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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폭에 드론 공격까지”…러시아 보낸 북한 청년 2288명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밀리터리노트]

    “자폭에 드론 공격까지”…러시아 보낸 북한 청년 2288명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밀리터리노트]

    북한 평양에 있는 ‘해외 군사작전 전투 위훈 기념관’에 안치되거나 기록된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북한군 전사자가 2288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상당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로, 현대전의 핵심 무기체계인 드론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큰 인명 피해를 보았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되지 않는다”는 철저한 사상 교육과 지침에 따라 전사자 중 절반 이상이 극단적인 자폭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7월부터 시작된 북·러의 밀실 파병 거래 12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은 2024년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로 공식화됐으나, 실제 파병 논의는 그보다 1년 전부터 비밀리에 시작됐다. 2023년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파병을 공식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장기전으로 인력난에 봉착한 러시아의 병력 보충 요구와 정찰위성·미사일 기술 등 첨단 군사기술 지원 및 경제적 실리를 노린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대규모 파병 거래가 완성됐다. 러시아의 추가 파병 요구와 전선의 급박한 대치 장기화한 소모전 속에서 병력난을 겪는 러시아는 최근 북한에 대규모 추가 파병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쿠르스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전선은 극심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병사들은 제대로 된 현대전 적응 훈련 없이 주입식 진지전 전술만으로 배치돼 무차별적인 드론 정찰과 정밀 포격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한반도 및 국제 안보 지형에 던지는 경고 북한군 청년들의 참혹한 희생은 단순한 인명 피해를 넘어 한반도와 글로벌 안보 지형에 중대한 시사점을 남긴다. 수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장에서 생존한 인원들은 드론전과 전자전 등 현대전의 실전 경험을 축적해 향후 북한군의 전술을 고도화하는 데 악용될 위험이 있다. 이번 파병을 통해 동유럽의 전장과 한반도 안보가 직접 연결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립 구도가 더욱 심화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정권은 체제 유지와 군사적 실리를 위해 자국 청년들의 목숨을 용병 거래의 수단으로 내몰았다.
  • 기어이 ICC소장 제재한 트럼프…‘국제형사정의’ 시험대 올랐다 [워싱턴NOW]

    기어이 ICC소장 제재한 트럼프…‘국제형사정의’ 시험대 올랐다 [워싱턴NOW]

    美, ICC 소장까지 제재하며 ‘해체’ 캠페인 日·EU 우려 목소리...“사법 독립 흔들기” “국제사회의 가장 중대한 범죄는 처벌받지 않은 채로 남아서는 안 된다.”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외교회의는 이런 내용의 규정(로마 조약)을 채택하고 4년 뒤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출범시켰습니다. ICC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집단학살, 침략범죄 등 4대 국제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단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국제형사정의의 원칙을 바로 세운다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ICC는 현재 세계 최대 강대국 미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재판관과 검사에 대한 개인 제재를 넘어 ICC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ICC의 오랜 갈등이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기 들어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 선임 재판변호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미국 관할권에 있는 이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시스템 거래도 차단하는 강력한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제재를 받은 ICC 관계자는 재판관과 검사 등을 포함해 13명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루비오 장관은 성명에서 “악의적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권한 범위를 넘어선, 부패하고 치명적으로 정치화된 초국가적 재판소”라고 ICC를 향해 날 선 비판을 가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ICC가 대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의 최대 우방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입니다. ICC는 2024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닌데도 재판소가 관할권을 행사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퇴임 후 ICC가 이란과의 전쟁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ICC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과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의 고문 등 전쟁범죄 의혹을 수사하려 하면서 미국과 충돌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 시절인 2020년에도 ICC 검사장 등을 제재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는 ICC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ICC가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기구로 변질됐다며 해체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가 ICC와 거리를 두도록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대해선 미국의 전통적 우방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카네 소장의 모국인 일본은 이번 제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고, 유럽연합(EU)도 ICC가 국제 형사사법 체제의 중요한 축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ICC는 1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재는 “사법기관 독립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거센 압박으로 ICC가 창설 당시 내걸었던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국제형사정의를 구현하겠다며 출범한 ICC가 미국의 공세를 견뎌내고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강대국의 힘 앞에서 한계를 드러낼지 주목됩니다. 국제뉴스의 중심에는 늘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일까요. 특히 한국에게 중요한 미국 뉴스는 무엇이 있을까요. 워싱턴 현지에서 느낀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좀더 알기 쉽게 미국을 풀어드립니다.
  • [열린세상] 내편만 옳다는 생각 버려야 선진국

    [열린세상] 내편만 옳다는 생각 버려야 선진국

    몇 년 전, 지중해 연안의 에게해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 중 어느 섬에 들렀더니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유적 중 하나인 원형극장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스 시대의 원형극장과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은 고대 지중해 문명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공간의 구조, 활용 목적,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정치적 의미에서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의 원형극장은 문화, 예술의 공연장 역할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광장이었다. 공동체가 모여 여론을 모으고, 정책을 토론하는 공론장으로서 정치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중요한 곳이었다. 두 문명의 극장은 단순한 문화 예술 공간을 넘어, 당시 지배 체제와 시민들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주는 거대한 상징물이었다. 그리스의 극장은 언덕의 경사면이라는 자연 지형을 활용해 부채꼴 형태로 아늑하게 감싸는 구조로 지어져 있었다. 그리스 극장의 중요한 정치적 의미는 ‘참여’와 ‘평등’, 그리고 ‘공동체의 자치’에 주된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특징은 주로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시민 민주주의의 연장선으로서 고대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 등에서 볼 수 있듯,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라 성인 남성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정치적 공간과 맞닿아 있었다. 둘째, 비극을 통한 정치적 의미 부여로서 극장에서 상연된 비극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소포클레스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정의, 권력의 오만, 국가와 개인의 갈등 등 고도의 정치적·철학적 주제를 다루며 시민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유도했다. 즉, 극장은 시민들이 민주 시민으로서 자각하고 토론하는 정치적 교육장이었다. 로마에는 반원형인 일반 극장과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원형 경기장이 있다. 평지에 콘크리트 아치 공법을 이용해 거대하고 웅장하게 세워진 인공 건축물이다. 이곳의 정치적 의미는 ‘황제의 권력 과시’, ‘체제 결속’, 그리고 ‘엄격한 계급 질서’ 유지였다. 로마 원형극장의 주요 특징 중 첫 번째는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황제의 권력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통치 수단이었다는 점이다. 정치적 비판이나 철학적 성찰보다는 권위와 말초적 쾌락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스 극장이 상대적으로 평등한 공간이었다면, 로마의 극장은 철저한 차별의 공간이었다. 이것이 두번째 특징이다. 무대와 가까운 가장 좋은 좌석은 원로원 의원과 귀족들이 차지했고, 뒤로 갈수록 평민, 맨 꼭대기 층에는 노예와 여성이 앉았다. 이는 로마 사회의 수직적이고 절대적인 신분 질서를 공간적으로 각인시키는 정치적 장치였다. 이처럼 소위 풀뿌리민주주의 정치는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에서 잘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과 같은 건설적인 정치 공론의 장을 보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시대 환경이 너무도 많이 변했기에 동일선상의 비교는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필자의 소박한 생각으론 치열한 토론과정과 합리성을 결여한 채, 오직 내 주장만이 옳다는 극단적 대립주의와 과도한 경쟁, 그리고 승자독식의 폐해 등으로 인해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에서와 같은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은 개인 SNS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 편의 일방적 주장, 그것도 때론 극단적 주장만을 펼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적어도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의 풀뿌리민주주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오직 내 편만이 옳다는 그릇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도 경청하고 때론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고 상대방의 주장도 받아들일 줄 아는 여유와 관대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 문화적 선진국에 걸맞는 진정한 일류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우윤근 법무법인(유)광장 고문·전 러시아 대사
  • 美 하원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 사용 안 돼”… 견제 장치 강화했다

    美 하원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 사용 안 돼”… 견제 장치 강화했다

    트럼프 ‘전략적 유연성’ 확대 제동한국과의 조선협력 필요성도 강조국방예산은 1조 1500억 달러 규모 주한미군 감축을 견제하고 한국과의 조선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된 미국의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22일(현지시간) 연방 하원을 통과했다. NDAA는 미국의 국방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으로, 이날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216표·반대 212표로 가결됐다. 법안에 따른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은 1조 1500억 달러(약 1700조 2700억원) 규모다. 이번 NDAA는 주한미군 숫자를 2만 8500명 이하로 감축하거나 한미 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 주도로 전환하는 것을 제한했다. 감축 목적의 예산 사용을 제한해 주한미군 감축을 저지할 수 있도록 견제 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대북 방어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특히 대이란 전쟁에 비협조적이었던 유럽 동맹을 겨냥해 트럼프 행정부가 돌연 주독미군 5000명 감축에 착수하며 그 불똥이 주한미군으로 옮겨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NDAA 가결로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는데 따른 정치적·법적 부담을 높였다. 나아가 이번 NDAA에는 국방 예산뿐 아니라 다른 법안에 근거해 배정된 모든 예산을 미군 감축에 집행하지 못하도록 제한 범위를 넓히는 문구가 추가됐다. 다면 역대 NDAA가 공화·민주의 초당적 합의로 처리됐던 것과 달리 이날 표결에서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립한 점은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당은 예산 규모와 중동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상원에서도 별도의 NDAA 심의 절차가 진행중으로, 법안은 앞으로 상원 심의와 상·하원 단일안 조정,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의회에서 드물게 남아 있던 국방 분야의 초당적 협력 체제가 붕괴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의 조선 역량 및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과의 조선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이번 NDAA에 처음 포함됐다. 이같은 내용은 국방장관에게 당부하는 ‘의회의 인식’ 부분에 들어갔다. ‘의회의 인식’은 법 조문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의회 내 기류와 향후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NDAA에는 외국 조선소에서 전투함 건조를 막는 조항도 들어갔다. 해당 조항은 예산 사용 금지 대상으로 ‘전투함’을 명시했는데, 지원함 등 보조함의 해외 건조는 막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우리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번스-톨레프슨법에 따라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적 권한을 활용해 미 해군 함정의 한국 내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 의회의 협조도 바라고 있다. 한편 하원 외교위원회의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는 한국계인 영 김 위원장 주재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조선업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 혐오가 빚은 외로운 늑대에… 방탄조끼 입는 ‘민주주의 고향’[글로벌 인사이트]

    혐오가 빚은 외로운 늑대에… 방탄조끼 입는 ‘민주주의 고향’[글로벌 인사이트]

    브렉시트 후 심화한 ‘정치인 잔혹사’‘보수 원로’ 앤 위디컴 피살에 충격콕스·에이메스 이어 또 ‘표적 테러’의원들, 주민 만날 때 방탄복 착용민주주의 위협하는 정치 양극화진영 대립 넘어 젠더·이민 등 분화정치권·미디어·SNS서 혐오 증폭 “알고리즘 규제·정치 문화 개선을” 공존과 타협을 자랑하던 영국 의회 민주주의가 최근 잇따른 정치인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정치 테러는 특정 이념 집단의 돌발 행동에 가까웠다면, 최근 테러는 일상화된 진영 갈등과 소셜미디어(SNS)로 번진 무차별적 증오 발언이 현실의 물리적 폭력으로 발현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상대를 협상의 대상이 아닌 ‘타도할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극단적 진영 논리가 ‘안정적인 양당제’로 상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데번주 다트무어 국립공원 인근의 자택에서 보수 성향인 영국개혁당 원로 앤 위디컴이 숨진 채 발견돼 영국 사회가 큰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당초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원한 관계나 일반 살인 사건으로 분류하고 조사를 시작했으나, 피의자의 범행 동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의 ‘표적 공격’ 정황을 포착하고 사건을 대테러 수사팀으로 이관했다.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위디컴 전 의원은 이민자 수용 반대, 낙태 반대 등 강경한 우익 성향의 목소리를 내며 주목과 논란을 동시에 받았던 인물이다. 패라지 대표는 성명을 통해 “우리 당 의원들은 한 달에만 수백 건의 살해 협박에 시달린다”며 “정치인을 향한 혐오와 폭력이 이미 사회적 통제 능력을 상실한 임계점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이같이 우려한 패라지 대표 역시 지난주 20대 남성으로부터 총격 살해 협박을 받았다. 영국에서 국회의원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를 앞두고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이 극우 성향 괴한의 흉기 난동으로 숨졌다. 당시 영국은 EU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국론이 극단으로 분열됐다. 인도주의 활동가 출신인 콕스 의원은 EU 잔류를 강력히 주장하며 난민 수용과 이민자 포용 정책을 옹호했다. 2021년에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에이메스 하원의원이 지역구 행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피살됐다. 범인은 영국 의회의 시리아 공습안 가결에 원한을 품고 찬성표를 던진 여야 의원들 명단을 작성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소말리아 외교관의 아들인 범인은 이슬람국가(IS)의 온라인 선전물에 집중 노출되며 급진화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범)’로 밝혀졌다. 영국 의회 정치의 특징이자 미덕은 의원이 경호원 없이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 민원을 듣는 ‘지역구 상담’ 제도였다. 하지만 연이은 테러와 피살 사건으로 영국 의원들은 주민들을 만날 때 경찰을 대동하거나 방탄조끼를 입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극단주의가 영국의 가장 오래된 민주적 소통 문화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정치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브렉시트 이후 심화한 영국 정치 지형의 분열과 반이민 정서 확산 등이 정치인 테러 잔혹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간 가디언은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싱크탱크 보고서를 인용해 유튜브나 엑스 등 SNS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반대 진영의 혐오 발언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이용자들을 극단적인 확증 편향의 늪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 일간 텔레그래프는 기존 정치적 갈등이 ‘우익 대 극좌’ 진영 대립을 넘어 젠더, 이민, 인종 등 복잡다단한 소수자 갈등 이슈와 결합해 전선이 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주류 미디어가 보수·우파 정당을 ‘급진적 위협’으로 몰고 가는 서사를 반복적으로 유포했고, 이것이 극단주의 테러범들에게 일종의 선동과 범행 면죄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위디컴 피살 사건 이후 영국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짜 뉴스와 극단적 혐오 발언을 방치하는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화 법안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정치권의 자성론도 힘을 얻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 알리 바에즈 소장은 “진영간 폭력과 증오의 언어로 방치하면 ‘폭력과 테러가 정치의 수단’이 되는 파멸적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버트 버클랜드 전 법무장관 역시 “정치권 스스로 상대 진영을 적으로 돌리는 배제의 언사를 멈추고 공존의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 죽기 살기 ‘여당 노선투쟁’

    죽기 살기 ‘여당 노선투쟁’

    정청래 “한번도 민주 떠난 적 없어”김민석 “당대표가 거짓평론에 침묵”송영길 “개혁, 다른 결과 나올 수도”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노선을 둘러싼 생산적 토론 대신에 편 가르기만 난무한 ‘죽음의 전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당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 행적 ‘파묘’와 좌표 찍기 공격이 오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을 키우는 퇴행적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집토끼(지지층)·산토끼(부동층)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후보 합동 연설회에서 “김대중을 공격했듯 이재명을 공격하고, 노무현을 흔들듯 분열을 부추기는 거짓 평론에 말 한마디 못 하고 노코멘트 하는 당대표에게 뭘 믿고 당을 맡기겠나”라면서 “대표 한 번 더 하자고 멀쩡한 당을 깡패 소굴에 비유하는 자기 정치의 끝은 도대체 어디냐”며 정청래 전 대표를 직격했다. 송영길 의원은 “개혁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 개혁이 아니라 동기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집권당은 평론가가 아니다.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지를 강조하며 당시 반대했던 정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손에 잡히는 가시적 성과를 가져오는 게 이재명 정부다. 이걸 당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당원들이 한 뿌리 정신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은 개혁이다. 개혁의 깃발을 더 높이 들겠다”고 선명한 개혁을 강조했다.  이어 “저는 일편단심 민주당 바라기다. 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한 번도 민주당을 떠난 적이 없다”며 과거 탈당 이력이 있는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을 겨냥했다. 주요 당권 주자들이 크게 개혁 정통성 노선과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중도 실용 노선을 두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다만 과거 전대에선 김대중(DJ)·노무현 정신 계승을 전제로 노선 투쟁을 했다면 이번에는 서로 ‘적통’을 내세우며 상대의 과거를 파내고 공격하는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 같은 경쟁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현안과 맞물리면서 과열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인정을 핵심으로 하는 홍기원 의원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 10명은 강성 당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검개(검찰개혁) 11적’으로 불리며 하루에도 수백개씩 항의 문자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적 분위기가 만연한 셈이다. 여기에 범여권 평론가인 유시민 작가가 민주당 내 노선 싸움에 끼어들면서 갈등이 더 격화됐다. 유 작가가 전대를 앞두고 띄운 ‘증축·재건축·재개발론’과 ‘필연적 실패론’은 개혁 정통성 노선에 힘을 실어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단순히 주류와 비주류의 문제가 아니라 ‘이 당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논쟁이기 때문에 전대가 끝나더라도 갈등이 봉합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이 그렇게 조용히 갈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전대 이후 분당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정 전 대표에게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줄 수 없기에 결과에 따라 새로 당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미래 비전 경쟁 없이 과거 행적을 둘러싸고 후보간 ‘인정 투쟁’이 지속되면서 당원들도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10년째 당원이라고 밝힌 윤경황(62)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아군에 대해 총질하는 것 같은 부분은 보기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당원으로 가입한 윤영란(51)씨는 “어른이 부재한 싸움을 보는 것 같다”며 “처음으로 기권표를 행사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대학생 남모(19)씨는 “정책 대립이 전무하고 계파 갈등만 계속돼 답답하다”며 “진흙탕 싸움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20개월째 당비를 내고 있다는 자영업자 박귀상(63)씨도 “힘들게 고생한 사람들부터 챙기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특정 이슈들에만 매몰돼 있다”고 꼬집었다.
  • 송영길 “정청래,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출마하나”…우원식은 불출마

    송영길 “정청래,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출마하나”…우원식은 불출마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 가능성과 관련해 “집권당의 대표가 지금 대통령과 맞서자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21일 KBC 광주방송에 출연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소명 부여 여부가) 나오는 것”이라며 “흐름이 조금씩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는 8월 17일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송 의원과 더불어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송 의원은 “제가 광주에서 지금 세 후보 중에 1등으로 나오고 있지 않나. 그걸 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정청래 대표 출마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과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청래 대표가 다시 출마하는 게 바람직한가. 박지원 의원이 지적하듯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송 의원의 출마가 정청래 대표를 도울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럴 염려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 의원은 “(한 사람의 득표율이) 50%가 안 넘으면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며 “송영길의 존재가 오히려 이 전당대회 내용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극단적인 대립을 중화시켜 당을 통합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이 외교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은 전당대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당이 무너지면 대통령 레임덕으로 가는 것”이라며 “정청래 지도부가 이걸 부정하고 정면으로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출마를 하는데 이것을 정리하지 못하면 집권당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정청래 대표를 향해서는 “대통령께서 1주년 기자회견 또 이번 지방선거 보궐선거에 대해서 하신 평가의 의미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걸 수용하지 않으면서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을 향해) 폴더인사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이 현재 추진 중인 ‘조작기소 국정조사’에 공소취소 권한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특검에 공소 취소까지 집어넣은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조작수사에 집중해서 조작이 밝혀지면 그 내용을 가지고 검찰에 보내 검찰이 공소취소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굳이 그런 오해를 줄 필요가 없다. 지혜로운 절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지난해 8월 정청래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1년 만에 치러지는 지도부 선거다. 이재명 정부 2년 차에 새 여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라는 점에서, 당권 경쟁은 향후 당정 관계와 여권 내 세력 구도의 분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이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 전 의장은 소셜미디어(SNS)에 “누구를 위한 민주당인가, 무엇을 위한 전당대회인가”라며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상대를 조롱하고, 흠집을 잡고, 분열을 키우면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그다음에 우리 당에는 무엇이 남는 것이냐”고 적었다. 이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께 받은 경고, 그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 “민생 챙길 일꾼 뽑는다”… 울산 투표소 유권자 ‘발길’

    “민생 챙길 일꾼 뽑는다”… 울산 투표소 유권자 ‘발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울산지역 55개 사전투표소에는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선거 당일 근무나 개인 일정으로 투표가 어려운 직장인부터 가족 단위 유권자, 백발의 어르신까지 저마다 바람을 안고 차분하고 질서 있게 투표에 참여했다. 이날 오전 5시 50분쯤 울산 남구 대현체육관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에는 본격적인 투표 시작 전부터 20m 남짓한 긴 줄이 늘어섰다. 출근 전에 투표를 마치려는 중장년층과 근로자들이 주를 이뤘다. 투표소를 찾은 김모(68)씨는 “선거일 당일에는 날씨도 덥고 일정도 있어 미리 왔다”며 “지역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꼼꼼히 챙겨줄 우리 동네 진짜 일꾼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남구 신정2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 역시 차분한 분위기 속에 본인 확인 절차가 진행됐다. 신정2동을 포함한 남구갑 지역은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함께 치러지면서 투표용지가 총 8장에 달해 유권자들이 기표를 마치고 나오는 데 평균 3~4분씩 소요되기도 했다. 40대 유권자는 “누가 뽑히든 지역을 발전시키고 좋은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년층의 참여와 투표를 통한 소신 발언도 돋보였다. 울산대 인근 무거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대학생 이모(22)씨는 “정당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청년 일자리와 복지를 잘 챙길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최모씨는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에 실망스러운 모습이 많지만, 국민의 권리이기에 이른바 ‘차악’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중구 우정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36·여)씨는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전했다. 또 거동이 불편해 보행기를 끌고 투표소를 찾은 유모(87)씨는 “몸은 힘들지만, 국민의 도리를 다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사전투표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참여할 수 있다. 투표소 방문 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 ‘억대 보상’ 新노조는 딴 세상… “성과급? 내 걱정은 계약 연장” [노동의 분화, 무너진 연대]

    ‘억대 보상’ 新노조는 딴 세상… “성과급? 내 걱정은 계약 연장” [노동의 분화, 무너진 연대]

    300인 이상 기업 조직률 ‘평균 3배’협상력에 따른 노동조건 격차 커져 실리 위주 ‘합법적 이익 쟁취’ 방점 투명한 성과급 타기업 확산 기대도 30인 미만 영세 업장 노조 0.1%뿐최저임금·해고·체불·차별 등 여전노봉법 전엔 교섭 창구도 안 열려“하청의 ‘사회적 노동’ 기여 따져야”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잠정 합의를 계기로 대기업 노조 중심의 실리 기반 ‘합법적 이익 쟁취’ 투쟁이 노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쌍용차 사태로 대표되던 극한 대립이나 치킨게임식 물리적 파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노동계의 전통적인 생존권 요구 역시 ‘이윤 배분’ 문제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사실상 ‘조직된 강자’들만의 전유물에 가깝다는 점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교섭 의제가 성과 이익 공유와 제도화 단계로 진입하는 사이 울타리 밖의 비정규·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 생존권과 기본적인 교섭권 보장을 요구하며 고립된 일터에 서 있다. 같은 노동시장 안에서도 노조의 협상력과 노동조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의 한 공공기관 기계실. 시설용역 노동자 김모(52)씨는 기름때 묻은 장갑을 벗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업들은 성과급을 더 달라는 이야기잖아요. 우리는 아직도 계약 연장 걱정을 합니다.” 김씨는 20년 가까이 기계 설비 업무를 했지만 지금도 1년 단위 계약직이다. 월급은 200만~300만원 수준이고 성과급은 1년에 100만원 남짓이다. 그는 “대기업 노조는 파업한다는 말 한마디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지만 우리 같은 곳은 사람이 죽어 나가야 겨우 세상이 본다”며 “노동시장 안에서도 계급이 나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극단적 양극화는 정부 통계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국내 노조 조직률은 13.0%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35.1%인 반면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0.1%에 불과했다. 공공부문 조직률은 71.7%였지만 민간부문은 9.8%에 그쳤다. 상당수 노동자가 자신을 대변할 조직조차 없이 일터에 서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자회사 소속 신준호(43)씨는 성과급 투쟁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신씨는 “삼성전자가 영업이익과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본다”며 “삼성에서 성과급 체계가 자리잡으면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할 수 있고, 언젠가는 자회사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국가 중요 시설을 지키는 일을 하지만 자회사 노동자의 문제는 늘 뒤로 밀린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회사가 대화조차 하지 않았는데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통과 이후에야 겨우 원청과 대화할 길이 열렸다”고 했다. 노조라는 법적 울타리조차 없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 불안정하다. 강의 플랫폼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서모(40)씨는 수업 준비와 사후 일지 작성 시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당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서씨는 “성과급이나 인센티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에 가깝다”며 “플랫폼 초창기에는 정산이 늦어 카드값조차 못 낼 정도였고, 언제 계약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환경을 바꿔 달라는 말도 쉽게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플랫폼과 강사가 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창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인 이모(36)씨도 비슷한 거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을 받았고 지금도 명절 상여금은 연 10만원 수준이다. 성과급은 ‘회사 다니면서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돈’이라고 했다. 이씨는 “대기업 노조가 하청 노동자들까지 함께 끌어안고 싸운다면 국민 공감도 훨씬 커질 것”이라며 “직종을 넘어 더 큰 연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책상 하나 바꾸는 것도 투쟁이었다”면서 “가로 110㎝짜리 책상을 150㎝로 넓히는 데만 20년이 걸렸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대개 계약 해지와 해고, 임금 체납, 차별 시정 같은 생존 문제에서 출발한다. 규모도 작고 사업장별로 흩어져 있어 사회적 파급력 역시 제한적이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파업은 생산 차질과 경제적 영향력이 큰 만큼 사회적 관심과 협상력도 압도적이다.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가 결국 교섭력과 발언권의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비정규직 노조 소속 남모(49)씨는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투쟁을 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비정규직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차별과 멸시를 피부로 겪고 있다”고 말했다. 주훈 민주연합노조 정책기획선전실장은 “회사가 이윤을 냈다면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면서도 “그러나 그 성과가 과연 울타리 안 특정 집단만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결과인지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기업의 천문학적인 이윤은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하청·비정규직·플랫폼 노동이 촘촘하게 얽혀 만들어 낸 ‘사회적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 최교진 “교사 중과실 아니면 면책”…체험학습 대책안 내주 발표

    최교진 “교사 중과실 아니면 면책”…체험학습 대책안 내주 발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사 책임 문제와 관련해 “교사 중과실이 아니면 면책되는 방향”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교사 보호 방안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최 장관은 2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육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한 교사가 최소한의 조치를 했음에도 재판에 계속 불려 다니는 상황은 해결돼야 한다”면서 “법적으로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한 학교안전법상 교사의 면책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교원단체들은 ‘고의성’이 없다면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최 장관은 법무부와의 협의 사항도 언급하며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관계 부처의 이해도 상당히 진전됐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21일 교원단체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도 “선생님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을 덜고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최 장관은 이날 지역 균형발전 정책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거점국립대를 최소한 서울대의 70% 수준 이상의 대학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중점 지원 대학 3곳을 우선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서울대 4개 만들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서는 “첫해에 3개 지역과 대학을 먼저 선정해 시작하고 이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선정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주희 대학지원관은 “범정부 프로젝트와의 정합성, 지역 산업 여건, 기업 이전 가능성, 대학 준비도 등을 종합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재정당국이 밝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연동 비율(20.76%) 축소와 관련해서는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 장관은 “노후 학교 시설 문제만 해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학교가 많고, AI 교육 등 미래교육 투자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며 “20.79% 비율을 단순히 확 낮추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교권 추락 논란이 지속해서 재점화되는 데 대해선 “교사들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현실이 매우 아프고 속상하다”면서 “극단적인 사회 대립 구조와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교육을 지켜달라는 국민적 캠페인도 필요하다”면서 “그게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아 사교육 규제와 관련해서는 “유아 대상 영어 레벨테스트 등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학대로까지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안으로 발달 단계에 맞는 독서 교육과 그림책 중심 교육 등을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 대입특위를 중심으로 토론을 하고 있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입시제도 전환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국민주권 정부 1년, 교육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올해 4세까지 무상교육·보육 지원을 확대한 결과 학부모의 유치원 납입금이 1년 만에 41.4%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 기준, 어린이집 등 이용료 역시 18.3% 감소했다. 교육부는 초등학생 돌봄과 관련해선, 기존의 ‘늘봄학교’를 개선한 ‘온동네 초등돌봄·교육’ 정책의 지원을 받는 초등학생(1∼6학년)이 작년 대비 10만 8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은 방과후 프로그램 바우처 확대 등으로 4만 3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 장관은 “국민주권 정부 2년 차에는 과감한 교육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교육의 오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란이 붕괴했다”…‘양치기’ 트럼프 대통령 주장, 어디까지 사실? [핫이슈]

    “이란이 붕괴했다”…‘양치기’ 트럼프 대통령 주장, 어디까지 사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방금 미국에 그들이 ‘붕괴 상태’(State of Collapse)에 처해 있다고 알려왔다”고 주장해 진위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지도부 상황의 해결을 시도하면서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이란의 ‘붕괴 상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통보를 이란의 공식적인 정부 채널로부터 받은 것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이 이달 중순부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면서 이란 선박을 통제한 것의 효과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 이란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등 분열이 이어지자 미국과의 종전 협상도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에 미국이 제기한 비핵화 등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압박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先휴전 後핵협상 제시한 이란, 거절한 미국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대신 미국이 이란 항만 봉쇄를 해제하는 내용의 ‘중간 합의’를 미국에 제안했다. 이 제안에는 핵 프로그램 등 복잡한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미루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핵 문제와 관련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란이 비핵화에 합의하기 전까지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에 20년간 핵 프로그램 중단과 약 440㎏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란은 자국이 5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 뒤 추가로 5년간 저농도 민간용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시한 상황이다. 또보유 중인 우라늄을 희석해 절반은 국제 감시 하에 자국에 두고, 나머지 절반은 러시아에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란이 주요 쟁점의 후속 협상을 제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을 꾸준히 거부하자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핵 문제를 뒤로 미루는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가 겉보기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 간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 접촉이 이어지고 있으며 잠재적 합의의 첫 단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저장할 곳 없다”…원유 넘쳐나자 폐 탱크까지 동원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붕괴’ 주장의 구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란의 경제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마비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의 해상 봉쇄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은 생산 유지를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동원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전·현직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이란 항구로 들어오는 빈 유조선을 차단하고 수출용 선박의 출항까지 막으면서 국내 원유 저장 탱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은 감산을 피하기 위해 이미 유조선을 ‘떠 있는 창고’처럼 활용해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면서 “이란은 컨테이너 및 상태가 불량해 폐기됐던 폐탱크까지 끌어들여 원유를 저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폭스뉴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흐르는 송유관이 있을 때 어떤 이유로든 선박이나 컨테이너에 (원유를) 실을 수 없어 라인이 막히면 그 관은 기계적 원인으로 내부에서 폭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까지 사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송유관이 폭발하면 어떤 경우에도 이전과 같은 상태로 재건할 수는 없다”며 협상을 압박했다.
  • “이게 정상적인 사회냐” 콜롬비아 여자들, 길에서 칼부림 난투극 [여기는 남미]

    “이게 정상적인 사회냐” 콜롬비아 여자들, 길에서 칼부림 난투극 [여기는 남미]

    대낮에 길에서 여성들이 흉기를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인 사건이 남미 콜롬비아에서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평범한 여성들이 흉기를 갖고 다니는 사회를 정상으로 볼 수 있느냐. 가벼운 외출도 겁나는 시대가 됐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콜롬비아 바예 델 카우카주의 칼리에서 발생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길에서 마주친 여성 2명이 말싸움을 시작한다. 음성은 들리지 않지만 격한 말을 주고받는 듯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면서 이들은 어디선가 흉기를 꺼내 들었다. 영상은 여기까지만 공개됐지만 칼부림 난투극 끝에 여성 1명이 사망했다. 현지 언론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현장에서 체포하고 치명상을 입은 여성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여성은 베네수엘라 출신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는 살인 혐의로 체포됐지만 당일 풀려났다. 정당방위였다는 가해자 측 주장을 사법부가 받아들이면서다. 가해자 측 변호인은 “CCTV를 보면 사망한 피해자가 먼저 흉기를 꺼내 위협을 했다”면서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칼부림 난투극을 벌인 여성 2명이 남성 1명을 놓고 원한 관계였던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사건이 벌어진 배경은 대략 드러났지만 정당방위 여부를 놓고는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해자가 즉시 석방되면서 온라인에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흉기를 휘두른 만큼 정당방위가 성립된다는 의견과 두 사람 모두 흉기를 들고 있었지만 극단적인 행위에 이르기 전 비극을 피할 기회가 충분했기에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했다. 하지만 사회의 안전이 걱정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평범한 주민들이 흉기를 갖고 다니는 사회를 건강한 문명사회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한 네티즌은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치정극으로 얽혀 있었지만 흉악한 범죄자도 아니었고 전과도 없었다고 한다”면서 “결국 평범한 주민들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여성들이 흉기를 갖고 다녔다면 이런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로 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젠 길에서 가벼운 시비라도 붙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면서 “사람이 무서워져 외출도 못 하겠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칼리 당국은 “공공장소에서 시비가 붙으면 절대 직접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경찰을 불러 중재를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 [사설] 물불 안 가리는 美 ‘돈로주의’… 동맹 관리 이상 없나

    [사설] 물불 안 가리는 美 ‘돈로주의’… 동맹 관리 이상 없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非)유엔 기구 35개 등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하거나 지원을 끊는 내용의 포고문(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집권 1기에도 미국은 유네스코 등을 탈퇴한 적이 있지만 이번 무더기 탈퇴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미국의 고립주의 행보에 국제사회는 아연실색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기구 탈퇴 선언은 예견된 행보였다. 내년 국방비를 1조 5000억 달러(약 2100조원)로 현재보다 50% 이상 늘리려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국제기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다. 국제적 규범과 표준을 만들어 예측가능한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최대 기여국이었던 미국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 같은 일들이 연일 실제 상황이 되고 있다. 한밤중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며 ‘돈로주의’(먼로주의와 도널드 트럼프의 합성어)를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도 손에 넣겠다고 대놓고 엄포를 놓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지 않는다면 군사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미국발 단발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고립주의와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에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으로 생존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대립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 것이고 국제적 역학관계와 질서는 시시각각 급변침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는 냉혹한 국제 질서”라면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당한 현실 인식이다. 그러나 다짐만으로 실용외교를 구사할 수는 없다. 서반구에서의 미국 지배력을 확장하려는 트럼프식 돈로주의가 급발진을 계속하면 당장 한반도 안보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부임 두 달여 만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신임 주한 미국대사 후보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핵잠, 한미동맹 현대화 등 우리 입장에서는 현안들이 다급하지만 미국은 한국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는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과연 동맹은 공고한지, 이러다 한미 간에 심각한 소통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깊어진다.
  • 李대통령, 신년인사회 개최 “국민통합 가장 시급한 과제”

    李대통령, 신년인사회 개최 “국민통합 가장 시급한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등을 돌리거나 차이가 극단적 대립의 씨앗이 되는 그런 사회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국민 통합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인사회를 열고 “2026년 병오년 새해는 회복과 정상화의 토대 위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대도약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는 새로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모두의 성장’과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자원의 집중과 기회의 편중이 성장을 가로막고 경쟁과 갈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오늘에는 우리가 과감히 기존의 성장 전략을 대전환해야 한다”며 “기회와 과실을 모두가 함께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만이 우리 대한민국을 대도약의 미래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체와 국민 전체의 역량으로 이뤄낸 경제 성장의 결실이 중소기업, 벤처기업까지 흐르고, 국민 한 분 한 분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 기업인과 창업가들이 담대하게 혁신의 길을 개척하고, 국민 누구나 나라의 성장 발전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과 도약의 과제는 정부나 기업의 힘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변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갈등을 키우기보다 공존과 화합의 길을 찾고, 성장의 속도만큼이나 상생의 책임을 고민할 때 우리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신년 인사회에서 이 대통령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등 국민대표 11명에게 훈·포장 및 대통령 표창을 포상했다. 이상혁에게는 대한민국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체육훈장 청룡장,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영상을 제작한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에게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했다. 40년간 국내 외국인 이주 여성에게 무료 진료 등을 한 이종민 이화병원 대표원장은 국민포장, 지난해 경북 영덕 산불 현장에서 고령의 주민 7명을 구조한 외국인 수기안토 선원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한미 조선 협력인 ‘마스카 프로젝트’를 제안한 김의중 산업통상부 서기관에게는 근정포장, K팝 신규 사업을 발굴한 김현목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에게는 대통령 표창이 수여됐다. 신년 인사회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이 참석했다. 아울러 정당 대표, 국무위원, 경제계 및 종교계 대표, 시·도지사 및 국민대표 수상자 등 약 200명이 자리했다.
  • “피해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 보복 끊어낼 때가 됐다”[박성원의 직설대담]

    “피해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 보복 끊어낼 때가 됐다”[박성원의 직설대담]

    헌법정신이 바로 국민 통합 나침반포용의 길로 가야 이재명 정부 성공내란 실체적 진실 철저히 조사해야한계선 넘으면 ‘보복’ 의심받게 돼통합 역행 ‘헌법존중 TF’ 빨리 끝내야선출 권력 만능 아냐, 헌법 훼손 안 돼이념 아닌 과학 관점 ‘정책 탕평’ 필요외교·경제 실용주의 모든 면 확대를이재명 정부가 12·3 계엄 파동 이후의 극단적 정치 대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출범 6개월을 맞고 있다. 헌법연구관 및 시민단체 핵심 간부를 거치고 보수·진보 정권에서 거듭 중책을 맡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그를 만나 2025년 한국 사회 갈등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 봤다. 이 위원장은 “수백번 압수수색을 당한 이재명 대통령이 피해자 입장에서 정치 보복을 끊을 수 있는 때가 됐다”면서 “함께 가는 국민 통합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후 두 달 반이 돼 가는데,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통합위 운영 방향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그 바탕 위에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하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약자의 기본권 존중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통합의 정신이다. 바로 이 헌법 정신이 통합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국민통합위원장 역할을 해 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나. “중요한 건 나와 다른 생각을 틀린 것으로 보지 않고 그런 이들과도 같이 갈 수 있는 포용의 정신이다. 국민통합위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이래라저래라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국민 통합의 방향과 목표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대통령을 위한 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는데. “전직 대통령부터 7대 종단의 종교 지도자 등 많은 사람을 만나 본 결과는 하나로 요약된다.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가진 게 있고 힘이 있는 사람 쪽에서 아량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장 취임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을 아우르는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현재까지 이재명 정부의 국민 통합을 자체 평가한다면.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원론적, 원칙적 차원에서 많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밑에서는 그냥 흘려듣고 뒷받침이 없다. 이대로 가면 낙제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그 짐을 지겠다는 거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8일 비상계엄 5일 전 만났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 통합을 가로막는 제일 큰 위험 요소가 정치 보복”이라고 했던 기억을 소환했다. -이 대통령의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나. “DJ(김대중 전 대통령)야말로 정치 보복의 가장 큰 피해자였고, 그 다음 피해자가 이 대통령이었다. 수백번 압수수색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정치 보복을 끊을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지금이 그때라니 무슨 뜻인가. “취임 초에 지지율이 비교적 높다. 외교나 경제나 실용주의적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럴 때 정치 보복을 끊어야 한다는 결심을 비치면 대환영을 받을 것이다.” -내란 특검 등 3대 특검 수사를 놓고 정치 보복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세계에 부끄러울 정도로 반헌법적이고 위헌적이며 불법적인 것이었다. 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철저히 조사해서 단죄해야 한다.” -특검 피로증을 지적하는 소리도 나온다. “3대 특검 수사는 다음달이면 다 끝난다. 거기까지가 한계선이다. 이제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파헤쳤다. 그 이상의 내란 청산은 사법부가 판단하게 할 일이다. 그 단계를 지나면 정치 보복이라고 의심받게 된다. 정치 보복이야말로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가 총리실과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공직자들의 내란 가담·협력 여부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는데. “공직사회 안정을 현저히 해치는 일이며 통합에도 역방향이다. 지나치다. 공직사회가 안정돼야 국정 방향이 제대로 뒷받침된다. 공직사회에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범정부 내에서, 그것도 대통령 직속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국민통합위원장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빨리 끝내야 한다. 정치 보복으로 비치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여권에서 말하는 ‘권력 서열론’ ‘선출직 우위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선출된 권력은 만능이 아니다. 왜 삼권분립이 생겼나. 왕이 마음대로 하니까 대표를 뽑아서 의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선출된 권력도 만능이 아니라서 사법부를 두어 견제하게 했다. 법률이 하위에서 헌법의 큰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당에서) 내란전담특별재판부를 만든다는데, 내란을 전담하는 재판부도 반드시 대법원이 상고심이 돼야 하며 그 법관도 대법원장이 임명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재명 정부 6개월의 변화랄까 성과 가운데 특히 의미 있는 건 무엇이라 보는지. “외교, 경제에서 실용주의 정신을 대통령이 실천하고 있다. 이게 모든 면에서 확대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경계해야 할 것은 뭔가. “정치 보복성 수사라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법무부나 사정기관에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편가르기와 정치 보복적 수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더 자제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이 여전히 심각한데. “정책을 이념이 아닌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책 탕평’이 필요하다. 배우자 간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부의 수평적 이전인데, 상속세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 배우자는 어차피 자식에게 주고 갈 건데. 작년 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우자 간 상속세 폐지안을 꺼내니까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다음날 “좋다. 받겠다. 당장 고치자”고 했다. 이건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사법부에 대해 여당은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 개혁 5대 의제에다 4심제 논란이 있는 재판소원제,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포함한 7대 의제, 여기에 판검사 법왜곡죄 도입까지 추진 중이다. 위헌 논란과 삼권분립 침해 비판이 제기되는데. “사법 개혁안 중에 어떤 건 필요하고 어떤 건 헌법적 문제가 제기된다. 다만 하위 법률에 의해 헌법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국정 현안과 문제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과 적법 절차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 -극단적 갈등과 배제의 정치에 보수와 진보 중 누가 더 책임이 크다고 보는가. “똑같이 책임이 있다고 본다. 보수는 양지만 찾는 기회주의적 속성이 강하고, 진보는 자기들만 정의를 구현하고 독점할 수 있다는 편협한 영웅주의에 빠져 있다. 그걸 통합할 수 있는 것은 헌법적 정신이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헌법적 자유주의자다.” -우리 정치의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얼마나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지. “극단적 개인, 단체들의 주장이 정론인 양 펼쳐지고 있다. 관용과 진실, 자제의 정신으로 헌법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나는 그걸 회복하기 위해 욕을 먹으면서도 지금 여기서 일하고 있다.” ■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195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23회)와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하고 헌법재판소 제1호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했다. 변호사로서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건설법(수도이전법) 등 30여건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 냈다. 제1세대 시민운동가로 참여연대 운영위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냈으며,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21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과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2025년 7월 이재명 대통령의 독일특사단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 중국은 드론 보내고 일본은 미사일 놓고…살얼음판 속 한국의 선택은?

    중국은 드론 보내고 일본은 미사일 놓고…살얼음판 속 한국의 선택은?

    중국이 일본과 대만 사이의 공역으로 드론(무인기)을 투입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전날 오후 2시 5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인 대만 북동부 및 동부 해안 부근에서 중국 무인기와 헬리콥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도 같은 날 “중국의 드론이 전날 대만과 일본 사이의 공역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태평양에 진출했다가 돌아갔다”면서 “이에 일본 항공자위대가 전투기를 긴급 발진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번 무력시위는 대만 인근 섬에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일본에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22~23일 오키나와현에 있는 이시가키섬과 요나구니섬을 처음으로 시찰한 자리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언급했다. 이시가키섬은 대만에서 약 240㎞,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110㎞ 거리에 떨어져 있다. 일본 정부는 대만 유사시 등을 염두에 두고 2016년 요나구니섬, 2019년 미야코섬, 2023년 이시가키섬에 육상자위대를 배치했다. 이 섬들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최전선이 될 장소들이다. 이중 이시가키섬에는 지대함 미사일 기지가 설치돼 있는데, 고이즈미 방위상은 대만과 더욱 가까운 요나구니섬에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부대와 전자전 부대 배치를 추진 중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시찰 과정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며 “미사일 배치는 주민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에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침공하는 항공기와 미사일 등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 목적 장비”라며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도,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도 아님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군국주의의 유령 소환, ‘독성 새싹’(일본) 주의해야”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 25일 “일본의 미사일 배치는 오랫동안 잠잠했던 군국주의의 유령을 소환하는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 이웃 국가들은 일본의 ‘신군국주의’라는 독성 새싹의 극단적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도 이날 게시물에서 “일본이 또 음험하고 위험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중·일 관계가 가장 민감한 시기에 일본이 중국에 제일 가까운 섬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대만 주변의 서남제도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면서 지역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군사적 대립을 조장하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과 연계할 때 극도로 위험하다”며 “주변 국가와 국제 사회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일본 군국주의가 되살아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국가 영토 주권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드론 투입과 관련해 대만 국방연구소 슈샤오황 부연구원은 타이바오에 “요나구니섬에 배치된 일본의 방공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대만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피할 수 없는 중·일 갈등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 이후 급속도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쉽사리 해빙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관광·교육·문화 제재 및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을 통해 전방위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 외무성 고위급 인사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중국 외교관이 일본 외교관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최악의 ‘굴욕샷’만 남겼을 뿐 성과는 없었다. 이후 일본은 미사일 배치 계획을 밝혔고 중국은 이에 항의하며 드론을 날려 보내는 등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양국에 끼인 한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지난 24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일·한(한·중·일) 3국은 제10차 중·일·한 정상회의의 회기에 관한 합의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 관해 공공연하게 잘못된 발언을 발표해 중·일·한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고, 이에 따라 현재 중·일·한 정상회의를 개최할 조건이 갖춰지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긴장 국면으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사실상 불투명해진 것이다. 더불어 양국 갈등이 동아시아 지역 안보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한국이 의도치 않게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과 일본이 맞붙는 ‘대만 분쟁’에서 중국은 세력 균형을 고려해 한국에 중립을 지키라는 압박을 넣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립에 설 경우 대만을 공개적으로 두둔하는 일본과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으로부터 또 다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대만해협의 안정이 한국의 국익과도 연결된 만큼 신중한 전략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 최악의 동아시아 상황…드론 날린 중국·미사일 놓는 일본, 한국의 선택은? [핫이슈]

    최악의 동아시아 상황…드론 날린 중국·미사일 놓는 일본, 한국의 선택은? [핫이슈]

    중국이 일본과 대만 사이의 공역으로 드론(무인기)을 투입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전날 오후 2시 5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인 대만 북동부 및 동부 해안 부근에서 중국 무인기와 헬리콥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도 같은 날 “중국의 드론이 전날 대만과 일본 사이의 공역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태평양에 진출했다가 돌아갔다”면서 “이에 일본 항공자위대가 전투기를 긴급 발진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번 무력시위는 대만 인근 섬에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일본에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22~23일 오키나와현에 있는 이시가키섬과 요나구니섬을 처음으로 시찰한 자리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언급했다. 이시가키섬은 대만에서 약 240㎞,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110㎞ 거리에 떨어져 있다. 일본 정부는 대만 유사시 등을 염두에 두고 2016년 요나구니섬, 2019년 미야코섬, 2023년 이시가키섬에 육상자위대를 배치했다. 이 섬들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최전선이 될 장소들이다. 이중 이시가키섬에는 지대함 미사일 기지가 설치돼 있는데, 고이즈미 방위상은 대만과 더욱 가까운 요나구니섬에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부대와 전자전 부대 배치를 추진 중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시찰 과정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며 “미사일 배치는 주민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에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침공하는 항공기와 미사일 등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 목적 장비”라며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도,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도 아님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군국주의의 유령 소환, ‘독성 새싹’(일본) 주의해야”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 25일 “일본의 미사일 배치는 오랫동안 잠잠했던 군국주의의 유령을 소환하는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 이웃 국가들은 일본의 ‘신군국주의’라는 독성 새싹의 극단적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도 이날 게시물에서 “일본이 또 음험하고 위험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중·일 관계가 가장 민감한 시기에 일본이 중국에 제일 가까운 섬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대만 주변의 서남제도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면서 지역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군사적 대립을 조장하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과 연계할 때 극도로 위험하다”며 “주변 국가와 국제 사회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일본 군국주의가 되살아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국가 영토 주권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드론 투입과 관련해 대만 국방연구소 슈샤오황 부연구원은 타이바오에 “요나구니섬에 배치된 일본의 방공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대만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피할 수 없는 중·일 갈등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 이후 급속도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쉽사리 해빙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관광·교육·문화 제재 및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을 통해 전방위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 외무성 고위급 인사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중국 외교관이 일본 외교관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최악의 ‘굴욕샷’만 남겼을 뿐 성과는 없었다. 이후 일본은 미사일 배치 계획을 밝혔고 중국은 이에 항의하며 드론을 날려 보내는 등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양국에 끼인 한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지난 24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일·한(한·중·일) 3국은 제10차 중·일·한 정상회의의 회기에 관한 합의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 관해 공공연하게 잘못된 발언을 발표해 중·일·한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고, 이에 따라 현재 중·일·한 정상회의를 개최할 조건이 갖춰지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긴장 국면으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사실상 불투명해진 것이다. 더불어 양국 갈등이 동아시아 지역 안보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한국이 의도치 않게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과 일본이 맞붙는 ‘대만 분쟁’에서 중국은 세력 균형을 고려해 한국에 중립을 지키라는 압박을 넣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립에 설 경우 대만을 공개적으로 두둔하는 일본과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으로부터 또 다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대만해협의 안정이 한국의 국익과도 연결된 만큼 신중한 전략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 ‘112 신고 준비하라’던 유튜브 방송, 17초 만에 ‘사망 중계’로...[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112 신고 준비하라’던 유튜브 방송, 17초 만에 ‘사망 중계’로...[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오늘 목숨 걸고 간다.”작년 5월 9일 아침 유튜버 조모(50)씨는 그날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말을 현실로 만들 작정인 듯했다. 경기도 오산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내내 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경쟁 유튜버 홍모(56)씨의 ‘엄벌 탄원서’가 들려 있었다. 조씨는 이날 오전 11시, 부산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의 피해자 겸 증인이었다. 그를 폭행한 가해자는 바로 홍씨였다. 조씨는 방송을 통해 탄원서를 낭독하고, 부산역에 도착해서는 “부산, 제2의 내 고향. 이제 시작이다. 파이팅 팬분들, 112 신고 준비하라”며 비장함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조씨가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가해자 홍씨 역시 그의 라이브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렌터카를 몰고 조씨의 뒤를 쫓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전 9시 46분. 조씨가 “법원 앞입니다”라며 횡단보도 앞에 서던 순간, 그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법원에 들어가서 안전한 곳에 있으려고… 저 안에서 (홍씨가) 때릴 수 있겠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씨가 조씨의 등 뒤로 접근했다. 홍씨는 준비해 온 흉기로 조씨의 등을 공격했고, 발로 차 넘어뜨렸다. 조씨가 간신히 일어서자 홍씨는 망설임 없이 왼쪽 가슴을 재차 공격했다. “악, 하지 마.” 조씨의 짧은 단말마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17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조씨의 몸에서는 총 12곳의 자창이 발견됐다. 이 모든 끔찍한 범행 과정은 조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이러다가 X 되는 상황인 것 같다. 아우, 긴장되네”라는 조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명과 고통스러운 신음이 뒤섞였다. 당시 130여 명의 구독자가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영상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수십만 명에게 충격을 안겼다. 조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1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82건의 고소전, 끝나지 않은 ‘유튜브 전쟁’대낮 법원 앞에서의 잔혹한 살인. 두 사람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해자 홍씨는 2020년경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구독자는 9100여 명. 그는 자신의 과거 ‘조직폭력배’ 경험담을 섞어 등산, 음악 등 일상 방송을 진행하며 후원금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콘텐츠를 다루는 다른 유튜버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그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인물이 바로 피해자 조씨였다. 갈등은 23년 7월, 홍씨가 조씨의 전 여자친구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방송을 하면서 격화됐다. 이후 두 사람의 방송은 서로를 향한 비방과 조롱으로 가득 찼다. 홍씨는 조씨를 겨냥해 “옆에 있으면 아구통을 그냥 확, 눈구녕을 그냥”, “맞다이(맞짱) 한 번 깔까. 너는 그냥 3초면 기절시킨다니까”, “이게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야지”, “망한 인생, 정말 슬픈 인생이야” 등 상스러운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가 조씨를 비방한 방송만 올해 3월까지 24차례에 달했다. 이들의 갈등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폭력과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가 홍씨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 건은 무려 68건, 홍씨가 조씨를 고소한 횟수도 14건에 달했다. 총 82건의 법적 분쟁이 두 사람 사이에 얽혀 있었다. 살인의 도화선이 된 ‘무고’결정적인 사건은 작년 2월 발생했다. 홍씨가 조씨를 상해 혐의로 허위 고소한 것이다. 홍씨는 고소장에 ‘부산 모 경찰서 앞에서 조씨를 우연히 만났는데 몸싸움하다 주먹으로 맞아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였다. 홍씨가 조씨의 경찰서 출석 일정을 미리 알고 주변에 대기하다가, 나타난 조씨를 일방적으로 폭행했던 것이다. 이에 조씨는 홍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중한 처벌을 우려한 홍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조씨에게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씨는 이를 거부했고, 오히려 이 사실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공개하며 홍씨를 조롱했다. 조씨가 살해당한 5월 9일은, 바로 이 ‘무고’ 혐의 재판(홍씨가 조씨를 폭행한 사건)에 피해자 자격으로 출석하던 날이었다. 홍씨는 자신이 저지른 폭행과 무고 혐의가 법정에서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살인을 결심한 것이다. 범행 동기는 또 있었다. 홍씨는 범행 전날 아침, 교제 중이던 여성과 다투다 이별을 통보받았다. 판결문은 ‘홍씨는 조씨가 자신과 연인을 지속적으로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을 해서 헤어지게 했다고 생각했다’고 적시했다. 쌓여가던 적개심이 애인과의 이별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벌레를 죽였다” 뻔뻔함과 ‘계획 살인’의 증거홍씨는 검찰과 경찰 수사 과정 내내 반성은 커녕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이 ×을 죽인 것에 일말의 미안함도 없다. 벌레, 아니 악귀를 죽인 것”이라고 진술했다. 재판에 넘겨진 홍씨는 돌연 태도를 바꿔 “우연히 조씨를 마주친 뒤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 장기석)는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밝힌 홍씨의 행적은 ‘우발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홍씨는 범행 하루 전, 도주에 필요한 승용차를 렌트했다. 흉기 두 자루를 미리 구입해 조수석 앞에 놓아두었다. 범행 전날 자기 딸에게 “집주인에게 보증금 받아라” 등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범행 당일, 조씨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했다. 조씨를 발견하자 차를 정차한 뒤, 빨간색 점퍼에 숨긴 흉기를 들고 쫓아가 일말의 주저함 없이 공격했다. 범행 직후 경주로 도주했으며, 그곳에서 짜장면과 커피를 사 먹었다. 경찰에 체포된 직후,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태연히 글을 올렸다. 재판부는 이 모든 정황이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임을 입증한다고 봤다. 특히 홍씨는 체포 직후 자신의 유튜브에 ‘그동안 나를 아껴주고 응원해준 구독자들께 죄송하다. 타인의 행복을 깨려는 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말미에는 ‘경주에서 검거됐다. 바다를 못 본 게 조금 아쉽다’는 황당한 문장을 덧붙였다. 홍씨는 경찰 진술에서 “어머니 산소가 망상에 있고, 살인이 미수에 그쳐도 징역 10년 이상 받는다면 내 인생 끝났다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바다에 가서 소주라도 한잔할 마음으로 경주에 갔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법정 모독과 무기징역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홍씨의 잔혹성과 반성 없는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홍씨는 보복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당시 조씨가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어서 범행 장면이 그대로 중계돼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감을 안겨줬고, 유사 사건 재발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씨의 유튜브를 보며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알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피해자를 ‘벌레’나 ‘악귀’로 지칭하는 등 범행의 중대함을 깨닫지 못하고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조씨와 단둘이 살던 노모는 아들을 잃었다. 유족은 홍씨의 죄에 상응하는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홍씨에게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순간, 홍씨는 방청석을 향해 손뼉을 치며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조씨의 유족이 “내 동생을 살려내라”고 울부짖자, 홍씨는 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퇴정해 마지막까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돈벌이’에 눈먼 자극적인 콘텐츠가 현실 세계의 참혹한 범죄로 이어진 극단적인 사례다. ‘조폭’ 이력을 콘텐츠로 삼고, 상호 비방과 조롱을 방송하며 후원금을 유도하는 행태가 결국 살인을 불렀다. 문제는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현행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유튜브 방송을 막는 방법은 방통위 심의 결과를 유튜브 측과 협조해 채널을 폐쇄하거나, 방송 관련 살인 등 범죄가 발생하면 형법 등으로 처벌하는 정도”라며 “둘 다 사후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예방이 어려운 만큼, 사후 처벌 강화와 함께 경찰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 교수는 “경찰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모니터링해 문제 있는 방송을 찾고, 관계 기관이 운영자와 시청자의 자정을 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돈과 관심을 좇는 유튜버들의 무한 경쟁이 빚어낸 ‘아노미(무규범)’ 상태. 그 속에서 한 생명은 자신의 죽음을 생중계하며 사라졌다. 플랫폼의 자정 능력에만 기댈 수 없는 지금,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사회적, 제도적 논의가 시급하다.
  • ‘친대만’ 일본 총리 대만인에 최고 훈장…中 “단호하게 반대”

    ‘친대만’ 일본 총리 대만인에 최고 훈장…中 “단호하게 반대”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대만 문제를 두고 중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대만 외교관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자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반과 일본 측의 기본 신뢰와 관련이 있으며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훈장 수여식을 열었는데 셰창팅 전 주일 타이베이대표(대만 대사 격)가 일왕으로부터 욱일대수장을 받았다. 욱일장은 1875년에 제정된 일본 최초의 훈장으로 대훈위국화장, 동화대수장 다음으로 급이 높으며, 욱일대수장은 욱일장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8년간 주일 타이베이대표를 역임한 셰 현 대만 총통부(대통령실) 고문은 “다카이치 사나에 수상과 천황으로부터 훈장을 받으니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라면서 “이 수훈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계속 일본-대만 우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셰 고문의 훈장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고집스레 대만 독립 논조를 고취하는 인물에게 훈장 수여를 제안하고 추진한 것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서 저지른 또 하나의 잘못된 행동”이라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궈 대변인은 “올해는 중국 인민 항일 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이자 대만 해방 80주년이 되는 해”라며 “중국은 일본이 역사의 죄를 깊이 반성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구현하며 ‘대만 독립’ 분리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 것을 진지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중국이)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중국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쉐젠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소셜미디어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 [이종수의 산책] 세계의 정치적 절망과 희망 찾기

    [이종수의 산책] 세계의 정치적 절망과 희망 찾기

    정치에서는 이념을 공간적 개념으로 부르기를 좋아했다. 좌우는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의회의 자리 배치에서 유래했다. 남북은 위아래로 길게 뻗은 이탈리아에서 애용되다 1964년 국제연합이 지구 남반구와 북반구를 대칭적으로 논하면서 일반화됐다. 동서는 유럽 내에서 자신들끼리의 동쪽 공산 진영과 서쪽 자유민주주의를 지칭하며 등장했다. 동서남북 좌우가 과거 치열하게 싸울 때는 이념적 대립이 사라지기만 하면, 다시 말해 오른쪽과 서쪽 중심으로 지구가 돌기만 하면 각국이 평화를 누리고 개인들이 행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동서남북 좌우의 지도가 희미해진 지금도 싸움과 갈등은 끝없다. 그 안에서 각국 개인들이 겪는 정치적 절망과 분노는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거대한 대립구조의 해체가 개인의 불만을 팽창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집권 속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여론조사 역사상 가장 심각한 갈등을 기록하고 있다. 상대 정파에 대한 적대감이 최고치에 달하고 인종과 문화적 정체성 등 사회 전반으로 싸움이 확산하고 있다. 셧다운과 계엄 선포 위협으로 여야가 대치하는 속에서 트럼피즘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절망과 분노를 키워 가는 중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치인 39% 수준이고 미국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영국 스타머 총리도 역대 최저 지지율인 13%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치러진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어 14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스타머는 우클릭 행보로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반이민 정책 강화와 미국 밀착을 시도하고 있지만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에 지지율 1위를 빼앗겼다. 올해 5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은 전국 지방의회 1641석 중 677석을 휩쓸었다. 여론조사에서 ‘지금 총선이 치러진다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영국개혁당이 271석으로 집권하고 노동당은 178석으로 제1야당이 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프랑스와 독일도 유사하다. 집권당에 대한 지지율이 근원적으로 흔들리고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지지율이 사상 최초로 나란히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혼란과 절망이 권력을 차지한 지도자의 리더십과 행태에 의해 촉발되는 면이 크다. ‘좋은 사회’에 대한 구상과 성찰을 포기한 글로벌 지도자들의 행태에 세계인들은 절망하고 있다. 동시에 구조적 측면을 우리가 간과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 청년실업, 노령화와 불평등 문제를 기존의 정치체계로는 풀 수 없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동서남북 좌우 등 구조적 억압에서 해방된 개인들은 참여의 주체로서 정보를 획득하긴 하지만 문제해결을 주도하지 못하는 가운데 좌절의 감정에 쉽사리 빠져든다. 기후변화 같은 위기는 이제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지났다는 무력감을 모두에게 선사한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 정부를 지지하는 집권 측의 환호와 반대 진영의 적대감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상식을 보유한 사람들의 절망감이 깊어진다. 극단적 언동과 도발이 횡행하는 가운데 일반적 감정의 표현과 상식적 의견 제시마저 자제하려는 시정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실 정치와 사회에 절망하는 모습이 요즘의 풍경만은 아니다. 가끔 나는 400년 전의 허균을 떠올린다. 이상적 유토피아를 꿈꾸며 시대와 불화한 죄로 능지처참을 당했다. 그는 ‘세상이 망할 태세이니 정치는 그릇되고, 선비들의 행실도 야박해져 친구들도 변할 뿐이니, 군자가 이 시대를 살게 된다면 통곡할 겨를도 없이 돌을 끌어안거나 모래를 품고 투신할 것’이라고 썼다. 허균의 누이 난설헌도 같은 시기 모진 삶을 살고 스물일곱에 세상을 떴다. 아들과 딸을 잃고 아버지와 오빠가 객사하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투명하고 맑은 시를 썼다. ‘가을 긴 호수에 옥 같은 물 흐르는데/ 연꽃 깊은 곳 작은 배 있고/ 님에게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남의 눈에 띄어 반나절을 부끄러웠어요.’ 절망을 승화시키는 게 살아 있는 생명들의 소명인지도 모른다. 두 달이 지나면 우리는 성냥팔이 소녀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아기 예수도 만날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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