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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제약에… ‘고향사랑기부제’ 날개가 없다

    과도한 제약에… ‘고향사랑기부제’ 날개가 없다

    과도한 홍보 규제와 기부 제약으로 인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쳐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 (제주시 갑·행안위 )이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고향사랑기부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실적이 다소 미진하고 지역별 기부액 편차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난 2021년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일본의 고향세(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송 의원은 “국내 시행 이후 과도한 홍보방식 규제와 연간 500만원 상한의 기부 한도, 기부주체 제약(법인 및 이해관계자)과 거주지 기부제한 등 과도한 제약으로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특히 단일 플랫폼(고향 e음) 을 활용해야 하는 현재의 방식도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나♥도 제주도 , 제주고향사랑 기부 캠페인’을 통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제주지역의 경우 8월 말 기준 기부자 수 3955명, 모금액 5억 6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른 행정체계상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선택해서 기부할 수는 없는 상황도 저조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모금액은 265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고, 전체 기부자 수는 13만 8000명으로 알려졌다. 각 권역별 기부자 수는 경북 (2만 4398명), 전북 (2만 3000여명), 경남 (2만여명), 강원 (1만 4531명), 경기(9266) 등 순으로 확인됐다. 기부액 순으로는 전남 (73억 2000만원), 경북 (43억 3000만원), 전북 (약 36억원 ), 경남 (약 30억 5000만원), 강원 (21억 6000만원), 충북 (12억 90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역순으로는 세종 (5000만원), 인천 (1억 5000만원), 대전 (1억 7000만원), 울산(3억 1000만원), 부산 (3억 2000만원)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대도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세부자료를 제출한 지자체 중 기부액 순으로는 경북 예천 (6억 3000만원), 제주 (5억 6000만원), 전북 순창 (3억 9000만원), 경북 의성 (3억 4000만원), 전북 무주 (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국내 연간 10조원이 넘는 개인기부금 수준과 비교하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제도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셈 ”이라며 “일본의 경우 고향세로 지난해 8조 7000억원이 넘는 모금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도 규제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민간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지자체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 답례품으로는 감귤 (944건), 돼지고기 (658건), 탐나는전 (498건), 갈치 (349건), 오메기떡 (156건)으로 나타나 지역특산품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일본산 수산물 中 수출 23% 급감…다급해진 日 국제무대 지지 얻을까

    일본산 수산물 中 수출 23% 급감…다급해진 日 국제무대 지지 얻을까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중국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반박하는 등 양국 갈등을 국제 무대로 확산시키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전날 WTO에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즉시 철폐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앞서 중국이 지난달 31일 “공중의 생명과 건강을 효과적으로 지키고 위험을 완전하게 억제하기 위한 긴급조치”라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 사실을 WTO에 통보한 데 따른 반박이다. 일본 정부는 WTO에 제출한 문서에서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과학적 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일본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필요한 설명을 제시하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논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중국 주도로 출범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의거해 중국에 수입 금지 즉시 철폐를 요구하는 토의를 요청했다. RCEP는 한중일과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RCEP에서는 이러한 무역 갈등 시 수입 금지 철폐를 요구하는 나라가 상대국에 토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인도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에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다자회담, 정상회담 등을 통해 우리나라(일본)의 대응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설명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자회의 기간 중국의 리창 총리와 회담 가능성에 대해 “중국과 대면 회담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후 최대 수산물 수출국인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로 실제 수출이 급감하는 등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일본 농림수산성은 7월 중국에 수출한 수산물 총액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3.2% 줄어든 77억엔(695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대중국 수산물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교도통신은 “처리수(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중국이 수산물 검사를 강화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에서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금을 납부할 수 있는 제도인 ‘고향세’와 관련해 오염수 방류 이후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고향세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전 이와키시의 고향세 기부 건수는 하루 평균 40건에서 방류 후 300건을 넘는 등 7.8배나 급증했다. 또 기부액도 하루 평균 90만엔(811만원)에서 520만엔(4700만원)으로 5.8배 상승했다. NHK는 “오염수 방류 후 지역 어업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 “지역 인재 양성과 정주를 위한 지방 중심 교육·취업 체계 구축해야”…30일 ‘제2차 지방소멸 대응 협력포럼’ 개최

    “지역 인재 양성과 정주를 위한 지방 중심 교육·취업 체계 구축해야”…30일 ‘제2차 지방소멸 대응 협력포럼’ 개최

    지방소멸 대응 의제를 발굴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제2차 지방소멸 대응 협력포럼’이 30일 오후 1시30분 대전광역시 유성구 호텔 ICC에서 열렸다.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위원장 우동기)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원장 김일재)이 공동 개최한 이날 포럼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학계, 연구기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방 소멸 대응 방향과 과제를 모색했다. 정부, 지자체, 학계, 기업 참석해 지방소멸 대응 방향 과제 모색 이날 포럼은 총괄 의장을 맡은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오연천 총장은 개회사에서 “지방의 지속가능 활력을 복원하는 과업은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라면서 “포럼을 통해 지방소멸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의제를 도출하고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일재 원장은 환영사에서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이번 포럼은 대학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지방시대를 향해 나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시급 이어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 이진숙 충남대학교 총장, 남상호 대전대학교 총장이 축사했다. 고기동 차관은 “이번 포럼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 그리고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방소멸 대응 해법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고창섭 총장은 “지역의 청년들이 교육과 취업 등을 이유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지방 소멸은 지방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숙 총장은 “지방 대학들은 학력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위기를 체험하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대학이 지역혁신의 중심에서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좋은 방안을 찾는 의미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상호 총장은 “저출산 시대 현 교육 구조로는 지방의 교육 자원이 수도권으로 대량 유입될 수 있고, 이 경우 지역 대학은 정원 미달 사태로 큰 혼란을 가져오고 이는 지방 소멸의 한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이제는 지방시대,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통해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방소멸, 인재 양성과 정주를 위한 지방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과 함께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새로운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우 위원장은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은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해 지역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가 미흡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기본 방향은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성열 정부의 교육사업과 지방대학 살리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교육청, 기업, 대학이 함께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의 우수 인재 양성에서 취·창업, 정주까지 총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자자체의 대학 지원 권한을 확대해 지자체 주도로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한 지방 대학의 동반 성장 추진 지역혁신중심대학 대학지원체계(RISE)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의 방향과 과제 발표 주제발표는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의 방향과 과제’, 김용수 충북도립대학총장의 ‘원칙이 아니라 방법을’, 남윤명 충북연구원 충북경제교육센터장의 ‘충청북도 RISE(대학지원체계) 운영방안’ 등을 발표하며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을 통한 지방소멸대응 과제를 제시했다. 한광식 원장은 지역 기반 로컬크리에이터 인력양성에 대한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정부와 국민, 대학과 기업이 서로 협력해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 인재양성 등을 실천해 나갈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면서 “특히 청년세대를 위한 공익과 국가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수 총장은 “옥스퍼드대 인구학 센터장인 데이비드 콜먼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은 현재 인구 추세가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은 2750년 국가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면서 스웨덴과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의 관련 정책을 소개했다. 또 지방소멸 시대 일본의 관광정책과 고향세, 미국 피츠버그와 디트로이트가 교육개발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이룬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지금은 방관할 때가 아니다. 서울과 지방이 상생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윤명 센터장은 “인구구조와 산업구조의 급변으로 인해 지역과 대학의 공동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지역대학과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인재양성, 취업과 창업, 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발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과 산업, 학교가 협력해 역동적인 지역혁신 생태계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주력산업 특화대학, R&D기반 혁신선도대학, 평생직업교육 앵커대학, K-컬처 혁신대학, 지속가능혁신플랫폼 등 충북 RISE(대학지원체계) 4+1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대학이 살리는 지역, 지역을 키우는 대학’ 등 토론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을 좌장으로 이형석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제도과장, 박대현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백승주 한국교육개발원 대학역량지원센터 소장, 이만형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위원장, 최진혁 충남대학교 도시·자치융합과 교수 등이 참여해 지방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토론했다. 박대현 본부장은 “지방경제의 핵심인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대학·대학원 입학 선호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방을 떠나고 있는 현실이 지방소멸 위기를 더욱 가중시킨다”면서 “지자체, 대학, 기업, 혁신기관 등이 서로 이해와 협력을 통해 역량을 모으고 정부가 지원한다면 ‘대학이 살리는 지역, 지역이 키우는 대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과장은 “일자리 창출, 청년의 창업지원, 청년·중장년 등의 정착 촉진, 세재지원 등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의 특례를 추가 발굴하겠다”면서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데스크 시각] 새해엔 고향에 기부하세요/이창구 전국부장

    [데스크 시각] 새해엔 고향에 기부하세요/이창구 전국부장

    고향이 충남이라서 그런지 빵에는 은근한 자부심이 있었다. 호두과자의 고향 천안은 10월 10일을 ‘빵빵데이’로 정했을 정도로 빵의 도시를 자처한다. 경부선 기차를 탄 사람치고 대전역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를 먹어 보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전국이 다 빵의 고장 같다. 인제 황태빵, 울산 고래빵, 고성 공룡빵, 울진 대게빵, 안동 하회빵, 제주 갈치빵, 진해 벚꽃빵, 여수 동백빵, 강릉 커피빵, 태백 석탄빵…. 이 빵들이 특색 없는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여 주는 듯하지만, 빵에겐 죄가 없다. 오히려 빵 속에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아우성이 들어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지방에 부활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 획기적인 제도가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제.’ 고향뿐만 아니라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광역·기초 무관)에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16.5%를 세액공제해 준다. 지자체는 기부금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일본이 2008년부터 시행한 ‘고향세’가 롤모델이 됐다. 일본 지자체들의 지난해 모금액 합계는 8302억엔(약 8조원)으로 시행 첫해에 비해 102배 늘었다. 요즘 지자체 공무원들은 답례품이 고향사랑기부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답례품을 구성하느라 정신이 없다. 답례품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름만’ 특색 있고 결국은 밀가루인 전국의 빵들처럼 답례품들이 획일화되고 있다. ○○쌀, ○○사과, ○○한우, ○○인삼…. 답례품 출혈경쟁은 오히려 지방재정을 축낼 수 있다. 기부자들은 기부금 10만원을 전액 세액공제받고 3만원 상당의 선물을 챙기는 ‘세테크’로 여기기 쉽다.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테니스 스타 이형택의 고향 횡성은 ‘이형택 서브 받아 보기’를 답례품으로 추진하면 어떨까? 테니스팬들이 솔깃할 것이다. 민속씨름단을 운영하고 있는 영암군은 최근 답례품으로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권’을 선정해 주목받았다. 이런 이벤트로 횡성, 영암과 인연을 맺은 사람은 그 지역의 ‘관계인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이 ‘정주인구’를 늘리는 게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사회·문화·경제생활을 통해 특정 지역과 연을 맺는 관계인구는 인구 소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연구해 온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의 김대호 연구위원은 고향사랑기부제와 관계인구의 선순환 성장을 위해선 기부 목적이 분명한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매년 봄 산불로 고통을 겪는 동해안 지역을 위한 펀딩이 있을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플랫폼의 민간 개방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 몇몇에게 맡겨선 전화 응대도 벅찬 만큼 노하우가 쌓인 비영리민간단체(NPO)나 풀뿌리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목적 사업을 발굴하고, 기부자가 편리하게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수령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 많이 생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구 8000명으로 소멸 위기에 몰렸던 일본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초는 한때 유기견 살처분율이 전국 1위였는데, 피스윈즈재팬이라는 NPO가 고향세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고 몇 년 만에 살처분 0마리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국난 극복이 국민의 취미이자 특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모금 운동은 유별나다. 출렁다리에 관광객이 모이자 2~3년 만에 150개가 넘는 출렁다리가 생길 정도로 우리 지자체들은 따라하기를 잘한다. 고향사랑기부제로 연초에 먼저 잭팟을 터뜨리는 지자체가 나오길 기대한다.
  • 고향사랑기부금, 재정 바닥·소멸 위기 처한 ‘우리들 고향’ 살린다[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고향사랑기부금, 재정 바닥·소멸 위기 처한 ‘우리들 고향’ 살린다[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지방도시 살생부’를 통해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출판된 지 5년이 넘은 책이지만 조금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얼마 전 갑자기 판매량이 늘어 의아했던 적이 있다. 구독자가 70만명이 넘는 재테크 유튜버가 이 책을 추천했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가장 열독하는 이들은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투자클럽 회원이다.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독후감을 공유한다. 독후감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방 문제에 대해 웬만한 전문가의 수준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해석이 더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독서는 지극히 개인화돼 있다. 긴 독서 후기의 마지막 한 줄 평 대부분은 깔때기처럼 수렴했다. ‘지방 중소도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가 이들이 책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공무원 인건비 힘들 만큼 재정 열악 많은 이가 지방의 위기를 국가적 위기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국토의 쏠림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방엔 인구가 줄고 있고, 기업은 빠져나가고, 빈집은 늘어나고 있다. 이제 지방세만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충족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무려 절반이나 된다. 지자체들의 재정 위기가 현실화되기 직전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제도가 도입됐다. 바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고향사랑기부제다. 이 제도는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지자체로부터는 답례품을, 중앙정부로부터는 세액공제를 받는 제도다. ‘고향’이란 단어가 명칭에 붙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를 제외한 모든 곳에 기부금을 낼 수 있다. 일종의 ‘지역사랑’ 기부제인 셈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은 개인별로 500만원까지 낼 수 있는데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는다. 게다가 지자체로부터 3만원 상당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10만원을 기부하면 13만원을 돌려받는 구조다. 참고로 10만원이 넘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설계된 제도를 보건대 10만원 기부에 상당히 많은 이들이 참여할 듯하다. 많은 지자체가 기부금을 통해 부족한 재원의 일부를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도 ‘고향세’라고 불리는 유사한 제도가 있다. 2009년부터 시행된 일본의 고향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과 관련이 깊다. 일본은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이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고, 일본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거둔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썼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재정 적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었다. 고이즈미 정부는 2004년 ‘지방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지방으로!’를 외치며 지방으로 내려가던 국고보조금을 줄였다. 교부금도 축소했다. 또한 국세를 줄이고 지방세를 늘렸다. 세 정책을 동시에 펴자 가뜩이나 가난한 지자체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확대되자 일본 정부는 고향세를 들고 나왔다. 개인의 기부에 대해 정부는 세액공제 등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줬다.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이 지났다. 고향세는 성공한 정책일까. 일본 내에서는 꽤나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첫해 기부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850억원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8조원이 넘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의 대도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고향세가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리 좋은 제도를 왜 우리는 지금에서야 도입하냐고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사실 고향사랑기부제 논의의 시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 시위로 전국이 어수선했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선 후보로 출마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도시 거주민들이 부담하는 주민세의 10%를 피해를 본 농촌으로 돌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공약에 많은 이가 주목했다. 이후 2009년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관련법을 발의했고, 2010년에도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수도권 역차별’ 문제가 부각되면서 제도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재정분권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100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포함했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이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제기된 지 15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이 제도가 도입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지방을 살리는 수단이 왜 ‘기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지자체는 시민들에게 십시일반 기부를 받아 운영하는 시민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에 많은 이가 공감하기도 했다. 둘째로 기부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인센티브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기부금을 내면 정부가 세액공제를 해 주는데, 이를 통해 국세가 지방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공식적인 교부금을 늘리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냐는 반문도 있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부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것인데, 답례품으로 기부를 유인하는 것이 진정한 기부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된 후의 부작용도 강조됐다. 가장 큰 부작용으론 지자체 간 답례품 과열 경쟁이 언급됐다. 기부금 모금을 위해 공무원들이 들볶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산업단지 유치전에 공무원이 투입되고, 유치 후 산업단지를 채우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공무원의 이야기는 이미 익숙하지 않은가. 기부금이 시민들이 원하는 특산품이 있는 지자체로만 쏠려 오히려 가난한 지자체 간에도 재정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유명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지자체에 기부금이 몰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다면 여주 쌀, 횡성 한우, 안성 배, 순창 고추장, 의성 마늘, 청양 고추, 영덕 대게 등 한 번에 떠오르는 특산품이 있는 지역들이 더 많은 기부금을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여러 비판도 꽤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고향사랑기부제의 본질을 ‘지자체의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기에 나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분명히 어려운 지자체의 재정을 보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의 효과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베이비붐 세대의 귀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향사랑기부제가 앞으로 지방소멸이란 난제를 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직감한 적이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줄줄이 몰고 오는 파급효과는 우리가 지금 어떤 상상을 하든 그것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이촌향도한 베이비부머 여럿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중 20대 초반에 서울로 와 사업으로 큰 성공을 했던 사업가가 말했다. “저는 차를 가지고 고향에 갈 때 주유 경고등이 떠도 끝까지 차를 몰고 가요. 고향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고요. 마음이 불안하죠. 그래도 버틸 때까지 버팁니다. 고향에 대한 제 마음이 그래요.” 그 말을 듣던 한 대학원생이 키득 웃었다. 그러다 바로 표정을 고쳐 잡았다. 사업가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은 그런 곳이다. 밑도 끝도 없는 생존 경쟁에 지친 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잡은 고향은 어릴 적 엄마의 품처럼 그립고 고마운 곳이다. 사업가는 고향 마을이 마치 한바탕 흥겨운 잔치가 끝난 후의 적막이 감도는 공간으로 변했다며 아쉬워했다.●10만원 기부하면 13만원 돌려받아 1960년대부터 진행된 이촌향도는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현재 전체 인구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는 1, 2차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에 태어난 이들)의 절반 정도는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낼 의향이 있는 잠재적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10만원 기부에 많은 이가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10만원 기부를 얕보지 마시라. 기부금으로 지자체가 어느 정도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해 보자. 전국 인구의 12% 정도인 600만명이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121곳의 기초지자체에 골고루 참여해 기부금을 낸다고 가정해 보자. 지자체당 약 5만명 정도다. 이 5만명이 내는 10만원의 기부금으로 지방세의 30%를 넘게 보충할 수 있는 곳은 울릉군, 영양군, 양구군, 화천군, 진안군, 청송군, 구례군, 진도군 등이다. 2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지자체는 이보다 훨씬 많다. ●답례품 개발 풀뿌리 기업 육성으로 고향사랑기부제의 효과는 가난한 지자체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는 데 멈추지 않는다. 이 제도는 지자체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도시민들에게 다른 지자체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는 답례품을 발굴하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답례품은 지역 풀뿌리 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이는 또다시 지방세수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지자체는 매년 기부자의 돈이 어떤 곳에 소중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공개할 것이다. “우리 지자체에 ○○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님의 정성 어린 기부로 ○○학교 학생들에게 ○○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받은 기부자는 내가 낸 돈이 지역민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음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는 몰랐던 지역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지자체의 노력을 응원할 것이고, 더 나아가 그 노력에 동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주 인구 줄어도 지역 방문자 많아야 개인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가져올 가장 큰 파급효과는 ‘생활인구’의 확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는 곳에 기부금을 내고 그곳에 더욱 큰 애착이 생기는 건 인지상정이다. 이제 몇 명이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지를 넘어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돼 가고 있다. 인구감소 위기지역에선 주민등록 기반의 정주인구가 줄어들어도 지역을 방문하는 인구가 많아진다면 활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답례품이 외지인의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쪽으로 설계된다면 지자체는 생활인구를 확보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법에서 답례품은 지역특산품과 지역상품권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그 밖에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서 조례로 정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지자체는 답례품으로 지역 내 호텔 할인권, 공원, 미술관 등의 문화시설 출입권, 대중교통 무료승차권 등뿐만 아니라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워케이션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지역에 정착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주거 관련 인센티브도 고려할 수 있겠다. 외지인의 방문은 기부받는 것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 1회에 쓴 평균 지출액은 12만원이 넘는다. 업무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기부금과 답례품이 오가는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은 경쟁적 관계가 아닌 상보적 관계로 변할 것이다. 농촌이 있었기에 도시가 살 수 있었다. 농촌은 이제 도시인들을 품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고향사랑기부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제 정리해 본다. 고향사랑기부제의 효과는 가난한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기부금을 통해 지역을 응원하고 고마움의 표시로 답례품을 받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지역을 돌아보는 것. 그 지역을 이따금 방문하다가 향후 정착하고픈 마음을 품는 것. 정착한 후 젊은 시절 도시에서의 치열했던 삶에 대해 다시 추억하는 것. 이처럼 고향사랑기부제는 ‘돈과 상품’이 오가는 형태를 넘어 지역 간 ‘정서적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 제도는 외지인의 방문과 정착을 유도하는 형태로 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두 달 후면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몹시 궁금해진다. 십시일반 모인 기부금은 지방을 살리고 더 나아가 나라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기부금이 일으키는 꼬리에 꼬리를 물 파급효과를 상상하면 마음이 설렌다.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이 조만간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온통 지방선거에만 관심… 전남 지자체들, 고향사랑기부제 ‘뒷전’

    온통 지방선거에만 관심… 전남 지자체들, 고향사랑기부제 ‘뒷전’

    내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일명 고향세)가 시행되지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6·1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질 뿐 손을 놓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고향 또는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를 할 경우 지자체에서 기부금을 주민 복리 증진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과 지역 특산품 등으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다. 11일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전남에서는 22개 시군 가운데 ‘고향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곳은 여수·영광·무안·장흥·영암·함평 등 6곳에 그치고 있다. 그 밖의 시군에서는 별도 조직 없이 기존 부서에 이 업무를 추가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조직 개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선거 이후에 본격적으로 고향세 관련 업무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화순군의 한 관계자는 “새 군수가 취임하면 고향세 업무 방향이나 조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조례 제정부터 답례품 선정위원회 구성과 답례품 선정 등 실무 준비까지 선결돼야 할 일이 많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들은 고향세 관련 조례에 지역 농특산물 활용 방안을 명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에 다양한 요구들이 있는 만큼 농특산물을 답례품으로 하는 규정을 조례에 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향세 전담 조직을 운영할 때 반드시 농업 관련 부서가 참여해 농업계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농협 전남지역본부 한 관계자는 “고향세 도입 취지를 생각한다면 지자체 전담 조직이 농업 관련 부서 중심으로 운영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농업 관련 부서와 협업을 공식화하는 등 농업계 의견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년 ‘고향사랑기부제’ 시행하지만 지자체 ‘뒷전’

    내년 ‘고향사랑기부제’ 시행하지만 지자체 ‘뒷전’

    내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이하 고향세)’가 시행되지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 6·1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질 뿐 손을 놓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게 기부금 모금을 허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제도다. 11일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전남에서는 22개 시·군 중 ‘고향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곳은 여수·영광·무안·장흥·영암·함평 등 6곳에 그치고 있다. 그 밖의 시·군에서는 별도 조직 없이 기존 부서에 이 업무를 추가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조직개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선거 이후에 본격적으로 고향세 관련 업무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화순군 한 관계자는 “새 군수가 취임하면 고향세 업무 방향이나 조직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전담 조직을 둘 필요성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조례 제정부터 답례품 선정위원회 구성과 답례품 선정 등 실무 준비까지 선결돼야 할 일 많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으로 지금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은 고향세 관련 조례에 지역 농특산물 활용방안을 명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에 다양한 요구들이 있는 만큼 농특산물을 답례품으로 하는 규정을 조례에 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별 고향세 전담 조직을 운영할 때 반드시 농업 관련 부서가 참여하고, 농업계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농협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고향세 도입 취지를 생각한다면 지자체 전담 조직이 농업 관련 부서 중심으로 운영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농업 관련 부서와 협업을 공식화하는 등 농업계 의견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전남농협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

    전남농협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

    농협전남지역본부는 최근 영암군 월출산 경관지구 유채꽃 축제장에서 ‘내 고향 살리는 고향사랑 기부제’를 주제로 홍보 캠페인 실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암산 고구마 나눔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또한 고향사랑 기부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고향세는 기부자에게 기부금의 30%까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이에 전남농협은 지역 독창성을 살린 매력적인 답례품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농협 별로 가격, 출하시기 등을 고려해 다양한 답례품 리스트를 만들어 도시민 기부자의 선택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마을기업, 청년 창업농 등이 생산한 제품과 농축산물을 꾸러미로 묶은 답례품을 개발해 지역민과 상생할 방안도 마련했다.박서홍 농협 전남지역본부장은 “고향세 제정 취지는 재정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 도모, 지역 소멸 방지를 위한것이다”라며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세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농업·농촌 발전이라는 제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나의 살던 고향’에 기부하세요… 지자체 백년대계 총력전

    주민참여 확대와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이 지난 13일부터 시행됐다. ‘제2국무회의’로 불리는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도 법적 효력을 갖춘 채 정례화됐다. 그러나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신문은 ‘자치분권 2.0 시대’ 시대를 맞아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지자체들의 우수 정책을 집중 소개한다. 전국 자치단체들이 내년 1월 ‘고향사랑 기부금제’ 시행을 앞두고 새해 벽두부터 기부자 유치 확대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면서 기부금 확보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향사랑 기부금제(일명 고향세)는 개인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에 일정 금액(연간 최대 500만원)을 기부하고, 지자체는 이를 지방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경북도는 이달 중 ‘경북사랑 기부금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지역의 열악한 재정 확충 및 도민 복리증진에 필요한 재원확보 성격을 띤 기부금 활성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용역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맡아 오는 3월 말까지 수행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 개발 ▲기부금 홍보 방안 ▲기부 인원 및 기부금 규모 추정 ▲전담인력 확보 방안 등이다. 충남도도 이달 중 도 관련 부서를 총동원해 ‘고향사랑 준비단’을 꾸리기로 했다. 준비단은 4개 분과로 나눠 기획은 공동체정책과, 홍보는 출향인사 담당 부서인 자치행정과와 공보실, 답례품은 농수축산 관련과, 재정 분과는 예산과 등이 참여한다. 다음 달에는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농수축산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범도민 고향사랑추진단’도 구성한다. 3월 추가경정예산으로 답례품 개발 및 마케팅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3분기에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선다. 경남도는 올해 상반기 중에 ‘고향사랑 기부금제’ 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다. 도는 또 경남연구원에 고향사랑 기부금제에 관한 정책과제 연구를 의뢰해 기부자발굴·답례품구성·기금활용·기부금제도 홍보 등에 관한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전남도는 서기관을 단장으로 하는 ‘고향 사랑 추진단’을 구성했다. 사무관 2명, 6급 이하 4명 등 총 7명이 활동한다. 행정안전부가 상반기에 기부 절차와 방법 등에 관한 시행령과 조례 표준안을 마련해 발표하면 세부적인 시행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자치단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남 무안군은 지난 7일 고향사랑 기부제 추진 TF팀을 구성했다. 세무회계과장 주재로 기획실, 신도시지원단, 자치행정과, 사회복지과, 농업기술센터 등 전문성과 행정 경험을 갖춘 팀장 17명이 머리를 맞대 기부금 모금·홍보, 답례품 개발, 기부금이 사용될 사업 발굴 등을 논의했다. 신동철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고향사랑 기부금제는 열악한 지방재정 보완과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가 크다”면서 “지자체는 두루뭉술한 사업계획이 아니라 주민 복리증진이라는 고향사랑 기부금 취지에 맞는 구체적인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 고유의 답례품 목록 구성, 출향인사 등 잠재적인 기부자 파악, 기금 관리·운용과 세액 공제 등 기부금에 관한 업무처리 기관 결정, 기부희망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 마련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종합
  • 年 500만원·지역 주민 제외… 유인책 아쉬운 ‘고향사랑기부제’

    日 2008년 첫 도입… 지역 경제 되살아나국내선 답례품도 기부금 30% 이내 제한“답례품이 성패 좌우하는데 법 너무 엄격” “일본의 경우 지역 인구 감소세가 멈추고, 죽은 거리가 활기를 되찾았어요”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9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일본이 2008년 ‘고향사랑 기부제’를 처음 도입했는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지난 15일 충남도가 개최한 고향사랑 기부제 워크숍에 참석해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출향 인사가 소멸해 가는 고향이나 농어촌 지역을 살리기 위해 기부하는 것을 독려하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2023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08곳이 소멸 위험에 처했다. 고향사랑기부제(일명 고향세)는 개인이 자신의 고향이나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기부금에 대해서 중앙·지방정부로부터 세제 혜택과 함께 기부 받는 지자체로부터 답례품(지역특산물)을 받는 제도다. 10만원까지는 기부금 전액이 환급되고 10만원이 넘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16.5%가 세액공제된다. 한해에 500만원까지만 기부할 수 있다. 법이 시행되면 일본에서처럼 지역 재정이 확충되고 지역 특산품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 염 교수는 “일본 나가사키현 히라도는 2013년 3910만엔에 그쳤던 기부금이 2014년 4억엔 이상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산악지역인 나가노현은 특산물인 청정쌀을 기부금 답례품으로 내놓자 인기가 폭발해 기부금이 급증하고 고향을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지어 휴경지가 사라졌다. 인구 5000명도 안되는 홋카이도 가미시호로는 도입 첫해 1건에 그쳤던 기부금이 세수의 2배를 웃돌 정도로 불어났다. 염 교수는 “지자체의 답례품과 마케팅도 중요한데 일본 지자체들은 쇼핑몰처럼 답례품 카탈로그를 만들고 기부금의 80%까지 돌려줄 정도로 과열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기부금의 30% 이상을 답례하는 지자체는 일정 기간 동안 기부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일본은 기부자가 어린이 교육, 주민 복지 등 기부금의 용도를 지정한다. 지난해 일본의 고향납세 총액은 6725억엔으로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8년 81억엔에 비해 약 83배 증가했다. 염 교수는 “우리나라 법은 기부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해 500만원 이내 기부, 해당 지역 주소 주민은 제외, 답례품은 기부금의 30% 이내로 제한, 기부 강요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제한 규정이 좀 까다롭다는 것이다. 유호열 충남도 공동체혁신팀장은 “내년 상반기 기부제 시행령이 제정되면 특산물 등 다양한 답례품을 개발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 성묘객 급증한 일본…코로나19 불안이 가져온 사생관 변화

    성묘객 급증한 일본…코로나19 불안이 가져온 사생관 변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족 묘소를 참배하는 성묘객이 일본에 부쩍 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묘지도 없애고 장례도 가능한 한 간소화하려는 최근 흐름과 반대되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이 사람들의 사생관(死生觀)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많은 도쿄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묘객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장묘문화는 거의 대부분 화장한 뒤 유골을 사찰 등지의 납골당이나 납골묘에 모시는 게 일반적이다.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에 사는 야베 유코(55)는 주말마다 집 근처에 있는 사찰 간슈지를 찾는다. 이곳 납골당에 봉안된 아버지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야베는 “과거에는 성묘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강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진정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을 생각하며 두 손을 모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한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도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성묘객이 늘다 보니 납골당이 있는 사찰들에 대한 시주도 크게 늘었다. 간슈지의 경우 통상 3~4명 정도이던 고정 시주자가 지난해 25명으로 증가했다.성묘 대행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성묘를 위한 이동이 제한된 것도 있지만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커진 것도 주된 이유다. 지바현 마쓰도시에 있는 세키쇼아즈마야라는 업체의 경우 묘소를 청소하고 꽃과 향을 바쳐 달라는 성묘 대행 신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년의 2배로 늘었다. 성묘 대행을 답례로 내건 전국 약 100개 지자체에 대한 지난해 고향세 기부액도 전년 대비 40%나 늘었다. 승려이자 저널리스트인 우카이 히데노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년간 장례예식 자체는 감소했지만 성묘를 하는 사람은 크게 늘었다”며 “죽음을 짙게 느끼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팬케이크 아저씨’에서 ‘히틀러’까지… 두 얼굴의 스가 총리

    ‘팬케이크 아저씨’에서 ‘히틀러’까지… 두 얼굴의 스가 총리

    스가 요시히데(72·자민당 총재) 일본 총리는 다른 정치인에 비해 친근한 느낌의 별명이 많다. 지난해 나루히토 일왕 즉위에 맞춰 새 연호(레이와)를 공개하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얻게 된 ‘레이와 아저씨’, 술을 전혀 못 하는 그가 즐겨 먹는 달콤한 음식과 조합된 ‘팬케이크 아저씨’, 휴대전화 요금을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생겨난 ‘가격인하 아저씨’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지난 9월 16일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에는 ‘아저씨’의 이미지를 뒤엎는 부정적 수식어들이 부쩍 늘었다. ‘신자유주의의 화신’으로 공격받는가 하면 나치 독일의 ‘히틀러’에 비유되기도 한다. 8년 가까이 집권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로부터 일본의 조타수 자리를 물려받은 지 약 50일. ‘총리 스가’를 7개의 특징으로 알아본다. ①“열심히 해서 보여 주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자민당은 지난달 13일 새로운 총리 홍보 포스터를 공개했다. 붉은색 바탕에 큼직한 스가 총리 사진을 넣어 정권의 캐치프레이즈인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강조한 이 포스터는 17만장이나 인쇄됐다. 기존 물량의 1.7배다. 스가 총리는 이 포스터를 가리키며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우리의 신념이 전국에 퍼질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일을 열심히 한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현재 자리까지 온 그가 아베 전 총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가장 현실적인 포인트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총리와 외무상을 지낸 최고의 ‘금수저’ 정치인인 아베 전 총리는 물론이고 과거 총리 시절 컵라면 가격에 대한 질문에 “400엔?”이라고 터무니없는 답변을 했던 아소 다로 부총리 등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장점이다.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가 주도한 문제투성이의 ‘고향세(稅)’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일본 언론인은 “스가 총리는 시골(아키타현) 출신이면서 태생적 연고도 없고 부동표가 넘쳐나는 대도시(요코하마시)에서 중의원 8선을 한 사람”이라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유권자들이 박수를 치는지 선천적·후천적으로 매우 잘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②민생과 개혁… 실용주의 속도전 드라이브 스가 총리는 휴대전화 요금 인하와 불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등 생활체감형 민생 정책을 간판으로 내걸고 정권 출범 직후부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디지털 후진국’ 문제를 총괄할 ‘디지털청’ 설치를 비롯해 중앙부처 간 칸막이 행정 타파, 낡은 도장 문화 혁신 등은 개혁의 핵심 과제들이다. 헌법 개정 등 아베 정권의 이념적 구호에 지쳐 있던 국민들은 이런 모습에 큰 박수를 보냈다. 첫 달 내각 지지율이 조사기관별로 60~70%대를 기록했던 데는 ‘민생’과 ‘개혁’을 앞세운 정권의 실용주의가 한몫했다. ③순풍의 돛 꺾어 버린 학술회의 임명 거부 파문 하지만 10월이 되면서 정국 분위기가 급변했다. 취임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일본학술회의 임명 거부 파문이 터졌다. 지난달 1일 학술회의 신규 회원을 임명하면서 이 단체가 추천한 후보 105명 중 6명을 탈락시키고 99명만 임명한 게 화근이 됐다. 특히 제외된 6명은 모두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을 지내던 때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했던 인물들이었다. 학계와 야권은 행정관료에 이어 학자들까지 길들이려는 정권의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아베 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임명에서 제외된 한 교수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되려는 것이냐”라고 했다. ④강권적 권력 행사는 결코 아베 못지않아 이번 일은 관방장관으로서 내각인사국을 장악하며 정권에 이의를 제기하는 관료를 해임과 좌천으로 찍어 눌렀던 그의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켰다. 그가 총무상 시절 NHK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담당 과장을, 관방장관 시절 ‘고향세’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담당 국장을 멀리 한직으로 쫓아내 버린 것은 유명한 일이다. 요라 마사오 마이니치신문 전문편집위원은 “전후의 역대 총리들은 ‘권력은 억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자세를 지켰지만, 아베 전 총리는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일본이 정체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만큼 이념을 앞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권력을 (강하게) 휘둘러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같다”고 평가했다. 권력자로서 “어떠한 일본을 만들어 갈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평가는 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체적인 조화와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개별 정책의 묶음만 갖고서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 갈 것인가”라는 목소리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동일하다. 특히 강경 우파들은 “국가관이 확고히 서 있지 않은 인물”이라고 비판한다. ⑤독단적 판단과 만기친람형 통치 지향 꼼꼼한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정권의 안살림을 총괄하는 관방장관을 8년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역대급 ‘만기친람형’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는 초기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총리 원맨 정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전 총리는 큰 그림을 좇다 보니 세부 정책은 관방장관이나 비서관 등에게 일임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스가 총리는 반대다. 모든 걸 자기가 꼼꼼히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여기에다 수틀리면 거칠게 인사권을 행사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관저 안팎에서 “스가 총리에게 제대로 간(諫)하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⑥“흙수저 출신이 더 무서워”… 신자유주의 논란 현재 진행 중인 임시국회에서 주요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스가 총리의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과 정책 방향이었다. 지난 9월 총재 선거 과정에서도 ‘자조(自助)→공조(共助)→공조(公助)’의 3단계 개념을 새 정권이 지향하는 사회상으로 강조한 게 큰 시빗거리가 된 바 있다. 개인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 개념에 대해 야권은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를 더욱 확산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국회에서 “총리의 이념은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라며 “이는 쇼와시대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시골 흙수저’ 출신인 스가 총리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사회의 생존 본능이 몸에 뱄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연결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고향세’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스가 당시 총무상에 의해 밀려났던 히라시마 아키히데 전 국장은 아사히신문에 “지방을 중시한다면서 거꾸로 지방교부세 제도의 개편을 주장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간 재정능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가 주는 지원금 성격의 돈이다 보니 지자체의 살림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스가 당시 총무상은 “경쟁하고 노력해 잘살게 된 지자체가 보답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전형적 신자유주의 발상을 보였다. ⑦내년 9월에 한 번 더…3년 풀타임 총리 재도전 스가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아베 전 총리의 사퇴에 따라 갑작스럽게 치러진 선거에서 뽑혔기 때문에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적용된다. 당내 7개 파벌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가 앞으로 10개월 남짓 동안 파벌들을 확실한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지금도 1등 개국공신에 해당하는 ‘니카이파’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소파’ 등을 중심으로 경계와 불만의 시선이 가득하다. 내년 9월 풀타임 3년 임기(2024년 9월까지) 총재 당선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국민들의 응원이다. 가시적인 정책 성과를 통해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내년 여름 이전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중의원선거에서 대승해 자신의 장기 집권으로 이끌고 가는 것. 당분간 스가표 정치·행정의 수렴점은 이것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고향세’ 지자체 기부 경쟁 촉발… 日, 수입액 90% 답례품에 지출

    ‘고향세’ 지자체 기부 경쟁 촉발… 日, 수입액 90% 답례품에 지출

    문재인 정부가 재정분권 추진 과제로 도입을 예고한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다. 속칭 ‘고향세’로 알려진 이 제도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출발해 2017년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를 거쳐 지난해 9월 정부가 밝힌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등장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과 지방세입 기반 확충에 이은 세 번째로 언급될 만큼 중요 정책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 일부에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가 수도권·대도시와 비수도권·농어촌 지역 간의 재정 격차를 완화하고 농어촌 지자체의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지역균형 발전 대안으로 설명한다. 비수도권 지자체를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률안이 현재 14건이나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도의 원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2008년 1차 아베 내각은 총선을 앞두고 자유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농어촌 지자체의 지지표를 확보하기 위해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공약으로 제안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도 2007년 대선과 2010년 지방선거 공약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중도 폐기했다. 그 뒤 비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이어진 끝에 문재인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장점으로 열악한 지방재정에 도움이 되고 지역 간 재정 격차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파한다. 특히 답례품 제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기부문화 확산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꼽는다. 하지만 지방재정 전문가들에게는 부정적인 견해가 대세다.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예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우려를 사는 건 인센티브 차원에서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답례품 문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선 답례품 제공 비용이 고향납세 수입액의 80~90%에 이르는 곳도 있으며 이런 틈을 타 호객행위를 하는 답례품 쇼핑몰도 등장했다”면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노트북이나 골프용품, 심지어 부동산(토지)까지 답례품으로 등장해 중앙정부가 규제에 나서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 서점가에는 답례품을 재테크와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수십종이나 된다. 더 암울한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향우회를 상대로 한 기부 요청, 지자체마다 관련 부서를 만들어 공무원을 동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경영계열 교수는 “고향사랑기부금 실적과 답례품을 미끼로 활동하는 브로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부금 액수보다 행정비용이 더 나올 수도 있겠다”고 꼬집었다. 광역 지자체 고위공무원 B씨는 아예 “지자체가 시민단체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원이 모자라서 시민들한테 후원받아서 운영된다고 하면 그건 더이상 지자체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건 결국 국세를 떼어서 지방에 주는 건데 그럼 현행 지방교부세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면서 “지자체별로 기부금 액수를 두고 경쟁이 벌어질 텐데 그럼 지자체 공무원들만 들들 볶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세 비중 확대와 마찬가지로 재정분권 정책의 특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정부 차원의 토론 과정이 생략됐다. 지방자치단체, 특히 비수도권 농어촌 지자체는 제도 도입에 적극 호응하지만 수도권 지자체는 시큰둥하다. 결과적으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심지어 왜 해야 하는지 무관하게 ‘재정분권은 좋은 것’이라는 구호에 휩쓸려 버린다. 지방재정학자 A교수는 “행정안전부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한결같이 ‘이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마이동풍”이라면서 “결국 대통령 공약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진할 뿐”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고향을 부끄럽게 만들지 마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고향을 부끄럽게 만들지 마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고향이 이처럼 부끄러운 적도 없다. 군의원들의 가이드 폭행과 접대부 요구 추태에 이은 뻔뻔한 거짓말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 하루아침에 악명을 떨치게 된 예천. 그 뉴스로 한창 열을 내다가 “참, 당신 고향이 예천이지” 하는 지인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양반의 고장’의 추락도 이런 추락이 없다. 출향민의 심정이 이런데 군민들의 참담함이야 말해 무엇하랴. 군청 앞마당에 걸린 ‘철면피 예천군의회 의원들을 배출한 예천군민으로서 몸 둘 바 모르는 부끄러움으로 대국민 사과를 드립니다’란 대형 현수막이 말해 주고 있다. ‘미꾸라지’는 정말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지방의회에는 이런 미꾸라지가 수도 없이 많다. 지금처럼 다른 사람에게 고향을 선뜻 말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지금과는 이유가 달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예천’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가 어딘데. 경상도에 그런 곳이 있니”라고 하는가 하면, ‘여천’으로 알아듣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처럼 정보가 풍부하고, 여행이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의 답답함과 속상함이었다. 그래서 아예 고향을 물으면 “안동”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편했고, 한때는 안동부에 편입됐던, 같은 안동문화권이어서 그다지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그 예천을 국민 모두 아는 곳으로 만든 사람은 김진호였다. 1979년 베를린, 1883년 LA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대회에서에서 연속 5관왕을 차지하면서 ‘예천’ 하면 ‘양궁’이 됐고, 대한체육회가 김진호를 ‘2018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할 만큼 그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때 이후로 이번만큼 예천이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도 없을 것이다. 예천은 넓이가 660여㎢로 작은 군이다.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한때 16만명이던 인구도 4만 5000명까지 줄었다가 그나마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으로 지난해 겨우 5만명에 턱걸이했다. 특별한 산업이나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가난할 수밖에 없다. 전국 최하위권인 지난해 재정자립도(13.05%)가 말해 주고 있다. 그런 곳의 기초의원들이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의정비를 쓰고, 6200만원이나 들여 해외 연수를 갔다. 얼마 전에는 500억원을 들여 읍내에서 가장 큰 건물인 군청사와 의회 건물을 새로 지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근 상주시와 의성군, 청송군의회 의원들은 예산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지난해 국외 연수비 전액을 반납했단다. 그래서 분노와 실망이 더욱 크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기초의원들의 놀자판 해외 연수가 어디 한두 번이며, 수준 이하의 추태 또한 예천군의회 의원들뿐이었느냐”고. 그래서 어물쩍 넘어가자고? 금방 잊어지니까 죽은 척 엎드려 있자고? 안 된다. 어차피 망신당하고, 유명세를 얻은 김에 예천이 지방의회 적폐청산의 중요한 신호탄이 돼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허겁지겁 대증요법으로 내놓은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 여행 규칙’ 개선안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해외 연수를 엄격히 한다고 지방 의원들의 자질과 수준이 달라지고, 지역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올바른 지방분권화 시대를 위해서라도 의원 선출에서부터 유명무실한 주민소환제까지 개혁하고, 나아가 기초의회 폐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못할 것도 없다. 2006년에 도입된 지방의원 유급제와 국회의원 하수인 노릇을 강요하는 정당공천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높다. 지금과 같은 기초의회라면 없는 게 낫다는 의견도 많다. 국회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10년 전부터 우리도 일본처럼 주민세 일부로 고향의 열악한 재정을 돕자는 ‘고향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고향사랑기부제’를 넣어 놓았다. 일본은 해마다 그 액수가 급증, 첫 시행 후 10년 만인 2017년에는 3조 7000억원으로 무려 450배나 늘었다. 우리도 일본처럼 될까. 지금처럼 기초의원들이 해외 관광이나 다닌다면 고향에다 세금 낼 출향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 靑 “블랙홀 빠질라” 개헌 손 놓고… 국회도 지방분권 입법 뒷전

    靑 “블랙홀 빠질라” 개헌 손 놓고… 국회도 지방분권 입법 뒷전

    靑, 대통령 발의 개헌안 처리 불발 이후 文 임기 내 정부 주도 개헌 사실상 포기 與, 개헌 자체에 부정적… 논의 지지부진 개헌 추진 野도 선거공학적 접근 머물러 행안위, 올해 발의된 법안만 90여건 계류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공약은 청와대와 국회에서도 뒷전으로 밀렸다.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지방분권 개헌안 폐기 이후 청와대는 임기 내 정부 주도 개헌을 포기한 상태다. 국회도 300명의 국회의원 중 3분의2가 서울이 아닌 지방을 지역구로 두고 선거 때마다 지역 발전을 약속하지만 정작 지방분권 개헌이나 관련 입법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 처리 불발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국회가 대통령 개헌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이후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나서 개헌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개헌 요구를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지난 3월 제시했지만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다시 개헌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고용 문제 등 국정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개헌 문제를 꺼내면 정국이 모두 개헌 문제로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8일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개헌안을 내기도 쉽지 않아 보이기는 하지만 우선 국회에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봐야 청와대의 다음 스텝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스스로 개헌안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가 끝난 후 야당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는 요구가 나왔지만, 이는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을 골자로 한다. 지방분권 논의는 핵심 의제가 아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난달 17일 제헌절 경축사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잇따라 “연내 개헌안 합의 도출”을 강조했지만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야당을 압박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며 개헌 자체에 부정적이다. 지난 25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포함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내용이 민주당 강령에 추가됐다. 민주당의 새 강령에는 “보충성 원칙에 입각해 국민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가 사무를 우선 처리하고 처리할 수 없는 경우 중앙정부가 처리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권한과 재원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양해 국민이 주민으로서 체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자치분권을 실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해찬 대표는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를 위한 자치분권 5대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이 후보는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열고자 주민자치권을 확대하고 지방정부 3대 자치권이 보장된 ‘자치분권 개헌’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내 지방자치특별기구(지방자치 연구소 등)를 설치해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 정책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개헌 논의에는 움직임이 없다. 지방선거 후 개헌 추진으로 급선회한 야당도 선거공학적 접근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국회추천총리제를 고리로 개헌 논의에 착수하자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여 투쟁 성격이 짙다.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면 국회가 개별 입법을 통해서라도 지방분권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뒷전이다. 지방분권 관련 법안을 가장 많이 다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도 올해 새롭게 발의된 관련 법안만 90여건이 계류돼 있다.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지방의회의 조직·운영 등을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해 지방의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지방의회법, 독립된 교육지원청이 없는 전국 53개 시·군·구에 교육지원청을 세워 교육 자치를 보장하는 지방교육자치법 일부 개정안 등이 있다. 또 일본의 고향세 제도를 본떠 지자체에 기부를 허용하는 지방균형발전 기부금법 등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아 마련 중인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도 문제다. 정부가 제정안을 완성해 국회로 넘기더라도 연내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지난 5월 해당 법안을 운영위원회에서 다루기로 원론적으로 합의했지만 운영위가 직접 다룰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의 소관 상임위가 워낙 광범위해 준비 절차가 필요하지만 4개월째 손을 놓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연내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님들께서 많은 관심을 두시기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산적한 현안에 뒷전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정과제인데 논의조차 못 하고 있어”…‘고향사랑기부제’를 어찌할꼬

    “국정과제인데 논의조차 못 하고 있어”…‘고향사랑기부제’를 어찌할꼬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지만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법안이 있다. 바로 ‘고향사랑기부제’다. 지난 26일 희망제작소는 서울 마포구에서 ‘지역희망, 고향사랑기부제도로 잇다’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박상헌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의 발제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후루사토(고향) 납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주민이 현재 사는 지역이 아닌 지자체에 납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자신이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에다가 세금을 내면 된다. 세액공제 혜택뿐 아니라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로부터 지역특산품 등 소정의 답례품을 받도록 했다. 국내에선 2008년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보내자는 공약을 냈던 게 시작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재정 분권, 균형발전 강화 공약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11건 정도 발의됐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에 따르면 현재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모든 곳에 기부할 수 있다. 소액기부를 활성화하고자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 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내년에 시행하려면 법안이 국회를 넘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후 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을 놓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대도시 집중 현상으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찬성논리의 핵심이다. 대도시와 지방의 세수격차를 완화해 재정격차를 줄이고 문재인 정부의 목표 중 하나인 ‘재정분권’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기부금 유치를 위해 지자체별로 답례품을 주도록 한 것이 지역 간 과열 경쟁으로 치달아 본래 도입 취지와 멀어져 ‘답례품 쇼핑’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본 총무성은 고향세 답례품을 기부액의 30%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를 지키는 지자체는 하나도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수 상위 20개 지자체 중 총무성의 권고를 지킨 지자체는 단 한 곳뿐이다. 일본에서 고향세 추진 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2008년에는 5만 3671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1730만 1584건으로 322배 급증했다. 납세 1건당 평균금액은 2008년 15만 741엔(약 151만 6000원)에서 지난해 2만 1116엔(약 21만 2000원)으로 줄었지만, 건수가 늘어 이전된 세액은 2008년 81억엔(약 814억 9600만원)에서 지난해 3653억엔(약 3조 6753억원 9200만원)으로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국내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어떻게 도입돼야 할까.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답례품 상한선, 공제세액 규모 등에서 약간씩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또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됐을 때 기부금 모집과 답례품 배송 과정에서 필요한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상범 전국 시군구청장협의회 선임전문위원은 “공제 세액을 2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하고 답례품도 (상한선을) 규정하면 안 되고 권고한다면 40% 정도가 적당하다”면서 “이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헌 강원연구원 연구실장은 “환금성 고가상품은 규제해야 하지만 강원 양구군의 곰취 같은 한 상자에 만원 정도 하는 답례품은 열어줘도 된다”면서 “일본의 사토후루(고향세 일괄 서비스 지원하는 회사)와 같은 중간 지원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병태 순천시 세무행정팀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됐을 때 지자체 현장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설명했다. 문 팀장은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으로 이를 관리할 인력이나 조직이 추가로 지원돼야 지속성이 있고 신구고용과 설비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 수납환경, 답례품 제공 등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도 개발해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창석 수원시정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섣부른 도입 시도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본부장은 “재정 분권이 제대로 이뤄진 다음에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한 지자체에서 다른 지자체로 옮겨간 재정이 자칫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향이라는 개념은 베이비붐 세대에 적용되는 개념인데 이런 생각이 희박한 밀레니엄 세대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고향세와 고향

    [노주석의 서울살이] 고향세와 고향

    이런저런 자리에서 고향세가 화제에 올랐다. 말 그대로 고향이나 연고지에 기부를 하고 상응하는 세액공제나 특산품을 받자는 제도다.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고향을 돕자는 취지다. 다음주로 다가온 설날, 고향에서 “고향세 도입에 찬성하라”는 압력성 권유를 친지와 친구로부터 받을지도 모르겠다. 생면부지의 중동 난민에게도 기부하는 세상이 아닌가. 고향세의 원조는 일본이다. 오줌세·결혼세·난로세·창문세·수염세·방귀세·차세·설탕세 등 각종 명목의 이색 세금을 매겼다가 조세 저항을 일으킨 서구와 달리 일본에선 히트 세금이 됐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한국과 중국, 일본 세 이웃 나라의 국민성을 놓고 “중국인은 현실적이고, 일본인은 공리적이며, 한국인은 신비주의적”이라고 비유했다. 이타적 성향의 일본인에게 어울리는 세금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매우 논쟁적 사안이다. 작명부터 ‘고향사랑 기부금’이라고 물타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 사용료를 수도세, 전기사용료를 전기세라고 부르는 게 한국적 정서다. 아무리 교묘하게 이름을 바꿔도 고향세라는 표현을 갈아치우지 못할 것이다. 고향세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수도권 및 광역시의 재정 감소 우려가 관건이다. 인구 5000만명 중 절반이 몰려 사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의 재정 감소가 필연적이다. 경기도는 7274억여원, 서울은 1753억여원의 손실이 예견됐다. 타 지역 출신자가 많은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6대 광역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인구의 절반 가까운 2213만명이 출생지를 떠나 다른 곳에 산다. 이촌향도(離村向都)의 국가다. 출신지와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고향세가 지금도 우리 사회의 대표적 적폐인 지역연고주의를 더 부추길 수 있다. 열악한 지방의 곳간을 채우려는 단순 재정 논리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이 걱정이다. 지속성과 실효성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고향의 정의와 개념이 문제다. 고향의 존재와 존속 여부에 대한 물음이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91.7%이다. 선진국 평균 80%, 전 세계 평균 54%와 비교할 때 무지막지한 수치다. 축복인지 재앙인지 알 수 없지만 몇몇 두메산골 주민을 빼면 죄다 도시민이 됐다. 특히 대도시에서 나서 사는 사람에게 고향이란 구시대의 사치스러운 유물에 불과할지 모른다. 나리타 류이치라는 일본 학자는 저서 ‘고향이라는 이야기’에서 오사카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도쿄로 이주한 자신을 ‘도시 태생 제2세대’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고향이 존재하지 않는 정신’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고향의 비밀을 19세기 이후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조성한 ‘국민국가의 주술력’에서 찾았다. 그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짙은 국민국가와 고향 간의 상이성과 보완성을 파헤쳤다. 고향이란 창출된 개념이라고 보았다. 향수를 의미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는 그리스어 ‘nostos(귀향)’와 ‘algos(고통)’를 조합한 말이다. 본래 17세기 고향을 떠난 스위스 용병들이 앓은 정체불명의 질환을 이르는 정신병리학 용어였다. 가브리엘 파크레라는 미래학자가 이를 거꾸로 옮겨 ‘Aiglatson’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미래를 꿈꾸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포부로 정의했다. 가장 과거지향적인 단어를 미래지향적 용어로 탈바꿈시켰다. 의학이나 미래학의 영역에서 향수는 질환과 개조의 대상이다. 고향이나 고향세의 앞날이 밝지 않은 까닭이다.
  • “기부제 통해 지방 재정 격차 줄일 수 있어… 답례품 경쟁 과열 막게 가격 상한선 필요”

    “기부제 통해 지방 재정 격차 줄일 수 있어… 답례품 경쟁 과열 막게 가격 상한선 필요”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대학교육과 경제활동은 대도시에서 하게 되니 지역의 인구유출 현상이 매우 심각합니다. 상당수 지자체는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월급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에요.”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고향사랑기부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비수도권 14개 지자체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실무위원회는 2008년 11월 수도권 주민이 자신의 주민세 일부를 고향에 낼 수 있게 하는 ‘고향세’ 신설을 제안했다. 당시 김 지사는 이 협의체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었다. 김 지사는 “지방 출신 수도권 주민들은 세금으로 그들이 나고 자란 고향에 기여하고 싶어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의 형편이 나아지고 지방 간 격차도 줄일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고향에 기부금을 낼 수 있게 하면 각 지자체가 더 많은 재원을 모으고자 다양한 지방발전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면서 “기부자 본인 또한 지방행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순수하게 ‘기부금 제도’로만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 일부를 다른 지자체에 내도록 하는 방식이 제도화되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서 벗어나고 납세자 간 형평성도 저해해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답례품에 대한 가격 상한선이 없으면 기부자들이 답례품 쇼핑을 하듯 기부에 나설 수도 있다”면서 “이 경우 지자체 간 답례품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고향에 기부하고 세제 혜택 받고… 지자체 활력 ‘마중물 ’ 된다

    고향에 기부하고 세제 혜택 받고… 지자체 활력 ‘마중물 ’ 된다

    2019년 1월. 경북 포항 출신으로 서울에 터를 잡은 지 20년이 된 영일만(45·가명)씨는 얼마 전 포항 지진(2017년 11월) 발생 1년을 맞아 방영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이 내내 어두웠다. 지진 여파로 지역 경제가 어렵다는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영씨는 문득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최근 개설된 ‘고향사랑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 전국 지자체의 최신 소식과 고향 농산물과 축산물, 해산물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포항시를 클릭해 100만원을 기부했다. “연말에 약 25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며칠 뒤 포항시장의 감사 편지와 지역 특산물 과메기 세트도 답례품으로 배달됐다. 영씨는 고향도 돕고 어릴 적 즐겨 먹던 음식도 선물받아 기분이 뿌듯했다.조만간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정부가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고향사랑 기부제란 고향이나 군 복무지, 학교 소재지 등 관심 지역에 원하는 액수를 기부하면 국가가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의 숨통을 틔워 주고 중앙의 재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의 이모저모를 28일 살펴봤다.‘고향사랑 기부제’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이었고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와 자치분권 로드맵에도 들어가 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는 “고향사랑 기부제 관련 법안을 올해 상반기에 통과시켜 2019년부터 시행한다는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고 밝혔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를 모델로 한다. 2008년 일본은 타지에 사는 이들이 고향 등에 기부금을 내면 세제 혜택을 주는 고향납세제를 신설했다. 시행 첫해인 2008년 5만 3671건이던 기부건수는 2016년 1271만 780건에 달하는 등 200배 이상 늘었다.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골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현재 일본 지자체 1788곳에서 내놓은 답례품만 해도 15만종이나 된다. 특히 고향납세제는 내 고향이 아니어도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지방을 도와줄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와테현의 경우 그해 29억엔(약 284억원)이 모금돼 전년보다 16배 늘었다. 구마모토현도 지진이 일어난 2016년에 걷힌 기부금이 80억엔(약 784억원)으로 2015년보다 8배 증가했다. 다만 일본에서는 10년 가까이 이 제도를 시행하며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자신이 사는 지역에도 고향세 기부가 가능하다. 지자체 기부금 모금이 자칫 주민들에 대해 암묵적인 준조세나 강제 모집 요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답례품 제공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다 보니 지자체 간 과열 경쟁도 문제가 됐다. 답례품 관련 비용이 총기부금액의 40%에 달하고 일부 지자체는 지역 특산품이 아닌 가전제품이나 보석 등을 제공해 논란이 됐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러한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하고자 기부금품법 개정안과 지방세법 개정안 등 11건의 관련법이 발의돼 있다. 이 가운데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법률안이 가장 종합적인 대안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안에 따르면 기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제외한 지자체에 어느 곳이나 기부할 수 있다. 지자체는 광고나 인쇄물 등으로 기부금 모집 홍보를 할 수 있지만 개별 전화나 호별 방문은 금지된다. 기부금은 지자체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에 현금으로 내거나 신용카드로 접수하게 해 근거를 명확히 남겨 두게 했다. 금품을 받은 자치단체는 지역 특산물로 답례할 수 있지만 답례품 가격에 상한이 정해지고 그 대상도 지역 특산품이나 지역 관광상품 등으로 유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게 했다. 기부금에는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10만원 초과~2000만원은 16.5%, 2000만원을 초과하면 33%의 혜택을 준다. 세액공제에 따른 비용은 국가가 91%, 지자체가 9%를 부담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씨줄날줄] 고향세와 지방선거/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향세와 지방선거/박건승 논설위원

    고향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이다. ‘향수’는 애틋함이다. 정지용의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는 고향을 찾기 힘든 사람에겐 아픔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미국 콜로라도 주도인 덴버를 본떠 이름조차 바꾼 존 덴버는 ‘고향으로 나를 데려다 주오’(Take me home country roads)로 아련한 향수를 달랬다.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년에 병마와 싸우면서 울부짖은 이유는 ‘돌아갈 과거’가 없었기 때문이란 얘기가 있다.고향을 등에 엎고 요즘 부쩍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고향세’다. 이름이 절묘하다. 문패만으로도 지방에 고향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하다. 우리나라에선 ‘고향사랑 기부제’라 하고 일본에선 ‘고향납세제’라 하지만 그게 그거다. 고향이나 이전에 산 적이 있는 지역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추석 긴 연휴에 모처럼 고향을 찾았던 50, 60대 출향객 중에는 막걸리 한 잔에 고향세를 안주 삼은 이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정부가 고향세 도입에 더 속도를 낸다고 하니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후보자들이 넘쳐날 것이다. 일본은 고향세 도입 첫해인 2008년 기부액이 81억엔에서 2015년에는 1512억엔(약 1조 5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방세보다 고향세를 더 많이 거두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돌리는 공약을 한 게 처음이다. 2009년과 2011년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대도시 지역의 반발과 조세 충돌 문제로 무산됐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향토 발전세’ 신설을 추진했다가 수도권 지자체 반발에 부닥쳤다. 거주지를 토대로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고향을 떠나 사는 출향민의 애향심을 유발해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자는 취지가 나쁘지는 않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공무원 봉급도 못 주는 지자체가 50%를 웃도는 현실이다. 기부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소득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고향세가 지방재정 문제의 근본 대책이 될 것인지가 의문이다. 국세로 거둬 배분하는 재정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사회적 합의가 안 이뤄진 것을 억지춘향격으로 지방선거에 끌어들여 ‘장난’치는 것만은 없어야겠다. 우리의 ‘고향’을 욕보이는 일이기에.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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