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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허한 말잔치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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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원 법안, 전력 없이 ‘AI 고속도로’ 무슨 수로 깔 건가

    [사설] 지원 법안, 전력 없이 ‘AI 고속도로’ 무슨 수로 깔 건가

    이재명 대통령은 그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무역·통상 질서의 재편과 인공지능(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AI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AI 경쟁력이 국력의 척도가 된 현실을 제대로 짚은 인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AI 고속도로’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없다면 공허한 말잔치에 그친다는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발의한 AI 관련 법안 27개가 계류 중이다. 법안들에는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관련 기업에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의 80% 이상을 소관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학기술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방송통신을 둘러싼 정쟁만 일상화된 상황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딸 결혼식 논란과 독선적 회의 진행 논란까지 겹치면서 과학기술 분야 상임위 분리독립론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AI 산업과 직결된 반도체특별법도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 반도체 공장과 AI데이터센터를 돌리는 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해외 주요 국가들은 AI 시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앞다퉈 원전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한국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 논의가 12차 계획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자력안전위는 고리원전 2호기 재가동 결정도 미루고 있다. 사실상 ‘감원전’ 정책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공장 등으로 보내는 송전망 건설 계획도 지역주민 반발과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태반이 지연되고 있다. ‘AI 고속도로’가 제대로 놓이려면 AI·반도체 관련 법안과 전력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
  • 미국 떠난 아프간에 360억원·백신 원조 나선 중국

    미국 떠난 아프간에 360억원·백신 원조 나선 중국

    중국과 미국의 외교 수장이 각각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대해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 장관 안토니 블링컨은 독일에서 미국의 서구 동맹과 함께 아프간에 대해 논의하는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반명 중국은 아프간의 이웃국가인 파키스탄, 이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과 지난 8일 회담을 열었다. 지난 7일 아프간 임시 정부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내각을 구성해 각 부처 장관 이름을 발표했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중국이 아프간 원조에 2억 위안(약 362억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여기에 300만회 접종 분량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과 음식도 포함했다. 왕이 장관은 탈레반에게 테러리스트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촉구하며, 중국은 아프간 인접 국가에 흩어져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해서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장관이 언급한 테러리스트는 위구르족 지하드 조직으로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 독립운동을 벌이는 튀르키스탄 이슬람당(ETIM) 등을 가리킨다. 1990년 부터 2001년 사이에 200차례에 걸친 테러 행위를 벌였으며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를 계기로 유럽 연합, 중국 등에 의해 테러 조직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ETIM을 테러 조직 명단에서 제외했다.왕 장관은 “아프간에 기지를 둔 몇몇 국제 테러 조직이 이웃 국가에 잠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탈레반이 이들 테러 조직과의 관계를 끊고 국경을 엄중하게 단속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중국은 아프간 재건을 위해 도울 것이라며, 테러리스트와 불법 마약 거래 소탕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와칸 회랑으로 불리는 아프간과 중국간 국경 통행도 식량 배달 등을 위해 열어 놓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은 아프간과의 화물 열차 운행을 재개할 계획임을 밝히며, 미국은 아프간 난민을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유럽에서 20개 국가와의 회담을 통해 탈레반이 인권, 테러리즘과의 전쟁, 포괄성, 안전한 통행 등의 공공 의무를 다할 것을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 회담에 초청됐지만 양국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불참 이유에 대한 질문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 사회는 아프간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이어 다자간 회담은 공허한 말잔치 보다는 실질적인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해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간 논의 모임 참여 가능성을 차단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탈레반 재정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아프간 원조를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국가들도 책임을 나눠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흘러나온 호잉 교체설... 한화 “호잉 교체 진행 안해”

    흘러나온 호잉 교체설... 한화 “호잉 교체 진행 안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기나긴 연패를 끊었지만 ‘복덩이’에서 ‘혹덩이’로 전락한 제라드 호잉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민철 한화 단장이 취임한 뒤 보인 첫 행보가 외국인 선수 3인방에 대한 재계약이었는데 지난 시즌 성적이 떨어졌는데도 연봉을 깎아 호잉과 재계약한 데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가 2연승 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올린 사과문에서 “뼈를 깎는 각오”, “쇄신안 마련” 등 2번이나 뼈를 깎고 몸을 부수겠다는 말을 포함했지만 올시즌 부진한 호잉에 대한 후속조처가 없으면 공허한 말잔치에 그칠 전망이다. 호잉은 한화가 18연패를 끊고 두산에게 2연승을 거두던 지난 14일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KBO 정규리그가 100경기 이상 남은 상황에서 한화 팬들은 “호잉에 대한 의리가 아니라 팬들에 대한 의리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호잉의 시즌 타율은 0.202이고, 최근 10경기 타율은 0.158로 부진하다. 타점 생산력의 지표로 볼 수 있는 OPS(출루율 + 장타율)는 0589로, 규정 타석을 채운 국내 선수를 합해 뒤에서 3번째의 성적이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낮은데 특히, 롯데에서 유격수로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주며 팀 승리에 공을 세워 ‘수비형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고 있는 마차도의 OPS(0.664)보다 낮다. 호잉은 지난 시즌 초반부터 다른 구단들로부터 전력분석이 끝났고 약점을 간파당한 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성호 KBS 해설위원은 “호잉은 하체를 쓰지 않고 상체만을 활용한 타격 자세로 전체적으로 약점이 많다. 특히 아웃코스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몸쪽 바짝 붙이는 공에 약하다”며 “지난 시즌부터 하락세가 뚜렷했다”고 했다. 이어 “중위권으로 올라가 순위 싸움 할 수 있는 경기차가 아닌 지금 한화에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스카우터를 당장 외국에 보낸다해도 메이저리그 시즌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검증된 외국인을 데려오기는 힘들거다. 3할 30홈런 100타점은 쉽게 나오는 기록이 아니다. 대체 외인이 호잉만큼 잘 칠 수 있는지 검증하는게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목요일, 금요일에 이성열, 송광민이 올라오고 타선이 살아나서 집중 공략을 당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호잉이 타석에서 편하게 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화 구단이 이미 호잉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득점 기회에서 장타와 타점을 생산할 수 있는 외국인 타자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체 관련해서 드릴 말씀은 없다. 호잉 선수가 부진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외국인 선수 명단 작성은 통상적으로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한화 관계자도 “호잉 선수 교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바가 없다는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사설] 공무원 적극행정 면책, 제도보다 의지가 먼저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풍토를 깨기 위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에는 면책해 주고 인센티브는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소신 있게 일하는 공무원은 어떤 경우에도 문책되거나 책임을 덤터기 쓰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인 것이다. 정부가 어제 이런 골자의 ‘적극행정 종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고육지책의 측면이 크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풍조가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현 정부 들어 전례 없이 심각해진 게 사실이다. 이전 정권의 주요 정책들이 적폐로 청산되면서 일선의 실무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은 사례들이 많았던 탓이다. “정책 회의를 하면 무조건 녹음 버튼을 눌러 놓고 본다”는 말이 공무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나돈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의 국면이 달라지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니 상급자의 지시 내용을 녹취해 두는 보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아무리 잘해도 아무것도 안 하느니만 못하다”라는 공직사회의 농담은 더이상 웃어넘길 단계가 아니다. 실제로 청와대가 주도하거나 대통령 공약에 따라 전개되는 것들 말고는 이렇다 할 새로운 정책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연초부터 감사 면책제도를 도입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면책의 범위가 모호해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대책은 그런 우려를 불식하는 안전장치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9~15명 규모로 구성되는 적극행정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인허가 등 책임 소재가 애매한 사안들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등 말 그대로 적극행정을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울산시 등 일부 발빠른 지자체들이 적극행정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문제는 이 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리려는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의지와 진정성 있는 자세다. 적극행정 면책 제도 자체는 이명박 정부 때 이미 도입됐지만 공직사회 개혁은 일회성 선언으로만 그쳤다. 사사건건 징계 면책 여부를 위원회의 판단에 맡기는 ‘소심행정’이 되레 만연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벌써 들린다. 그러니 결국 공직사회 개혁의 성패는 제도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인식 변화에 달린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장관들부터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적극행정이 또 한바탕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 몸 낮춘 더민주 “김대중·노무현 정신 빼고 다 바꾼다”

    청년 일자리·가계부채 등 4대 TF 결의 일부 초선들 재래시장 돌며 쓴소리 청해 “생산적인 워크숍을 열겠다. 공허한 말잔치에 그치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2일부터 광주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20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을 시작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우 원내대표의 일성대로 더민주는 이번 워크숍 내내 ‘변화’와 ‘반성’에 초점을 맞췄다. 워크숍을 종료하며 채택한 결의문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신만 빼고는 다 바꾸라는 호남의 민심, 정권교체를 하라는 광주의 명령을 받들기 위해 다시 서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워크숍이 열리는 도중 곳곳에서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초선 당선자들은 13일 이른 오전부터 자발적으로 광주 양동시장, 송정매일시장 등을 찾았다. 워크숍 토론회를 통해서만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말고 직접 민심을 탐방하자는 취지에서다. 한 초선 당선자는 “광주까지 왔는데 휘황한 행사장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 민망해서 민생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워크숍에서 논의한 내용을 즉각 실천에 옮긴 것도 달라진 점이다. 더민주는 지난해 6월 당내 계파갈등 문제를 해소하고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계파갈등의 중심에 있는 수장들이 대거 불참한 데 이어, 토론을 통해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반면 더민주는 이번 워크숍에서 토론 끝에 청년 일자리, 서민주거안정, 가계부채, 사교육비 절감 등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TF의 활동 시한을 6개월로 정하고, 현장 밀착형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는 생전에 “386 의원들이 배낭을 메고 현장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지난 12일 밤에는 워크숍 참석자들에게 ‘숙소 밖 음주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뒤풀이에서 긴장감을 늦추다가는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밤늦게까지 숙소 로비에서 보초를 서며 “밖으로 나가면 상임위원회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광주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사설] 연이은 환율 폭등, 시장 왜곡 우려한다

    원·달러 환율이 자고 나면 폭등하는 원인이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인한 달러 가뭄 때문이기는 하지만, 원화 가치 하락세가 유달리 가파르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동안 200원 이상 뛰었다. 올들어 원화 가치는 26% 이상 떨어져 전세계에서 최악의 실적을 보인 통화로 꼽히고 있다. UBS는 최근 리서치 노트에서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가 세계 신용 경색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은행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가계의 대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대규모로 차입해 온 점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외화 차입의 만기 상환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를 움켜쥐고 있다. 수출업체들 역시 환율이 더 뛸 것으로 예상하고 달러가 들어와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달러 매물 공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다. 은행들은 신용 위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달러만 가지려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 달러를 확보하기에 바쁘다. 근본적인 문제인 경상수지 적자는 그 규모에 비해 심리적인 위축이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환 딜러들은 환율이 심하게 왜곡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다는 보도다. 은행들 중 달러가 없어 심각한 상황인 곳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와 금융감독원이 외환시장 불안을 틈타 시장을 왜곡시키는 투기 거래 현황 파악에 나선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환율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과 기업 등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도 국내 사정의 심각성을 솔직히 토로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고통 분담을 이끌어내길 바란다. 신뢰를 떨어뜨리는 공허한 말잔치나 세련되지 못한 대응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기고] 우리의 개발경험을 인류 공동자산으로/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기고] 우리의 개발경험을 인류 공동자산으로/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최빈국의 빈곤 극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다. 올 9월 유엔 총회 기간 중에도 빈곤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예정이며,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고위급 회의와 아프리카 개발 고위급 회의가 별도로 개최된다. 우리 정부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이 참석한다. 금년은 국제사회의 빈곤퇴치 노력에 대한 중간 성과를 매기는 해이다. 유엔은 2000년에 ‘새천년정상선언’을 통해 빈곤 종식을 위한 결의를 천명하였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2015년을 목표 연도로 하여 아프리카 대륙 등의 개도국 빈곤 퇴치를 위한 8개 MDGs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간 국제사회는 이러한 MDGs목표 중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절대빈곤 인구의 감소, 에이즈·말라리아·결핵 등 3대 질병 퇴치 분야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아프리카의 절대빈곤 인구 규모나 산모 사망률 등 분야에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제사회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 기후변화, 세계경제 침체의 3중고까지 겪고 있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선진국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지만,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며 생사의 기로에 처해 있는 최빈곤층 인구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서고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연도별 자연재해 발생 건수가 1970년대에 비해 4배 정도로 상승하였는데, 특히 최빈국에서는 생활의 가장 큰 위협으로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을 꼽을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이다. 설상가상으로 악화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침체는 개도국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선진공여국들의 대외원조 확대 의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되는 문제이다. 이와 같이 어려운 여건에서 개최되는 이번 유엔 MDGs 고위급 회의와 아프리카 개발 고위급 회의를 통해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를 재결집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였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가 공허한 말잔치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를 비롯한 참가국들이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의 국민총소득 대비 대외원조 비율은 작년도에 0.0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북구 국가처럼 국민총소득 대비 약 1% 수준과 큰 차이가 있음은 물론, 유엔이 정한 0.7% 목표나 OECD 선진 공여국들의 평균수준인 0.28%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는 기여 외교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우리의 대외원조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오고 있다. 우리의 국민소득 대비 대외원조액 비율을 2012년 국민소득 대비 0.15%,2015년 0.25%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외원조의 실질적 내용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국제사회의 식량문제 해결 노력에 대한 기여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기후변화 대응 기금으로 향후 5년간 2억달러 규모를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의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한 세대에 극단적 빈곤과 풍요를 동시에 경험한 지구상의유일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사적 성취를 이루는 데 있어 우리가 과거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총 460억달러(2005년 불변가격 기준)에 달하는 원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 이제 우리의 대외원조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한국의 기적이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서 재현되는 데 더 큰 기여를 하였으면 한다. 우리의 개발 경험을 인류의 공동자산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 ‘정치 팝스타’ 베를리너를 열광시키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베를리너’들도 버락 오바마의 비전과 변화의 메시지에 열광하며 환호했다. 베를린 시민 20만명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오바마의 연설을 듣기 위해 냉전체제 붕괴의 상징인 승전탑 주변으로 운집했다. 승전탑 주변 티어가르텐 공원에서 30분간 계속된 그의 열정적인 연설에 군중들은 “오바마”를 연호하며 환호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미국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45년전 케네디대통령 ‘나는 베를린 시민´ 연상 45년 전인 1963년 6월26일 서베를린에서 100만명의 군중 앞에서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는 명연설을 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바마는 이날 60년 전 옛소련의 베를린 봉쇄에 맞서 15개월간 계속된 미군의 베를린 공수작전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를 지켜낸 베를린 시민들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또 동구 붕괴를 촉발한 베를린 장벽 붕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현장에서 오바마는 트레이드 마크인 ‘화합’과 ‘변화’를 역설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소원해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향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바마는 “국가간 단합과 협조는 선택이 아니라 인류의 안전과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면서 “세계인을 갈라놓은 인종과 종교간 벽을 허물고 단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유럽은 지구촌 공동의 운명을 잊어왔다” 그는 미국 혼자 힘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의 폭력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테러와 기후변화, 다르푸르사태 등 전지구적인 도전에 맞서기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협력과 진보를 위해서는 서로의 주장에 귀기울이고 배우며 무엇보다도 신뢰하는 동맹국들이 필요하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세계인으로서 책임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나는 우리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 후예들임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단호한 마음으로 우리의 운명을, 새로운 세계를 다시 한번 만들어 나가자.”며 연설을 마무리지었다. ●反오바마측 “공허한 말잔치” 즉각 공격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가 워싱턴과 유럽을 갈라놓고 있는 통상과 국방, 외교 등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유럽인들을 만족시켰다.”고 평했다. 오바마 비판론자들은 “공허한 말잔치였다.”며 즉각 공격하고 나섰지만 미국과 세계를 이끌 차기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오바마는 독일에 이어 25일 프랑스,26일 영국 방문을 끝으로 첫 중동·유럽 방문일정을 마무리짓는다. 오바마는 그 여세를 몰아 다음주부터 미국 내 유세에 돌입한다. kmkim@seoul.co.kr
  • 언론개혁 공허한 말잔치로 끝나나

    ‘언론개혁,말잔치로 끝날 것인가’. 방송개혁의 최우선 과제인 ‘통합방송법’의 국회통과가 무산된 이후 언론개혁 자체가 휘청거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통합방송법’이 진통을 겪는 동안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일었던 신문개혁의 움직임마저 수그러들게 됐다는 게 언론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94년 ‘바른언론시민연합’이 처음 언론 감시활동에 들어간 뒤 다양한 단체들이 견제기능을 해왔지만 언론사의 구조적 모순과 고질적인 관행들은여전히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특히 최근 불거진 뇌물수수·주가조작·부동산투기 등 일부 언론인들의 비리행각은 언론윤리가 심각한 수준으로떨어졌음을 보여준다.이같은 실정인데도 언론사 내에선 뚜렷한 조치없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노조들의 개혁지향성이 약해진 것도 비판을 받는 부분.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 김주언 사무총장은 “언론노조들이 최근 자사이기주의에 빠져 개혁을 주도해 나갈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바른언론을 위한 시민연합(언시연) 강기태 사무국장도 “언론개혁의 기초단위인 노조에서 사주의비리문제나 경영권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언론관련 단체들의 활동은 어떤가.지난해 8월 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신문개혁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제법 구체적인 언론개혁 사업을 펼쳐왔다.그러나 방송파업 등 현안에 대해 이견이 속출하는 등 유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언시연 강기태 사무국장은 “자기비판에 인색한 언론사들의 뒷받침없이 전문적이고 특화된 운동으로 전락해 활동의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경실련 방송모니터회 한상희 간사는 “언론인들의 권위적이고 자기보호적태도가 끊임없이 비리를 양산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견제책 없이 넘어가는 게언론개혁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외언내언] 새천년 맞이

    서양에서는 100년(센추리),1000년(밀레니엄)을 하나의 획을 긋는 해로 기념하지만 우리는 60년 단위로 세월을 나누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환갑(小周甲)을 지내는 풍습이나 300년을 중주갑,600년을 대주갑으로 기념하는 것이 그것이다.지난 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쳤던 것도 그런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그래서 2000년 맞이 기념행사를 떠들썩하게 마련하려고 부산떠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일본도 ‘천년왕국’ 개념의 기독교 문화 전통을 지닌 서양과 달리 밀레니엄을 독특한 시각으로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새천년준비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기념사업들은 ‘세계기준’의 새 천년 축제에 우리 전통적 정서를 담아내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새 천년의 꿈,두 손을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나타내고자 한상생(相生)의 원리,평화와 행복에 이르는 열두 대문 건립,고려가요의 용어를 사용한 새 즈믄(千)마을 조성,먼 앞날을 내다 본 선조들의 내리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매향(埋香·沈香)찾기 행사 등이 모두 그렇다. 이런 사업들이 지닌 상징성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구체화되느냐가 새 천년 맞이 기념행사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전세계가 밀레니엄 맞이에호들갑스러운 것은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감을 통해 발전적 변화를 창출하는 정신적 원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따라서 세계 각국은 몇년 전부터 나름의 사회적·국가적 비전을 세우고 국가 재창조 작업의 일환으로 기념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게 새천년사업에 뛰어들었다.따라서 자칫하면 국가비전을 세우는 작업보다 행사를 위한 행사에 치우치거나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새천년기념사업을 번드르르하게 치르는 것보다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모두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나누어 갖고 자세를 가다듬어 한마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열두 대문을 100년에 걸쳐 세우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나 그계획 속에는 낭비적인 요소도 없지 않다.특히 평화공원을 별도로 조성해 그곳에 열두 대문을 세울필요는 없을 듯싶다.이미 조성된 통일동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만하다.2002년 월드컵을 염두에 둔 계획이라 해도 통일동산은 월드컵 경기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문제가 없고 오히려 20세기의마지막 분단국인 한국의 21세기 통일의지 또는 통일위업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계간 ‘현대상사’ 특별호/‘한국 좌파의 목소리’ 담아

    ◎좌파지식인의 고민과 갈등/오늘의 한국사회 어떻게 볼까 현재의 한국 사회를 좌파 지식인은 어떻게 바라볼까. 계간 ‘현대사상’은 최근 발간한 특별증간호에서 ‘한국 좌파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좌파쪽 지식인들이 겪고 있거나 생각하는 고민과 갈등,문제점,과제 등을 담았다. 현대사상은 비록 좌파가 사회주의의 몰락 등으로 설자리를 잃고 있지만 좌파적 시각과 진단은 현재의 모순과 갈등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세기적 전환기와 진보세력의 과제’라는 기고문에서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반민주적 인사들과 제도가 다시 부활하는가 하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재벌사들이 계열사를 늘리고 경제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정부와 진보적 지식인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교수는 또 진보세력에게는 “그동안 외국에서 수입한 이론이나 사상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을 뿐 아니라,노선이나 정책적 입장에 따라 서로 비난하고 성과물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감정적대립을 서슴지 않았고,진보세력 내에서도 지배집단이 형성해온 연고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성구 한신대 교수도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비판’이라는 글에서 “위기상황에서는 국가개입이 더욱 필요하다”며 시장논리를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 정책에 비판을 가했다. 김교수는 “대규모 기업도산과 은행도산,대량 실업을 대가로 한 창조적 파괴는 자본주의 국가가 감당할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며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시장경쟁의 매커니즘만으로 재생산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시장원리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국가의 경제 개입이 감소하지 않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은 기업과 금융에서의 독점화를 가져오고 국가와 독점자본간의 유착관계를 공고히 하며 공기업 매각조치도 국내 제조업에 대한 해외통제의 강화와 생산력의 대외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국가 또는 공공부문 확대와 국가에 대한 민주적 통제,재벌지배 체제의 해체와 사회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종욱 국민대 교수는 ‘지식인의 무책임성에 대한 자기 반성과 제안’이라는 글에서 “IMF와 같은 국난을 예측하지 못한 사회과학도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은 한국 지식인 모두의 참담한 자화상”이라면서 “각종 언론매체에서 자신의 이론과 지식을 과시하던 수많은 지식인들의 미사여구는 결국 우리의 사회현상과 무관한 공허한 말잔치로 끝난 셈”이라고 반성했다. 또 좌파세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통성이라는 미명하에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건전한 비판조차 허용치 않는 독선을 주저하지 않았고 급기야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경도로 치달아 주체사상에 대한 무비판적 동조가 ‘진보적’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가을호와 겨울호 사이에 나온 이번 특별호에는 임지현 한양대 교수,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김명인 인천대 강사,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대표,김명환 성공회대 교수,이원영 도서출판 갈무리 편집인,손호철 서강대 교수,김재현 경남대교수,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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