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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애가 쑥스러움이 많아서”…소개팅男 엄마가 ‘애프터’ 신청했습니다 [이슈픽]

    “우리 애가 쑥스러움이 많아서”…소개팅男 엄마가 ‘애프터’ 신청했습니다 [이슈픽]

    한 여성이 소개팅 후 상대 남성의 어머니로부터 “아들을 한 번 더 만나달라”는 연락을 받은 사연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소개팅남 엄마한테 카톡 왔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아빠 친구분을 통해 선 보는 느낌으로 소개팅을 했다”면서 “상대방이 외모나 스펙이 너무 괜찮아서 왜 30대 후반까지 결혼을 안 했는지 의문일 정도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실제로 만나 보니 그렇게 이상한 분도 아니었고 무난했다. 예의 있고 대화도 부드럽게 흘러갔다”면서 “저에게 과분한 분이었지만 이성적인 끌림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만남 후 연락이 없길래 이대로 끝난 줄 알았다”고 밝혔다. A씨는 “그런데 어제 갑자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충격”이라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메시지에는 ‘○○이 엄마예요. 우리 애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연락을 못 하기에 제가 대신 연락드려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그 카톡을 통해 왜 소개팅남이 지금까지 결혼을 못 하고 혼자였는지 이유를 한순간에 깨닫게 됐다”면서 “소개팅남이 저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는데 만났을 때 제 반응이 미적지근했다는 이유로 연락을 못 하고 있어서 한 번 더 만날 날을 잡자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중하게 거절의 답장을 드렸는데 한번만 더 생각해 보라고 설득을 하시더라. 전화하려고 하시는 걸 제가 회사에 있다고 간신히 거절했다”면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든 거냐. 요즘 세상에 이런 남자 찾기 어렵다. 한 번 더 보는 게 예의지 않냐’는 식으로 몇번에 걸쳐 연락을 더 주고받다가 제가 불편하다고 돌려 말하니 겨우 저를 놔주셨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직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혹시 선은 원래 부모님이 이렇게 직접 나서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느냐”면서 “그분께 너무 무례하게 군 건가 싶으면서도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늦게까지 남아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남자도 문제지만 그걸 대신 해주는 어머니도 문제다”, “청혼도 엄마가 대신 해줄 판”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녀 입시를 넘어 취업·결혼도 밀착 케어하는 부모들 자녀들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입시와 친구 관계 등 모든 일에 관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은 미성년 자녀를 넘어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대학 교수에게 전화해 “자녀의 학점을 왜 그렇게 줬느냐”고 따지는가 하면, 겨울 산악 행군 훈련을 받은 아들과 통화한 엄마가 “겨울에 산을 올라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군부대 간부에게 전화를 건 일도 있었다. 회사의 경우 “왜 우리 자녀가 입사 시험에 탈락했느냐”는 항의 전화가 오는 것은 다반사고, 사직서를 대신 내주는 부모도 있다. 헬리콥터맘은 입시와 취업을 넘어 A씨가 겪은 경우처럼 자녀의 결혼에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들은 ‘자녀결혼전략 설명회’, ‘자녀 결혼 간담회’ 등을 열고 부모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결혼 적령기의 당사자가 직접 가입을 문의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자녀를 대신해 부모가 먼저 나서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일부 헬리콥터맘은 만남을 성사시키는 차원을 넘어, 자녀가 만난 상대방에게 교제를 독려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회학 교수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지금까지 아이들의 출생, 입시, 취업까지 관여하며 ‘내 자식만은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계급 재생산의 마지막 관문인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 헬리콥터맘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참된 교육이라는 환상

    [이광호의 어찌보면] 참된 교육이라는 환상

    ‘참’이라는 접두어가 들어가는 말은 하나같이 미심쩍다. ‘참’은 진짜를 뜻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과 ‘개’라는 가치 위계를 만든다. ‘참’은 우월한 원형을, ‘개’는 가짜와 열등을 표시한다. ‘참깨’와 ‘개살구’를 비교해 보자. ‘참’이라는 말은 이미 ‘본질’에 대한 규범적 가치를 실어 나른다. ‘참’에 ‘삶·사람·사랑·교육’ 등의 추상명사를 붙이는 순간 그 말의 무게는 이념의 차원으로 한 걸음 더 이동한다. ‘참’은 집단의 교의가 되어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참된 삶’이라고 말하는 순간 무엇이 참된 삶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참’을 선점하면 타자를 ‘거짓’으로 규정하는 권력을 갖는다. ‘~다운’의 표현들, 이를테면 ‘나라다운’, ‘문학다운’ 같은 말들이 공허하고 억압적인 것도 이런 이유와 같다. 이것은 질문 없는 신화화의 과정이다. ‘참교육’이라는 말은 이념적 맥락화에 따라 계속 변형되어 왔다. 1989년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입시 위주 교육을 비판하기 위해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보수적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참교육’을 주장했다. 급기야 온라인에서 물리적 힘으로 잘못된 행동을 응징하는 것을 ‘참교육’이라고 부르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참’은 행위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동원된 수사적 기표에 불과하게 되었다. ‘참교육’ 밈들은 ‘참’의 언어가 어떻게 냉소와 폭력의 기표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징후적으로 보여 준다. ‘참’이라는 의미는 내용에 대한 질문과 분리되어 변질과 전도의 과정을 거쳐 온 것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 ‘참교육’은 교권의 침해자들을 강력하고 초법적인 폭력으로 응징하는 서사를 통해 ‘참’의 변질된 의미를 더욱 대중화한다. 이 드라마는 무너진 교권을 세우기 위해 교육부가 교권보호국을 만들어 무제한의 폭력을 허용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상징되는 공교육 현실의 참담함이 있다. 드라마가 현실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응징의 판타지는 참혹한 현실에서 발생한 일종의 증상이다. 이 드라마는 참담한 공교육 현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불편함과 폭력에 대한 폭력의 응징이라는 쾌감을 동시에 준다. 드라마의 성공적인 대중적 화제성과 장르적 쾌감과는 다른 층위에서 그 판타지의 군사주의적 폭력의 논리를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폭력의 정글이 되어 버린 교실에 ‘나화진’이라는 초법적 존재를 투입해 진압한다는 것은 ‘법치’ 바깥의 예외 상태를 통해 그 폭력의 구조를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교육 현실에 대한 분노를 폭력의 카타르시스로 바꾸고 윤리적 정당성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은폐되는 질문들이다. 한국적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편한 질문에는 교육의 상업화로 교육자를 도구적인 서비스 공급자로 인식하는 태도, 계급의 대물림을 가져오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저출생 사회에서 한 아이에게 집중된 욕망과 불평등한 사회구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교육 현장은 한국 사회의 계급구조와 그 재생산의 문제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한다. 교육 문제를 사회와 분리시켜 중립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권위란 폭력 없이 복종을 끌어내고, 논증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정당하게 인정된 위계라고 말한다. 근대 이후 그 권위가 소멸하고 그 자리에 폭력과 강제가 자리잡는다. 교육에서의 권위란 어른 세대가 아이들을 ‘세계’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하는 책임을 떠맡는 행위다. 교사의 권위는 그의 개인적 뛰어남이 아니라 그가 ‘공동의 세계’를 대표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교육의 권위가 가능하려면 한국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보존하고 전수할 만한 축적된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교육 시스템의 붕괴는 이 사회적 공동 세계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는 것을 뜻한다. 피에르 부르디외 식의 사회학적 비판을 개입시킨다면 새로운 세대에게 전수할 것이 학교의 서열과 계급 질서의 완강함뿐일 때, 사회는 교사에게 위임할 권위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경우 교육적인 ‘보존’이란 계급 위계의 재생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기성세대는 다만 무능하거나 위선적인 ‘꼰대’일 뿐이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아이들에게 전해줄 ‘세계에 대한 책임’을 한국 사회가 만들 수 있는가 혹은 다음 세대의 새로움이 이 세계를 갱신할 희망의 기획이 가능한가라고 할 수 있다. 아렌트의 문장들을 빌리면, 교육은 우리가 세계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만큼 세계를 사랑할지, 아이들이 공동 세계를 갱신할 임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만큼 그들을 사랑할지 결정하는 지점이다. 드라마에는 희생된 교사의 무덤을 찾아가는 애도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작은 나무가 서 있는 산 위에 자리잡은 무덤은 무너진 교육 시스템과 교권을 상징한다. 그 무덤 앞에서 한 교사의 죽음의 의미는 악마와 같은 학생 가해자를 색출해 응징하는 서사의 소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교육의 무덤으로부터 ‘다른 사랑의 시작’을 상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종교가 투명인간 취급 받는 시대…25일 무종교시대의 종교교육 학술대회

    종교가 투명인간 취급 받는 시대…25일 무종교시대의 종교교육 학술대회

    한국종교교육학회가 ‘무종교시대의 종교 교육’을 주제로 오는 25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종교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무종교 시대에 종교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대회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토마스 그룸 교수, 스리랑카 감리교 칼리지의 우풀 카투감팔라 학장, 일본 요카이치대의 기타지마 기신 명예교수와 아키타대 나리타 류 이치로 교수, 중국 헝수이대 웨이옌홍 교수, 고동원 호주연합교회총회장 등이 발표와 토론을 엮어간다. 오전 9시 시작대회는 학술대회 1부는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학술지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무료로 진행된다. 2부는 오후 2시부터 동국대 충무로 영상센터 본관 227호에서 진행된다. 한국종교교육학회는 1995년에 발족한 이후 30년 동안 교육을 통한 종교 간 대화를 이어왔다. 현 학회장인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는 “전 세계 교육학계가 종교적 인간에는 무관심한 채 오직 경제적인 부의 획득과 계급의 재생산, 관력과 지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경쟁교육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회가 30년 동안 간행한 학술지 ‘종교교육학연구’(Korean Journal of Religious Education)는 최근 미 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연구소 도서관에서 영구 보존키로 한 바 있다.
  • [세종로의 아침] 혐오 대선에 부쳐

    [세종로의 아침] 혐오 대선에 부쳐

    이번 대선에서 눈과 귀를 의심하는 일은 많았지만, 그중 압권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포문을 열었다. ‘형수 욕설’로 알려진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후보의 과거 발언도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한 고등학생의 말이라며 입에 담은 표현은 충격적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2시간의 토론 내내 여성 비하와 언어폭력을 반복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몰랐던 이야기를 입에 담은 이준석 후보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발언이 거듭될수록 불쾌감을 넘어 분노가 밀려왔다. 이준석 후보는 후에 “(문제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 외에 이보다 더 어떻게 순화해서 질문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당하게 나왔다. 그러나 언론은 차마 그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지 못했다. 온라인에서는 문제의 발언이 확대 재생산됐다.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유 작가의 발언을 영상으로 보게 됐다. 논란이 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이었다. 그 영상을 보고는 ‘나만 불편하고 불쾌한 건가. 이제는 저런 조롱과 혐오가 아무렇지 않아진 건가. 저런 말에 맞장구를 치며 앉아 있는 사람은 도대체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 작가는 유튜브 방송에 나와 “설난영이 생각하기에 김문수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고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의 인생에서는 갈 수가 없는 자리다. 그래서 이 사람이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다”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가 인용한 원문이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 음담패설인 반면 유 작가의 말은 그 정도는 아니라 여기에 옮길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유 작가의 발언은 고졸이자 노동자 출신인 설씨가 대학생, 그중에서도 서울대를 나온 배우자 덕분에 신분 상승을 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결혼은 여자에게 신분 상승 수단’이라는 구태의연한 클리셰를 가진 옛날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혹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학을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한다. 그 발언에는 학력 차별, 노동자 차별, 특권 의식 등이 담겨 있지만 그중 핵심이 여성 혐오인 데는 여기에 이유가 있다. 유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유 작가는 이후 “이해하는 바를 설명한 거지 무슨 계급주의, 여성 비하, 노동 비하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 성향, 진영과 관계없이 둘의 발언은 네거티브를 넘어서 혐오를 담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왜곡된 인식과 편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둘 다 실수라고 주워 담지 않고, 표면적으로 사과했을 뿐이다. 3년 전 대선이 정책이나 공약 없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가족 의혹으로 점철된 ‘네거티브 대선’이었다면 두 인물의 발언은 이번 대선을 ‘혐오 대선’으로 마무리하는 피날레였다. 두 발언은 오늘 밤 대선 결과가 나오면 잊힐 것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대로 묻힌 채 대선 기간 있었던 해프닝으로만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 진영은 상대방의 발언을 공격에만 활용했다. 이준석 후보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거나, “아내가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으니 갈아치워야 하나”라고 응수할 뿐이었다. 망언에 대응하는 방안이나 재발 방지책은 없다. 반면 ‘우리 편’ 실수에는 미온적 태도로 두둔하기 바빴다. 이게 거대 양당이 혐오 발언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결국 혐오 발언에 대한 진영 논리적 ‘선택적 분노’만 남게 됐다. 네거티브 대선, 혐오 대선에 이어 다음 대선은 무엇이 더 나올까. 여성 혐오에서 나아가 장애인 혐오, 아동 혐오, 노인 혐오, 외국인 혐오 등 예측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비정상’으로 규정한 혐오가 이어질지 모른다. 어떤 혐오 발언이 정당화될지 두렵다. 이민영 정치부 기자(차장급)
  • 인공자궁에서 태어나… 가족의 의미를 묻다

    인공자궁에서 태어나… 가족의 의미를 묻다

    섹스와 번식, 재생산 그리고 가족. 영국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18 94~1963)가 일찍이 예견한 ‘인공자궁’이 점차 현실화하는 시대에 그 의미를 반드시 되물어야 할 단어들이다. 신의 고유한 권한을 넘보는 인간의 무엄함을 지적하는 것보다도 끝없이 붕괴하는 인간성을 구원하는 게 더 시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지돈(41)의 새 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은 제목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헉슬리의 1932년작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의 오마주 혹은 패러디다. 앞서 ‘언리얼 퓨처: 22세기 서울’과 ‘가족의 방문’에 이어 인공자궁과 가족제도를 탐구한 정지돈의 세 번째 소설이다. 그는 “‘멋진 신세계’는 (소설의) 좋은 참조점이 됐지만 방향성은 반대”라고 했다. 헉슬리의 소설은 서기 2540년 생명과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시대를 그린다. 모든 아기는 유전자 조작을 거쳐 인공자궁이 있는 공장에서 길러지고 태어난다. 정지돈도 이 생각을 받았다. ‘브레이브 뉴 휴먼’에서 이렇게 태어난 인간을 ‘체외인’이라고 칭한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시점은 헉슬리가 상정한 것보다 훨씬 빠른 2040년대다.물론 기술이 한국만의 전유물은 아니었을 터다. 그래도 정지돈은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자궁을 받아들인 정부는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라고 설정했다. 소설에서 이는 “한국 정부가 출생률 감소와 인구 저하로 국가 소멸이라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으로 그려진다. 실제 대한민국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지난해 출생률 0.7이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작가는 아마도 그때까지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강하게 예감한 듯하다. 어쨌든 그렇게 한국에는 ‘체외인법’이라는 게 제정된다. “체외인이란 양육출산부의 주관하에 기증받은 생식세포로 인공적으로 수정, 출생되어 국가 기관에서 양육된 인간을 의미한다. … 체외인은 일반 국민과 다른 법적 사회적 지위를 가진다. … 성인이 된 모든 체외인은 식별 가능한 전자 바코드를 신체에 부여받는다. … 모든 체외인의 거주 및 이전은 정부가 정한 규정을 따른다.”(18~19쪽) 체외인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일인과 이인. 일인은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삶을 개척하려는 사람”이다. 체외인의 차별적 지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라 하겠다. 반대로 이인은 여기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다. 체외인에게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만 하면 평생 살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준다. 이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부모가 없으니 부모를 부양할 필요도 없다. 이인은 여기에 안주한다. 이는 현대인의 은유로도 읽힌다.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고 외치지만 실상 절대로 반전시킬 수 없는 ‘계급사회’인 이곳에서 우리는 점점 이인의 삶을 택하는 이들을 보고 있다. ‘성공한 체외인’으로 그려지는 주인공 아미의 친구이자 같은 체외인인 권정현지는 자신의 이복형제가 수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챈다. 체외인 대부분이 극소수 특권층 남성의 정자로 잉태됐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바탕 폭동이 벌어지는데…. 정지돈은 작가의 말에서 “인공자궁이 현실화되면 재생산을 위한 가족이라는 단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1970년 ‘성의 변증법’이라는 책을 출간한 페미니즘 이론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을 소환한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하여 여성을 생식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키고 양육의 역할을 여성뿐 아니라 남성, 즉 사회 전체로 확산시킬 것 … 필요한 것은 자연의 균형 대신 인간적인 인공의 균형을 확립하려고 시도하는 혁명적인 생태학적 기획이다.’ 나는 파이어스톤의 글에서 용기를 얻었다.”
  • 벽돌 책? 어려운 고전? 걱정 마세요, ‘만화’가 있잖아요

    벽돌 책? 어려운 고전? 걱정 마세요, ‘만화’가 있잖아요

    스피노자의 ‘에티카’,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마르크스의 ‘자본’,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살아서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이다. 그렇지만 이들 책은 분량이 방대해 엄두가 나지 않거나, 읽어봐야겠다고 펴들었다가 집어 던지기 십상일 정도로 난해한 내용으로 악명 높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최근 그래픽 노블 형태로 고전을 쉽게 풀어낸 책들이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화로 보는 고전은 주로 긴 줄글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많았다. ‘삼국지연의’나 ‘서유기’, ‘그리스로마 신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스마트기기 사용자가 늘어나고, 동영상도 1분 내외의 짧은 숏츠가 유행하면서 성인들도 긴 줄글로 된 책이나 두꺼운 벽돌 책은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이런 성인 독자들을 위한 고전 만화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그래픽 노블로 꾸민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김영사)는 2020년 1권을 시작으로 이번에 3권이 발간됐다.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명화나 대중문화를 차용한 사실적 그림으로 두꺼운 사피엔스 원작이 읽기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술술 읽을 수 있다. ‘인류의 통합’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3권에는 인류 역사에 방향성이 있는지, 있다면 그 방향으로 이끄는 배후조정자는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제국, 돈, 종교를 의인화한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해 역사를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스피노자의 대표 저작 ‘에티카’는 내용의 난해함으로 악명이 높다. ‘스피노자 에티카’(이숲)는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마저도 혀를 내두른다는 에티카를 쉽고 재미있게 만화로 소개하고 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행복에 이르는 길이란 신에 대한 참된 인식을 통한 것이며, 이런 인식으로 밝혀질 수 있는 삶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것은 기하학적 순서, 수학적 방법론으로 논증을 풀어가기 때문이다. 만화는 수수께끼만 같던 스피노자의 철학에 한 발 들어놓을 수 있게 해준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읽어본 사람이 적은 이유는 책의 방대함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 고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자본론’만 보더라도 총 3부 6권으로 구성돼 있다. 각 권당 500~600쪽이니 자본론 전체로 따지면 최소 3000쪽에 이른다.‘만화로 읽는 자본론’(곰출판)은 가난한 임금노동자 생쥐와 고용주 여우를 주인공으로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권위주의 왕조 사회와 달리 ‘계급은 존재하지 않고 모두 평등한 세상’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노동착취, 실업, 해고, 부의 양극화, 빈곤 등 사회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크스·엥겔스의 관점이 계속해서 새롭게 읽히고 재평가, 재생산되어야 한다고 책은 주장하고 있다. 간결하고 독특한 그림과 핵심을 찌르는 대사가 원작을 들춰보고 싶게 만든다. 이 밖에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도 최근 그래픽 노블로 나와 고전을 읽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명품 백보다 교육 환경… 새로운 엘리트의 출현

    명품 백보다 교육 환경… 새로운 엘리트의 출현

    과시적 소비의 효용성 점차 감소부유층 지위 드러낼 새 수단 찾아자수성가형 엘리트 생산성 몰두지식·문화 등 비과시적 소비 초점 사회비평가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1899년 출간한 ‘유한계급론’으로 상류층과 그들의 소비 행태를 날카롭게 포착했다. 그는 쓸모없고 별다른 기능도 없는 물질적 재화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부유하고 게으른 집단인 ‘유한계급’을 맹렬히 비판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는 극히 일부에 국한됐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발전으로 중간계급이 생겨나고 물질적 재화도 저렴해졌다. 웬만한 사람들도 명품 하나쯤은 있는 시대가 됐다.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 채 ‘작은 파우치’를 덥석 받아 탈이 나버린 영부인처럼 과시적 소비는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다. 과시적 소비의 효용이 줄어들면서 부유층과 엘리트들은 자신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찾아냈다. 책은 베블런의 유한계급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변주한 ‘야망계급’을 조명한다. 이들은 교육받은 자수성가형 엘리트 집단이다. 누구보다 오랜 시간 일하고 생산성에 몰두하느라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 명품백으로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지식수준, 문화자본, 사회적·환경적 의식 등을 드러내는 비과시적 소비에 초점을 둔다. 교육, 육아, 가사, 휴가 등에 상당한 돈을 지불하며 여가 시간을 확보한다. 저자는 이들의 행태가 유한계급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지위를 재생산하려는 노력이라고 봤다. 과거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이가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자식 교육에 왜 그렇게 공을 들였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저자는 야망계급의 소비문화가 과거 유한계급의 물질적 재화 소비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심각하게 계급 격차를 확대한다고 지적한다. 120여년이 지났지만 상류층이 지금도 하위 계층과 선 긋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베블런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야망계급의 분투가 두드러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책을 읽으면 씁쓸함이 더해진다.
  • 대한민국 학교는 지금 전쟁 중?

    대한민국 학교는 지금 전쟁 중?

    “단순히 입시 경쟁이나 신자유주의의 폐해만으로 공교육에서 대학 교육까지 한국 교육 시스템 전반의 실패를 해석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문화이론 전문 계간지 ‘문화/과학’ 겨울호(116호)는 ‘학교 전쟁’이라는 특집으로 한국 교육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와 구조적 한계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6편의 글을 실었다. 임태훈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학교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라는 글에서 오늘날 학교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ISA)로도 수준 미달이라고 진단한다. ISA는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수행하면 계급 상승과 경제적 보상에 이르며 자신을 지나온 길을 쫓는 이를 돕는다는 일종의 기회와 인연의 선순환 공동체라는 환상이다. 정부 교육정책은 기술 맹신에 사로잡혀 인공지능(AI), 융합, 통섭, 디지털 같은 단어만 되풀이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임 교수는 우리 사회의 먼 미래를 준비하고 더 나은 사회를 목표로 누구와도 함께 공부할 줄 아는 어른이 되도록 돕는 학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런가 하면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인간무늬연구소 대표인 김환희는 ‘5·31 교육체제를 애도한다’라는 글에서 서이초 사건 양상을 검토하고 5·31 교육체제의 실패를 지적한다. 5·31 교육체제는 1995년 김영삼 정권의 5·31 교육개혁안으로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학교가 생겨나고 교원 평가가 도입되며 공교육이 시장주의 교육체제로 전환된 것을 말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나 교육감 선거제가 도입되며 상명하달식 권위적 관료주의 시스템이 변화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서이초 사건의 비극을 불러들인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서이초 사건의 핵심은 만연한 소비자주의와 피해자주의, 교사의 안전 책임 과중, 갈등 중재 리더십의 부재 등 구조적 모순에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이라는 법률화된 불신을 개정하고 교권, 노동권, 인권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근본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을 공공재로 전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성일 경희대 교수는 “왜곡된 소비자 정체성이 투사된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는 월권이라는 점에서 권리의 과잉 또는 과잉 권리”라고 비판했다. 강정석 편집위원은 ‘한국 교육의 이중사회 재/생산’이라는 글에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교육 불평등으로 양극화된 이중사회를 재생산하는지 분석하고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강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수능 킬러문항이 사교육 카르텔을 형성한다며 기회균등 정책의 적폐로 지목했다”라면서 “하지만 이 역시 상위계층의 특권화와 하위계층의 경쟁 심화를 동반하는 교육격차 영구화에 일조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필자들은 “역대 정부에서 교육정책의 기본 전제였던 능력주의적 교육 평등관이 한국 교육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라면서 “시장만능주의와 기술 맹신에 치우친 정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교육 환경 변화를 위해서는 시민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미래 가치와 철학, 약자를 배려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 “시민권 포기”, “공연 수익 여성단체에 기부” 미 낙태권 제한에 가수들도 규탄

    “시민권 포기”, “공연 수익 여성단체에 기부” 미 낙태권 제한에 가수들도 규탄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가수와 밴드 등 여러 아티스트도 잇따라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인권에 퇴보적인 결정을 한 데 대해 대법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욕설을 하는가 하면 공연 수익을 낙태·재생산권 관련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과 서구 문명 전반을 비판해 온 미 전설적인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은 연방대법원의 결정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는 역겹다. 이는 수천만명에게 절망스러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열린 자선 콘서트 티켓 판매 수익금 47만 5000달러(약 6억 1000만원)를 위스콘신주, 일리노이주 재생산권 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이어 “미국에서 절반이 넘는 주(26개)가 당장 낙태를 금지하거나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백인이 아닌 빈곤층, 노동자계급, 미등록 인구에게 불균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자유에 대한 공격에 도전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임신 24주 이내의 임신중단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었다. 대법관들은 1973년의 이 판결에 대해 ‘미국 헌법이 낙태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 결정을 내렸다. 이후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곳곳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리조 역시 이 결정을 비난하며 곧 열릴 스페셜 투어에서 100만달러(12억 8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유명 밴드 그린데이의 리더 빌리 조 암스트롱은 지난 24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이와 관련해 “빌어먹을 미국, 내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담이 아니다”라며 “너무나도 멍청한 짓을 하고 비참한 핑계를 대는 나라에는 돌아갈 수 없다”며 영국으로 이주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린데이는 2004년 앨범 ‘아메리칸 이디엇’을 통해 모국을 비판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나치 독일 독재자 히틀러에 빗대기도 했다. 시민권 포기를 선언한 암스트롱뿐만 아니라 미국 연예계에서 낙태권 폐지에 대한 항의와 반발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19살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참가해 보수 대법관 이름을 하나씩 거론하며 “당신들을 증오하고 이 노래를 바친다”며 욕설 노래를 불렀다.이 축제에 동참한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라며 연방대법원을 비판했다. 낙태 금지법을 이미 제정한 텍사스주 출신의 메건 디 스탤리언은 “내 고향 텍사스 때문에 부끄럽다”며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갖고 있다고 외쳤다. 또 작가 스티븐 킹은 19세기로 돌아간 연방대법원이라고 꼬집었고,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는 낙태권 폐지 결정을 비판한 글을 잇달아 리트윗하며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의대 입학의 자격/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의대 입학의 자격/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최근 나라를 뒤흔든 몇 가지 불공정 이슈는 의과대학 입학과 관련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입시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과 본고사로 이행하는 대혼란의 시대에 지방 일반고 출신으로서 어쩌다 운 좋게 의대에 입학했던 나는 요즘 그 운의 힘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뉴스에 나오는 의대 입시를 둘러싼 복마전을 보며, 나는 나라 걱정보다는 내 아이 걱정으로 세월을 보냈다. 표창장을 위조하고도 당당한 교수나 자신이 학장인 대학에 자녀를 편입시키는 의사 외에도, 자기 아이를 본인이나 동료 교수 논문 저자로 넣어 입시를 준비하는 일은 실제 학계에서 드물지 않았다. 그러고도 별 타격 없이 연구나 진료를 하는 분들을 보면 예전엔 화가 났지만, 이제 내 아이의 입시가 다가오니 차라리 그게 부러워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공부엔 취미가 없다며 학원을 끊겠다고 선언한 아이를 설득하지도 못하고 있는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싶어 자책과 한탄에 빠진 것이다. 차라리 좋은 대학에 가고 싶으니 논문에 이름을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열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삐딱한 바람까지 들었다. 그러나 누가 의대에 입학하느냐의 문제는 사실 공정의 이슈 또는 정치권의 내로남불 공방을 뛰어넘는 중요한 문제다. 의사 사회가 다양한 계층과 정체성을 가진 인물로 구성돼 있어야 그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정 계층, 특정 지역에서만 의사가 배출된다면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사는 이들의 건강 문제는 외면당하기 쉽다. 국제의학교육협회(AMEE)는 의대의 사회적 책무 중 하나로 의대생을 좀더 다양한 인종적, 지역적, 사회적 집단에서 모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의대 역시 백인 일색의 의료계에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카 원주민 등 소수 인종 학생 비율을 늘리는 것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는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색인종 출신 의사가 백인 의사에 비해 의료자원이 부족하거나 유색인종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의대 입학이 계급 재생산의 가장 확실한 도구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지난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의대생 중 상위 20% 소득 가정 출신자의 비율이 80%에 이르는 만큼 상류층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의대 입시에서 외국과 같은 사회통합정책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지역인재 의무할당제나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통해 단순히 성적이나 스펙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지역의 학생들에게 의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제도 역시 시행돼 왔고, 이는 향후 더 확대될 예정이다. 실제 2021년도 의대에 입학한 약 3000명의 학생들 중 800여명이 이런 전형을 통해 선발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중이 느끼는 박탈감은 여전한데, 혹독한 선행학습과 고가의 사교육 기회를 얻고 여기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주로 의대에 가는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에는 의료가 더 필요한 지역과 계층의 학생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옳은 방향이며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은 분명하다. 사회 통합은 물론 건강의 지역별, 계층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의대에서의 ‘소셜믹스’가 필요한 것이다. 대학교수나 의사의 아이들보다 평범한 서민이나 농어민 아이들의 학업 역량을 키우고 이들이 의사가 될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입시제도를 만드는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의사가 될 생각은 1도 없는 아이가 받아온 처참한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며 마음을 비운다. 그래, 소위 ‘헬리콥터 맘’이 될 여지조차 주지 않는 네 덕분에 엄마는 교육자로서 좀더 공정하고 초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좋은 의사를 키워 내는 데 사심 없이 집중할 테니 너는 네가 생각하는 너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길.
  • ‘페미니스트 대통령’ 정의당 이정미 “성평등 개헌, 남여동수내각”

    ‘페미니스트 대통령’ 정의당 이정미 “성평등 개헌, 남여동수내각”

     “성평등 헌법전문 명시하겠다”  “성소수자, 비혼여성도 가족구성권 갖도록”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주창하며 대선 후보로 나선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23일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는 “성평등 정책 뿐만 아니라 국가 체계와 비전에 성평등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이 전 대표는 “성평등 개헌과 남여동수내각을 통해 성평등국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남녀 관계도 일종의 계급”이라며 집권한다면 ‘남녀 동수 내각’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국정이 소꿉놀이인가”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우선 실질적인 성평등 사회실현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겠다”며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괄하는 가족구성권 조항, 임신·출생·양육을 포괄하는 재생산권 조항, 선출직과 임명직을 비롯해 공직에서의 여성대표성을 확대하고 정치·경제 모든 영역에서 남녀의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성평등 개헌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남여동수내각을 실현해 공적 의사결정에서 성평등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를 집행할 추진 체계를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여성가족부 개편 의사도 밝혔다. 그는 “여성가족부를 성평등인권부로 재편하고 강화하겠다”며 “이정미 정부의 성평등인권부는 모두를 위한 성평등국가 비전을 실행시킬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부처별 성평등정책담당관제와 성인지예산 책임자 회의를 만들 것입니다. 또한 부처별 젠더거버넌스를 강화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성소수자, 비혼여성 등에게도 동등한 시민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돌봄 사회에서 가족은 혼인·혈연과 같은 특정 형태를 갖춘 집합 명사가 아니다”라며 “그동안 가족구성권에서 소외되어온 성소수자, 비혼여성, 황혼동거인들에게도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복된 시민권은 동등한 시민으로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포괄한다”며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성소수자라서, 이주민이라서 받아온 차별은 노동 능력을 기준으로 부여한 시민권의 한계였다. 돌봄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향한 싸움의 마지막 페이지가 아닌 첫 페이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불평등 상속받은 MZ… 예측가능한 공정을 원한다

    불평등 상속받은 MZ… 예측가능한 공정을 원한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현 정부의 ‘공정 이슈’마다 이들의 목소리가 여론의 중심에 서더니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는 그 범주에 포함된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이 불평등의 세습과 계층 간 격차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세대라는 우울한 진단도 적지 않다. MZ세대, 그 가운데서도 90년대생은 인구학적으로 현 586세대의 자녀 세대다. 사회변혁을 꿈꿨던 진보적 부모를 둔 이들 세대가 현 민주정부를 향해 보여 준 불만, 돌출적 투표경향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출판계가 주목하는 김내훈(29)·임명묵(27) 작가와 제21대 총선 최연소 후보였던 신민주(27)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위원장 등 90년대생 3인방을 서울신문 좌담회에 초청해 최근 불거진 세대론과 공정 논란, 한국 사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공정보다는 오히려 예측가능성의 문제라고 봅니다. ‘이만큼 노력했으면 이만큼 받는다’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기대·합의가 있었는데, 현 정부는 그걸 보장해 주지 않고 오히려 흔들려고 한다는 불안감이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죠.”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공정 논란에 대해 임 작가는 “젊은 세대가 정말 공정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계층상승이 가로막히고 부모의 자산·자원이 결정적인 사회경제적 변수가 된 상황에서 불안감으로 표현된 게 청년을 둘러싼 자원분배에 대한 논쟁이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젊은 세대=공정’이라는 도식화는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 공정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늘 MZ세대, 90년대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정의 공정’을 내세웠던 현 정부이기에 더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던 것일까. 신 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공정이라는 담론이 보수적으로 변했다. 공정을 얘기할 때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는 ‘출발선의 공정’만 얘기하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이 같은 보수적 관점의 공정조차 현 정부는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보수 진영은 공정이라는 기표를 전유해 이를 반정부·적대의 기표로 삼았다”면서 “공정의 내용은 텅 비어 있고, 과연 공정이 정말 무엇인지 실질적인 논의는 딱히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들은 공정을 둘러싼 논란이 다소 감정적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작가는 “정부에 반대하는 젊은 세대의 메시지를 언론 등이 침소봉대하는 경향도 있다. 젊은이들이 피력하는 힘듦과 절망을 반정부적인 메시지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고 말했고, 임 작가는 “그렇다고 과거 세대보다 공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한 사회갈등이 다소 증폭된 측면이 있다. 20대에겐 온라인이 여론 생성의 중심지이고 여기서 만들어진 여론이 이제는 주류로 확산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특히 20대가 처한 불평등에도 주목했다. 실제 최근 학계의 여러 연구들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노동시장 지위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증하며 현 20대의 사회격차가 30대보다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경제는 세계화의 혜택을 입은 상층과 그렇지 못한 하층으로 급격하게 이원화됐고, 갈수록 그것이 노골화됐습니다.” 임 작가는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의 기원을 한국 경제의 세계화에서 찾았다. 그는 “여기에 1960년대생의 경우 대학을 진학한 30%와 그러지 못한 나머지 70%가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이런 격차가 문화자본·사회자본으로 실현됐고, 이는 90년대생으로 내려오며 불평등의 격차가 심화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됐다”고 진단했다. 김 작가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이뤄졌던 여러 조치들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 같다”면서 “90년대생은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신세가 돼 여기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위원장은 “아직도 정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관점에서 청년을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얼마 전 한 대선주자의 출마선언문을 보니 ‘청년들이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 산다’고 했던데, ‘지옥고’ 같은 말은 이제 좀 지겹다. 좀더 다양한 청년의 모습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정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과 불평등의 확대는 역설적으로 2030세대를 계층·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스윙보터’ 집단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한국 정당사 최초의 30대 당수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20대 논객들은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로 젊은 세대를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올바르지만 오래된 것보다 나쁘더라도 새로운 것이 낫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여당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정치적 상상력이 협소한 탓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해도 그게 결국 야당에 표를 주게 된다”고 진단했다. 임 작가는 “남녀 간 표심 차이가 커서 하나로 묶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90년대생은 진영 논리가 강하지 않다”면서 “무조건 한쪽 진영에 충성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고, 실망하면 지지율이 한번에 쫙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대가 보수화됐다는 말도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보수’라고 하는데 그것이 보수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변인 경쟁선발, 공직후보 자격시험 도입 등 이 대표가 촉발한 ‘공정한 경쟁’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우리는 진영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임 작가의 말처럼 이들은 선뜻 ‘이준석 현상’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신 위원장은 “30대 당대표의 탄생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이만 갖고 혁신이고 새로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면서 “더불어 ‘이준석의 공정’과 ‘문재인의 공정’이 시작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는 슬픈 생각이 든다. 둘 다 불공정을 말하면서도 부정의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단일한 시험 결과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줄 세운다는 것 자체가 결과에 시비를 걸기가 어려울 뿐, 공정을 생각할 때 가장 게으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임 작가도 “사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청년 남성·대중이 정말 공정한 경쟁을 좋아할지 의문이 든다. ‘나는 국대다’ 등은 엔터테인먼트(흥미적 요소)로는 대중이 호응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정말 가혹하고 무차별적인 경쟁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경쟁적으로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은 대체로 박한 평가를 내놨다. 그렇다면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어떤 정책과 비전을 내놔야 할까. “4월 재보궐선거를 보며 20대 여성이야말로 진짜 블루오션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정치권이 ‘이대녀’를 잡기 위한 시도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합니다.”(신 위원장) “단순히 ‘청년이 살기 힘드니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사와 지난 20~30년 사이 우리 사회가 겪은 큰 틀의 변화, 그것이 미시적 차원에서 어떻게 작동됐는지를 생각하면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임 작가) “상수는 세대갈등이 아니라 계급재생산입니다. 더 망설임 없이 급진적인 정책과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김 작가)
  • 불평등 상속받은 90년대생, 예측가능한 공정을 원한다

    불평등 상속받은 90년대생, 예측가능한 공정을 원한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한국사회를 흔들고 있다. 현 정부의 ‘공정 이슈’마다 이들의 목소리가 여론의 중심에 서더니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는 그 범주에 포함된 ‘이대남’(1990년대생 남성)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이 불평등의 세습과 계층간 격차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세대라는 우울한 진단도 적지 않다. 최근 출판계가 주목하고 있는 김내훈(29)·임명묵(27) 작가와 제21대 총선 최연소 후보였던 신민주(26)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위원장 등 90년대생 3인방을 서울신문 좌담회에 초청해 최근 불거진 세대론과 공정 논란, 한국사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사는 16일자 지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대론이 왜 화두가 됐을까. 정말 젊은 세대는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신민주(이하 신) “20대 남성, 20대 여성이라는 정치적 주체가 발굴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4·7 보궐선거 이후부터가 그렇다. 한편으로는 청년들을 마치 이 세상의 피해자인 것처럼만 말을 한다.” 김내훈(이하 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20대 X새끼론’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그냥 세대론이라는 표피가 쌓인 게 아닐까. 돌출적인 투표경향이 몇년전부터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젊을수록 진보적이라는 편견을 깨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다소 특정 의도를 갖고 침소봉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제 스스로도 어떤 성향인지 모르겠는데, 하나의 집단으로 말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피력하는 힘듦과 절망을 반정부적인 메시지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회구조 자체에 대한 불만과 분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명묵(이하 임) “과거의 20대와는 정치적 의사표출 방식이 다르니까 그것을 어떻게든 해석해보려고 세대론이 나오는 것 같다. 여기에 표를 줬다가 반대로 저쪽에 표를 주고, 차별점을 보이니 관심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세대보다 공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한 사회갈등이 다소 증폭된 측면이 있다.” 청년 자원분배 논쟁이 불안감으로 표출공정이 아닌 예측가능성의 문제출발 공정만 말하지 소수자 배려는 뒷전 이들은 ‘젊은세대=공정’이라는 도식화에는 선을 그었지만, 그럼에도 최근 우리 사회 공정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늘 MZ세대, 90년대생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정의 공정을 내세웠던 현 정부이기에 더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던 것일까. -젊은 세대들이 공정 이슈에 더 민감하다는 분석은 대체적이다. 신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하기 전에 공정이란 담론이 보수적으로 변한 것을 지적하고 싶다. 공정을 얘기할 때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고 하는데, ‘출발선의 공정’ 이외에 다른 소수자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같은 보수적인 관점의 공정조차도 정부가 지키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임 “일단 젊은 세대가 정말 공정을 원하는가, 청년들이 공정을 말하고 있는 게 사실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계층상승이 가로막히고 부모의 자산·자원이 결정적인 사회경제적 변수가 된 상황에서 불안감으로 표현된 게 청년을 둘러싼 자원분배에 대한 논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보다는 오히려 예측가능성을 얘기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이만큼 노력했으면 이만큼 받는다’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기대·합의가 있었는데, 현 정부는 그걸 보장해주지 않고 오히려 흔들려고 한다는 불안감이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다.” 김 “현 정부에 들어와 갑자기 우리 사회가 불공정해진 것은 아니잖은가. 공정이란 말 자체의 내용은 텅 비어있고, 정말 공정이 무엇인지 실질적인 논의는 딱히 안 됐다. 그저 시험만능주의로 돌아가자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그렇다면 현 정부의 주축이자 90년대생의 부모세대인 586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신 “나는 586과 비슷한 연령대이지만 민주화 운동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우리 부모와 정치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히려 이른바 586세대와 얘기하는 것보다 더 편하다. ‘586 진보’들의 자의식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김 “저는 오히려 586에 대한 반감이 별로 없다. (신 위원장이 말한) 자의식 과잉은 역사의 중심에, 그 정점에 있었던 이들이었으니 (신 위원장이 말한) 자의식 과잉도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임 “‘8자 학번’을 단 사람이 그 세대의 전부가 아닌데 왜 세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됐고, 당시 대학에 진학한 20~30%, 심지어 그들 전부가 하지 않았던 경험이 왜 거대한 신화가 돼 그 시대의 보편적 이미지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라는 지위, 학력자본, 문화자본을 얻지 못한 이들의 인생 서사, 그들 삶의 과제를 한국 사회가 다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20대와 30대 사이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임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한국경제가 세계화되면서 세계화의 수혜를 입은 상층과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까지 봤던 하층으로 급격하게 이원화된 게 21세기 우리 경제사다.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경향은 노골화된다. 여기에 1960년대생의 경우 대학을 진학한 30%와 그러지 못한 나머지 70%가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이런 격차가 문화자본·사회자본으로 실현됐고, 이는 1990년대생에서 불평등으로 더욱 나타나게 됐다. 김 “그동안 한국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이뤄졌던 여러 조치들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다. 1990년대생은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신세가 돼 여기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신 “30대는 ‘영끌’해서 집을 사고, 20대는 ‘영끌’해서 비트코인을 사는 게 아닐까. (30대와 달리) 20대는 영원히 집을 못살 것 같다.” 급성장한 한국 사회 부작용이 지금 터져90년대생은 ‘탄광 속 카나리아’ 신세‘아프니까 청춘이다’란 관점은 이제 그만 젊은 세대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이 정치권은 오히려 이들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2030세대가 지난 보궐선거에서는 보수 야당으로 몰렸다. 그리고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이들의 정치적 반란은 한국정당사의 첫 30대 당수가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나. 당신들은 스윙보터가 된 것인가. 임 “남녀간 표심 차이도 커서 90년대생을 하나로 묶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70년대생들보다 진영논리가 강하지는 않다. 무조건 한쪽 진영에 충성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고, 실망하면 한번에 지지율이 쫙 빠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20대가 보수화됐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보수’라고 하는데 그것이 보수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지난 대선은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였지 당시 문 후보에게 아주 큰 기대를 갖고 투표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올바르지만 오래된 것보다 나쁘더라도 새로운 것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의 민주당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정치적 상상력이 협소한 탓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해도 그게 결국 야당에 표를 주게 된다.” 신 “지난 보궐선거는 LH 사태 영향이 컸다. 집이 제일 없는 세대가 20대 아닌가. LH사태, 부동산 문제가 계속 실패했으니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시험 결과로 줄세운다는 건 게으른 발상블루오션 ‘이대녀’ 위해 정치 나설 때상수는 세대갈등 아닌 계급 재생산 -‘이준석 현상’에 대한 평가, ‘나는 국대다’와 같은 형식으로 나타난 ‘이준석식 공정’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신 “30대 당대표의 탄생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이만 갖고 혁신이고 새로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본다. 그동안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있었고, 훨씬 더 다양한 얘기를 해왔다. 더불어 ‘이준석의 공정’과 ‘문재인의 공정’이 시작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는 슬픈 생각이 든다. 둘다 불공정을 말하면서도 부정의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김 “새로운 것은 나이밖에 없다. 방송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게 됐지만, 그것이 정치를 잘할 것이라는 믿음과는 다르지 않나. 단일한 시험 결과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줄 세운다는 것 자체가 공정을 생각할 때 제일 게으른 발상아닐까. 딱 하나 좋은 점은 결과에 시비를 걸기가 어렵다는 것뿐이다.” 임 “이 대표가 당대표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인기를 얻는 과정 등이 흥미롭다. 온라인상에서의 방식이 현실 정치의 장으로 가면 적용하기가 어렵게 되고 주류의 룰에 맞춰야 하다보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가 됐을 당시 관심도 어느 정도 식을 것 같다. 사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청년 남성 또는 대중들이 그의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을 정말 좋아할지도 사실 의문이 든다. 무차별적인 경쟁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20대를 둘러싼 젠더 갈등은 어떻게 봐야 할까. 임 “20대의 여론 소비 환경을 보면 각자 자신이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이 커뮤니티가 남녀로 크게 갈려 있다. 지금 양쪽 커뮤니티는 전쟁만 있고 실질적인 소통이나 대화는 없다. 젠더 이슈의 주제들을 보면 소위 기성세대가 볼 때는 별게 아닌데 20대는 심각하다. 여기서 나타난 온도차가 크다. 여당은 남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20대 여성이 볼 때 ‘민주당은 뭘 했다고 자신들을 페미니즘 정당이라고 하는거야’라고 하는데, 이는 타당한 지적이다. 양극화된 상황에서 주류 정당은 입장 하나를 취하는 게 어려워지고,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힘들어졌다.” 김 “90년대생, MZ세대는 남녀 불문하고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이런 불만이 투사된 키워드가 바로 위선, 내로남불, 불공정이다. 이런 불만은 남녀가 마찬가지인데, 여기에 ‘친페미니즘 대 반페미니즘’의 층위가 더해진 것 같다” 신 “더 정확히 말하면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이 아닐까. 동등한 위치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이 조금 더 앞으로 나가면 훨씬 더 많은 ‘백래시’(반발)가 오는 상황이다. 지난 보궐선거 끝나고 ‘이대남’은 정치세력으로 남았지만, ‘이대녀’는 이름만 남았다. 여전히 20대 여성은 표를 받을 수 있는 존재나 정치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손짓하고 있는데. 임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등 사실 한국경제의 세계화, 산업 구조 변동과 연관이 있다. 청년 문제가 국제무역질서 등의 틀에서 논의되지는 않고, 단순히 ‘청년이 살기 힘드니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만 접근되고 있다.” 신 “최근 일자리가 늘었다고 하는데 초단시간(주당 15시간 미만) 일자리가 늘었다고 한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주택은 죄다 5평짜리다. 힘들지만 5평짜리 집에서 살 수 있으니 괜찮다는 것일까. 아직도 정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관점에서 청년을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전 한 대선주자의 출마선언문을 보니 ‘청년들이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 산다’고 하더라. 좀 지겹다. 한국사회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처럼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좀더 다양한 청년의 모습을 생각해서 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조언할 게 있다면. “4월 재보궐선거를 보며 20대 여성이야말로 진짜 블루오션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정치권인 ‘이대녀’를 잡기 위한 시도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합니다.”(신 위원장)  “단순히 ‘청년이 살기 힘드니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사와 지난 20~30년 사이 우리 사회가 겪은 큰 틀의 변화, 그것이 미시적 차원에서 어떻게 작동됐는지를 생각하면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임 작가)  “상수는 세대갈등이 아니라 계급재생산입니다…더 망설임 없이 급진적인 정책과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김 작가)
  • 알고 보면 랭보도 주식 부자,,, 여성도 상업·예술 다 잡아야

    알고 보면 랭보도 주식 부자,,, 여성도 상업·예술 다 잡아야

    2016년 출간된 이래 64쇄, 7만 3000부가 팔린 책 ‘입트페’(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저자 이민경 작가는 여성주의 저서와 역서를 전방위적으로 출간하는 젊은 여성주의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속 고립된 여성들과 연대하는 프로젝트로 이메일 서비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시작했다. ‘고사리박사’는 필명 말고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웹툰 작가다. 2018년부터 신생 독립 플랫폼 딜리헙에 연재한 웹툰 ‘극락왕생’은 이듬해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연재 10개월 만에 매출 2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불교 보살의 자비 아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를 다시 살게 된 귀신 박자언의 이야기에는 딱 한 명의 협시 외에 부처와 보살 모두 여성이다. 여성주의 창작자이자 친구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을 최근 서울 마포구 이 작가의 자택(이자 사무실)에서 만났다.-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민경 ‘코로나 시대의 사랑’ 단행본을 준비하고 있어요. 작년에 썼던 이메일 서비스와 석사 논문을 섞어 새 책으로 만들려고 해요. 지난달에 냈어야 하는데 잘 안 돼 괴로운 상태고요. 올 초 석사 학위(문화인류학)를 받았는데, 프랑스로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 중이에요. 고사리박사 이달 말, 새달 초에 출간하는 문학동네 여성 작가 테마단편집에 실릴 원고 작업을 했고요. 5월 부처님오신날이 ‘극락왕생’의 크리스마스거든요. 의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여러 이벤트를 준비 중이고요. ‘극락왕생’ 영상화도 결정돼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문체부 장관상 받은 ‘극락왕생’ 2019년, 함께 아는 지인을 통해, 말하자면 ‘소개팅’처럼 서로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 작가가 지난달 만든 통번역 에이전시 ‘핫팟’은 ‘극락왕생’의 번역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영어부터 시작해 일어, 중국어, 불어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고사리박사님은 ‘극락왕생’에서 현재 시점으로 29살이 됐을 여고생들 이야기를 그렸고, 이 작가님은 꾸준히 ‘2030’ 여성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을 하셨습니다. 여성들 이야기를 쓰고 다룰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민경 저는 의외로 ‘형식’이요. ‘저자로서의 인류학자’(클리퍼드 기어츠 저)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에 ‘작가는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하고, 저자가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가 해 왔던 작업이 일종의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이냐’를 고민하는 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트페’는 생각보다 형식이 되게 중요했어요. 온라인상에서 관련 발화가 많았지만 파급력이 없었어요. 매뉴얼, 회화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유럽 낙태 여행’은 여행기,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은 연극 또는 드라마,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편지글로 만들었고요. 고사리박사 저는 보편적인 경험을 디테일하게 구현하려고 해요. 만화라는 게 120%를 담아도 독자들이 80%밖에 못 느끼잖아요. 포맷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최대한 사실의 일이라고, 우리 함께 경험한 것이라고 느끼게 하려고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요. 동시에 주변 여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요. ‘극락왕생’에서는 작품에 나오는 (여자)고등학교 친구들끼리의 관계를 구현하는 일에 특히 공을 들였어요. 한국인의 학창 시절이 힘들잖아요. 자유롭지도 않고, 통제된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쌓여요. 거기서 나를 견디게 해 준 게 동성 친구들이구요. 정상성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에’ 이성과 결혼하기 이전까지 내가 가장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었던 건 그 시절의 (여자) 단짝 친구란 말이죠. 우리들만으로, 여자들만으로 충분했던 그 시절의 편안함과 안정감을 이야기에 담아 내기 위해 작품 초반에는 학창 시절의 재현에 초점을 많이 맞췄어요.●여성 서사의 계보 찾고 또 남겨야 -두 분은 공통적으로 여성 서사의 계보를 찾고, 기록하는 일에도 열심이에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왜 중요한가요. 이민경 저도 몰랐는데 ‘계보’가 계속된 제 테마네요. ‘유럽 낙태 여행’(2018)에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위해 싸워 온 유럽 활동가들에 관한 인터뷰집) 횡적인 역사를 조명하면서 다른 나라에도 이런 일이 존재했다고 얘기했어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은 역사에 걸쳐 익명의 존재였다”고 말하잖아요.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에 대한 역사가 없던 게 아니고 지워졌다는 것이 피지배계급의 속성이에요. 남성들은 자신이 이룬 게 없더라도 계보 안에 들어가 있음으로 얻게 되는 안정감이 있어요. 앞으로 이렇게 살게 되리라는 비전 같은 거죠. 말하자면 이성애 규범적 생애 서사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도 가정이 유지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여성은 황당한 거예요. ‘왜 살고 있지?’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생물학적 몸이 존속하는 것과 별개로 사회적 삶이 유지 가능한가에 대한 불안이 항상 있어요.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 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책들을 썼죠. 고사리박사 저도 계보가 있어야 낙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실천은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신념은 추상적이어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고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은 매일 구체적으로 힘들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도망쳐야 하는 우주적 낙관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신화니까. 이민경 여성들끼리 상호의존하던 역사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그걸 보여 주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임파워링’(Empowering)을 항상 견지해 왔는데요. 제가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화하는 게 아니고 낙관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보니까 ‘계보’로 돌아가는 거 같아요. “괜찮아, 원래 이런 거야” 하는 식의. 고사리박사 불교에서는 과거·현재·미래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선형적이지도 않고 유기적으로 동시 존재한다고 묘사하거든요.●돈 모르는 작가가 멋지다는 착각 버려야 창작자인 두 사람의 재능이 교차하는 지점 또 하나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판로 개척에 뛰어들었다. 이 작가는 출판사 봄알람을 만들어 텀블벅 펀딩을 통해 책을 다수 출간했다. 고사리박사는 ‘극락왕생’을 신생 독립 플랫폼인 딜리헙에 연재하며 회당 3300원이라는 ‘고가 마케팅’을 썼다. 지금은 웹툰 스튜디오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두 분 다 주체적으로 자기 작품의 판로를 만들어 왔어요. 이민경 작가를 꿈꾸는 여성들이 세상에 지분을 많이 못 갖잖아요. 여성들 사이에서 작가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태도로 글밖에 모르는, 달리 말해 돈을 모르는 사람이 멋진 작가라는 인식이 있어요. 반면 ‘잘 팔리는’ 남성 작가들은 세상의 물질적 토대와 깊이 연관돼 있고, 그걸 알고 있어요. 예를 들면 출판사에 돈을 벌어다 줬을 때 자기 지분을 요구한다거나, 임프린트를 만드는 식이죠. 여자 작가들은 자기 책이 잘 팔렸을 때 감사하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과 물질적 토대를 모르는 것은 다르죠. 고사리박사 중요한 지적이에요. 요즘은 지식재산(IP) 생산자들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IP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해요. 이민경 그걸 알고 있으면 비여성적으로 보이거든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기성 출판사 눈치를 안 보겠다는 반항의 몸짓이었지만, 지금은 제가 책임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업체 만드는 일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돼요. 제가 불문과였는데 랭보(1854~1891)가 유명한 시인이면서 주식 부자였더라고요. 그의 예술성과 상업성, 세속성은 같이 가거든요. 말하자면 남성은 자기 부피를 가진 사람이고, 밥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돈 버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술을 해요. 여성들은 거꾸로 남성 작가들이 살림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돈의 흐름에 대해서는 차단이 돼 있어요.●여성 중심 콘텐츠가 안전할 수 있는 환경 -‘극락왕생’의 회당 3300원이라는 구독료는 얼핏 듣기에 비싸게 느껴지는데요. 고사리박사 일단 1만원을 결제해서 세 편을 보면 100원이 남잖아요. ‘100원 아까우니까 또 보겠지’ 하고 (가격을) 정했어요. 직관적으로 3300원은 비싼 듯하지만 못 낼 돈은 아니거든요. 보통 웹툰 한 편이 60~70컷 정도 되는데 ‘극락왕생’은 페이지 기준 80~100페이지니까 분량이 길기도 하고요. 또 진입장벽은 무조건 낮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여성 중심의 콘텐츠는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수가 있어요. 요즘 같은 때는 댓글도 웹툰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거든요. 실제로 극락왕생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 개인의 생활, 그들 삶의 기록이 내밀하게 펼쳐지는 작품이고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편안하게 꺼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여성들끼리 또 다른 소통의 장을 보여 준 게 ‘극락왕생’ 세계관의 확장이에요. 이민경 저도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이후에 독자들끼리 모임을 만들고 네이버 카페를 만드는 식의 확장이 일어났는데 이게 진짜 콘텐츠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고사리박사 지금 와서 보면 ‘입트페’로 귀결되는 게 결국 여자들 스스로 발화하게 만들어야 해요. 내 작품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자기 걸 떠올리게 되면 좋죠. 이게 완전히 없는 걸 지어내서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알고 있고 당신도 아마 충분히 알고 있을 그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대화는 내내 두 사람이 공유하는 모순되는 듯 확고한 가치로 귀결됐다. 서로가 “내가 맛이 가도 알려 줄 것 같은 동료”라는 믿음. “‘가부장제 타파하자’는 말만 반복하면 아무도 안 본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창작자로서의 신념, 여성주의자임이 그 자체로 브랜드파워가 되는 세상이라는 경험적 근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한 작품은 만들면 안 된다”는 엄격함까지. 둘은 지난여름 강릉의 바다에서 거짓말처럼 큰 새를 봤고, ‘우리가 함께 봤다’는 믿음이 여성주의 정치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극락왕생’ 속 자언이 말하는 ‘윙윙인간’(‘윈윈’하는 인간)이라는 실체가, 여기 있었다.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백인은 어떻게 계급이 됐나

    백인은 어떻게 계급이 됐나

    할리우드 영화 속 백인 우월주의 고전·회화 등 서구 문화의 관행 인종주의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 문화수출국 된 현실에서 과제로할리우드 영화는 백인을 다른 유색인종에 비해 우월하게 부각시키는 숨은 장치를 갖고 있다. 또 서구 문화는 기본적으로 백인 우월의 인종주의를 품고 있다. 이런 의문 또는 찜찜한 백인 우월주의 코드를 어렴풋이 느꼈던 이들이라면 ‘화이트’를 통해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감지할 수 있을 듯싶다. 킹스칼리지런던과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영화학과 명예교수인 리처드 다이어는 할리우드 영화와 대중문화를 집중 해부해 `백인성´(White 혹은 Whiteness)이야말로 서구 문화에서 특권적인 위치를 형성해 온 문화적 구성물임을 명쾌하게 밝혔다. 1980년대 말 개봉된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주인공은 어렵사리 만든 영화의 시사를 마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애써 만든 영화들이 모두 할리우드 영화의 연출 장면을 베껴 이어 놓았을 뿐임을 뒤늦게 자각하곤 죽음을 택한 것이다.`화이트´는 그 `헐리우드 키드´의 자살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 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헐리우드 키드´의 죽음이 단순히 영화를 베꼈다는 자책 때문이 아니라 백인 우월의 인종주의를 따랐다는 자괴감 탓이었음을 실감 나게 풀어 보인다. 저자 다이어가 영화를 보는 시각은 그저 오락거리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재구성되는 문화적 장르다.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지각하는 방식은 식민주의 및 제국주의 문화가 남겨 놓은 기호학적이고 물질적인 흔적´이라는 영국 역사학자 폴 길로이의 지론과 맞닿아 있다. 재현의 장르인 영화는 `백인 헤게모니´가 형성되고 재생산되는 기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나우 유 시 잇´의 교훈처럼 시계를 싼 껍질을 벗겨 가듯이 시선을 탈중심화하고 방향을 바꿔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우라고 주장한다.책의 큰 특징은 고전문학과 대중음악, 르네상스 회화, 20세기의 사진술, 1950년대 이탈리아 영화부터 할리우드 SF영화까지 서구 대중문화를 아우르며 기독교, 인종, 식민주의 맥락에서 더듬어 가는 `백인성´ 찾기다. 백인 얼굴을 표준으로 삼아 발전한 사진술, 할리우드 영화에서 백인 스타를 비추는 조명 관습, 기독교적 분위기에 맞춘 빛의 사용이 대표적인 흔적이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들은 백인의 피부를 아름답게 조명하면서 백인 남성을 인류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백인 여성에게는 그 숭고함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부여한다. 결국 백인성은 백인의 인종주의적 우월성의 근거로 작동해 모든 유색인을 개인성을 확립하지 못한 미개하고 이해할 수 없고 비이성적인 집단으로 타자화하는 인종차별적 태도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백인성의 권력이 사실상 모든 서구 문화의 기저에 관행으로 스며들어 있음을 드러내는 과정을 좇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한류와 한국 사회의 얼굴이 포개진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30만명을 넘어선 한국은 과연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어두운 피부색의 외국인에게 우호적인가. 옮긴이는 이 대목에서 “한국 사회는 결코 인종주의나 피부색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우리의 시선 속에서 또 다른 백인성이 작동한다”고 꼬집고 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책머리에 남긴 글을 통해 “세계 속 문화 수출국이 되어 새로운 미의 위계를 형성하는 여러 산업적, 문화적 실천을 전파하는 입장에서 이미 인종주의는 우리의 문제이고 한국의 미백과 뷰티 실천은 이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2019 학자들은 무엇을 연구했나?

    2019 학자들은 무엇을 연구했나?

    2019년 12월에 되어서야 스타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KBS 연예대상 시상자로 공중파에 첫 데뷔했지만, 2019년의 국내 연구자들은 유튜브와 1인 미디어의 가치를 진작에 알아봤다. 국내 최대 학술논문 플랫폼 디비피아는 2019년 각 분야의 대표학회들이 발표한 우수논문을 분석한 학술트렌드 자료를 내놓으며, 연구자들이 일반인 유튜버의 높은 영향력을 확인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한양대 김은재, 황상재 교수가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정보원 유형과 경제적 대가 표시에 따른 광고 효과 연구”는 일반인 유튜버의 연예인에 못지않은 광고효과를 밝히며, 뷰티제품의 경우 일반인 유튜버가 연예인보다도 높은 광고효과를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이렇듯 2019년의 국내 연구자들은 유튜브와 1인 미디어에 몰두하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힌 100편 중 20편이 유튜브와 1인 미디어 등 뉴미디어에 관한 논문이다. 반면 IT와 4차 산업혁명 이슈에 대한 관심은 줄었다. 2017-2018년 논문이용순위 상위를 휩쓸었던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인공지능에 관한 논문은 이용순위 상위 100편 중 4편에 불과했고 이용순위 상위 10위 안에는 1편도 등장하지 않았다. 2019년 1인 미디어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가장 많이 읽힌 100편 논문 중 10편이 1인 미디어를 연구한 논문이었고, 이는 앞서 언급한 20편의 뉴미디어 논문의 과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논문을 살펴보면, 1인 미디어의 시청동기를 분석해 한국방송학회에서 발표된 “미디어 이용 동기, 개인적 성향, 인지된 개혁의 특성이 1인 방송 시청에 미치는 영향”를 비롯, (“유튜브 댓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제품별 소비자 구매여정 연구”) 1인 미디어의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1인 미디어 음식콘텐츠의 시청동기가 시청만족도와 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유튜브 상품 리뷰채널 구독자의 상품태도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 뉴미디어 플랫폼의 의미(“유튜브의 기술문화적 의미에 대한 탐색”)를 연구한 논문들이 눈에 띈다. 전통적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감소하고 뉴미디어가 새롭게 주목되면서 나타난 가짜뉴스 문제도 2019년에 뉴미디어를 연구한 학자들이 몰두한 주제다. 가짜뉴스를 연구한 논문은 2019년에 총 9편이 발표됐고, 이용순위 상위 100위에도 5편의 논문이 포함됐다. 특히, 2019년에 발표된 논문 중 가장 많이 읽힌 논문은 한국언론학회에 발표된 “가짜뉴스 노출과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가짜뉴스가 어떻게 전파되고 미디어 수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이 논문 외에도 가짜뉴스 규제안을 비판적 검토한 논문(“’가짜뉴스’와 온라인 허위정보(disinformation) 규제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2019년에 주목할 만한 연구동향 키워드는 ‘아이돌’과 ‘계급’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더불어 K-pop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논문이 2019년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이용순위 100위 중 8편이 포함되었고, 이용순위 상위 10편 중 2편이나 포함됐다.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팬덤과 성공요인 분석” “신문 기사 담론 토픽 모델링분석을 통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에 대한 탐색적 연구”) 한편, 조국사태로 촉발된 교육과 불평등 이슈에 대한 연구자들의 발빠른 대응이 눈에 띄었다. 한국사회학회에서 발표된 “세대, 계급, 위계”은 이미 기득권층이 된 386세대를 비판적으로 분석했으며, 계급을 재생산하는 수단으로서의 교육을 분석한 논문(“한국의 교육 불평등에 관한 분석”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신재민 사건에 나타난 학벌·계급·가족“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도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 디비피아 관계자는 “전통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의 전환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국내 학자들의 예리한 연구욕구를 자극한 것 같다”며 학자들이 뉴미디어에 몰두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작년 논문이용 상위 10편중 8편을 차지한 블록체인이 1편도 등장하지 않은 것은 비트코인의 몰락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각 분야별 대표학회들이 발표한 우수논문 원문들은 디비피아(DBpia) 홈페이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대백두에 바친다(이근배 지음, 시인생각 펴냄) 1988년 서울 올림픽, 1995년 광복 50년, 2002 한일 월드컵 등 역사의 현장마다 남긴 원로 시인의 기념시집. 1961~1962년 다수의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은 시력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직접 목도한 역사와 위대한 문인들을 기리는 시를 써왔다. 206쪽. 1만 2000원.첩보 한국 현대사(고지훈 지음, 앨피 펴냄) 미국 국립문서기록청에서 새롭게 발굴한 한국 관련 사진들과 문서자료들을 재구성해 한국 현대사를 엮었다. 특히 ‘미군정기’라 불리는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48년 8월 15일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기까지 약 3년 동안 남한에서 미 육군 방첩대(CIC)가 벌인 간첩 색출 및 정치 공작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410쪽. 1만 6800원.특권(셰이머스 라만 칸 지음, 강예은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미국의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명문 사립고 세인트폴 스쿨의 재학생이었던 저자가 졸업 후 9년 만에, 선생이자 연구자로서 모교로 돌아간 기록. 미국의 상류층 가문들이 ‘아이비 캐슬’이라는 문화 권력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계급과 지위를 재생산하는지 들여다본다. 419쪽. 2만원.미래로 가는 길, 실크로드(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펴냄)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세계 지리정치학적 퍼즐 조각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한 저작. 밀리언셀러 ‘실크로드 세계사’의 저자 피터 프랭코판은 서방이 고립주의와 분열에 휩싸여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연결망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348쪽. 1만 6000원.키스의 지수(헬렌 호앙 지음, 황소연 옮김, 시공사 펴냄) 사회적으로 성공한 백인 여성과 데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색인종 남성의 사랑 이야기.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연애를 비롯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계량 경제학자 스텔라는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만난 베트남·스웨덴 혼혈 마이클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나쁜 페미니스트’로 잘 알려진 에세이스트 록산 게이가 극찬한 책. 432쪽. 1만 5000원.기울지 않는 길(장재선 지음, 서정시학 펴냄) 서정주문학상을 수상한 일간지 기자 출신 시인의 신작 시집. 시인은 자신이 만난 문화 체육계 인사들의 언행을 통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갈등이 극심한 공동체에서 겪는 아픔을 서정의 힘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136쪽. 1만 2000원.
  • 청년, 아프니까 ‘참여’하라

    청년, 아프니까 ‘참여’하라

    청년단체 “공정” 73회 “정의” 63회 86세대에 배신감… 흙수저들 무력감 교육문제 개선·노동 불평등 등 고민 “정치 참여 조직화… 원내 진출 필요”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 등을 두고 벌어진 ‘조국 대전’이 약 두 달 만에 일단락됐지만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는 크고 무겁다. 특히 청년 세대가 입은 상처가 깊다. 우리 사회가 조국 사태를 딛고 청년들이 살 만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두고 향후 논쟁이 예상된다. 90년대생으로 상징되는 청년층은 조국 대전을 겪으며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자)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배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의롭다고 믿었던 사회적 멘토(조 전 장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면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15일 서울신문이 지난 8~9월 각 대학 총학생회 등 청년 중심 단체들이 내놓았던 조 전 장관 관련 입장문 19건의 빈출 단어를 분석해 보니 청년들의 목소리는 ‘공정’(73회), ‘정의’(63회), ‘분노’(44회)로 집중됐다. 서울대·고려대·부산대·경북대 총학생회와 노동단체 청년 전태일이 발표한 입장문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 집회를 주도한 당시 부총학생회장 김다민씨는 “권력이나 돈, 명예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부와 사회적 지위를 세습해 왔는지 드러났다”며 “계층이 다른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불공평에 문제를 제기하고 공정을 외친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이 말하는 ‘공정’의 핵심은 계층과 상관없이 제공되는 기회를 잡는 과정에서 반칙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국 국면은 청년층 내부에 숨어 있던 계급 격차도 적나라하게 확인시켰다. 예컨대 당장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해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노동 전선에 뛰어든 ‘흙수저’ 청년들은 서울 시내 대학생들의 ‘공정’ 외침을 들으며 또 다른 허탈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조 전 장관 취임 직후 만남을 가졌던 청년 전태일의 김종민 대표는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자녀의 결혼과 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한국 사회”라고 말했다. ‘불공정한 계급사회’를 벗어나는 대안으로는 대학 입시를 비롯한 교육제도의 개혁, 임금 격차 등 노동 불평등 완화, 양극화 해소 등이 거론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이 불평등한 계급을 재생산하는 수단이라는 걸 청년들이 절감했다”며 “공교육 강화 등 교육제도 개혁뿐 아니라 복지나 노동 분야에서도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도 “대학입시 제도와 계층화된 노동 구조를 함께 개선해야 계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대안들은 원내 진출 등 정치적인 수단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는 86세대가 불평등 구조를 해결할 정치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총선에서는 청년들이 원내에 진출해 문제를 스스로 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현 특성화고 권리연합회 이사장은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며 “각종 대안들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도 “청년이 계급과 공정의 문제를 기성세대에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자발적이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열린세상] 젊은이들이 뭔들 못 하겠는가?/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열린세상] 젊은이들이 뭔들 못 하겠는가?/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혹시 너희들이 잘나서 여기 앉아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저 우연히 있는 집에서 태어났거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라도 자식 위해 희생하는 부모를 만나 여기까지 온 줄 알고는 있느냐? 어디 가서 잘난 척할 생각 마라. 너희들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1990년 봄 대학 국어 수업 시간. 흰 셔츠에 은발의 중년 교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행운에 속지 말라’며 죽비를 내리쳤다. 평생의 가르침이었다. 대한민국을 장악한 386세대 일부의 성공에 운의 역할은 지대했다. 권위주의 체제의 고도성장이 취업을 보장했고, 경제 위기에는 중간 관리자로 살아남아 세계화의 단물을 빨며 시장 권력을 장악했다. 불의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 자본을 독점하고는 정치ㆍ사회ㆍ문화 권력을 구축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성공을 ‘개천의 용’ 스토리의 두 뼈대인 능력주의와 교육의 힘 덕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정의의 열망으로 충만했던 세대가 만들어 낸 오늘은 어떤가. 청소 노동자, 탈북민 모자, 젊은 비정규직은 여전히 시스템 실패로 더위에 배고픔에 사고에 죽임을 당한다. 이들은 죽어서도 선택적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정치권의 재료로 이용당할 뿐이다. 미국의 능력주의는 허구라는 사회학자 스티븐 맥나미의 지적처럼 한국의 대학 교육도 불평등 재생산의 핵심 매개체라는 불온한 혐의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어떤가. 능력주의와 학력주의의 신화 속에 모든 것들을 갈아 넣고 쏟아부어도 결국 운 좋은 소수에게만 괜찮은 삶이 허락된 사회. 공공성이 철저히 파괴된 지대추구형, 승자독식형 능력주의 경제. 구체적으로 이철승과 정승국이 말하는 ‘한국형 위계질서’와 ‘이중노동시장’에서 불안정 노동자계급(precarious proletariat)으로의 추락 위험. 젊은이들의 공정성 요구는 능력주의가 분배의 기초 원리가 돼야 한다는 절박한 실존적 외침이다. 물론 능력주의가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경제학자 벤 버냉키가 프린스턴대 졸업식에서 언급한 대로 능력주의는 타고난 건강과 재능, 집안의 정서적ㆍ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수많은 측면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 사회에서 가장 큰 보상을 받는 제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가장 운 좋은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일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 그들이 행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책임을 가장 크게 질 때만 능력주의가 그나마 도덕적이고 정의로울 수 있다고 설파했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어떤가. 자칭 우파는 세습적 현존 질서와 승자의 기득권을 배타적으로 해석하고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한다. 제 자식들 일자리 청탁엔 한없이 관대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젊은이들을 기만한다. 자칭 좌파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외치면서도 기득권 세력이 돼 불평등을 만끽한다. 제 자식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자원을 능숙하게 유용하면서도 다들 그런다. 이게 위법은 아니라며 뻔뻔하게 능청을 떤다. 능력주의의 형식적 최소 요건마저 무시되는 한국에서 능력주의가 허구라는 비판적 성찰은 그래서 사치스럽다. 이들은 젊은이들이 왜 분노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공정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한쪽은 정치 선전의 장으로만 악용하고, 다른 쪽은 가짜뉴스에 낚인 특권적이고 이기적인 철부지들의 준동으로 폄하한다. ‘왜 청소 노동자를 위해서는 시위하지 않느냐’며 자신들이 책임지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젊은이에게 추궁하는 어른이란 얼마나 비루한가? 이런 염치없는 기성세대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반능력주의 대중선동세력의 포로가 될까 봐 아찔하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위험도 책임도 없이 한평생을 보낸 기성세대가 세계적인 저성장과 불확실성에 대응해 한국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단순한 구세대의 퇴장과 양보가 엄중한 환경 변화에 사회를 지탱할 근본적 해결책일까.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 ‘모르겠다, 그런데 불이익은 싫다’는 냉소적ㆍ소극적 태도를 극복하고 ‘위험과 보상, 행동과 책임, 능력과 공과(desert)의 균형’이 작동하는 공정한 세상을 건설하라. 단군 이후 최고의 스펙을 갖춘 젊은이들이 뭔들 못 하겠는가? 역사는 그대들의 편이다.
  • [씨줄날줄] 세계문화유산 서원의 보편성/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계문화유산 서원의 보편성/박록삼 논설위원

    서원(書院)은 조선 중기 이후 성리학을 가르치는 사립교육기관이었다. 출발은 1543년 중종 때 경상도 풍기 군수 주세붕이 순흥에 세운 백운동서원이었다. 성리학을 처음 소개한 고려 말 학자 안향(1243~1306)을 기리고, 유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사림들의 세력 기반이 돼 번성일로를 걸었다. 비록 영조 때 서원 금지령으로 200여개를 없앴음에도 여전히 700개가 넘는 서원이 남았다. 실제 서원은 단순 강학 기능을 뛰어넘어 정치·사회·교육·경제적 측면에서 마을 자치기구 혹은 행정자문기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방방곡곡 유교문화를 전파하고 성리학적 사회 질서를 뿌리내리게 했다. 최근 화제인 TV드라마 ‘녹두꽃’에서도 서원의 기능이 언뜻 내비친다. 전북 고부 ‘도계서원’의 강장(講長) ‘황 진사’는 고부 군수 조병갑의 폭정에 동학농민군과 함께 맞서는 등 꽤 양심적 지식인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원은 양반 중심의 계급문화를 확대재생산했다. 또 동학농민군이 외세 배격과 봉건적 신분체제 개편 등 낡은 체제 개혁을 요구했을 때 ‘성리학 가치’를 앞세우며 동학농민군을 토벌한 양반 세력을 지지했다. 이런 배경으로 황 진사 또한 양반 중심의 유교문화와 계급사회를 옹호하며 동학농민군과 맞선다. 드라마 속 황 진사는 급변하는 시대에 유교 전통과 양반의 품격을 지키고자 몸부림치다 결국 안타까운 최후를 맞는다. 그렇게 조선 후기 서원은 외세의 침략 속에서 보국안민(保國安民)을 요구하는 농민 등을 설득하지도 끌어안지도 못했다. 시대에 뒤처져 쇠락한 공간처럼 남은 서원이 현대에 재발견됐다.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시대의 성리학 교육기관인 서원이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재확인된 셈이다. 기뻐할 일이다. 하나 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교문화 자체에 대한 인정은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서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선의 기억과 가치에만 매달린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일지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제사와 호칭 문제, 남아선호사상 등으로 유교를 둘러싼 관습에 대한 논쟁이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여성차별, 국수주의, 정치적 보수주의 등은 성리학이 현대사회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박제되지 않은 채 21세기와 함께 호흡하는 서원의 모습을 기대한다.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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