다다른다. 전등사 앞에서 해변까지 택시 요금은 1만원가량이다.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해변지하철 4호선의 마지막 역이자 수인·분당선과의 환승역인 오이도역. 이곳에서 시내버스로 약 40분이면 대부도에 들어선다. 시화방조제 끝자락 ‘방아머리 선착장’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곧바로 방아머리해변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로 길게 뻗친 지형이 디딜방아의 머리 부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방아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뛰어난 접근성 때문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지만, 백사장이 워낙 넓어 그다지 붐비지는 않는다. 모래도 부드러워 맨발로 걸어 다니기에도 적합하다. 화성 궁평리해수욕장화성 끝자락 궁평리에는 폭 50m의 작은 해변이 있다. 하루 2시간가량 지속되는 밀물 때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아담한 분위기지만 썰물 때는 길이 2km의 넓은 뻘바닥이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 체험과 바다낚시 등 다양한 재밋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해변을 따라 소나무 군락지가 조성돼 있어 시원하게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지하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수원역 앞에서 시내버스 400번에 올라 ‘궁평해수욕장’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약 10분을 걸어 도착할 수 있다. 화성 제부도해수욕장대부도 옆에는 제부도라는 섬이 있다. 대부도와 비슷한 이름을 가졌으나 행정구역은 다르다. 대부도는 안산시, 제부도는 화성시다. 대부도보다 훨씬 작은 면적 탓에 인지도는 그만큼 높지 않다.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간조 때 육지와 연결된다. 물때표와 버스 시간표를 잘 확인한다면 마을버스를 타고 섬에 다다를 수 있다. 섬 서안에는 이곳 이름을 딴 제부도해수욕장이 있다. 길이 1.8㎞의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양옆으로는 기암절벽과 매바위가 눈길을 끈다. 갑자기 깊어지는 곳 없이 완만해 어린이와 노인도 해수욕을 즐기기 좋다.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에서 광역버스 1002번을 타면 ‘제부도 입구’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다. 이곳에서 간조 때에 맞춰 H50번 버스를 타면 해수욕장까지 곧장 향할 수 있다.
  • 뜨끈한 온천수로 추위 싹…한겨울 ‘핫한 여행’

    뜨끈한 온천수로 추위 싹…한겨울 ‘핫한 여행’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면 일상에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온천이 겨울철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다. 수안보, 부곡, 온양, 유성 등 쟁쟁한 온천 명소가 전국에 퍼져 있다. 이곳들에 도전장을 낸 온천이 있다. 2023년 4월 개장한 강원 삼척 가곡온천이다. 개장 1년여만에 10만명 이상을 불러 모으며 새로운 온천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몸에 좋은 유황 듬뿍가곡면 탕곡리에 있는 가곡온천은 지상 4층 연면적 2945㎡이고, 동시에 4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온천탕과 사우나 외에도 바닥과 벽체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자쿠지풀과 옥상 인피니티풀, 동굴·쿨링·키즈스파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커피 한잔을 즐기며 족욕을 할 수 있는 족욕체험장도 있다. 가곡온천수에는 유황 성분이 1ℓ당 3.18㎎ 들어 있어 탈모 방지와 피부 재생, 세포 활력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 해소, 감정 완화, 스테미너 개선, 골관절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가곡온천수는 다발성 경화증, 골다공증,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실리카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물 온도는 32.8도이고, 온탕과 열탕에 공급하는 온도는 각각 39도, 45도이다. 냉탕과 샤워장에도 온천수가 공급된다. 이용 요금은 온천 1만원, 스파 3만원이다. 개장 시간은 온천 오전 7시~오후 7시, 스파 오전 10시~오후 6시다. 강원도는 ‘2월 지질·생태명소’로 가곡유황온천마을을 선정했다. 도 관계자는 “마을 일대에서는 유황 천연 비누 만들기 등 이색적인 체험활동도 즐길 수 있다”며 “온천에서 생동하는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미 가득한 7번 국도가곡온천과 함께 조성된 국민여가캠핑장도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장은 카라반 5동과 돔하우스 8동, 타이니하우스 2동으로 구성됐다. 카라반은 4명, 돔하우스는 6명, 타이니하우스는 10명까지 숙박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8만~20만원이다. 온천욕 전후 들러볼 관광지도 많다. 차로 5~10분 거리에 있는 덕풍계곡은 기암절벽과 노송이 장관을 이룬다. 인근에는 폐교된 옛 오저초 풍곡분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게스트하우스인 덕풍계곡 힐링타운이 운영 중이다. 가곡온천에서 원덕으로 내려와 국도 7호선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오면 삼척의 대표 관광지인 해양레일바이크가 있다. 5.4㎞의 선로가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두발로 페달을 굴리면서 망망대해를 감상할 수 있다. 터널 구간에서는 루미나리에와 레이저가 연출하는 화려한 빛의 쇼가 펼쳐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노선은 궁촌역~초곡휴게소~초곡1터널~황영조기념공원~초곡2터널~용화터널~용화역이다. 이용 요금은 2인승 2만 5000원, 4인승 3만 5000원이다. 이외에도 국도 7호선을 타면 초곡 용굴 촛대바위길, 맹방해변, 삼척항, 이사부길, 죽서루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 경기관광공사, 도심 속의 작은 우주 탐험 ‘경기도 생태공원’ 6곳 선정

    경기관광공사, 도심 속의 작은 우주 탐험 ‘경기도 생태공원’ 6곳 선정

    경기관광공사가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9월을 맞아 세대 구분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경기도의 생태공원 6곳을 추천했다. 생태공원은 자연과 유사한 환경 보존을 통해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휴식을 즐기며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곁도 내준다. 깊은 숲과 넓은 습지를 만나고 도심의 지하철역과 아파트 사이에서 여전히 숨 쉬는 작은 우주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아파트 옆 생태수로 ‘용인 서천레스피아’] 레스피아는 Restoration(복원) 과 Utopia(이상향)를 합친 단어다. 다시 물이 맑아지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용인시의 생태공원 브랜드로 적합한 이름이다. 기본적으로 재이용시설을 통해 빗물과 하수를 처리하고 생활, 농업, 조경 용도로 활용하는 시설이다. 용인에는 수지레스피아, 상현레스피아, 고메레스피아 등 17개 레스피아가 있는데, 모두 하수처리시설에서 자연 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바뀌어 시민에게 돌아갔다. 기흥구에 위치한 서천레스피아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다. 맨발로 걷는 지압 보도와 음이온 황톳길이 있고 어린이 놀이터와 바닥 분수도 있다. 간식과 돗자리만 준비하면 언제라도 집 가까운 곳에서 가족 피크닉을 즐기기 알맞은 곳이다. 악취 문제가 심각했던 이곳은 2022년 생태수로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자연 친화적인 가족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파트 사이에 있지만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며 공원 전체에 생태수로를 따라 다양한 수경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심의 생태 보물 ‘안산갈대습지’]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 습지다. 시화호 상류의 지류들이 만나서 이곳의 갈대 사이로 천천히 흐르면서 자연 정화된 후 다시 시화호로 유입되도록 설계됐다. 입구의 생태교를 건너서 갈대 습지에 접어들면 우선 생태관을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다. 1층에는 시화호의 역사와 습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이곳에서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2층과 3층에서는 습지 전체와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습지에는 갈대와 수련 등 수생식물과 다양한 야생화가 분포하고 있으며 고라니와 너구리 등 여러 동물이 살아가고 있다. 또 곳곳에 조성된 조류 관찰대를 통해 계절마다 찾아오는 수십 종의 철새도 만날 수 있다. 습지 위에 나무로 만든 습지 관찰로 따라 자세히 살피다 보면 새들이 갈댓잎을 엮어 둥지를 튼 경이로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습지 탐방은 생태관에서 ‘새소리 길’을 따라 습지 깊숙이 들어갔다가 기수지역 옆을 지나는 ‘물소리 길’을 따라 생태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1.4km 거리에 약 1시간가량 소요된다. [천만 송이 천일홍 ‘양주 나리농원’] 매년 9월이 되면 양주시가 온통 붉게 물든다. 전국 최대 규모의 천일홍 꽃밭인 나리농원에 천만 송이 천일홍이 만발한다.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천일홍이 마치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천일홍은 꽃이 핀 후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아서 그 화려함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양주시는 천일홍이 만발하는 시기에 ‘양주 천만 송이 천일홍축제’를 연다. 올해는 9월 27일에서 29일까지 3일간 나리농원에서 개최한다. 천일홍이 장식용으로 가공하기 좋은 꽃인 만큼 절화 체험, 보존화 작품 체험, 장식물 작품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준비된다. 나리농원은 양주시에서 운영하는 농업 시설로 각종 도농체험과 시민 힐링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가을꽃이 만발하는 9월과 10월에는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다. 천일홍 이외에도 숙근해바라기, 코스모스, 칸나 등 가을꽃은 물론, 핑크뮬리와 팜파스 등 이국적인 식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명지산 아래 별빛마을 ‘가평 반딧불이서식생태공원’] 명지산으로 접어드는 한적한 길에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바로 조종면 상판리의 반딧불이서식생태공원이다. 이 일대는 조종천의 발원지로, 공기 좋고 물 맑은 가평에서도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공원 앞은 좁은 길이지만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고 맞은 편 벽에 반딧불이 조형물과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입구의 반딧불이 포토존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산책을 즐기며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고 곳곳에 모여 있는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주차는 공원에서 약 300m 떨어진 귀목계곡 입구의 무료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귀목계곡에서 짧은 물놀이를 즐겨도 좋고, 징검다리를 건너 아재비고개 방향으로 별바라기둘레길을 걸어도 좋다. 아울러 논남유원지에서 보아귀골로 이어지는 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 구간을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복합 생태 테마파크 ‘연천 로하스파크’] 로하스파크는 전통 한옥, 농산물생산단지, 생태 습지가 함께 조성된 연천의 테마파크다. 최근 연천 벙커하우스로 주목받는 연천미라클랜드도 이곳에 있다. 로하스파크의 생태공원은 계단식 논을 살려서 조성한 생태 습지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야생화가 분포되어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치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온 것 같은 작은 오두막이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오두막은 나무 위에 지어져 어른들도 당장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다. 아래쪽으로는 넓게 잔디밭이 펼쳐지는데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고, 마치 나무 사이에 평상을 이어서 붙인 것 같은 넓은 나무 놀이터도 이색적이다. 잔디밭에서 ‘습지데크’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따라 이동하면 쉽게 습지 생태공원으로 연결된다. 나무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데, 다양한 수생식물과 습지 생태를 경험할 수 있다. 데크를 따라 편안하게 걷는 동안 양쪽에서 울리는 가을 풀벌레 소리가 반갑다. 습지를 벗어난 숲길에는 벌써 이른 낙엽이 쌓이고 있다. 오랜만에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도 좋다. 전체를 돌아봐도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오두막이나 벤치가 보이면 잠시 앉아보자. 따스한 햇살 속에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수도권 최고의 생태공원 ‘부천자연생태공원’] 부천에는 생태 체험은 물론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생태공원이 있다. 지하철 7호선 까치울역에서 가까운 부천자연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농경유물전시관, 부천무릉도원수목원 등 여러 시설이 모여 있는 생태공원으로 계절별 다양한 테마의 생태 여행을 누구나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부천식물원은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재미있는 식물관, 아열대식물관, 자생식물관 등 5개 테마관과 2개의 식물체험관에 300여 종의 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부천무릉도원수목원은 기암절벽과 폭포를 지나면서 넓은 수목원이 펼쳐진다. 코스모스 등 가을꽃이 만발한 꽃밭과 울창한 나무가 이어지는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가장 안쪽의 튼튼유아숲체험원에는 아이들의 심신 발달을 위한 각종 시설과 숲 체험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각 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동물원, 부천유물전시관, 피크닉장 등이 함께 있어서 아이들의 현장 학습하기로도 인기 좋다. 부천자연생태공원은 부천만의 공원을 넘어서 수도권을 대표하는 어린이학습장이자 시민휴식처이다.
  • 맨홀 역류하고 하늘길 막히고… 제주 시간당 80㎜ 역대급 물폭탄

    맨홀 역류하고 하늘길 막히고… 제주 시간당 80㎜ 역대급 물폭탄

    제주지역에 역대급 기록인 시간당 50~80㎜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29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 기준 차량침수에 따른 인명대피 조치 3건 5명 등 총 34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마을 도로에는 오전 9시54분쯤 가로수가 쓰러지는가 하면 도로 맨홀에서 빗물이 역류해 소방당국이 안전조치를 취했다. 또 서귀포시 대정읍, 안덕면, 성산읍 등 곳곳에서도 주택과 도로가 폭우에 잠기면서 차량 5대가 고립돼 5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기상악화로 하늘길도 차질을 빚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국내선 도착 11편·출발 16편, 국제선 3편 등 총 30편이 결항됐다. 또 국내선 72편(출발 32·도착 40)이 지연 운항되면서 탑승객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오후 들어 빗줄기가 잦아들며 제주 전역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산지를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이날 오후 4시 기준 주요 지점 일강수량은 진달래밭(산지) 241.5㎜, 삼각봉(산지) 222.5㎜, 한라산 남벽 191.5㎜, 160.5㎜, 한남 160.5㎜, 서귀포 135.8㎜, 제주가시리 135.5㎜ 등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30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지다가 오전과 낮 사이 강우 강도가 다시 강해지면서 호우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있으며 곳에 따라 100㎜이상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한라산 둘레길, 오름, 올레길(해안, 산간) 등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서귀포시 강정동 엉또폭포에는 폭우가 빚어내는 보기 드문 장관인 폭포수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차량행렬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엉또는 ‘엉’의 입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엉’은 작은 바위 그늘집보다 작은 굴. 또는 입구를 표현하는 제주어다. 폭우가 쏟아질 때 기암절벽 위에서 50m 아래로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폭포수에 탄성을 자아냈다.
  • “당신의 여행은 무사하십니까”… 제주서도 목숨 건 ‘인생샷’ 아슬아슬

    “당신의 여행은 무사하십니까”… 제주서도 목숨 건 ‘인생샷’ 아슬아슬

    지난 15일 모처럼 화창한 부처님오신날. 도내 핫플(핫플레이스)중 하나인 제주시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는 아침부터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와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무지개 해안도로는 2018년 차량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도두봉 인근 500m 구간에 설치된 노란색 방호벽에 알록달록 무지개 색을 입혀 인생샷 찍는 명소가 된 곳.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차들이 지나가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무지개 해안도로 인도와 도로 경계 턱에서 카메라 거치대까지 세워놓고 아슬아슬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을 세워놓고 온갖 포즈를 취하게 한 뒤 도로 한복판으로 나서서 셔터를 눌러대기까지 했다. 차들은 왕복 2차선 도로 위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피해 운전하느라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는 차들도 덩달아 급브레이크를 밟아댔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도로로 보행해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이곳은 지난해 이맘때인 5월 8일 오후 7시38분쯤 방호벽 위에서 사진을 찍던 A씨(56)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갯바위로 떨어져 손과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인생샷(인생 최고 장면)을 찍기 위해 안전도 무시한 채 위험한 상황을 연출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도두동에 사는 고모씨는 “어린아이들이 부모가 시키는대로 방호벽 위에 올라가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간혹 있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덜컥한다”며 “아이가 내려달라고 우는 광경도 목격했다”고 부모의 안전불감증을 비꼬았다. 특히 최근 홍콩에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좋아요’ 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인생샷을 위한 위험한 모험을 하는 인플루언서가 셀카를 찍다가 발을 헛디뎌 절벽으로 추락한 사건도 있어 목숨 건 인생샷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제주에서도 이미 지난해 11월 25일 서귀포 서홍동 외돌개 인근 일명 ‘폭풍의 언덕’ 절벽에서 50대 남성 관광객이 추락한 바 있다. 일행들과 사진을 찍다가 균형을 잃고 8m 아래 갯바위로 추락해 크게 다쳤다. 좀 더 숨겨진 비경을 찾느라 지역주민들도 잘 찾지 않는 위험한 장소에서 인생샷을 찍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에메랄드 물웅덩이로 숨겨진 다이빙 명소로 유명한 하원동 ‘블루홀’의 대표적인 곳.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불어나자 지난해 10월말 서귀포 해경이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했다. 밧줄에 의지해 수십m 절벽을 내려가야 하는 곳이어서 사고 발생시 구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다른 숨겨진 인생샷으로 소문난 제주 당산봉 생이기정 역시 같은 이유로 출입을 통제한 지 오래됐다. 스노클링과 낚시터로도 유명한 생이기정 인근 해상에서 2022년 8월 물놀이하던 30대 관광객이 다이빙하다가 전신 마비 사고를 당해 지난해 2월부터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입구조차 찾기 힘든데다 구조하기 힘든 기암절벽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제주 해경은 “해안가 출입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적발될 경우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절벽 등 위험 구역에 출입을 자제하고 안전사고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던 제주시 한경면 신창 풍차 해안도로 ‘바다에 잠기는 다리’. 이곳은 만조시 싱계물 공원 해안 바닷길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언제 파도가 덮칠 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때문에 만조시 출입 통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지난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해안도로 나무 데크에서도 사진을 찍던 전북에서 온 50대 관광객 2명이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나무 데크 난간에 기대 사진 촬영을 하다가 2명이 1.5m 높이 아래로 떨어져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주 해경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위험 경고 문구를 부착하고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외진 곳은 안전관리시설물이 없는 곳이 존재하는 데다 지형적 특성으로 사고 시 구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한 여행을 위해 위험한 장소는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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