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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성 54.5% “여자도 군대 가야”…그럼 병력절벽 해소될까?

    한국 여성 54.5% “여자도 군대 가야”…그럼 병력절벽 해소될까?

    [3줄 요약]●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59.6%, 20·30대 남성의 71.7%가 여성 징병에 찬성했다. 다만 정부의 선택적 모병제에는 2030세대의 ‘매우 반대’ 응답이 41%를 넘었다.● 2030세대는 전면 모병제 전환보다 현행 징병제 유지를 더 많이 택했다. 병역 부담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의무복무 대상을 넓히는 방안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용성을 보인 셈이다.● 2043년 가용 병역자원이 12만명까지 줄어드는 만큼 병역제도 개편의 핵심은 징병제와 모병제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병력을 누가 의무복무로 충당하고, 어떤 직위를 전문인력으로 채울지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데 찬성했다. 개혁신당 정책연구기관인 개혁연구원이 지난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역제도 개편 국민인식조사’에서 여성의 여성 징병 찬성률은 54.5%였다. 전체 응답자의 59.6%, 20·30대 남성의 71.7%가 찬성했다. 정부가 병력 감소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선택적 모병제’에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전체 찬성은 47.4%로 반대 41.9%를 앞섰지만 18~29세는 55.3%, 30대는 57.2%가 반대했다. ‘매우 반대’만 각각 41.1%, 41.2%였다. 선택적 모병제가 병력 충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49.9%로 긍정 전망 42.7%보다 많았다. 여성 징병과 선택적 모병제는 병력 확보 방식부터 다르다. 여성 징병은 병역의무 대상을 넓혀 징집 가능한 인력을 늘리는 방안이다. 선택적 모병제는 장기복무 간부와 기술인력을 확충해 병 중심의 인력구조를 바꾸는 구상이다. 군에 입대할 수 있는 가용 병역자원이 2043년 12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병역제도 논의도 ‘누구를 더 징집할 것인가’와 ‘줄어든 병력을 어떤 인력으로 대체할 것인가’를 함께 풀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선택모병엔 과반 반대…2030은 현행 징병제 유지 48%대2030세대의 응답은 전면 모병제 선호와도 거리가 있었다. 향후 병역제도로 ‘현행 징병제 유지’를 택한 비율은 18~29세 48.3%, 30대 47.6%로 각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20·30대 남성은 49.0%였다. 전체 응답에서는 징병제와 모병제 병행이 41.5%로 가장 많았고 현행 징병제 유지 35.4%, 전면 모병제 10.6%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의 64.8%, 여성의 54.5%가 여성 징병에 찬성했다. 특히 20·30대 남성의 찬성률은 71.7%에 달했다. 같은 2030세대에서 선택적 모병제에는 과반이 반대하고 현행 징병제 유지 응답이 가장 높으면서, 20·30대 남성의 여성 징병 찬성률은 70%를 넘은 것이다. 조사는 여성 징병과 선택적 모병제를 각각 별도 문항으로 물었다. 두 결과를 양자택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병역의무 대상 확대와 장기복무 전문인력 확충이라는 서로 다른 병력 확보 방안을 바라보는 여론의 온도 차는 뚜렷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선택적 모병제에 대해 국민 전체에서는 찬성이 우세했지만 제도의 대상이 될 2030은 남녀 가리지 않고 ‘매우 반대’가 41%에 달했다”며 “병역제도 개편은 제도를 짊어질 세대의 동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징병제 유지하며 전문인력 확충…내년 3000명 첫 선발정부의 선택적 모병제는 현행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장기복무 전문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일반 현역병 외에 일정 기간 복무하는 기술집약형부사관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2027년부터 기술집약형부사관 약 3000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유·무인복합체계와 인공지능(AI), 사이버 등 첨단분야에 투입하며 복무기간은 3년 또는 4년을 놓고 협의 중이다. 군은 첨단 무기체계 운용 등 숙련이 필요한 직위에 현역병보다 오래 복무하는 인력을 배치해 병역자원 감소를 보완할 계획이다. 현역 중 간부 비율도 현재 약 40%에서 2040년 63%로 높이고 병사 비율은 60%에서 37%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선택적 모병제의 첫 시험대는 내년부터 뽑겠다는 3000명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느냐다. 지원자를 안정적으로 모집하려면 보수와 복무 여건, 전역 후 진로까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계획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현역병 감소를 장기복무 전문인력으로 보완한다는 병력구조 개편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즉 선택적 모병제는 징집 대상 자체를 넓히는 정책보다 병력의 구성과 숙련도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43년 가용 병역자원 12만명…여성징병만으론 못 푸는 병력절벽병역제도 개편을 더 미루기 어려운 배경에는 급격한 인구 감소가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에 입대할 수 있는 가용 병역자원은 2019년 33만2000명에서 2022년 25만7000명으로 줄었다. 2035년에는 22만8000명, 2043년에는 12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여성까지 징병 대상으로 포함하면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은 넓어진다. 실제 도입에는 병역법 개정과 함께 필요한 병력 규모와 여성 장병의 보직, 교육훈련, 병영시설 등을 다시 정해야 한다. 병역의무 대상 확대만으로 적정 병력 규모와 직위별 인력 소요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군은 병 중심의 구조를 간부와 전문인력 중심으로 바꾸고 상비예비군과 민간인력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병력 감소분을 다른 인원으로 단순 대체하기보다 병력 규모와 부대·전력구조, 직위별 소요를 함께 조정하는 작업이다. AI와 유·무인복합체계 등 첨단 전력이 늘어날수록 숙련된 운용·정비 인력의 중요성도 커진다. 단기복무 병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뿐 아니라 간부와 기술인력을 필요한 직위에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전투력 유지와 직결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선택적 모병제에 대한 2030의 반대, 현행 징병제 유지 선호, 높은 여성 징병 찬성이 동시에 나타났다. 병역제도 개편도 징병제와 모병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만 좁히기 어렵다. 먼저 필요한 병력 규모와 부대·전력구조, 직위별 소요를 정해야 한다. 그 위에서 병역의무 대상을 어디까지 설정할지, 의무복무 병사와 간부·기술인력을 어떤 비율과 복무형태로 확보할지 설계하는 것이 병력절벽 대응의 핵심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의 자동응답조사(ARS)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3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2% 포인트다.
  • 일·집·양육… “청년들 짐 덜어주는 정책이 최고의 저출생 대책” [인구 대전환: 대한민국의 내일을 묻다]

    일·집·양육… “청년들 짐 덜어주는 정책이 최고의 저출생 대책” [인구 대전환: 대한민국의 내일을 묻다]

    “출산장려금 등 단순 현금지원 넘어  주거·일자리·성차별 구조적 해결을” 보사연·학계도 “청년·인구정책 연계” 저고위, 9월 인구전략위로 새출발 “인구 정책을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정책으로 확장하겠습니다.”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초현실회관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공동 주최로 열린 제42회 인구포럼 ‘저출생 대응 정책 수요 다시 보기’에서 “저출생은 단순히 출산장려금 등 현금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거, 일자리, 교육, 과도한 경쟁 문화와 성차별적 요소까지 청년들의 삶을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그것이 최고의 저출생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이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면 저출생 극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망설이는 청년들의 현실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3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안정적 일자리와 소득으로 자산을 형성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청년세대는 현시대에 가장 큰 소외자들”이라며 적극적인 청년 대책을 주문했다. 향후 저출생 대책도 출산 지원을 넘어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와 선택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생 지표는 반등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출생아 수는 2만 452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0%(3734명) 늘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해 1~4월 누계 출생아 수는 9만 9534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했다. 1~4월 누계 기준으로는 2019년 10만 913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다만 이런 출생아 수 반등만으로 저출생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지혜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최근 출생아 수 반등의 배경으로 에코붐 세대인 1991~1995년생의 30대 진입과 혼인·출산 행태 변화를 짚었다. 실제 2021년 이후 주 출산 연령대인 30대 초반 여성 인구는 매년 2% 안팎 늘고 있다. 30~3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도 2024년 11.4명에서 2025년 12.1명으로 6.1% 증가했다. 출산 가능 인구가 늘어난 데다 해당 연령대의 출산 수준도 함께 높아진 셈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30~34세 여성 인구 증가로 2030년까지는 출생아 수에 긍정적인 인구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주거·일자리·돌봄 등 청년의 삶을 떠받치는 정책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출생아 수 반등은 이어질 수도, 2030년 이후 다시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등이 이어지려면 혼인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여전히 혼인과 강하게 묶여 있기 때문이다. 김은정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혼인 진입과 첫 출산 이행이 한국 출산 흐름을 가르는 핵심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보사연이 2024년 실시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남녀 모두 결혼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전제 조건으로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꼽았다. 4점 만점에 평균 3.41점이었다. 이어 주택 비용 마련(3.36점), 일·가정 양립(3.31점) 순이었다. 결혼을 결심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기반, 돌봄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결혼 비용 부담도 컸다. 응답자들이 생각한 필요 결혼 준비 자금은 평균 3억 3996만 원이었다. 남성은 3억 6358만 원, 대도시 거주자는 3억 8495만 원으로 평균보다 높게 봤다. 30대도 3억 7394만~3억 8111만 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고비용 장벽 앞에서 결혼은 마음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이 됐다. 노동시장 문제도 혼인 지연의 원인으로 꼽혔다. 김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취약한 고용 환경에 놓인 청년들이 혼인을 늦추거나 포기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더라도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혼인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인이 늘더라도 곧바로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해나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첫째·둘째아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호재”라면서도 “신혼부부 무자녀 비율은 2019년 31.5%에서 2024년 37.4%로, 혼인에서 첫째아 출산까지 걸리는 기간은 15.1개월에서 18.3개월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혼인 건수가 반등해도 출산으로 옮겨가는 속도와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영석 보사연 원장은 “청년들이 마주한 삶의 조건과 심리적·구조적 장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내놓는 정책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청년정책과 인구정책을 따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보사연 연구진은 청년의 자산 형성, 가족 형성, 만남과 결혼, 지역 청년 지원, 교육과 불평등 완화를 하나의 정책 체계 안에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혼 전에는 일자리와 자산 형성을 돕고 결혼을 고민하는 단계에서는 만남과 주거 부담을 낮추며 출산 전후에는 소득 보전과 돌봄·일·가정 양립 지원을 끊김이 없이 연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도 이런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오는 9월 ‘인구전략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하고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저출생 대응을 청년의 일자리·주거·돌봄·지역 정주 여건까지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인구전략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집에서 청진기 대면 의사가 처방… 지역의료 공백 메우는 청년 [청년, 지역의 내일을 만들다]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집에서 청진기 대면 의사가 처방… 지역의료 공백 메우는 청년 [청년, 지역의 내일을 만들다]

    의료 사각 없애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소아과 부족한 지역의 ‘오픈런’ 해결가정 측정 데이터 기반해 영상 진료복지 사각 줄이는 ‘초단기 돌봄 서비스’노인·장애인 도움 필요시 바로 구인병원 동행 등 30분~1시간 돌봄 가능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과 접근성 차이로 비수도권의 의료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의료 재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낮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비대면 진료 기술과 돌봄 플랫폼 등 혁신적 대안을 제시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14일 경기연구원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의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급상황 시 골든타임 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본 비율은 25.7%에 그쳤다. 그중에서도 비수도권은 15.5%로 수도권 35.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역 필수의료 신뢰도 역시 전체 30.6%에 그쳤고 비수도권은 17.9%에 머물렀다. 지역의료 전반 만족도도 비수도권은 19.5%에 불과했다. 격차의 배경에는 인력 불균형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 202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수도권 1.86명, 비수도권 0.46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만 봐도 전국 6490명 중 서울·경기에 절반이 집중됐고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 역시 서울 1.15명, 충남 0.56명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낮은 보상과 높은 업무 강도 등이 맞물리며 필수과 기피가 심화하고 인력이 수도권으로 쏠린 결과다. ‘단순 공급 확대만으로는 비수도권 의료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 속 정부는 지역의사제 등 대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현장 공백은 여전하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제도 밖의 움직임이다.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과 청년 기획자들이 새로운 의료·돌봄 모델을 실험하며 해법을 찾고 있다. 경남·부산을 기반으로 삼아 2023년 첫발을 내디딘 스타트업 ㈜다다닥헬스케어가 예다. 회사는 소아과 의료 공백, 장시간 대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개발하고 올 하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단순 전화 상담 수준에 머물던 기존 원격진료와 달리 가정에서 직접 측정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진료하는 구조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신광일(42) 다다닥헬스케어 대표는 창업 계기를 ‘현실 경험’에서 찾았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한 아이가 1년에 병원을 20번 정도 간다고 보면 되는데 상당수가 감기 같은 경증 질환”이라며 “문제는 ‘소아과 오픈런’이라 불리는 예약, 대기 시간이다. 아이가 아픈 상태로 2시간 이상 기다리는 건 부모 입장에서 매우 큰 부담”이라고 짚었다. 이어 “기존 비대면 진료는 전화로 증상을 설명하는 방식이라 환자 상태 전달에 한계가 있었고 ‘진짜 진료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오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같은 부모로서 병원·전문의 부족으로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다닥헬스케어는 체온·청진·구강·귀내시경 등 소아과 기본 진료 항목을 가정에서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개발했다. 모듈형 구조로 하나의 본체에 진료 부품을 교체해 사용하는 방식이며 측정 데이터는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 전송된다. 보호자는 아이 상태와 증상을 입력해 진료를 신청하고 해당 정보는 병원으로 전달된다. 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영상 진료 후 처방 여부를 판단한다. 신 대표는 “초진은 대면 진료가 필요하지만 재진은 데이터 확인만으로 처방 등 조치가 가능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귀띔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됐다. 측정 데이터 품질을 AI가 1차 점검해 불명확할 경우 재측정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인제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다다닥헬스케어는 현재 병원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향후 성인·시니어 헬스케어로의 확장도 바라본다. 신 대표는 “5년 뒤에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청년의 아이디어와 기술은 공공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최석현(36) 대표가 이끄는 부산 스타트업 ㈜불타는고구마가 부산북구장애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해 개발한 ‘잠깐돌봄’이 대표 사례다. ‘잠깐돌봄’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병원 동행, 생필품 구매, 청소·설거지 등 30분~1시간 내외의 초단기 돌봄을 요청하면 인근 돌보미를 실시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기존 장기 요양·공공 돌봄 서비스가 대응하기 어려웠던 긴급·단기 돌봄 공백을 보완해 필요할 때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잠깐돌봄은 현재 부산 북구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에 선정되어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일반 플랫폼과 달리 지역 복지기관이 직접 돌봄 운영과 돌보미 관리를 담당하는 구조다. AI 기반 매칭 기술을 통해 돌봄 요청 내용·거리·활동 이력 등을 분석, 최적의 돌보미를 추천하고 있고 울산·경기 등 전국 확장도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잠깐돌봄은 지역사회 기반 공공 돌봄 안전망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과 장애인 누구나 지역 안에서 공평하게 돌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씨줄날줄] 아듀~ 단고기/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듀~ 단고기/임창용 논설위원

    어릴 적 시골의 추억은 대부분 달달한 향수를 자아낸다. 한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동네 어른들이 보신을 한다며 개를 잡던 풍경이다. 특히 개를 다리나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이던 모습은 끔찍했다. 그래도 당시 개고기(단고기)는 육류를 섭취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단백질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미 도시에선 동물단체 등이 개 식용 반대에 나설 때이지만 시골에선 소화 잘 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일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역사가 깊다. 조선시대 궁중 수라상 단골 메뉴에 구증(狗蒸·개찜)이 올랐고, 퇴계 이황은 개와 한약재를 고아 낸 약술 무술주(戊戌酒)를 8대 보양식으로 꼽았다. 동의보감 등 주요 한방 문헌에도 개고기에 대한 기록이 많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양두구육(羊頭狗肉) 등 개고기와 관련된 고사성어로 볼 때 중국에서도 역사가 오래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구한말 대한제국도 개를 소·말·돼지·양과 함께 5대 가축으로 분류하고 도축과 식육을 법령에 명문화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개고기를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라 식육으로 유통시켰다. 하지만 동물단체의 반발이 본격화되자 1978년 개고기를 축산물에서 제외하도록 법을 바꿨다. 한데 식용 개 사육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축산법’엔 개를 가축으로 남겨 두면서 개 식용은 합법도 불법도 아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방치돼 왔다. 88올림픽을 앞두고는 동물보호주의자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야만문화’라고 공격하면서 개 식용문화 논쟁이 격화되기도 했다. 여야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수십 년간 해묵은 논쟁거리였던 ‘개 식용’ 문화가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95%는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았고, 앞으로도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개 식육 업계와 일부 소수 식용 찬성론자들은 ‘먹을 권리’와 ‘생존권’을 내세워 여전히 반발한다. 하지만 국민 절대 다수가 개 식용에 혐오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젠 거스를 수 없는 국제 표준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듯싶다.
  • “제사상에 치킨·피자? 고인 최애음식이면 OK”…성균관의 파격

    “제사상에 치킨·피자? 고인 최애음식이면 OK”…성균관의 파격

    국내 유교의 중앙본부 역할을 하는 성균관은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으로 간소화된 제사상을 올려도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위원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사 음식을 줄이고 제사를 지내는 이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은 일반 가정이 각자의 형편에 맞게 제사를 지내던 방식을 대부분 수용했다. 위원회는 “이번 권고안 발표는 제사가 너무 번거롭고 힘들어서 지내지 못하겠다는 분들을 위해서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고자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명문 종가의 진설을 참고해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忌祭)와 3월 상순 고조(高祖) 이하 조상의 묘에서 지내는 ‘묘제’(墓祭)의 제사상 진설 방식을 제안했다. 기제의 경우 과일 3종과 밥·국·술에 떡, 나물, 나박김치, 젓갈(식해), 식혜, 포, 탕, 간장 등을 곁들이는 것을 예시로 내놓았다. 묘제 진설로는 술, 떡, 포, 적(생선이나 고기 따위를 양념하여 대꼬챙이에 꿰어 불에 굽거나 지진 음식), 과일, 간장을 올린 더 간략한 모델을 보여줬다. 또한 가정의 문화, 지역의 특성, 제사의 형식, 형편에 따라 달리 지낼 수 있다. 위원회는 “평상시의 간소한 반상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차리고 돌아가신 분께서 좋아하시던 음식을 올려도 좋다”며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이라도 정성을 다하면 된다”고 전했다.제사 절차에 대해서는 제주가 향을 피우고 모사기에 술을 세 번 나눠 부으면 참가자가 다 함께 두 차례 절을 하라고 안내했다. 이후 술을 한번 올린 후 축문을 읽고 묵념한다. 그다음에는 참가자들이 두 번 절하고 상을 정리하며 축문을 태우고 마친다. 제사 시간은 돌아가신 날의 첫새벽(자시(子時), 23시~01시)에 지내야 하지만 가족과 합의해 돌아가신 날의 초저녁(18~20시)에 지내도 좋다. 특히 여성이나 며느리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 온 제사음식 준비에 관해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제사의 핵심은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함에 있다”며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는 가족이 모여 안부를 묻고 화합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달 30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제례 문화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9%는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반응했다. 제사를 지낼 계획이 있다는 답변은 44.1%로 나타났다. 현재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답한 이들이 62.2%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제사를 계속하는 이들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리플릿과 카드뉴스는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 ‘조상 모시기’ 없어지나…성인 절반 이상 “제사 지낼 생각 없다”

    ‘조상 모시기’ 없어지나…성인 절반 이상 “제사 지낼 생각 없다”

    시대가 변하면서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성인 10명 중 6명이 제사를 지내고 있지만 제사를 지속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4명 남짓인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제례 문화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9%는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반응했다. 제사를 지낼 계획이 있다는 답변은 44.1%로 나타났다. 현재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답한 이들이 62.2%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제사를 계속하는 이들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년 명절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제사’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다. “시대가 변했으니 제사도 사라져야 한다”, “조상 덕 본 사람들은 해외여행 간다” 등 제사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내 마음 편하려고 하는 일”, “부모님이 원하니까 해드린다” 등 제사를 이어가겠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간소화하거나 가족 모임 같은 형태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가 응답자의 41.2%로 가장 많았다. ‘시대의 변화로 더는 제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7.8%였고, ‘종교적 이유나 신념’을 이유로 든 응답자는 13.7%였다. 제사를 계속하려는 이들은 ‘조상을 기리기 위해서’(42.4%), ‘가족들과의 교류를 위해서’(23.4%), ‘부모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15.9%), ‘전통 유지’(10.0%) 등의 이유를 꼽았다. 제사를 지낼 때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응답자들은 제수 음식의 간소화(25.0%)를 지목했다. 그 다음으로 형식의 간소화(19.9%), 남녀 공동 참여(17.7%),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제사(17.2%), 제사 시간 변경(5.3%) 등의 순이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이러한 조사 결과 및 현대 사회의 특성 등을 고려해 ‘현대화 제사 권고안’을 내달 2일 발표할 예정이다. 부모나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일제’(忌日祭)에 관한 제안을 담는다. 평상시의 반상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준비하고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권고에는 가족이 합의하면 초저녁에 제사를 지내도 된다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균관은 이번 권고가 일반 가정을 위한 것이며 유림의 제사와는 구분한다는 방침이다.
  • 21대 ‘꼼수 위성정당’ 논란… 국민 82% “비례 확대 반대”

    21대 ‘꼼수 위성정당’ 논란… 국민 82% “비례 확대 반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는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불신도 한몫한다. 2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 정치 양극화와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인식조사’(전국 유권자 1000명, 지난해 12월 21일~1월 15일 대면면접)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이 82.2%에 달한다. 아예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7.1%, 현재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도 24.0%다. 현재 47명인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최악의 꼼수’ 제도로 꼽히는 비례위성정당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거대 양당 모두 선거만 치르고 폭파한 ‘가짜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선거를 치렀고, 공천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비례대표로 입성한 국회의원 3명이 현재 무소속이다. 양정숙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선서도 하기 전 부동산 명의신탁을 통한 탈세 논란으로 제명됐다. 이후 김홍걸·윤미향 의원도 부동산 의혹으로 무소속이 됐다. 공천 과정에서 해당 문제들이 걸러지지 못했으나, 민주당은 이들을 ‘비교섭단체 몫’으로 활용 중이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국회의원 징계안 37건 중 8건이 여야 비례대표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조수진 의원 2건, 신원식·윤창현 의원 등의 징계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순위 승계 후 합당한 김의겸 의원 2건과 신현영·윤미향 의원의 징계안이 제출됐다.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로, 조수진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각각 징계안이 제출됐다. 비례대표 제도는 ‘공천 헌금’ 불법의 온상으로도 꼽혔다.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이 수십억원이 오고 가는 비례대표 공천 비리를 저지른 바 있다. 19대 총선에서는 현영희 전 새누리당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수억원의 돈을 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 보도그후/‘3월 식목일’ 조정될까…산림기본법 개정 추진

    보도그후/‘3월 식목일’ 조정될까…산림기본법 개정 추진

    지난 1946년 4월 5일로 지정된 ‘식목일’을 3월 21일로 변경하자는 의원 입법이 발의됐다.<서울신문 2021년 3월 1일자 1·2면>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식목일을 3월 21일로 앞당기는 내용의 ‘산림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윤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나무 심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가 섭씨 6.5도인데 최근 3월 중순 일평균 기온이 섭씨 6.5도 이상을 기록하면서 변경이 필요하다”며 “기후위기에 대응해 산림의 탄소흡수기능 증진의 필요성과 산림 보호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며 나무심기를 장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와 남해안 지역에서는 2월 하순이면 나무 심기가 시작돼 식목일에는 잎이 자란 묘목을 심는데 기온이 오르면 뿌리 활착이 어렵고 고사 가능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3월 21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이며 개정안은 3월 셋째 주를 ‘국민 나무심기 주간’으로 지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념행사와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윤 의원은 “식목일 변경 논의 자체가 우리가 처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산림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기후위기·탄소중립 논의와 맞물려 3월로 식목일을 변경하고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식목일 변경 필요성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주무 부처인 산림청이 주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변경 가능일로 3월 21일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산림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민 1006명을 대상으로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3월로 식목일 날짜 변경’에 응답자의 56.0%가 찬성했다. 식목일 날짜 변경이 알려진 후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로 ‘3월 식목일’에 대한 반감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식목일 변경은 산림기본법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소관 기념일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 욕먹어도 남는 장사… 언론·유튜버·정치인은 ‘혐오 공범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욕먹어도 남는 장사… 언론·유튜버·정치인은 ‘혐오 공범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혐오팔이’는 단기적으로 남는 장사다.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할 정치인이 사회 소수자나 여성을 공격하는 건 표 계산을 끝내고 하는 정치공학적 전략이다. 언론과 유튜버는 갈등을 조장해 관심과 돈을 얻는다. 거미줄처럼 엮인 혐오의 실타래 안에서 우리는 혐오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 혐오 스피커들은 어떻게 공생하는지 분석했다. 7글자 공약의 혐오 나비효과 尹 페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한줄 기사 쏟아지고 ‘댓글·좋아요’ 중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7일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급작스레 공개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별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만 올린 것이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다음날 기자들이 “여가부 폐지 관련 한 줄 공약은 남녀 갈라치기를 하려는 의도로 꺼낸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달라”고만 말했다. 맥락 없는 7자 공약이 공개되자 ‘혐오의 생태계’는 바빠졌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언론이었다. 기사가 쏟아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로 공약 발표 직후 관련 기사량(‘여성가족부’가 포함된 기사)을 확인해 보니 한 달간(1월 7일~2월 6일) 1136건이나 됐다. 깊이 있는 분석 기사도 많았지만 혐오만 조장하는 기사도 여럿 보였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 열광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가부 폐지 공약을 두고 “멋지다”, “필살기다”라고 한 반응을 옮겨 적거나 한 줄 공약에 달린 실시간 댓글과 좋아요 수를 중계하는 식이었다. 근거 없는 유튜버·커뮤니티의 선동 “페미니즘 정신병”“노예해방 비견” 잦은 비방 접하며 어느새 동조화 혐오 장사에 익숙한 유튜버들도 움직였다. 구독자 110만명을 확보한 이슈 유튜버(정치·연예 등의 이슈를 주제로 속성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뻑가’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커뮤니티 글을 근거로 “(여론은) 여가부 폐지를 노예 해방과 비교한다”거나 “여혐(여성혐오)으로 몰리던 ‘여가부 폐지’ 주장이 대선 공약이 됐다”고 말했다. 비속어를 양념처럼 섞어 가며 말하던 그는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갑자기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합니다.”언론·유튜버가 취재원으로 삼던 남초 커뮤니티는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재료 삼아 혐오 발언을 뿜어냈다.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업체인 언더스코어가 서울신문의 의뢰로 분석한 결과 여가부 폐지 공약 발표 이후 한 달간 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여혐 글이 직전 1개월과 비교해 9.9% 포인트나 늘었다. ‘페미니즘이 정신병이라는 데 동의하시는 분’ 같은 제목의 글이다.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혐오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여과 장치가 부족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비방글을 계속 접하면 혐오에 동조하는 쪽으로 생각이 굳어지는 ‘에코체임버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표심만 얻는다면”… 혐오의 정치학  ‘소수’인 소수자 공격으로 반사이익 국민 열에 여섯 “정치인, 혐오 조장 ‘여가부 폐지’ 한 줄 공약과 이후 상황은 혐오를 둘러싼 정치인과 언론·유튜버, 온라인 커뮤니티 간 공생 관계를 잘 보여 준다. 서로에게 기대 우리 사회에 숨어 있던 혐오를 자극한다. 각자 얻는 게 분명하기에 멈추기 어렵다.우선 정치인은 혐오 발언을 통해 내 편을 뭉치게 한다. 특히 경쟁 후보를 지지할 것 같은 계층 또는 소수자를 향해 혐오 조장 발언을 하면 표몰이에 도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한 줄 공약 발표 이후 한 주 만에 지지율(리얼미터 기준)이 6.5% 포인트나 올라 40%의 벽을 돌파했다. 표 결집이 시급한 선거철만 되면 혐오 선동이 극에 달한다. 유권자 수가 적은 성소수자는 안전한 혐오 표적이다. ‘세월호 유족 혐오 발언’으로 악명 높은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2020년 총선 후보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차별하지 말자는 건 결국 인종차별도, 동성애 차별도 하지 말자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박지원(전 국정원장) 전 민생당 의원도 같은 해 토론회에서 “신랑이 입장을 하는데 여자가 들어오면 기절할 것”이라고 했다. 공적 권위를 가진 정치인의 혐오 발언은 ‘소수자는 죄의식 없이 공격해도 된다’는 삐뚤어진 사고를 사회에 퍼뜨린다.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정의롭지 않은 대상’을 낙인찍어 혐오 감정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지지자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며 “감정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세력 기반이 될 수 있기에 혐오 표현을 계속 내뱉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이미 정치인을 혐오의 확성기로 여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9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약 6명(58.8%)이 정치인이 혐오 표현을 조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슈 터지면 달려드는 ‘사이버렉카’ 팩트’보다 자극적 콘텐츠 퍼나르기 혐오 저격에 시달린 BJ 목숨 끊기도 ‘사이버렉카’는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핵심 고리다. 차 사고가 나면 달려오는 견인차(렉카)처럼 이슈만 터지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일부 유튜버 등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들은 기본적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한 채 퍼나르기에 열중한다. 공인뿐 아니라 커뮤니티 글에서 언급된 자영업자 등 일반인도 혐오의 표적이 된다. 영상 조회수와 슈퍼챗(시청자가 직접 주는 현금 후원)은 사이버렉카를 달리게 하는 연료다. 서울신문과 인터뷰한 4년차 이슈 유튜버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약 8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그는 조회수에 따라 유튜브가 매달 정산해 주는 돈만 월 2000만원쯤 받는다. 정치권 핫이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로 진보 성향 정치인을 저격한다. 많이 읽힌 기사나 온라인 베스트 게시글 등을 주제로 고르고, 화제가 된다면 연예인의 사생활도 거론한다. 넘치는 콘텐츠 사이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려면 제목부터 자극적이어야 한다. ‘터졌다’, ‘사고 쳤다’, ‘충격 근황’, ‘사상 초유’ 등의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구독자가 늘다 보니 오세훈 서울시장 등 거물급 정치인도 출연한다. A씨도 사이버렉카가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은 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이라면 그 정도 비판은 감내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실 A씨는 이슈 유튜버 시장에서 비교적 점잖은 편에 속한다. 유튜버 뻑가는 인터넷방송 스트리머인 BJ잼미(본명 조장미·27)를 남성혐오자로 모는 영상을 올렸다. 잼미는 지난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를 두고 뻑가 등 사이버렉카에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플랫폼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은 괴롭힘, 사이버 폭력에 가담하거나 가짜뉴스를 다룬 영상이 수익을 얻지 못하게 하는 등의 규제책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영상이 퍼져 ‘장사’를 끝낸 뒤 조치하기에 효과가 작다. 수사기관에도 제작자 정보를 잘 제공하지 않는다. 유튜버가 특정인을 모욕·명예훼손하고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이유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튜브의 사회적 영향력은 언론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면서 “유튜브 자체 서비스 약관 등은 잘 마련돼 있지만 운영이 잘되고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검증은 뒷전… 언론의 배신 조회수 외면 못하고 속보 쏟아내기 ‘기사화’만으로도 논란 확대 재생산 이슈를 속보 처리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도 사이버렉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커뮤니티나 유튜브 영상에 나온 기사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퍼날라 클릭 수를 끌어내는 식이다. 인권위의 ‘온라인 혐오표현 실태조사’(2021년) 결과 응답자의 79.2%가 ‘언론이 혐오를 부추긴다’고 답했다. 특히 언론은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 해프닝으로 끝날 이슈조차 공론장으로 끌고 나온다. 홍 교수는 “유튜브와 커뮤니티에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언론이 보도하면 내용을 신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담인데 뭘”… 혐오 키우는 유머 ‘밈’ 형태로 혐오 메시지 증폭 위험 전장연 출근시위 조롱 등 2차 가해 온라인 커뮤니티는 언론, 유튜버 등과 끝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작은 논란의 몸집을 키운다. 특히 온라인 특유의 유머 코드와 혐오가 결합하면 파괴력이 커진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밈’(원콘텐츠를 패러디한 2차 창작물) 형태로 혐오를 유머로 만든다. 이용자들은 혐오를 소비하면서도 그저 웃긴 이야기를 공유하는 정도로만 인식하게 된다. 예컨대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보수 커뮤니티에서 혐오 대상이 됐다. 디시인사이드 등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이동권)를 주장하는 장애인에게 ‘대체 이동권씨가 누군데 맨날 저러느냐’거나 엎드려서 지하철 문을 막고 있는 단체 대표를 향해 ‘핸드폰을 떨어뜨려 찾는 모습’이라고 조롱했다. ‘그냥 문을 닫고 출발해도 똑같은 장애인’이라는 등 심각한 수위의 글도 있었다. 이훈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유머는 메시지 증폭과 설득 효과가 강해 혐오와 합쳐졌을 때 악영향이 매우 크다”며 “메시지의 설득력이나 매력도가 높아지면 수용자가 혐오를 접하더라도 ‘어차피 농담인데 뭘 그러냐’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혐오, 차별 등 부당한 상황을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성별, 국적, 연령, 성적지향, 출신지역, 장애 등을 이유로 직장이나 학교, 군대 등 일상생활에서 혐오나 차별을 겪으셨거나 욕설, 폭행, 위협 당하셨던 경험이 있다면 제보(jebo@seoul.co.kr) 부탁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겠습니다. 제보자 신원은 철저히 익명에 부쳐집니다.
  • 국민 70% “기초연구 필요, 지원 확대해야”

    국민 70% “기초연구 필요, 지원 확대해야”

    국민 10명 중 7명이 ‘기초연구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실시한 ‘기초연구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과기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0명과 산·학·연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9%는 기초연구가 국민의 삶에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75.4%에 달했다. 반면 64.4%는 한국 기초연구의 역량이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3%는 연구자가 연구주제, 연구비, 연구기간을 자유럽게 제시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76.9%의 응답자는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지원을 확대하고 특성화가 필요한 연구 분야는 에너지·환경융합·복합 분야, 바이오·의료융합, 기초생명과학 분야로 나타났다. 이창윤 과기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기초연구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제를 성장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 확보와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해 기초연구의 목표성과 전략성을 보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수학 같은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조사가 아니라 기초과학과 공학, 의학, 농학 같은 다른 분야와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기초연구에 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소재 대학에서 기초과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기초연구도 기초과학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정부는 항상 기초과학이 아닌 기초연구를 강조한다”며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기초연구만큼 기초과학 지원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년 4개월 만에 제주·양양공항 무사증 입국 재개

    2년 4개월 만에 제주·양양공항 무사증 입국 재개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해외 출입국 절차를 비롯한 방역 조치도 완화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오는 8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제주·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사증(무비자) 입국을 재개한다. 2020년 2월 중단한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이란, 쿠바, 미얀마 등 34개국 이외 국적자는 제주에서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전담여행사를 통해 양양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국적의 5명 이상 단체 관광객은 15일간 강원도와 수도권을 여행할 수 있다. 몽골의 경우 오는 10월 1일부터 적용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일상회복과 함께 지역 관광경제 활성화를 위해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조치들을 다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해외 입국자가 입국 6~7일차에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지 않고, 입국 전과 입국 첫날 유전자증폭(PCR) 검사만 받으면 된다. 문제는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전파력이 20% 이상 빠른 ‘BA.2.12.1’가 국내에도 유입됐다는 점이다. 첫 감염자는 지난달 16일 미국에서 입국한 다음날 인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이 변이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에서도 “필수 목적 외 해외 방문은 가능한 한 자제”하도록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 출입국 절차를 완화하며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고 하니 국민들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1~2주 안에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BA.2.12.1가 산발적으로 나타난다면 유행이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 교수는 “해외 입국자의 6~7일차 검사를 유지하고, RAT 대신 검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정확도가 높은 PCR 검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렸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재택근무 프로그램 설치비 등 최대 2000만원을 기업에 지원한다. 이날 인수위는 ‘코로나100일 로드맵 실천과제별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달 국민인식조사 등을 실시해 거리두기 적용체계 개편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업종별 일괄 적용 대신 밀집·밀접·밀폐도를 따져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또 윤석열 정부는 이달 중 실외 마스크 전면 해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 과학 모르는 한국 성인들, 코로나 시대 안녕하시겠습니까?

    과학 모르는 한국 성인들, 코로나 시대 안녕하시겠습니까?

    이제는 일상이 된 코로나19 상황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끝날 듯하다가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끈질기게 인류를 괴롭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은 ‘빨리 백신이 나와서 이 상황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그렇지만 막상 백신이 나오자 이런저런 이유로 ‘백신 접종하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면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미디어·SNS서 극단 메시지 확산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은 이제 과학이 단순히 ‘중요하다’가 아닌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 만나 보지 못했던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막연한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이러스 관련 지식 전달에 적극 나섰다. 그렇지만 바이러스 관련 지식을 전파하는 수단인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다른 쪽에서는 왜곡되거나 극단적인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데도 악용된다. 일부 국회의원이나 전문가 집단은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코로나19는 감기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주장 대부분은 일부 사실을 부풀리거나 축소하고 또는 일부만 인용해 교묘하게 자기 입맛에 맞게 손질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과 주장이 뒤섞이면서 대중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짜뉴스나 잘못된 정보에 호응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교묘하고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와 올바른 정보를 구분해 낼 수 있는 ‘과학문해력’(Science Literacy)이 코로나 시대 시민의 기본 자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美 등서는 90년대부터 중요 덕목 강조 과학문해력이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되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과학 개념을 갖고 과학 관련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숫자나 그래프로 된 과학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 과학적 사고방식을 갖기 위한 기본 과학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등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과학단체를 중심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시민의 덕목으로 ‘과학문해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과학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과학자집단이자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1985년에서 2061년까지 초·중등학생에 대한 과학교육, 과학에 대한 관심 촉발, 성인의 과학이해 증진 등을 목표로 하는 ‘AAAS 프로젝트 2061’을 진행한다. 특히 과학, 기술, 수학에 대한 대중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모든 미국인을 위한 과학’이 핵심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북유럽 등 서구 과학 선진국들에서는 과학교육 개혁, 과학 대중화를 넘어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과학문화의 정착을 위해 과학문해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과학문해력 개념은 초·중등학교 과학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외국과 달리 여전히 학교 교육이나 아동, 청소년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과학이나 수학을 쳐다보지도 않고, 성인 대상 과학문해력 프로그램들이 단순히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도 과학문해력의 개념을 좁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00년부터 격년 단위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과학기술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전국 17개 시도 19~69세의 성인남녀 1000명과 13~18세 남녀 청소년 657명을 선별해 방문 면접과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100점 만점에 성인은 46.9점, 청소년 57.1점으로 나타나 앞선 2018년 조사 때보다 모두 점수가 상승했다. 그렇지만 미국(63.3점)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의 경우 다른 분야의 관심도와 비교해서도 과학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수준이다. 경제에 대한 관심도 72.1점, 교육 55.5점, 국제·대외정책 47.8점보다도 낮다.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이해도 부문 점수는 이보다 더 낮다. 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청소년의 경우는 44.6점으로 나왔지만 성인의 이해도 점수는 36.5점으로 낙제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 조숙경 교수(과학사·과학커뮤니케이션)는 “과학문해력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지식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해 세계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며 “국내에서 과학문해력, 특히 성인의 경우는 여전히 과학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그나마도 과학 선진국들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건보 보장률 70%로 올린다더니… 文케어 목표 사실상 실패

    건보 보장률 70%로 올린다더니… 文케어 목표 사실상 실패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65.3%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1% 포인트 올랐지만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혼합진료 금지와 비급여 의료행위 제한, 공공병상 확대 등의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건보 보장률이 늘어도 비급여가 같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 통계에 따르면 건보 보장률 70%를 달성한 곳은 상급종합병원(70.0%)뿐이었다. 환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의원급은 59.6%에 그쳤다. 의원급 진료 비용의 40.4%는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7년 8월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하기 이전 건보 보장률은 62.7%(2017년)였다. 지난해 보장률이 65.3%였으니 3년간 연평균 0.87% 포인트 오른 셈이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2019년에 시행한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희망하는 보장률은 73.1%로, 지금과 7.8% 포인트가량 괴리가 있다. 정부는 보장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문재인 케어 일정에 따라 급여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통제할 강력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목표 달성 가능성은 미지수다. 급여 진료항목이 늘수록 의료기관들이 소위 ‘돈 되는’ 진료를 하고자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어서다. 보장률을 높이려면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같이 시행해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거나,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은 비급여 의료행위를 추려 제한하는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 경증 환자에게 적용되는 급여 항목도 더 늘려야 한다. 지난해 기준 비급여 부담률은 상급종합병원이 9.3%, 의원급이 20.2%였다. 공공의료기관을 더 늘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공의료기관의 건보 보장률(종합병원급 이상)은 72.6%로, 민간의료기관(65.9%)보다 높다. 
  • 국민 2명 중 1명 이상 “식목일 3월로 바꾸자”

    국민 2명 중 1명 이상 “식목일 3월로 바꾸자”

    국민 과반수가 식목일을 4월에서 3월로 앞당기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 3월 1일자 1·2면> ●3월 식목일 찬성 56%-현행 유지 37% 31일 산림청에 따르면 3월 22~23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민 1006명을 대상으로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3월로 식목일 날짜 변경’에 응답자의 56.0%가 찬성했다. 현행 유지는 37.2%였다. 찬성 이유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을 지목했다. 이번 조사는 기후변화로 나무심기가 앞당겨지는 데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국민 관심 제고 등을 위해 식목일 날짜 변경이 알려진 후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로 ‘3월 식목일’에 대한 반감이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올해 식목일 행사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기후 변화 대응에 나무 심기 중요 96% 응답자의 96.6%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무 심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식목일이 담아야 할 의미로는 나무심기 중요성을 알리는 날(53.3%)이 나무심기에 적합한 날(22.7%)이라는 응답보다 많아 상징적 국가 기념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과거 산림녹화의 식목일에서 미래의 식목일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설 연휴였던 지난달 13일 SBS가 록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했다. 반면 이성 간 키스 장면은 그대로 내보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들은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하거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말 뒤에 숨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막겠다는 처사들이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있다. 미디어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거나 극의 희극성을 높이는 인물로 묘사하기 일쑤다. 이런 전방위적인 차별 앞에 성소수자의 삶이 안전할 리 없다. 성소수자 차별은 옳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2017년 6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81%가 ‘직장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인권위가 2017년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의 92.2%가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중은 98.0%였다. 지난달 공개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2%가 지난 1년 동안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까지 갖고 있다.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도 처벌한다. 유엔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계속 권고하고 있지만 올해로 15년째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국회의 현주소다. 이런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는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를 ‘자기 주변에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지 못하게 하고 미디어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거나 왜곡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간다. 성소수자가 내 가족, 내 친구, 내 연인, 내 이웃이라면 ‘동성애는 질병’이라는 혐오발언이나 ‘성소수자 인권 보장은 나중에’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가족이나 친구로, 동네에서 만난 경험이 있을 경우 만난 경험이 없을 때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적었다. 성소수자는 지금보다 더욱 가시화돼야 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려는 모든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이제는 거부해야 할 때다. 5sjin@seoul.co.kr
  • 정 총리 “변이바이러스 확산 차단 급선무...신속 조사해야”

    정 총리 “변이바이러스 확산 차단 급선무...신속 조사해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전파된 것이 확인된 가운데,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역당국은 변이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접촉자를 폭넓게 파악해 감염여부를 신속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4일 정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영국발 변이바이러스가 유입 단계에서 차단되지 못하고 국내에 전파된 사례가 확인됐다.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이 자가격리 기간 중 외부 사람들과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역사회로의 광범위 확산을 선제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이후 국내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5명 추가 확인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누적 건 수가 39건으로 늘었다. 이중 영국발 변이는 27건, 남아공 변이 7건, 브라질 변이는 5건이다. 특히 신규 5건 가운데 4건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유입된 사례로 확인됐다. 정 총리는 “해당 지역에서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혹시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감시와 관리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방대본은 입국자 자가격리 과정에 빈틈이 없는지 다시 점검하고 격리 중 가족이나 이웃에 전파되는 일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정 총리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도 주문했다. 그는 “최근 복지부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10분 중 8분은 이번 3차 유행 차단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적이라고 평가했지만, 방역기준 공정성에 대해 긍정과 부정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며 “실천방법에 따라 수긍하기 어려운 점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거리두기가 불가피하다면 이제는 왜 하냐보다 어떻게 하냐가 국민 참여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방역당국이 지침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이행과 실천 주체인 현장의 국민들과 함께 방역수칙을 만들어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중수본은 국민참여 하에 새로운 방역기준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거리두기 체계 개편작업을 진행해주기 바란다”며 “자율과 책임, 참여방역이 기반이 될 때, 거리두기는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서 우리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방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내가 장녀인데, 왜 상주는 남동생이 하나요”

    “내가 장녀인데, 왜 상주는 남동생이 하나요”

    40대 A씨는 10년 전 아버지 장례식만 생각하면 서러워진다. 자신이 맏이인데도 상주는 막내 남동생이 했고, 발인하는 날 영정사진도 남동생이 들었다. 갓을 쓴 생전 처음 본 집안 어르신이 나서 장례를 주도하며 남동생과 모든 것을 상의했고, 자신은 찬밥신세였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마저 찬밥 취급을 당한 것 같아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장례문화는 A씨 집안 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50대 1312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상주나 주요 의사결정자 역할을 하는 데 반해, 여성은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19일 설문조사를 담은 ‘한국 장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및 성평등한 장례문화 모색’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상주의 역할, 영정사진과 위패 들기, 의사결정 권한과 상주 이후 제주의 역할까지 남성이 맡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상주 역할, 영정사진이나 위패를 드는 것은 주로 남성’이라는 데 95%가량이 공감했다. 반면 ‘상주는 남성, 여성은 조문객 맞이’라는 식의 기존 장례식 성역할에 대해선 반수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현실과 인식간 선명한 차이를 보였다. ‘상주는 남성이 해야 한다’는 진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응답률이 60.0%로 과반을 넘었고, 특히 ‘장례에서 여성은 음식을 준비하고 조문객을 대접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9.6%로 더 많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송효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모든 절차와 의식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여성은 주변화되어 가부장제가 극대화됐다”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성평등 문화 수준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의 모습과 구성이 다양해지고, 가족 문화와 가치도 많이 변화했으나 유독 장례 절차만은 남성과 아들 중심의 형식적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참여자의 89.2%는 ‘성차별적 제사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85.8%가 ‘기존의 장례방식은 1인 가구, 비혼 증가 등 최근의 가족 변화와 맞지 않는다’는데 동의했다. ‘장례에 상주가 필요한가’란 질문에 63.9%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으나,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36.1%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상주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사람·가족의 장례식에서 상주는 누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36.9%는 ‘장남·장손’, 36.0%는 ‘가족이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인과의 친밀도 순’(10.0%), ‘성별에 관계없이 나이순’(6.8%) 등의 답변도 있었다. 남성 중심의 상주가 아닌 다양한 관계들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장례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은 누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48.0%가 ‘외가, 친가, 성별 등 구분없이 남은 가족들이 상의해서’라고 답했으며, ‘상주를 정하고 상주를 중심으로’라는 의견도 22.6%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84.7%는 ‘성별에 따라 역할을 한정하고 차별하는 장례문화를 개선하려면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송 연구위원은 “응답자들이 전반적으로 성평등한 장례문화에 대해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해당 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라며 “가부장적이고 성 불평등한 장례문화 관련 법제를 개선하고, 성평등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홍보·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혼, 1인 가구, 제도 밖의 친밀한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죽음 이후 장례 등을 부탁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민 절반 “올해 임금 제대로 못 받았다”…옷·신발 안 사며 허리띠 졸라매

    국민 절반 “올해 임금 제대로 못 받았다”…옷·신발 안 사며 허리띠 졸라매

    국민 절반이 올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임금이 줄었다고 밝혔다. 여성과 20대 이하, 임시직 근로자가 ‘고용충격’ 직격탄을 맞았다. 옷과 신발을 사지 않고 교육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집콕족’이 늘면서 배달 음식 소비가 9배나 늘었다. 반면 여행과 숙박, 음식, 쇼핑 등 관광활동과 관련한 소비는 4분의1 넘게 줄었다. 10명 중 8명은 인권보단 방역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공동 협력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담긴 올해 우리 사회 모습이다. 매년 한 차례 발간되는 ‘한국의 사회동향’은 올해 ‘코로나19 사회동향 종합보고서’란 특별한 이름이 붙었다. 통계청은 “국가승인통계를 활용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대변혁과 새로운 일상의 모습을 그린 국내 최초 ‘코로나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지켰고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았다는 국민이 50.3%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은 직장에서 내몰렸거나 임금이 삭감되는 등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진 않았지만 임금이 줄었거나 무급휴가에 들어간 경우가 각각 26.7%, 14.0%로 나타났다. 실업자가 된 경우도 14.0%나 있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 5월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땐 감염에 대한 걱정보다 확진 시 받게 될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지난 3월 조사에선 ‘확진이란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 입을 것이 두렵다’(68.3%)가 ‘확진될까 두렵다’(58.3%)보다 10% 포인트 높았다. 감염 책임을 환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서 강했기 때문이다. 이후론 인식이 점차 변화했고, 6월 조사에선 감염 우려(64.1%)가 더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방역대책이 강화돼야 할 때라면 인권보호는 후순위로 밀어야 한다’가 78.2%에 달했다. 원격수업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는데, 특히 초등학교 교사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등 교사 54.4%는 원격수업 효과가 등교수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원격수업 문제점으론 초·중·고교 교사 모두 ‘사회성 및 관계 형성을 위한 교육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코로나19는 노동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여성과 20대 이하, 임시직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됐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남성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18만 3000명 감소했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60%가량 많은 29만 3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24만 5000명)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직은 40만명 늘어난 반면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58만 7000명, 19만 5000명 감소하는 등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경제위기가 오면 소비 위축이 불가피한 데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까지 겹쳐 한층 부진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적은 소득 1분위(하위 20%)와 임시·일용직은 의류와 신발 소비를 많이 줄였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와 상용직에선 교육(오락·문화 포함) 분야 지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배달음식은 호황을 누렸다. 지난 8월 온라인 음식서비스 매출액은 1조 710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17년 1월과 비교하면 9배나 많은 것이다. 대신 지난 1~3월 재활용 가능 폐기물은 전년 동월 대비 9.7%나 증가했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코로나19 종식이 불투명한 가운데, 이번 위기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포장재 정책 수립을 위한 노력이 특별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 1~8월 내국인 출국자와 외국인 입국자는 지난해에 비해 약 80% 감소했다. 국내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 감소하는 등 반비례 현상을 보였다. 국내 관광 1번지인 서울 종로(-25.9%)와 경북 경주(-28.9%), 안동(-30.9%) 등은 관광객이 급감했다. 국내 대표 휴양지인 제주도 제주시(-31.7%)와 서귀포시(-33.8%)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지난 1~5월 관광활동과 관련된 카드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8% 감소했다. 여행업(-80.5%)과 관광쇼핑업(-68.3%), 카지노업(-55.4%)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민경선 경기도의원, 저조한 경기도 동물등록제 사업 실적 질타

    민경선 경기도의원, 저조한 경기도 동물등록제 사업 실적 질타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민경선(더불어민주당·고양4)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축산산림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저조한 경기도 동물등록제 사업 실적을 지적하고 홍보 강화와 함께 지도단속 강화 및 등록절차 간소화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민 의원은 연간 10억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경기도 동물등록제 실적이 올해 9월 말 기준 당초 계획량의 약 42%밖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경기도 차원의 실적 극대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지난해 동물등록 관련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등록할 필요성을 못 느낌 37.2%, 등록제 미인지 31.3%, 방법 및 절차 복잡 21.5%)가 동물등록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동물등록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민 의원은 무허가·무등록 등 불법 동물 사육시설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단속실적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반려동물 불법 동물 사육시설에 대한 법적 처분이 ‘동물보호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비교적 경미한 벌금으로 정해져 있어, 벌금을 내고 계속 영업을 하는 등 결국 불법 시설에 대한 근절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축산산림국이 중앙정부와 적극 협력해 ‘동물보호법’상 처분을 강화하는 정책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안했다. 한편 민 의원은 축산농장 외국인 노동자 구인대책과 관련 “경기도의 축산농장 외국인 노동자 수는 1682명으로 충청남도 212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중단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노동인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고 언급하며 “외국인 노동자는 언어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일정기간 국내 적응이 필요하나, 체류기한이 3년으로 현장 업무 습득 후 지속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원활해지는 시점까지 기존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경기도 차원에서 고용노동부에 적극 건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성식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지적하신 사안에 적극 공감하며, 정책 제안을 하신 사안을 중심으로 시·군 및 중앙과 협력해 반영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민 10명 중 7명 “세월호·살균제 참사 기업 처벌 낮아”

    국민 10명 중 7명은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사회적 참사를 유발한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발표한 ‘참사유발 기업의 처벌수위와 검찰과 법원 등 사법부 판단에 대한 전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세월호참사 가해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73.7%, 가습기살균제 참사 최대 가해기업 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고 답한 응답자는 60.8%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들은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검찰·사법부 판단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공정성을 묻는 말에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0%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서는 62.8%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회적 참사 재발 방지 대책으로 참사 유발 기업의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들이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민 85.4%는 집단소송제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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