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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코올성 간질환의 숨은 범인 찾았다…‘장-간 IgA 면역축’ 첫 규명”

    “알코올성 간질환의 숨은 범인 찾았다…‘장-간 IgA 면역축’ 첫 규명”

    IgA(면역글로불린 Aㆍimmunoglobulin A)는 주로 장과 호흡기 등 외부 환경과 맞닿아 있는 점막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막는 ‘방어 항체’로, 특히 장에서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점막 면역의 중요한 요소다. 그동안 알코올 연관 간질환 환자에서 혈중 IgA 수치가 높다는 사실은 진료 현장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잘 알려져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왜 IgA가 증가하는지, 높아진 IgA가 간질환의 결과인지 혹은 간의 염증이나 손상에도 관여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탁권용 임상강사ㆍ가톨릭대 의과학과 김민구 석사과정생)은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증가한 IgA가 간으로 이동해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고, 강한 염증반응과 간세포 손상으로 이어지는 ‘장-간 IgA 면역축’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장-간 IgA 면역축’을 규명하기 위해 환자의 혈액과 간 조직 분석에 동물모델, 공간전사체 분석, 사람 면역세포 실험을 결합했다. 특히 이물질 제거와 조직 회복을 돕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단핵구와 대식세포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혈중 IgA 수치가 높을수록 간 조직에도 IgA가 많이 축적됐고, 간의 단핵구와 대식세포에 IgA가 결합한 모습이 확인됐다. 이처럼 IgA가 면역세포와 맞닿아 있는 양상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1베타(IL-1β)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높아진 IgA가 단순히 질환에 따라 증가한 검사 수치가 아니라, 간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코올을 투여한 동물모델에서도 혈중 IgA 증가, 간 대식세포의 IgA 결합, IL-1β 발현과 간손상이 함께 나타났다. 면역세포의 이동을 조절하는 약물인 FTY720을 투여했을 때는 혈중 IgA와 함께 IgA가 결합한 간 대식세포가 줄고, 염증반응과 간손상도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단순한 혈액검사 이상으로 여겨졌던 IgA를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면역인자로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의 ‘장-간 축’ 연구가 장내 미생물이나 세균에서 유래한 물질에 주로 집중돼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이 장에서 만들어내는 면역항체 자체가 간의 염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공동 제1저자인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탁권용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는 장에서 증가한 IgA가 실제 간 조직으로 이어져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증폭시키고 간세포 손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결고리를 사람과 실험모델에서 함께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며 “향후에는 혈중 IgA가 어떤 환자에서 실제 간 내 염증을 잘 반영하는지 확인한다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알코올 연관 간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간질환이지만, 질환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 주로 장내 미생물의 관점에서 바라봤던 장-간 연결고리를 ‘IgA라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이어 “본래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항체인 IgA 전체를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앞으로 IgA가 간의 특정 면역세포와 만나 염증을 증폭시키는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해, 정상적인 면역기능은 유지하면서 병적인 장-간 IgA 면역축만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추후 혈중 IgA와 간 내 IgA 면역반응을 알코올 연관 간질환의 새로운 바이오마커 후보로 검증하는 한편, IgA와 간 대식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규명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대한소화기학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소화기·간질환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Gut’(IF 24.6)에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장–간 IgA 면역축 차단을 통한 대식세포 매개 염증 및 간손상 완화 (Blocking the Gut-Liver IgA Axis Attenuates Macrophage-Mediated Inflammation and Injury in Alcohol-Associated Liver Disease)‘ 라는 제목으로 최근 게재됐다.
  • 돼지 위장에서 사흘 작동하는 ‘먹는 종이 배터리’ 개발 [사이언스 브런치]

    돼지 위장에서 사흘 작동하는 ‘먹는 종이 배터리’ 개발 [사이언스 브런치]

    몸속 의료기기에 전기를 공급한 뒤 용도가 끝나면 분해돼 사라지는 ‘먹는 종이 배터리’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과,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미디어 아트 및 과학 프로그램, 데이비드 코흐 통합 암 연구센터, 비교 의학 연구부, 하버드대 의대 부설 브리검 여성병원,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마그네슘과 삼산화몰리브데넘으로 만든 생체흡수성 종이 배터리를 개발하고 돼지 실험으로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화학공학’ 9월 22일 자에 실렸다. 삼키거나 몸에 심는 전자기기는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과 전기 자극 치료의 폭을 넓히고 있지만 전원 공급이 항상 문제였다. 알칼리·리튬 이온 전지는 포장이 손상되면 전해질이 새어 체내 조직을 손상할 수 있고 분해되지 않는 케이스는 그대로 몸속 전자 폐기물이 된다. 단추처럼 작은 전지를 잘못 삼키면 식도 천공이나 누공,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음극(-)에 마그네슘 합금, 양극(+)에 삼산화몰리브데넘과 셀룰로스 나노섬유, 활성탄을 7대 2대 1로 섞은 종이 형태의 복합체를 만들었다. 셀룰로스 나노섬유는 효소로 체내에서 쉽게 분해된다. 전해질은 콜린 염화물과 젖산을 녹여 만든 생분해성 이온성 액체를 젤라틴 겔에 섞어 굳혔고 전체를 밀랍으로 약 300㎛(마이크로미터) 두께로 감싸 위산에 너무 빨리 녹지 않도록 했다. 크기는 지름 7.5㎜ 원형, 6×24㎜ 대면적 두 가지로 만들어 캡슐에 넣었다. 종이 배터리의 개방 회로 전압은 1.84V(볼트)로 일반적으로 쓰는 아연 전지 1.4V나 산화은 전지 1.55V보다 높았다. 면적당 용량은 2.43㎃h/㎠, 에너지 밀도는 4.13㎃h/㎠였고 계속 방전시켜도 하루 동안 1.6V 안팎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위장 구조가 사람과 비슷한 요크셔종 돼지에 내시경으로 캡슐을 넣고 사흘간 관찰한 결과 엑스선 영상에서 캡슐은 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위에 머물렀다. 전압은 1.8V에서 1일 차 1.6V, 3일 차 1.45V로 서서히 떨어졌다. 1주일을 넘기면 겔 전해질이 마르고 마그네슘이 부식되며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모의 위액으로 분해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종이 배터리는 수 주 내에 부서졌고 캡슐은 40일 안에 대부분 녹았다. 체내에 완전히 노출되더라도 용출되는 마그네슘은 최대 3.4㎎, 몰리브데넘은 하루 1㎎ 미만으로 일일 섭취 기준(각 420㎎, 2㎎)을 크게 밑돈다. 두 금속 모두 체내 흡수와 신장 배설 경로가 알려진 필수 미량원소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복약 순응도를 추적하는 배터리 보조형 RFID 태그, 위 전기자극 치료 캡슐로 사용될 수 있다. 기존 수동형 태그는 판독기를 목이나 허리에 붙여야 했지만 종이 배터리 태그는 4m 이내까지 안정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실제로 살아 있는 돼지 식도에 넣고 1.5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하자 신호 세기가 삼키기 전보다 약 10㏈(데시벨) 떨어져 제대로 약을 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위가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 위마비 치료에 쓰이는 위 전기자극 치료는 현재는 복강경 수술로 전극을 위 근육에 꿰매야 한다. 연구팀은 종이 배터리를 캡슐에 넣어 삽입하면 최대 7일 정도 자극을 이어갔다. 실제로 돼지 위를 20분 정도 자극하자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이 최대 50%, 평균 36.3% 늘었고 조직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MI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먹는 전자기기’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전원 문제를 생체흡수성 재료만으로 풀어낸 첫 사례”라며 “회수 절차를 없애고 기기가 몸에 남을 위험과 위장관 내 전자 폐기물을 함께 줄인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하고 환자 친화적인 생체전자 의학으로 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 톤28, 브랜드 10주년 맞아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 출시

    톤28, 브랜드 10주년 맞아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 출시

    톤28, 팝업 대신 ‘UNPACK’ 선택…10년 연구와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스킨케어 방향 제시 ㈜톤28(TOUN28)이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신제품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THE FIRST BLUE PEPTIDE)’를 17일 공식 출시했다. 최근 뷰티 브랜드의 신제품 론칭이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톤28은 10년 만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방식으로 ‘팝업’이 아닌 ‘UNPACK’을 선택했다. 지난 11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TOUN28 2.0 UNPACK – THE FIRST BLUE PEPTIDE’에서 톤28은 신제품을 먼저 소개하기보다 지난 10년간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방식으로 피부를 연구해왔는지부터 설명했다. 2016년부터 약 4년간 축적한 3만건 이상의 피부 측정 데이터, 전라남도 해남에서 직접 재배해온 병풀, 자체 연구소 구축과 처방 개발까지. 톤28은 지난 10년 동안 효율과 편의를 앞세우기보다 브랜드가 지향해온 방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왔다. 자연과 피부를 대하는 이러한 태도는 이번 UNPACK에서도 제품과 함께 소개됐다. 톤28은 이러한 연구개발 방향을 ‘Super Natural(슈퍼 내추럴)’이라는 브랜드 방향성으로 정리했다. 자연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가능성을 연구개발과 데이터로 더 깊이 탐구하고 제품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확인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자연에서 답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과학과 기술을 더해 새로운 스킨케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그 연장선에서 나온 첫 결과물이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다. 핵심 성분인 구리 트리펩타이드-1(Copper Tripeptide-1)을 중심으로 피부 탄력과 컨디션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톤28은 원료 함량과 제형 개발,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제품의 특성을 확인했으며, 블루 펩타이드 라인의 크림을 대상으로 홈케어 뷰티 디바이스 사용군과 비교하는 방식의 시험을 진행해 탄력 관련 지표를 살펴봤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통해 화장품을 통한 탄력 케어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제품 개발 방향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행사 이후에는 제품뿐 아니라 톤28의 개발 과정과 연구 방향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뷰티·패션 매거진과 업계 관계자들이 행사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블루 펩타이드’가 언급됐다. 지난 11일 공식몰 고객을 대상으로 선공개한 제품은 준비 물량이 약 2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다. 톤28은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를 시작으로 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제품은 17일부터 톤28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 판매된다.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치 없는 인간, 눈치 있는 AI로 대체되나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치 없는 인간, 눈치 있는 AI로 대체되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로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점점 줄면서 상대의 비언어적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눈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일일이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반응을 빠르게 알아채 스스로 행동을 고치는 기술이 등장했다.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마이크로소프트(MS)연구소 아시아 공동 연구팀은 사람의 뇌파를 이용해 AI를 실시간으로 원하는 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신경 가치 정렬’(NVA)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뇌파로 사람과 AI의 인지적 불일치를 포착해 AI가 사람의 목표에 맞춰 행동을 수정하는 기술로 ‘눈치 빠른 AI’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버네틱스 분야 국제 학술지 ‘IEEE 트랜잭션스 온 사이버네틱스’ 에 실렸다. AI를 원하는 목표에 맞춰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생성형 AI의 경우 예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때처럼 프로그램 언어를 따로 배울 필요 없이 자연어로도 명령이 가능하지만 원하는 바를 정확히 프롬프트해야 하고 미세 조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처럼 AI는 주로 사람의 말, 행동, 몸짓 등 외부 정보를 바탕으로 의도를 추정했다. 그렇지만 같은 행동이라도 목적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물컵을 집더라도 마시기 위한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건네려는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이런 ‘목적-행동 모호성’ 때문에 AI가 사람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면 다시 명령하거나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 연구팀은 사람이 예상과 다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예측 오차’에 주목했다. 뭔가 잘못된 행동을 보면 뇌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이게 아닌데’라는 신호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AI가 목표 자체를 잘못 이해했을 때 나타나는 ‘보상 예측 오차’와 목표는 맞지만 행동 과정이나 방식이 예상과 다를 때 나타나는 ‘상태 예측 오차’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AI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면서 실시간 뇌파(EEG)를 측정했다. 관찰 결과 실제로 목표 자체를 잘못 이해했을 때와 행동 방식이 잘못됐을 때 사람의 뇌는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두 가지 오류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뇌파 패턴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딥러닝으로 뇌파만으로 사람이 AI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의 뇌 신호를 AI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스스로 행동을 고치도록 한 ‘신경 가치 정렬 기반 인간-AI 시너지’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상태 예측 오차가 감지되면 AI는 “원하는 목표는 맞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재빨리 행동 방식을 바꾸고, 보상 예측 오차가 나타나면 “목표 자체를 잘못 이해했다”고 판단해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찾게 한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갑자기 목표나 행동이 바뀌어야 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기술은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피지컬 AI 로봇이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행동을 조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의 생각을 빠르게 반영하거나 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가 의료·재활 로봇을 제어하기도 하고 학생의 인지 상태에 맞춰 학습을 돕는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이상완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눈에 보이는 행동 결과만으로 인간의 의도를 추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뇌 인지 신호를 읽어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피지컬 AI, 자율주행, 정밀 맞춤형 교육, 의료용 로봇,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등 인간과 AI의 협업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조숙경 켄텍 교수 ‘AI 시대 과학과 문화’ 올해 세종학술도서 선정

    조숙경 켄텍 교수 ‘AI 시대 과학과 문화’ 올해 세종학술도서 선정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에너지공학부 교수의 저서 ‘AI 시대 과학과 문화’가 2026년 세종학술도서에 선정됐다. ‘세종학술도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하는 국책사업으로, 국내 출판산업의 양서출판 의욕을 높이고 국민의 독서문화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는 교양과 학술 부분에서 총 6800여 종이 출품됐으며, ‘AI 시대 과학과 문화’는 자연과학 분야 우수 학술도서로 뽑혔다. ‘AI 시대 과학과 문화’는 △첨단기술과 마주하는 방식 △첨단기술을 교육과 접목하는 방식 △첨단기술로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을 주제로 AI 시대 과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조명한다. 조숙경 교수는 “AI 시대에는 기술의 고도화뿐 아니라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과학과 사회가 소통하면서 공통의 영역과 신뢰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켄텍 이공계 인재들 교육에서 이 책이 에너지 분야와 사회를 연결하는 ‘인문학적 통찰’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숙경 교수는 국내 과학문화 및 과학대중화 연구를 이끌어 온 전문가로,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회장에 선출됐다. 지난 5월에는 한국과학기술문화소통학회를 창설하는 등 과학기술문화의 소통과 확산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세종로의 아침] 여름을 보내며 드는 단상들

    [세종로의 아침] 여름을 보내며 드는 단상들

    “올여름이 당신의 남은 인생에서 겪을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기후과학자들의 경고처럼 지난여름 폭염은 무시무시했다.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이 추석과 10월 초 연휴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잡문을 쓰고 지낸 지 26년, 그중 과학 분야만 20년을 넘게 담당하다 보니 가을이 가까워 오면 선선해진 날씨나 울긋불긋 변하는 풍경보다 다른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한 달 뒤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다. 올해는 10월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수상자 발표가 예정돼 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 마지막 날을 축하라도 하듯 7일은 누리호의 5차 발사까지 잡혀 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과학기자들의 대목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묘한 긴장감,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분노, 짜증 등 복잡한 감정이 느껴진다. 평소 눈곱만큼도 과학에 관심이 없다가 노벨 과학상 발표, 로켓 발사 같은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만 호떡집에 불난 듯 호들갑 떨면서 훈계질도 모자라 전문가 의견조차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배고프면 밥 먹어야 한다’는 식의 뻔한 해법을 제시하는 언론, 정치권, 호사가들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과학과 기술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와 ‘그게 그거 아니냐’는 뻔뻔스러움까지 마주하면 울화가 치민다. 한국 과학기술의 백년대계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르지만 우리는 과학기술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쓰면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됐다. 과학은 자연 현상의 근본 원리와 ‘왜’를 탐구하는 행위라면 기술은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쓸모를 찾는 ‘어떻게’의 영역이다. 이런 상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 보니 과학을 기술발전의 수단이나 경제성장의 도구쯤으로 취급한다. 돈이 되는 연구,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기초과학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다. ‘이공계 위기’ 담론만 봐도 우리 사회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언론이나 정치권은 툭하면 ‘이공계 위기’, ‘의대 블랙홀’을 주장하며 한국 과학기술 기반이 금세 무너질 것처럼 떠들어댔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전기·전자, 반도체 분야 지원자가 의대 못지않게 늘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사실 취업 잘 되고 돈 잘 버는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공계 위기가 진짜 구조적 위기였다면 아무런 정책 없이 고작 몇 달 만에 사라질 수는 없다. 현상의 한 부분만 붙잡고 위기라 목청을 높이다가 슬그머니 입을 닫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수시로 배출하는 미국이나 독일, 아시아 노벨상 강국 일본 같은 과학 선진국들은 좀 다르다. 과학을 단순히 국가 경쟁력 제고나 경제 발전의 수단이 아니라 일상 속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인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가 “‘도움이 된다’는 말이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문화로서 과학을 강조하는 것이다. 과학 선진국들에서는 언론, 정치인, 시민들도 과학을 성패나 손익으로만 취급하지 않는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장려하고 인내심을 갖고 긴 호흡으로 기초연구를 지켜보며 실패를 새로운 발견으로 가는 당연한 과정이자 자산으로 여기는가 하면 모르는 것은 솔직히 드러내고 배우려고 한다.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 사회도 이제 과학을 이런 식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됐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이제는 철 지난 농담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번 가을에는 아는 척하며 되도 않는 훈수 두기에 앞서 차분히 과학책 한 권을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노벨 과학상 발표와 누리호 발사를 지켜보며 과학책을 보는 일이야말로 과학을 문화로 바꾸는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유용하 산업부 과학전문기자
  • 중세시대 유니콘 뿔로 팔렸던 ‘이것’…첨단 3차원 X선으로 분석해보니 [사이언스 브런치]

    중세시대 유니콘 뿔로 팔렸던 ‘이것’…첨단 3차원 X선으로 분석해보니 [사이언스 브런치]

    일각고래의 길고 흰 나선형 엄니 덕분에 오랫동안 ‘바다의 유니콘’으로 불리며 신화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중세 유럽에서는 이 엄니가 ‘유니콘 뿔’이라며 마법을 지닌 물건처럼 거래되기도 했다. 당연히 마법은 없지만 아직도 과학계에서는 일각고래가 엄니를 어디에 쓰는지, 왜 엄니에 왼쪽 방향 나선이 그려져 있고 곧게 뻗는가라는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덴마크 오르후스대 나노과학 센터, 화학과, 덴마크공과대(DTU) 응용수학 및 컴퓨터과학과, 물리학과, 스웨덴 예테보리 찰머스공과대 물리학과, 룬드대,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 연구소, 폴 세러 연구소, 로잔 연방공과대(EPFL), 중국 과학원대, 프랑스 방사광가속기 연구소, 그린란드 국립 자연물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첨단 3차원 X선 영상 기술을 이용해 일각고래 엄니가 특유의 나선 구조를 얻게 된 원리를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8월 19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다양한 X선 영상 기법을 조합해 일각고래 엄니를 정밀 분석했다. 엄니 자체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서 원자, 나노, 마이크로 규모에 걸쳐 엄니 내부 전체를 3차원으로 지도화했다. 특히 강한 X선을 엄니에 통과시킨 뒤 나노미터 크기의 광물화된 콜라겐 원섬유에서 X선이 산란되는 양상을 분석하는 ‘텐서 단층촬영’이라는 특수 3차원 X선 기법을 활용했다. 일반적인 컴퓨터 단층촬영(CT)이 ‘어디에 무엇이 있는가’를 보여준다면 텐서 단층촬영은 여기에 더해 ‘그 구성단위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까지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각고래의 엄니는 뿔이 아닌 왼쪽 송곳니가 턱뼈와 윗입술을 뚫고 자라 나오면서 2m가 넘게 길어진 것이다. 사람의 치아와 달리 법랑질이 없고 안쪽은 상아질, 바깥쪽은 백악질로 이뤄져 있다. 분석 결과, 엄니 바깥쪽 백악질 조직은 왼쪽 방향으로 꼬여 있지만 안쪽 상아질 조직은 오른쪽 방향으로 꼬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감긴 두 나선이 안쪽 조직과 바깥쪽 조직의 경계면에서 맞부딪히며 일종의 생물학적 평형을 이뤄 단단한 형태를 갖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엄니를 단단하게 한 것은 광물화된 콜라겐 원섬유 때문이다. 원섬유들은 기본적으로는 엄니의 길이 방향을 따라 작은 각도로 일정하게, 일종의 헤링본 형태로 정렬돼 있었다. 미세한 각도 편차가 길이 방향으로 누적되면서 수 m 규모의 거대한 나선이 만들어졌다. 서로 반대로 감긴 두 구조가 만나는 곳은 상아질과 백악질 사이의 전이 구간으로, 생물학적으로 매우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구조는 나선이 하나뿐이거나 막대 형태인 경우에 비해 휘거나 비틀리는 힘에 훨씬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감긴 두 나선 덕분에 일각고래 엄니가 특유의 왼쪽 나선을 유지하면서도 곧게 자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로 일각고래 엄니는 자연계에서 알려진 유일한 ‘곧은 엄니’다. 연구를 이끈 헨리케 비르케달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고래의 수명은 80년 정도이기 때문에 이빨은 일생 동안 변해 온 환경 조건의 기록보관소나 다름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바다에서 가장 상징적인 동물 중 하나를 둘러싸고 수백 년 풀리지 않았던 자연과학의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점과 함께 자연이 극한의 기계적 성능을 지닌 재료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한다”고 설명했다.
  • 인공지능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정확히 진단 예측한다

    인공지능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정확히 진단 예측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제한된 관심과 반복행동,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미국에서는 8세 아동 31명 중 1명 꼴로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등록 자폐성장애인이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약 4만 3000명으로 최근 10여 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보호와 돌봄을 위해서 필요한 진단과 경과 예측은 현재는 증상과 징후 관찰에 의존하고 있어서 영유아기 조기 진단과 치료적 개입에 한계가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호주 멜버른대 컴퓨터공학부 공동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인공지능(AI)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개인별 특성 평가와 치료 경과 예측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9~13일 제주에서 열리는 인공지능·데이터마이닝·데이터사이언스 분야 국제 학술대회인 ‘ACM SIGKDD’ 중 ‘과학을 위한 인공지능’ 분과에서 발표됐다. 우선 연구팀은 fMRI 분석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정상 발달 아동보다 두뇌의 기능적 연결성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하두정소엽과 감각 중계 역할을 하는 시상을 중심으로 뇌 전반의 네트워크 연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AI 기반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는 주로 분류와 회귀를 활용한 진단 보조 모델 개발에 집중됐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진단 정확도를 넘어 AI가 뇌의 생리·병리적 변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해석할 수 있는 모델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AI가 실제 두뇌 네트워크의 변화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평가하는 ‘생성적 매니폴드 감사’(GMA)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정상 발달군의 두뇌 연결 패턴을 학습한 AI에서 특정 뇌 영역의 연결을 차단해 변화를 분석하고 ‘민감도 격차’ 지표를 통해 AI가 단순한 정보 손실이 아닌 실제 뇌 네트워크 구조의 변화를 포착하는지 평가했다. 이렇게 개발한 분석법은 대규모 다기관 자폐 뇌영상 데이터셋 ‘ABIDE’와 서울대병원의 자폐 아동 임상 코호트를 활용해 검증했다. 그 결과, 생성형 AI 모델이 이전 모델들보다 뇌 네트워크의 구조적 변화를 더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뇌 기능 네트워크의 변화 양상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증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개인별 뇌 변화를 AI로 분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경림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융합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마다 다른 뇌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크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 경과 예측에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항암제가 유독 안 듣는 암, 범인은 ‘옆집 지방세포’였다

    항암제가 유독 안 듣는 암, 범인은 ‘옆집 지방세포’였다

    암세포와 가까이 있는 지방세포는 암의 성장과 생존을 돕고 항암제 내성까지 떨어뜨려 암 환자와 의료진에게는 골칫거리다.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바로 옆 지방세포를 조력자로 바꾸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국립암센터 공동 연구팀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TRAP1’이 유방암 주변 정상 지방세포를 암 연관 지방세포(CAA)로 바꾸는 과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억제하면 기존 항암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드 타깃드 테라피’ 7월 28일 자에 실렸다. CAA는 염증 물질과 지방세포 유래 분비 단백질을 내보내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돕고 항암제 효과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TRAP1이 세포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을 촉진해 정상 지방세포가 CAA로 바뀌는 ‘mTOR–PPARγ’라는 경로를 계속 작동하도록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실제 유방암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양 주변 지방조직에서 TRAP1 발현량이 정상 지방조직보다 3.0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으로 TRAP1을 제거하자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감소했고 암을 돕는 지방세포로의 변화도 억제되는 것을 관찰했다. 종양 무게는 최대 56% 줄었고 기존 유방암 항암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는 더욱 높아졌다. TRAP1을 직접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TRAP1 후보물질인 가미트리닙과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함께 투여한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종양 무게가 76% 줄었다. 먹는 약 형태로 개발 중인 TRAP1 억제제 SB-U015는 독성 반응 없이 시스플라틴과 파클리탁셀의 종양 억제 효과를 높여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유망한 치료 후보물질로서 잠재력이 확인됐다. 공선영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주변 지방세포가 항암제 내성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뿐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처럼 지방조직과 가까이서 자라는 다른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병헌 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뿐 아니라 암을 둘러싼 정상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까지 함께 조절하면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암세포와 주변 환경을 동시에 겨냥하는 항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피 한 방울만으로 대장암 재발·전이 예측한다

    피 한 방울만으로 대장암 재발·전이 예측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완전 정복되지 않고 있다. 암세포는 성장과 증식을 위해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데 그중 아미노산은 단백질 생성 재료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고 DNA를 합성하는 등 암세포 생존과 증식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특히 대장암은 이런 아미노산 대사가 크게 변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이런 변화는 종양 조직에만 머무르지 않고 혈액 속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원리에 착안해 한 번의 혈액 검사만으로 대장암 재발과 전이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화학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공동 연구팀은 혈청 순환 아미노산 네트워크 분석법을 개발하고 이를 대장암 환자의 재발과 전이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실렸다. 암 환자 혈액 속 아미노산 농도를 측정해 암조직의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들은 활발하지만 아미노산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함께 변하는지는 제대로 밝혀진 바 없다. 이에 연구팀은 소량의 혈청으로 19종의 순환 아미노산을 동시에 정밀 분석할 수 있는 불소 핵자기공명 분광법(19FNMR)을 활용해 아미노산별 농도와 상호 연결 관계를 네트워크 형태로 분석했다. 그 결과, 대장암이 진행될수록 혈액 속 아미노산 네트워크가 단계적으로 재편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이런 변화는 암이 커지면서 몸 전체 대사 체계를 새롭게 바꾸는 전신 대사 재프로그래밍을 반영하는 핵심 특징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장암이 진행될수록 근육과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린과 류신 등 분자사슬아미노산(BCAA) 비율은 줄고 암세포가 DNA를 만들고 빠르게 증식하는 데 필요한 글리신과 세린 비율은 늘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암이 자라면서 몸 전체의 아미노산 사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아미노산 네트워크 분석으로 얻은 정보를 인공지능(AI) 모델에 적용해 대장암 환자의 재발과 전이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현재 병원에서 대장암 환자 경과를 살필 때 사용하는 혈액검사 지표인 암배아성항원(CEA)보다 재발과 전이 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지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 속 아미노산의 ‘양‘만 보는 기존 분석을 넘어 아미노산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하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암의 진행 상태를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혈액 검사만으로 대장암 환자의 재발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새로운 정밀의료 기술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충식 카이스트 총장은 “이번 연구는 카이스트 내 ‘석박사 모험연구사업’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의과학과 화학 전공 대학원생들의 융합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계적 연구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학생 주도 융합연구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세계 1등 한국 반도체? 살얼음판 위 성과일 뿐… 혁신을 육성·보호하라 [창간 인터뷰]

    세계 1등 한국 반도체? 살얼음판 위 성과일 뿐… 혁신을 육성·보호하라 [창간 인터뷰]

    지금, 위기임을 모르는 것도 ‘위기’한국, 경쟁력 밑천인 소부장 약해미·일·유럽 없인 반도체 제조 멈춰정부가 혁신기업 육성 적극 나서야반도체 패러다임 바꿀 새 기술 선봬건설에 비유하면 주택 아닌 ‘아파트’ 유리·플라스틱 위에도 올릴 수 있어에너지 수요 대비 태양광 연구 박차혁신, 지옥·천당행 몰라도 나아가는 것기득권·경력직만으론 이룰 수 없어신입을 기술자로 키우며 함께 나가야R&D, 비중 재지 않고 ‘매출보다 더’황철주(66) 주성엔지니어링(이하 주성) 회장은 인터뷰 내내 통념을 뒤집었다. ‘세계 최고’ 찬사 속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사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이 취약한 ‘살얼음판 위 1등’이라고 했다. 이를 타개할 길은 ‘혁신’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찾은 대표 혁신기업인 주성의 용인 연구·개발(R&D)센터 건물 곳곳에는 ‘혁신·1등·성공은 먼저 더 잘한 결과’, ‘먼저 하면 혁신, 늦게 하면 고생’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황 회장은 기득권의 힘과 경력직 전문가만으로 혁신은 힘들다고 강조했다. 혁신 기업은 신입사원을 기술자로 키우며 길게는 수십 년의 실적 정체를 참아내 열매를 얻는다고 했다. 정부가 미래를 위해 혁신 기업을 육성·보호하길 제언했다. “혁신이란 한 발 앞이 지옥인지 천당인지 모른 채 내딛는 것”이라고 정의한 황 회장에게 반도체 산업의 미래, 소부장 경쟁력, 세계 최초 기술, 정책의 역할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치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세계 1등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반도체 제조 기술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소부장은 경쟁국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어느 나라가 반도체 선진국인가. “장비 회사로만 본다면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이다. 유럽은 ASML이 있고 미국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이 있다. 일본은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에만 집중돼 있다. 반대로 보면 이들 국가가 소부장 분야에서 수출을 1%라도 끊으면 한국 반도체 제조는 올스톱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살얼음판을 걷는 세계 1등이다. 우리에게 시장이, 원천 기술이, 힘이 있는가. 히든카드도 없다. 이 위기를 심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위기다.” -정부든 기업이든 대응할 때를 놓쳤다는 의미인가.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0% 원자재를 수입하고, 그중 하나라도 수입을 못하면 반도체 제조 시설이 위태롭다. 재료가 없다면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뭘 할 수 있겠나.” -회사 벽 곳곳에 붙은 문구들이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이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기능과 기술과 혁신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과 기술도, 기술과 과학도 구분이 안 된다. 어렴풋이 ‘혁신이 중요하니 혁신하자’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혁신을 정의한 사람도 없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과학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과학은 새로운 기준과 법칙을 만든다. 기술은 이를 바탕으로 상품과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기술이다. 과학자가 기술자를 보며 답답해하고, 기술자는 과학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바라보곤 한다. 과학과 기술이 힘을 합쳐 새로운 상품과 제품을 만들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지 서로 대립해선 안 된다. 러시아의 경우 과학은 세계 1등이지만 기술 산업 국가는 아니다. 러시아의 수출 품목은 대부분 천연자원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자원이 하나도 없지만 수출은 상위권이다. 기술 인프라가 있어서다. 기술과 과학이 협력하는 시스템이 돼야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이 된다.” -기술 얘기가 나왔으니 주성의 원자층박막성장(ALG)이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반도체 기술은 건설에 빗댈 수 있다. 80여 년간 반도체 기술은 같았다. 처음에는 100평 땅에 단독주택 집을 하나 지어서 1억에 파는 식이었다. 그러다 집값이 5000만원으로 떨어지니 100평 땅에 집을 2채 지어서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에 팔았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 4채, 그다음 8채, 16채를 지었다. 이게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주기적으로 배가된다)이다. 나중에는 100평 땅에 단독주택을 수천 채를 지어야 하니 집이 매우 좁아졌고, 나노(10억분의 1m) 단위까지 작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해졌다. 이건 개선이지 혁신은 아니다. 사실 100평에다가 100층짜리 아파트를 지어서 (큰 집) 100채를 공급하면 훨씬 큰 이익을 얻지 않겠나. 주성의 ALG는 단독주택 100채가 아니라 아파트 한 동을 짓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단결정 실리콘 위에서만 트랜지스터 채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5족 화합물 반도체 ALG 기술은 실리콘 위에서 채널 형성을 하여 집 지을 수 있고 유리, 플라스틱 등 위에서도 채널을 형성해 집을 지을 수 있다.” -ALG 상용화는 언제쯤인가. “아마 3~5년 걸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메모리가 서울에 있는데 로직(연산 칩)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격이다. 서로를 연결하려면 서울에서 LA까지 가야 한다. ALG 기술을 적용하면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지 않고, 엘리베이터와 같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면 된다.(현재는 메모리 칩과 연산 칩이 분리돼 있어 별도의 연결 구조가 필요하나 ALG 기술을 통하면 연산 칩 위에 바로 메모리 칩을 쌓을 수 있어 지연시간과 전력소모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 -주성은 태양광 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다. 그러나 에너지가 없으면 인류는 꼼짝 못한다. AI 데이터센터 등이 확산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데, 가장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는 태양광이다. 피지컬 AI 시대에는 새로운 태양광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태양전지 부문에서 양산성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효율을 지속적으로 경신하고 있다. 향후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35% 이상 효율 구현이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 탠덤 HJT와 페로브스카이트 장비와 3-5족 태양광 기술을 시장에 최초로 선보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혁신이 가능하려면 R&D 투자 비중은 얼마나 되나. “우리는 R&D 비중을 정하지 않는다. 매출액보다 더 많은 연구비를 투자할 수도 있다. 그래야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다. 계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이 시장이 언제 열릴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하면 혁신이고, 늦게 하면 고생일 뿐이다. 고생이 아니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투자도 혁신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엔비디아는 우리 회사와 같은 해(1993년)에 시작됐다. 그리고 성장 정체구간을 견뎌 혁신기업이 됐다. 그 사이 국가는 혁신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혁신기업 보호·육성책은 어떤가. “우리는 한 정권 내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또 인재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현장, 즉 어렵고 힘든 일이나 리스크가 큰 일을 피하는 듯하다. 그러니 기술자보다 기능인이 많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전문 경영인(CEO)은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니 혁신이 쉽지 않다. 능력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 문제다. 주성은 학력과 전공을 불문하고 신입사원만 뽑는다. 이들을 기술자로 육성해 세계 1등을 하고자 한다. 혁신을 위해 경력직원보다 (신입사원을 잘 육성한)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기업을 이끄는데도 벤처기업인 같은 느낌이 든다. “혁신은 목표는 있어도 시간적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장은 혁신의 크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만드는 것이고 (신기술을 사회가 원할 때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혁신의 성공은 시장이 만들지만 그 시장이 언제 올지 예측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한 발짝 앞이 지옥인지 천당인지 모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것을 만든다. 이런 혁신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혁신에 (목표를 꼭 이뤄내야 한다는) 신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요구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인내가 따르고 혁신은 언제 올지 모른다.” -‘AI 거품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AI 거품론은 과장된 것 같다. AI는 배우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하지만 쓰이는 분야와 양도 엄청 많아진다. AI가 스스로 배우는 만큼 쓰임새도 많아지니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수준의 90%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쫓아올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이후 99%까지는 생각보다 추격 속도가 떨어질 것이다. 사회주의의 거버넌스와 자본주의의 거버넌스에는 차이가 있어서다.” ■ 황철주 회장은 ▲1959년 경북 고령 출생 ▲인하대 공과대학 졸업, 인하대 명예 공학박사 ▲네덜란드 ASM 근무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설립 ▲제9·10대 벤처기업협회 회장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초대·3대 이사장 ▲제20대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일운과학기술재단 이사장 ▲대한민국기술대상 금탑산업훈장, 벤처기업대상 철탑·은탑산업훈장, 무역의날 산업자원부장관 표창, 벤처기업대상 과학기술부장관상, 특허기술상 대상 충무공상 등 수상
  • 기초 연구에서 임상까지…의생명 발견 가속할 ‘AI 비서’ 등장

    기초 연구에서 임상까지…의생명 발견 가속할 ‘AI 비서’ 등장

    많은 사람이 실험실과 과학자라고 하면 피펫과 시약이 오가는 장면을 떠올린다. 전형적인 생명과학 실험실 풍경을 바꿀 혁신적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연구자가 지시만 내리면 AI가 스스로 유전자 가위 클로닝 프로토콜을 짜고, 액체 취급 로봇을 구동할 자동화 코드를 작성해 낼 수 있게 한다. 연구자들이 반복적 노동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가설 생성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스탠퍼드대 의대 병리학과, 암 생물학 연구실, 소아과, 워싱턴대 컴퓨터과학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전기전자컴퓨터과학과, 프린스턴대 전기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 에이전틱 AI 개발사 사일로, 생명공학 기업 제넨텍, 아크 연구소,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 타마린드바이오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의생명 연구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의생명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비옴니’(BIomni)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 7월 10일 자에 실렸다. 현대 의생명 연구는 질병 기전, 진단, 치료제 개발을 이끌고 있지만 파편화되고 복잡한 작업 흐름 때문에 새로운 발견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실험, 데이터, 도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다룰 연구자 수는 턱없이 부족해 수많은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이 개발한 비옴니는 의생명과학 분야 25개 하위 분야의 논문 2500여 편을 분석해 ‘행동 공간’을 통합적으로 구축했다. 행동 공간은 AI 에이전트가 의생명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가용한 모든 연구 도구와 자원의 총체를 뜻한다. 대형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에이전틱 AI인 비옴니는 105개 소프트웨어 패키지, 150개 전문도구, 59개 데이터베이스가 통합돼 있다. 사전에 설정된 템플릿 없이도 검색 증강 계획과 코드 기반 실행을 통해 작업 흐름을 동적으로 구성한다. 성능 평가 결과 비옴니는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얻은 수만 개의 이름 모를 세포 데이터에 생물학적 이름표를 붙여주는 단일 세포 RNA 시퀀싱 주석 달기는 의생명과학 연구에서 필수적이지만 노동집약적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 전문가가 약 230분 걸리던 작업을 비옴니는 75분 만에 마쳤다. 희귀질환 진단은 약 3분,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WAS) 원인 유전자 탐지에서는 단 4분 만에 작업을 완료해 인간 전문가와 대등한 정확도를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옴니의 범용성은 웨어러블 센서 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19 생리적 지표 및 생체리듬 분석, 다중 오믹스 데이터를 통한 인간 배아 골격계 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분석, 단백질 열안정성 최적화, 액체 취급 로봇 구동을 위한 자동화 코드 생성까지 광범위한 임무를 자율적으로 완수함으로써 입증했다. 연구를 이끈 유레 레스코베츠 스탠퍼드대 교수는 “비옴니가 복잡하고 노동 집약적인 분석을 자동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가설 생성, 학제 간 협력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인간 과학자와 협력해 기초 연구부터 중개 연구까지 의생명 분야의 발견을 가속하는 연구 환경 변화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임수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언어지능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AI 과학자’(AI Scientist)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로 새로운 생명과학 전용 모델을 개발했다기보다, 대규모 언어모델이 문헌 검색, 데이터베이스 활용, 생명정보학 도구 실행, 코드 작성, 실험 프로토콜 생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임 실장은 “비옴니는 연구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연구 보조 플랫폼일 뿐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나 창의적인 가설 생성 능력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도 “연구팀에서 밝힌 것처럼 전문가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다”라며 “AI 과학자가 좀 더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AI는 반복 계산과 도구 조립을 맡고, 인간은 연구 개발의 방향·가치·철학 판단을 맡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켄텍 조숙경 교수, 한국 첫 과학커뮤니케이션 전문학회 KCST 초대 회장 선임

    켄텍 조숙경 교수, 한국 첫 과학커뮤니케이션 전문학회 KCST 초대 회장 선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에너지공학부 조숙경 교수가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커뮤니케이션 전문학회인 ‘한국과학기술문화소통학회(KCST)’ 초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KCST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을 연구하고 현장 실천 및 정책 연계를 모색하는 전문 학술단체로, 지난 5월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조숙경 교수는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PCST Network) 회장을 지냈으며, 국내외 과학소통 분야에서 연구와 협력을 이끌어온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KCST는 앞으로 과학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학술·정책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학 콘텐츠의 정확성과 대중성을 함께 높이는 ‘팩트(Fact)’와 ‘임팩트(Impact)’ 협력 모델 구축 ▲AI·에너지·기후위기·바이오 등 첨단과학기술 현안에 대해 정부·전문가·산업계·시민이 함께 숙의하는 사회적 공론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구자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과학소통 생태계 조성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KCST는 오는 11월 일본·중국·인도·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 전문가들과 연계한 창립대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2031년 PCST 세계대회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과학소통의 학술적 기반을 강화하고, 한국의 과학기술문화 역량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조숙경 교수는 “AI 시대에는 뛰어난 기술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신뢰와 소통이 혁신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KCST가 과학기술인과 과학커뮤니케이터, 정책 결정자와 시민을 잇는 대표 학술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K뷰티 미래, 건강한 노화의 대중화”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K뷰티 미래, 건강한 노화의 대중화”

    뷰티 기업 에이피알의 김병훈 대표가 “과거 K뷰티의 인기가 독특한 성분과 제형 등 신선함에 기인했다면, 오늘날은 과학과 기술을 결합한 신뢰와 검증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김 대표가 지난 24∼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스탠리 랜치에서 열린 ‘비즈니스 오브 뷰티’(BoB) 글로벌 포럼에 연사로 참석했다고 28일 밝혔다. 글로벌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이 주최하는 이 포럼에 국내 뷰티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K뷰티 재도약의 비결’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담에서 K뷰티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안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에이피알의 핵심 경쟁력으로 고객 데이터 기반의 ‘뷰티 테크 인프라’를 꼽았다. 실제 에이피알은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의 고도화를 넘어 이르면 연말 미용 의료기기 영역으로의 진출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외형 확장을 위해 브랜드를 다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별 차별적 정체성을 견고히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에이피알이 그리는 미래 뷰티 산업의 화두로 ‘롱제비티(건강한 노화)의 대중화’를 제시했다. 그는 “롱제비티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최상의 컨디션과 자신감을 오래 유지하는 삶의 질에 관한 문제”라며 “이를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과 비용을 낮추는 것이 ‘건강한 노화의 민주화’”라고 역설했다.
  • 대중음악 가사 50년치 분석해보니…“이기적으로 변하는 세상?” [사이언스 브런치]

    대중음악 가사 50년치 분석해보니…“이기적으로 변하는 세상?” [사이언스 브런치]

    사회 변화에 관한 논쟁은 공적 담론에서 끊이지 않는 주제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한 기술 혁신, 경제 구조 개편, 규범 변화는 사회 조직과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 이런 변화는 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자기표현 양상을 긍정적 방향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기 중심적, 사회적 단절, 탐욕 등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인식은 정말 옳은 것일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UAE대 인지과학과,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대 심리학부, 싱가포르 제임스 쿡대 사회·보건과학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실험 심리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과 독일의 대중음악 가사를 분석한 결과 자기중심적 성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6월 25일 자에 실렸다. 보통 책, TV 프로그램, 정치 연설 같은 문화적 산물은 사회적 수준의 변화를 추정하는 데 유용한 자원이 된다. 공공의 문화적 산물은 특정 시점에 그 사회가 지닌 특성을 보여 주며 당대의 지배적 문화 규범과 대중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통계로 확인된 가사 속 대명사의 진실연구팀은 미국, 독일, 일본, 홍콩에서 1970~2019년 매년 인기 있었던 대중음악 10곡씩 총 2000곡, 약 39만 단어 말뭉치의 가사를 수집했다. 미국 빌보드 핫100, 독일 공식차트, 일본 오리콘, 홍콩 음악 차트 등 각국 대표 대중음악 순위를 활용했으며 가사는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언어 탐구, 단어 집계 프로그램인 LIWC를 이용해 자기 초점의 지표인 1인칭 단수 대명사 비율을 추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혼합선형모형을 써서 연도, 문화, 국가는 고정효과, 아티스트, 언어, 차트 순위는 무선효과로 통제했다. 특히 연구팀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인 미국, 독일과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 홍콩 같은 동양문화권을 교차해 시간 추세를 봤다. 연구팀은 ‘우리’ 같은 1인칭 복수 대명사에 비해 ‘나’와 같은 1인칭 단수 대명사 비율이 높으면 자기 집중도가 높다고 봤다. 그 결과, 개인주의 성향이 더 강한 국가인 미국과 독일에서는 1970년과 2019년 사이에 자기중심적 언어 사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과 홍콩에서는 자기중심적 언어 사용이 시간 변화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또 미국과 독일에서 자기중심적 언어 증가가 타인에 대한 관심 감소를 의미하는 1인칭 복수 대명사 사용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이 듣는 노래, 사회의 심리 상태”연구를 이끈 마리우스 골루비키스 UAE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 전반의 자기중심성 증가가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보편적 현상이 아니라 각 사회의 문화적 가치 체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대중음악과 같은 문화적 산물이 사회화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특정 시대 대중의 심리적 특성과 지배적 문화 규범을 파악할 수 있는 심리적 압력계 혹은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골루비키스 교수는 “인류의 행동 변화나 전 세계적 심리 변화 추이를 탐구할 때는 특정 문화권의 관점을 넘어 문화적 민감성을 갖고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경제인’ 남경필 “사람 살리는 일이 정치보다 재밌다”

    ‘경제인’ 남경필 “사람 살리는 일이 정치보다 재밌다”

    전문가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의사결정하고 책임지는 게 나의 몫정보 투명히 공개·시장 신뢰 쌓을 것 개혁소장파 못 키운 게 국힘의 비극 마약 치유 운동가로서 총리와 대화 정치인으로 복귀 가능성? 전혀 없다 바이오기업 젬백스앤카엘(젬백스) 회장으로 17일 공식 취임한 남경필 회장은 “젬백스의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며 “정치보다 재밌다”고 밝혔다. 5선 국회의원·경기지사를 거친 뒤 기업가로 변신한 그는 개혁소장파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정치 현실에 대해 “(그게) 국민의힘의 비극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남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인 남경필’로서의 새 도전에 대해 “정치보다 더 투명하고 피드백도 빠르고 특히 젬백스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결국은 혁신이다. 혁신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일이 나에게 더 맞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젬백스는 매우 매력적인 신약 물질 연구 성과가 굉장히 좋았지만 그동안 실망과 오해도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 연구에서 상업화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새로운 에너지와 리더십이 필요해 내가 합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Open) 전문가 중심의 권한을 위임받고 (Delegation),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구축(Trust)해 책임은 리더가 지는 구조화에 나설 것”이라고 경영 목표를 밝혔다. 이날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나는 바이오를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남경필이 잘 안다고 해 봐야 누가 믿겠는가. 과학과 임상은 전문가들이 맡고 나는 그분들이 하지 못하는 세상과의 소통을 맡는 것”이라며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내 몫”이라고 강조했다. 정계 은퇴 후 아들이 마약 문제로 마약예방치유단체 은구(NGU·Never Give Up) 대표를 맡았던 남 회장은 “이제는 남경필이 상징적인 조직이 아니라 회복자들이 이끄는 일이 됐다”며 “젬백스에 합류하게 된 동기 중 하나가 마약 중독도 일종의 뇌질환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던 남 회장은 2024년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 참고인 출석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재한 마약류 대응관계장관회의에도 참석했다. 남 회장은 “김 총리와는 계속 대화 중”이라며 “다음 총리도 마약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얼마든지 제가 갖고 있는 역량과 지식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른셋에 정계에 입문해 5선 의원을 거쳐 대권 주자로까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9년 정계 은퇴 후 스타트업 기업가, 마약 치유 운동가로 도전을 이어 왔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남 회장의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됐으나 그는 정계 복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남 회장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정치 구조인 연정(연합정부)을 경기지사가 가진 권한 안에서 해봤기에 미련 없이 떠났던 것 같다”며 “평가는 역사의 평가로 남겠지만 나는 해볼 만큼 해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여의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관심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극적으로 살아났네, 부겸이형(김부겸 전 대구시장 후보)은 참 좋은 사람인데 아쉽다 이 정도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와 진보 진영 어디에서도 아직 18대 국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뛰어넘는 소장파가 나오지 않는 데 대해서는 “그게 아마도 지금 국민의힘의 비극일 것”이라면서도 “경제인으로서 여야 모두 그저 잘해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마녀사냥의 시대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마녀사냥의 시대

    서양사의 어두운 부분 중 한 페이지인 마녀사냥에는 흔히 그 앞에 ‘중세’라는 시기를 덧붙인다. 이는 오해다. 마녀로 몰린 여성에 대한 ‘사냥’이 일어난 시기는 5~15세기에 이르는 중세가 아니라 16세기 이후 근대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녀’라는 말은 유럽뿐 아니라 고대부터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마녀사냥이 지칭하는 마녀 개념은 중세에 형성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중세에는 잔 다르크의 사례가 보여 주듯 오히려 나름대로 엄격한 심문 과정을 거쳐 마녀 여부를 가려내는 재판이 이루어졌다. 대중의 충동과 군중심리에 이끌려 무고한 여성을 무분별하게 마녀로 몰아가는 광적인 행태는 16세기 말~17세기 초에 정점을 이루었다. 놀랍게도 이 시기는 서유럽이 본격적으로 근대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고전으로의 복귀를 명분으로 내세운 르네상스도 지나가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유럽을 뒤흔들기 시작하던 때였다. 100여년 전 이미 시작된 신항로 개척으로 유럽 각국은 대서양과 인도양 교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갈릴레이와 케플러 같은 과학혁명의 주역들이 본격적으로 우주의 질서를 수학적으로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실로 지상에서나 천상에서나 기존의 관점이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관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는 당대인들에게 절망과 좌절의 시기이기도 했다. 보편적인 기독교 세계는 다양한 종파에 따라 분열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서로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드러냈고 이는 종교전쟁과 무자비한 대학살극으로 이어졌다. 삶의 질서는 보편적 교회가 아닌 국지적인 국가권력에 의해 재편되었고, 각 종파의 신앙을 정치적 정당성으로 삼은 국가권력은 종교전쟁에 뛰어들며 가혹한 과세를 실시했다. 당대 유럽인들의 눈에 기존의 진리와 질서는 무너지고 전대미문의 질서가 새롭게, 그러나 폭력적으로 수립되고 있었다. 새로운 진리인 과학은 아직 확고하지 않았고 오래된 진리인 신앙은 부서져 내렸다. 새로운 질서인 국가는 삶을 보호하기보다 착취했고 오래된 질서인 보편교회와 지역 공동체는 무기력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삶은 불안하고 고통스러웠다. 동시에 타 신앙에 대한 배척과 증오는 내 신앙에 대한 집착과 맹신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었다. 마녀사냥은 이러한 맹신과 삶의 고통이 빚는 부조리에서 터져 나왔다. 이렇게 열심히 믿는데 왜 구원받지 못하는가? 누가 신을 노하게 했는가? 마녀사냥은 가치관의 혼동과 ‘과학의 진보’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나타나는 듯하다. 과학과 기술은 전례 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기존의 질서 및 세계관의 혼동 속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을 특정한 누구의 탓으로 단순화해 몰아가는 세태. 그리고 그 누군가를 멸(滅)하면 다 해결된다는 극단적인 생각의 발호. 하지만 이 또한 마녀사냥과 같이 무너져간 역사의 파편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홍용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 깡충거미 눈과 뇌 모방… 저전력 정밀 카메라 개발했다 [달콤한 사이언스]

    깡충거미 눈과 뇌 모방… 저전력 정밀 카메라 개발했다 [달콤한 사이언스]

    르네상스 최고 공학자이자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한 것처럼 과학기술계에서는 생물의 생태나 신체 구조를 모방하거나 영감을 얻어 문제를 풀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자연모사공학’ 연구가 활발하다. 연잎 표면 구조를 응용한 발수소재, 천장에 거꾸로 붙어있을 수 있는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에서 영감을 얻은 흡착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컴퓨터과학과 연구팀은 깡충거미에서 착안해 에너지 효율이 극도로 높은 3차원(3D) 카메라 ‘스파이더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3~7일 미국 덴버에서 열린 ‘IEEE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회(CVPR) 2026’에서 발표됐다. 대부분의 3D 카메라는 여러 시점에서 찍은 이미지를 비교하거나 빛을 쏴 반사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깊이를 추정한다. 이런 접근법은 잘 작동하지만 상당한 연산 능력과 고가의 하드웨어, 추가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이미지 대조와 빛을 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을 피하기 위해 연구팀은 깡총거미에서 영감을 얻었다. 깡충거미는 먹이를 잡거나 천적을 피하고 돌아다니기 위해 깡총거리며 뛴다. 사람은 눈에 망막이 하나 있지만 깡충거미는 여러 겹의 망막층을 갖고 있다. 각 망막층은 조금씩 다른 거리에 초점이 맞춰진 여러 이미지를 포착한다. 그러면 식물 씨앗보다 작은 거미의 뇌가 선명도 차이를 비교해 거리와 깊이를 판단한다. 연구팀은 깡충거미의 눈과 뇌를 모방했다. 맞춤형 카메라가 초점 설정을 약간 다르게 한 두 장의 이미지를 동시에 촬영하면 흐림 정도와 거리를 해석하는 맞춤형 알고리즘이 두 이미지 사이에서 가장자리와 질감의 선명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하고 이 차이를 실시간으로 깊이 측정값으로 변환한다. 이번에 개발한 스파이더캠은 624㎽(밀리와트)의 저전력만 소비하면서 초당 32.5프레임으로 주변을 촬영해 깊이 지도를 찍을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스파이더캠은 1W 미만으로 작동하는 첫 수동형 FPGA 기반 3D 카메라 시스템이다. 수동형 FPGA 기반 3D 카메라는 자체 발광 없이 자연광만으로 생물체의 눈처럼 원근감을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시각적 연산을 맞춤형 반도체(FPGA)를 통해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고성능 시각 매체를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에마 알렉산더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스파이더캠 기술은 주변 환경을 가늠해야 하는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술은 전력이 제한된 야외 현장이나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주변 사물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증강현실(AR) 분야에 특히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과일 먹던 유인원-고기 먹는 인류 가른 원인, 알고 보니[사이언스 브런치]

    과일 먹던 유인원-고기 먹는 인류 가른 원인, 알고 보니[사이언스 브런치]

    2300만 년 전부터 500만 년 전까지 유인원들은 열대 우림 환경에서 부드러운 과일과 연한 나뭇잎을 주로 섭취했다. 하지만 인류의 조상이 본격적으로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250만 년 전부터 176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부드러운 식물 중심의 식단에서 질긴 고기 중심의 식사를 하기 시작할 때 인류의 턱과 치아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물리학과, 화학·재료과학·지구과학과, 로런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 화학연구부, 하버드대 인간 진화 생물학과, 오하이오 주립대 인류학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지구·행성과학과, 영국 켄트대 자연과학부, 케냐 나이로비 국립 박물관, 프랑스 파리 시테대 국립 자연사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0만 년 동안 인간의 식단이 육류와 농산물 위주로 변하면서 치아의 사기질(법랑질) 구조가 나노 단위에서부터 변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6월 4일 자에 실렸다. 치아의 가장 바깥층을 둘러싸고 있는 눈에 보이는 하얗고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의 두께와 형태는 식단 변화와 함께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랑질은 50~70㎚(나노미터)의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라는 광물의 긴 나노결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결정들은 다양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식단이나 법랑질의 복원력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진화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1800만 년 전 영장류의 치아 화석과 고대 인류, 현대인의 치아까지 방대한 시간적 스펙트럼의 표본을 분석했다. 이들의 법랑질 화석을 얇은 절편으로 만들어 고해상도 싱크로트론 방사광 X선을 이용해 ‘편광 의존 결상 대조 매핑 기법’이라는 첨단 분광 현미경 기술로 살펴봤다. 그 결과, 176만 년 동안 호모 속(屬)의 진화 과정에서 육류와 농산물이 더 일반적인 주식이 되면서 법랑질 나노결정의 방향성 어긋남 현상이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이런 변화는 1만 2000년 전 유럽에서 곡물 기반 농업이 확산하며 식단이 바뀌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충치와 흔히 덧니로 알려진 치아 밀집(dental crowding)의 증가가 산업화된 식단의 결과로 알려져 있지만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추가적 방향성 어긋남 현상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또 인간이 아닌 유인원과 원숭이의 치아도 분석한 결과 주로 과일을 섭취하는 종은 방향성 어긋남이 낮았지만 씨앗처럼 단단한 음식을 섭취하는 종은 어긋남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법랑질 나노결정의 방향성 어긋남은 육류나 씨앗처럼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에 대한 치아 복원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를 이끈 푸파 길버트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육식과 씨앗처럼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먹을 때 치아가 깨지는 것을 막아주는 파괴 인성((fracture toughness)이 식단 변화에 맞춰 나노스케일 차원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길버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생물학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강하면서도 충격을 잘 흡수해서 깨지지 않는 이상적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이를 응용하면 항공우주 소재, 초고강도 방탄복, 부서지지 않는 인공치아나 임플란트 등 차세대 생체 모방 소재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류 문명 탄생 ‘비옥한 초승달 지대’ 형성의 비밀 풀었다 [달콤한 사이언스]

    인류 문명 탄생 ‘비옥한 초승달 지대’ 형성의 비밀 풀었다 [달콤한 사이언스]

    학창 시절 세계사 수업에서 인류 4대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4대 문명이라고 하면 나일강을 중심으로 한 이집트 문명,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한 인도 문명, 황허강의 중국 문명, 그리고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을 중심으로 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다.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메소포타미아는 비옥한 토지와 관개가 가능해 초기 문명 형성의 핵심적 기반이 됐다. 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론 국제 탐사·생산부, 셰브론 기술센터, 텍사스 오스틴대 지구과학부, 유타 주립대 환경·사회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지구과학과,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 지구과학부 공동 연구팀은 동지중해로 흘러갔던 강 두 개가 합쳐져 현대 유프라테스강을 형성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6월 2일 자에 실렸다. 유프라테스강은 약 200만 년 전 신생대 4기인 홍적세의 초기 인류 조상 흔적부터 기원전 3500년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도시들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와 오랫동안 밀접하게 얽혀 있다. 튀르키예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약 3000㎞에 걸쳐 뻗어 있는 유프라테스강의 초기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았다. 유프라테스강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서아시아 하천 시스템의 시공간적 진화와 범람원에서 번성했던 인류 사회의 발달 과정을 추적하는데 중요해 많은 고고학자와 지질학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연구팀은 매몰된 퇴적물의 지진파 영상, 고대 퇴적물 지도, 하천 퇴적물 이동 모델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古) 카라수와 고 무라트라는 두 개의 독립된 강이 현재 튀르키예와 시리아 영토를 가로질러 약 540만 년 전 ‘메시니아 염분 위기’ 동안 부분적으로 건조해진 지중해 분지로 흘러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메시니아 염분 위기(MSC)는 약 597만 년 전부터 533만 년 전 사이에 발생한 지질학적 사건이다. 이 시기에 동지중해가 부분적으로 건조해지면서 100만㎢ 이상의 증발암(evaporites)과 관련된 퇴적물이 축적되는 한편 대규모의 지역적 하천 하방침식을 촉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MSC 이후 발생한 지각 변동으로 고 무라트강이 페르시아만을 향해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얼마 후 고 카라수강이 이에 합류했다. 이런 물길 전환이 결과적으로 단일 하천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는 약 160만 년 전 현재처럼 페르시아만으로 흘러드는 유프라테스강으로 진화했다. 연구를 이끈 앤드루 매도프 셰브론 수석 지질학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지역의 지각 변동이 두 물길의 방향을 바꾸었고 결과적으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발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더 많은 현장 관측과 개선된 연대 측정법을 활용한 추가 연구로 고대 역사를 검증하고 더 정교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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