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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C 1년’ 70만 외국인 들른 경주… 세계 10대 관광도시 뛴다

    ‘APEC 1년’ 70만 외국인 들른 경주… 세계 10대 관광도시 뛴다

    올 상반기 해외 관광객 19% 증가김해·대구공항 관광권 중첩 지원APEC 기념관·포럼 창설 등 추진감포에 ‘해양레저 관광거점’ 조성 SMR 등 원자력 산업 생태계 구축RE100 산단, 20년간 전기료 할인세제·융자 혜택 줘 기업 투자 유치옛 경주역 부지 개발… 복지 강화도 경북 경주시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른 성과를 바탕으로 도시 체급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관광과 첨단산업, 시민 삶의 변화로 이어 가는 ‘포스트 APEC’ 전략에 속도를 높이면서다. 세계 10대 관광도시 도약과 K원자력 에너지 혁신클러스터 조성, 미래차 산업 생태계 구축, 청년 정착 지원이 핵심이다. 4일 경주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0만명을 넘어섰다. APEC 이후 높아진 국제적 도시 인지도가 실제 방문객 증가로 확인된 것이다. 1~6월 외국인 관광객은 70만 719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59만 4502명)보다 19.0% 늘었다. 1~6월 매달 전년 같은 달보다 증가했고 5월에는 증가율이 34.0%에 달했다. 특히 APEC은 독자적인 신라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집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신라 금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올해 5~8월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는 유럽 최초의 신라 단독 특별전인 ‘신라, 황금과 신성’이 펼쳐졌다. 또한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는 ‘불교미술, 천년의 신비 : 석굴암’ 특별전을 지난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연다. 정부 공모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경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방공항 중심 5대 관광권(메가 관광권)’ 육성 사업 가운데 김해공항 관광권(부산~경주~울산~거제·통영)과 대구공항 관광권(대구~안동~경주)에 모두 포함됐다. 내년에는 국비 659억원과 지방비 276억원 등 총 935억원이 투입된다. 이에 시는 관광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APEC 기념관과 국가상징숲 조성, 세계경제포럼 창설·정례화, 보문관광단지 새 단장, APEC 미래 광장, 경주 APEC 외교문화원 설립 등을 추진한다. 국제회의 기능과 역사·문화관광 콘텐츠를 결합해 세계 10대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2000년에 걸쳐 축적된 신라 역사문화 자산도 관광 콘텐츠로 확장한다. 신라 왕경 14개 핵심 유적과 경주읍성 복원·정비를 이어가고, 역사문화관광특례시 지정을 추진한다. 문무대왕 성역화와 해월 최시형 선생 생가 복원, 고운 최치원 선생 기념관 건립으로 역사 인물 재조명에도 나선다. 현재 도심지에 머무르고 있는 관광권역도 보문관광단지를 넘어 동해안으로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감포읍 나정 일원에 490억원을 투입해 ‘해양레저관광거점 조성사업’을 본격화한다. 문무대왕의 역사·문화 콘텐츠와 동해안 해양자원을 연계해 사계절 체류형 해양레저관광 기반을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해양레저지원센터 ▲사계절레저체험센터 ▲용오름길 ▲문무대왕 해양조각공원 ▲나정수상레저체험장 ▲고라섬풀장 ▲만파식적공원 등이 들어선다. 해양레저지원센터와 사계절레저체험센터를 중심으로 계절과 관계없이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해안 경관과 문무대왕 콘텐츠를 접목한 산책·휴식 공간도 조성한다. 주낙영 시장은 “해양레저관광거점 조성사업은 경주의 관광 영역을 동해안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문무대왕의 역사문화 자원과 천혜의 해양환경을 연계해 경주 동해안을 사계절 즐길 수 있는 해양레저관광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산업은 원자력과 미래자동차를 양대 축으로 육성한다. 경주는 대표적인 원자력발전소 도시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등이 모여 있다. 시는 여기에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 구축,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조성, SMR 제작·인증지원센터 건립을 더해 연구개발부터 산업화, 인력 양성까지 잇는 원자력 산업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차 분야는 안강 RE100 e-모빌리티 전용산업단지와 건천 경제자유구역, 외동 미래차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가 중심이다. 특히 안강에는 2030년까지 1805억원을 투입해 갑산1리와 근계2리 79만2000㎡(24만평) 부지를 단계별로 개발한다. 1단계 사업에는 29만400㎡(8만 8000평)에 600억원을 투입한다. 시는 국토교통부의 산단 지정 고시 승인 후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와 실시계획 등 절차를 거쳐 2028년 초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입주기업에는 RE100 산업단지로서 인근 풍력 발전과 연계해 20년간 전기요금을 산업용보다 10~20% 싸게 공급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제공되는 혜택이다. 또 지방투자 촉진 보조금 최대 200억원, 관내 이전기업 최대 50억원을 지원한다. 분양가 20~30%, 취·등록세 75%, 재산세 5년간 75%, 개발부담금, 수도세 30% 감면 등의 추가 특전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소재·부품·장비와 e-모빌리티 분야 우량강소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 정착을 돕는다. 산업 기반이 취약해 장기간 침체한 북부권의 균형 발전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기업 지원과 투자 유치도 강화한다. 시는 올해 2646억원 규모로 중소기업 운전자금 융자를 지원하고 있다. 관내 기업 신·증설 지원 한도는 최대 50억원으로 높이고, 투자유치 신규 상시고용 기준은 10명으로 완화했다. 또한 올해를 ‘포스트 APEC 산업 전략 원년’으로 규정해 미국·캐나다 등 APEC 회원국에 투자유치 대표단을 보내고, 1조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산업 성장의 성과가 시민 삶으로 이어지도록 생활 정책도 병행한다. 농어촌에는 농촌협약 확대와 신농업혁신타운 활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정주 여건도 개선한다. 도심에서는 옛 경주역 부지를 뉴타운과 마루지로 개발하고 복합환승센터 조성을 추진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부터 어르신과 장애인 돌봄까지 생애주기별 복지도 강화한다. 청년에게는 주거와 일자리, 창업을 아우르는 정착 기반을 제공한다. 청년 주거비 지원과 창업특구 활성화, 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인공지능(AI) 교육 등을 통해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찾아오는 도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경주 전역을 ▲안강·현곡·강동·천북권 ▲건천·산내·서면권 ▲외동·내남·불국권 ▲감포·문무대왕·양남권 ▲시내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한다. 주 시장은 “APEC을 통해 높아진 경주의 국제적 위상을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라며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청년이 찾는 산단으로 경주의 산업 지형을 재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APEC 정상회의 1년…달라진 경주 추석 풍경

    APEC 정상회의 1년…달라진 경주 추석 풍경

    “외국인도 많이 보이고 경주 곳곳을 찾는 관광객 발길도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경주 관광에 대한 인지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26일 경주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주를 방문한 외국인은 70만 7197명으로, 전년 동기(59만 4502명) 대비 약 19.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을 맞아 경주 주요 관광지 곳곳은 더욱 활기를 뛰고 있었다. 황리단길에서 만난 서진규(45)씨는 “매번 명절을 맞아 대구에서 고향인 경주로 내려오면 아이들이 졸라 황리단길은 꼭 한 번 들른다”며 “명절 때마다 늘 사람이 많은데 올해는 유독 외국인이 눈에 많이 띄어 경주의 인지도가 해외에서도 많이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 개최를 20여일 앞뒀던 지난해 추석 연휴의 경우 무인계측기 집계 결과 황리단길,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 경주 주요 관광지 4곳 방문객은 70만 1375명을 기록했다. 주요 관광지 외에 불국사 관광안내소 집계에서도 53만 6623명이 불국사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3 5045명으로 6.5%를 차지했다.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한 미국인 에릭 켈리(38)씨는 “APEC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관련 소식을 찾아보다 신라 금관에 대해 알게 됐고 경주 여행을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귀성객과 관광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경주시는 실생활 밀착형 정보와 문화·관광 혜택을 집약한 종합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해 대비하기도 했다. 명절 연휴 기간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 담은 ‘2026 추석맞이 홍보 리플릿’을 제작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제공했다. 리플릿에는 명절맞이 문화·관광 즐길거리와 경제 혜택 등 내용도 담겼다. 연휴 기간 도심과 보문관광단지 일원에서 펼쳐지는 ‘한가위 문화 페스타’를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공연 일정, 주요 사적지와 관광시설의 개방 및 휴무 일정, 농·축산물 추석 특별 할인 판매 행사 안내까지 한데 묶어 가독성을 높였다. 특히 외지에서 방문하는 귀성객과 관광객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대릉원, 동궁과 월지 등 핵심 유적지와 주요 관람 시설의 일자별 운영 시간과 인근 주차장 이용 팁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귀성객과 관광객 여러분들이 긴 연휴 동안 경주 곳곳의 풍성한 문화 혜택을 누리며 안전하고 넉넉한 한가위를 보낸 뒤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립제주박물관장에 최성애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제주박물관장에 최성애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제주박물관 신임 관장에 최성애(54) 전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박물관과 학예연구관이 임명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최 전 학예연구관을 제11대 국립제주박물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서울 출신인 최 신임 관장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백제 고고학을 전공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등을 거치며 박물관 전시와 정책,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제주와의 인연도 깊다. 2014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며 상설전시 개편을 기획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과 학예연구관으로 박물관 정책 업무를 맡았다.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백제 귀엣고리-자세히 보아야 예쁘다’(2022~2023),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2023~2024) 등 특별전을 기획·개최했다. 학술적 성과에 감각적인 전시 디자인을 더한 전시로 주목받았다. 2025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박물관과 학예연구관으로 근무하며 K-뮤지엄의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과 실행,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 보존·향유 사업 등을 이끌었다. 최 관장은 그동안 쌓은 전시·정책·디지털 분야의 경험과 제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국립제주박물관의 역할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최 관장은 “국립제주박물관이 제주의 어제와 오늘을 담는 그릇이자 제주가 세계 문화를 만나는 창이 되도록 하겠다”며 “제주를 찾는 관광객뿐 아니라 도민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 호캉스 말고 ‘박캉스’…국립박물관 온가족 한가위 행사 풍성

    호캉스 말고 ‘박캉스’…국립박물관 온가족 한가위 행사 풍성

    추석 연휴를 맞아 전국 국립박물관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국 13개 국립박물관이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박물관별 일정에 따라 공연과 체험 등 추석 연휴 문화행사를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전통 민속놀이부터 무형유산 공연, 마당놀이, 어린이 영화, 전시 연계 만들기 체험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연휴 기간인 24일부터 27일까지, 추석 당일인 25일을 제외하고 열린마당에서 ‘디 아트스팟(The Art Spot) 시리즈’ 공연을 연다. 우리 무형유산의 매력을 소개하는 공연으로, 매일 오후 1시와 3시 두 차례 진행된다. 지역 박물관도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전통놀이와 떡메치기를 체험하고 갓 만든 인절미를 맛볼 수 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윷놀이·투호·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를 운영한다. 국립청주박물관은 농악 한마당과 전통극 ‘방귀쟁이 며느리’, 어린이 영화 상영 등을 포함한 ‘추석 한마당’을 마련했다. 관람객은 전통놀이를 즐기고 소원 엽서를 쓰며 명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26일 야외광장에서 9인의 명인과 함께하는 전통 마당놀이 ‘구관명관 명인전’을 선보인다. 레고로 장구를 만드는 체험도 함께 진행한다. 국립익산박물관은 ‘달아 달아, 소원을 들어줘’를 비롯해 전통 민속놀이와 사진 인증 이벤트를 운영한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도 눈길을 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특별전 ‘도기(陶器), 우리를 담은 질그릇’과 연계해 화분 만들기 체험을 마련했다. 전시에서 만난 질그릇의 의미를 관람객이 직접 만들어보는 활동으로 이어간다는 취지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사물놀이와 옛 생활도구,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하는 ‘한가위 민속놀이마당’을 운영한다. 국립나주박물관의 ‘마니 하니 한가위 놀이터’에서는 투호·팽이치기·쌍륙·고누놀이와 함께 크로키놀, 고무줄놀이, 협동 제기 등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선보인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전통 민화 딱지와 작호도 가방걸이, 캐릭터 연, 자개소반 등을 만드는 체험을 진행한다. 26일에는 ‘마이드림’, 27일에는 ‘레인보우쇼’ 공연이 각각 하루 두 차례 펼쳐진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룡봉불(皇龍奉佛)’을 선보이고, 월지관에서 디지털 자율 감상 활동 ‘도란도란 월지 한바퀴’를 운영한다. 가족 관람객이 함께 문화유산을 살펴보고 관련 내용을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전통 민속놀이와 두암 특별전 연계 체험, 갑옷·활쏘기·화포·군악기 체험 등 임진왜란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도 굴렁쇠 굴리기와 투호 던지기, 제기차기, 비석치기, 딱지치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모든 국립박물관이 휴관하는 만큼, 방문 전 각 박물관 훔페이지에서 세부 일정과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행사별 운영 시간과 참여 방식은 박물관마다 다르다. 일부 프로그램은 현장 선착순으로 운영되며, 우천 시 일정 또는 운영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
  • 1300년전 신라인의 염원을 만나다

    1300년전 신라인의 염원을 만나다

    “황룡사를 지키는 ‘호국룡’은 바로 나의 맏아들입니다. (중략) 당신이 고국으로 돌아가 황룡사에 9층 탑을 세운다면, 이웃 나라들이 스스로 항복하고 주변의 아홉 나라가 와서 조공을 바치며, 나라가 영원히 평안해질 것입니다.” (‘삼국유사’ 중에서)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을 마친 뒤 귀국길에 산시성 오대산의 태화못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연못에서 나타난 신령스러운 존재는 나라를 구할 방책으로 9층 목탑 건립을 일러준다. 이렇게 해서 선덕여왕 15년(645년)에 세워진 황룡사 9층 목탑이 세워졌다. 절과 목탑은 사라졌지만, 목탑 가장 깊은 곳에 봉안했던 사리장엄구가 1300년의 시간을 거슬러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룡봉불(皇龍奉佛)’을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진행한다. 전시는 철저하게 목탑 심초석(중심 기둥의 받침돌) 아래 잠자던 사리장엄구에 초점을 맞췄다. 사리를 봉안할 때 여러 겹의 용기에 사리를 담고 다양한 공양물을 함께 갖춰 꾸미고 정성스럽게 모시는데, 이런 모든 과정을 ‘사리장엄’이라 한다. 이때 사용한 금동 사리함, 금동 찰주본기 등 322점이 전시에 나온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찰주본기와 관련해 “황룡사 9층 목탑은 다섯 번 벼락을 맞고 다섯 번 재건했다. 경문왕이 872년 목탑을 중수하면서 기존 사리장엄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금동 사리함에 긴 기록을 새겨 넣었는데, 이게 바로 찰주본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목탑 제작 배경과 중수 과정, 참여 인물, 새롭게 봉안한 사리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됐다. 윤 관장은 “경문왕이 사리와 함께 목탑의 역사, 신앙 정신 등을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증거”라고 덧붙였다. 금동 사리함에는 61명의 이름이 적혔다. 박물관은 보존처리 과정에서 사리함의 뚜껑과 바닥에서 ‘김충, 연장, 청선, 연창’이라는 이름을 이번에 새로 확인했다. 기존 옆면에 이름을 새긴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형태다. 박물관은 뚜껑 무늬를 조각한 장인 등 사리함 제작자들로 추정했다.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는 그 구조가 독특하다.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두 점의 은제 판이 원래 문 속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은제 판엔 ‘제법인연생’(諸法因緣生)이란 구절이 적혀 있다. ‘모든 존재가 인연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는 뜻이다. 윤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황룡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신라 사리 신앙의 전통과 신라인의 ‘불국토’ 염원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 1300년전 신라인의 염원을 마주하다…황룡사 9층 목탑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온 ‘사리장엄구’

    1300년전 신라인의 염원을 마주하다…황룡사 9층 목탑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온 ‘사리장엄구’

    “황룡사를 지키는 ‘호국룡’은 바로 나의 맏아들입니다. (중략) 당신이 고국으로 돌아가 황룡사에 9층 탑을 세운다면, 이웃 나라들이 스스로 항복하고 주변의 아홉 나라가 와서 조공을 바치며, 나라가 영원히 평안해질 것입니다.” (‘삼국유사’ 중에서)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을 마친 뒤 귀국길에 산시성 오대산의 태화못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연못에서 나타난 신령스러운 존재는 나라를 구할 방책으로 9층 목탑 건립을 일러준다. 이렇게 해서 선덕여왕 15년(645년)에 세워진 황룡사 9층 목탑이 세워졌다. 절과 목탑은 사라졌지만, 목탑 가장 깊은 곳에 봉안했던 사리장엄구가 1300년의 시간을 거슬러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룡봉불(皇龍奉佛)’을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진행한다. 전시는 철저하게 목탑 심초석(중심 기둥의 받침돌) 아래 잠자던 사리장엄구에 초점을 맞췄다. 사리를 봉안할 때 여러 겹의 용기에 사리를 담고 다양한 공양물을 함께 갖춰 꾸미고 정성스럽게 모시는데, 이런 모든 과정을 ‘사리장엄’이라 한다. 이때 사용한 금동 사리함, 금동 찰주본기 등 322점이 전시에 나온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찰주본기와 관련해 “황룡사 9층 목탑은 다섯 번 벼락을 맞고 다섯 번 재건했다. 경문왕이 872년 목탑을 중수하면서 기존 사리장엄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금동 사리함에 긴 기록을 새겨 넣었는데, 이게 바로 찰주본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목탑 제작 배경과 중수 과정, 참여 인물, 새롭게 봉안한 사리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됐다. 윤 관장은 “경문왕이 사리와 함께 목탑의 역사, 신앙 정신 등을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증거”라고 덧붙였다. 금동 사리함에는 61명의 이름이 적혔다. 박물관은 보존처리 과정에서 사리함의 뚜껑과 바닥에서 ‘김충, 연장, 청선, 연창’이라는 이름을 이번에 새로 확인했다. 기존 옆면에 이름을 새긴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형태다. 박물관은 뚜껑 무늬를 조각한 장인 등 사리함 제작자들로 추정했다.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는 그 구조가 독특하다.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두 점의 은제 판이 원래 문 속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은제 판엔 ‘제법인연생’(諸法因緣生)이란 구절이 적혀 있다. ‘모든 존재가 인연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는 뜻이다. 윤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황룡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신라 사리 신앙의 전통과 신라인의 ‘불국토’ 염원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 ‘여왕·장군 거리행차’ 관광콘텐츠 인기

    ‘여왕·장군 거리행차’ 관광콘텐츠 인기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거리 행차가 새로운 관광 문화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 경주시는 오는 11월까지 매주 주말 첨성대 일원에서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행차를 재현한다고 8일 밝혔다. 행차는 매주 토·일요일 정오와 오후 2시에 각각 진행한다. 행사에서는 선덕여왕이 금제 왕관을 쓰고 왕이 타는 가마인 보연에 올라 행차한다. 행사에 사용되는 금관과 금제 허리띠, 환두대도는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유물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행차가 끝난 뒤에는 첨성대를 배경으로 선덕여왕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고, 사전 신청을 통해 행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경남 거제에서는 12~14일 ‘옥포대첩 축제’를 열고 승리를 기념하는 승전 행차를 진행한다. 행렬에는 전통 복장을 갖춘 장군과 수군을 비롯해 거북선과 판옥선 행렬이 재현된다. 해군 군악대·의장대 공연과 대기놀이, 전통무예 시연 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마을 일원에서는 ‘제주성읍마을 정의현감 행차’가 이달 20일과 9월 19일 운영된다. 성읍마을은 세종 5년(1423년) 현청이 설치된 이후 조선 말기까지 정의현 도읍지로 기능한 공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현감 부임 행차를 재현하고 대대로 전승해 온 취타대 거리 행진 등 제주 고유의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꾸며진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선덕여왕 행차는 경주만의 역사와 문화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표 관광 콘텐츠”라며 “앞으로도 천년고도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관광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여왕·장군·현감이 되살아난다…거리 행차로 재현하는 옛모습

    여왕·장군·현감이 되살아난다…거리 행차로 재현하는 옛모습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거리 행차가 새로운 관광 문화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 경주시는 오는 11월까지 매주 주말 첨성대 일원에서 신라 최초의 여왕인 ‘신라 선덕여왕 행차’를 재현한다고 8일 밝혔다. 행차는 매주 토·일요일 정오와 오후 2시에 각각 진행한다. 행사에서는 선덕여왕이 금제 왕관을 쓰고 왕이 타는 가마인 보연에 올라 행차한다. 행사에 사용되는 금관과 금제 허리띠, 환두대도는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유물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행렬이 끝난 뒤에는 첨성대를 배경으로 선덕여왕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고, 사전 신청을 통해 행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경남 거제에서는 오는 12~14일 ‘옥포대첩 축제’를 열고 승리를 기념하는 승전 행차를 진행한다. 행렬에는 전통 복장을 갖춘 장군과 수군을 비롯해 거북선과 판옥선 행렬이 재현된다. 해군 군악대·의장대 공연과 대기놀이, 전통무예 시연 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마을 일원에서는 ‘제주성읍마을 정의현감 행차’가 오는 20일과 9월 19일 운영된다. 성읍마을은 세종 5년(1423년) 현청이 설치된 이후 조선 말기까지 정의현의 도읍지로 기능한 공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현감 부임 행차를 재현하고, 대대로 전승해 온 취타대 거리 행진 등 제주 고유의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꾸며진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선덕여왕 행차는 경주만의 역사와 문화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표 관광 콘텐츠”라며 “앞으로도 천년고도 경주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관광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경 ‘왕사남’·경주 ‘벚꽃’, 1분기 경북 관광 쌍끌이

    문경 ‘왕사남’·경주 ‘벚꽃’, 1분기 경북 관광 쌍끌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과 ‘벚꽃 명소’ 인기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올해 1분기 경북 관광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올해 1분기 경북을 찾은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3%(231만명) 증가한 4639만명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한 101만명, 내국인은 약 5.0% 증가한 4538만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문경시는 영화 왕사남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 발길이 이어졌다. 전년 대비 방문객이 13.3%(32만명) 늘면서 273만명이 다녀가 증가세가 가장 컸다. 특히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을 중심으로 한복 체험 등 체험형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가족 단위와 젊은 층 관광객이 늘었다. SNS상 경북 지역 여행 언급량도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10.0% 상승했다. 가장 많이 언급됐던 키워드는 ‘벚꽃’으로 경주 보문관광단지, 황리단길, 불국사, 대릉원 등이 주요 명소로 떠올랐다. 국립경주박물관 또한 ‘신라 금관 특별전’ 연장 개최로 내비게이션 검색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관광 소비 규모는 전년 대비 7.9% 늘어난 1조 3781억원을 기록했다. 콘도와 제과음료업, 기타관광쇼핑, 의료관광, 육상운송 등 소비 비중 증가가 두드러졌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봄철 기상 특수와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 마케팅이 실질적인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진 유의미한 시기였다”며 “앞으로도 특색 있는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이 지역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내실 있는 관광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 경주에 신라의 달밤만 있더냐…다시 숨쉬는 고려·조선의 달밤[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경주에 신라의 달밤만 있더냐…다시 숨쉬는 고려·조선의 달밤[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고려 때도 개경·평양과 함께 ‘3경’외적 막아내던 동문 향일문 복원옹골차면서 단아한 모습 인상적조선실록 ‘읍성 둘레 4075척’ 기록성 안팎 정비하며 카페·식당 속속황리단길 못잖은 ‘문화 거리’ 기대창고로 전락한 성덕대왕신종 종각 방치된 객사 동경관 쓸쓸한 모습신라의 천년 수도 경주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국토 남부의 핵심 도시였다. 그럼에도 신라만 집중 부각됐던 반면 이후의 역사는 잊혀지다시피 했다. 경주는 최근 읍성을 되살리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다양한 시대의 매력을 갖춘 고도(古都)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주읍성의 4대문 가운데 가장 먼저 복원된 동문 향일문(向日門)은 방어 목적에 걸맞게 옹골차면서도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은 북문 공진문(拱辰門)을 되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읍성 내부에는 관아 터가 있다. 안팎의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읍성 주변에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황리단길에 이어 조만간 경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문화의 거리’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양한 시대 매력 갖춘 고도로 탈바꿈 경주를 찾는 사람들은 경부고속도로를 타든 경부고속철도를 이용하든 서쪽에서 시가지 남쪽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대릉원과 월성, 첨성대, 동궁과 월지, 황룡사 터,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간다. 보문단지에서 머물며 카페 거리를 오가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둘러보면 경주 관광이 완성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옛 시가지의 고려와 조선 시대 흔적도 탐방 여정에 넣어야 한다. 조금은 퇴락한 구도심은 현대적 관광지의 모습과는 물론 거리가 있다. 하지만 경주읍성이 있던 이곳은 고려와 조선 시대는 물론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에도 줄곧 행정의 중심이었다. 경주 시가지의 서쪽으로는 형산강이 흐른다. 남쪽엔 남천, 북쪽엔 북천이 각각 자연 해자 역할을 한다. 동쪽은 낭산과 한등산이 가로막고 더 멀리는 토함산이 버티고 있다.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가 금성, 곧 경주에 자리잡은 것도 이런 입지 조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통일신라 궁궐 시설이 남쪽에 치우쳐 있다면 읍성은 그 북서쪽이다. 고려 시대 외적의 침입이 잦아지면서 더 강력한 방어력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은 935년 11월 고려에 항복하려 경주를 떠났다. 왕과 비빈을 태우고 각종 문서를 실은 마차 행렬이 30리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순왕은 개경에서 경주를 식읍으로 받고 출신 고장을 다스리는 사심관에 임명됐다. 고려의 신하가 된 것이다. 왕도(王都)로서 경주의 역할은 끝났다. ●고려 시대 중요한 지방행정 치소 역할 고려 시대 지방행정 체계를 본격적으로 정비한 임금은 성종이다. 그는 ‘3경제’를 도입했는데 수도 개경과 서경인 평양, 동경인 경주다. 훗날 남경인 서울이 더해지면서 동경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고려 시대 내내 경주의 지위는 높았다. 통일신라 궁궐 및 관청 건물은 경순왕이 살아 있던 시절은 물론 이후에도 한동안 고려 지방행정 기구의 치소(治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고려사에는 ‘1012년(현종 3년)에 경주, 장주, 금양, 궁올산에 성을 쌓았다’는 기사가 보인다. 바로 전 해 ‘동여진이 100척 남짓 배를 타고 경주에 침입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때 고려가 동경부 관아로 쓰던 월성 안팎의 옛 궁궐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통일신라 궁궐 주변은 평지와 다름없었던 만큼 방어력을 강화한 성곽을 새로 쌓아 관청 시설을 보호하려 했을 것이다. ‘동경통지’에는 ‘읍성의 시축 연대는 불명이지만, 1378년(고려 우왕 4년) 개축했다’고 적혔다. 조선왕조실록은 1451년(문종 1년) ‘경주부 읍성은 둘레가 4075척, 높이가 11척 6촌이고, 여장(女墻)의 높이는 1척 4촌이며, 적대(敵臺)가 26개소, 문이 3개소에 옹성이 없다. 여장은 1155개, 우물은 83곳’이라고 적었다. 여장은 성곽 위에서 군사가 몸을 숨기는 얕은 담장을 말한다. 적대는 성곽 바깥으로 돌출시킨 방어 시설이다. ●임진왜란으로 훼손… 조선 영조 때 개축 임진왜란으로 훼손된 경주읍성은 1632년(인조 10년) 보수가 이루어진다. 1746년(영조 22년) 개축했다는 기록도 있다. 경주읍성은 이때 비로소 격식을 제대로 갖춘 읍성으로 완성된 듯하다. 1908년 남문인 징례문(徵禮門)을 찍은 사진에는 ‘고도남루’(故都南樓)라는 편액이 걸린 모습이 보인다. 신라 옛 도읍의 남쪽 누각이라는 뜻이다. 읍성 서문의 이름은 망미문(望美門)이었다. 경주의 치소성으로는 읍성 말고도 대릉원 일원까지 포괄하는 남고루(南古壘)가 있다. 일제강점기 조사가 이루어지고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된 둘레 5㎞ 남짓한 토성이다. 수재 방지용 둑으로 추정하기도 했지만 해자가 발견되면서 방어 시설로 굳어졌다. 학계는 남고루가 내성인 경주읍성을 둘러싼 외성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한다. 경주읍성의 조선 시대 양상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경주읍내전도’가 알려 준다. 읍성 안팎을 사실성 있게 묘사한 ‘읍내전도’는 ‘집경전구기도’ 화첩의 일부다. ‘집경전구기도’는 집경전 옛터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전주에 가면 태조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있다. 조선 초기엔 경주, 개성, 평양, 영흥에도 진전(眞殿)이 있었다. 경주 집경전은 임진왜란 때 불탔다. 강릉에 새로 지었지만 이마저 1631년 소실됐다. ‘집경전구기도’는 옛터를 알리는 비석이 1798년(정조 22년) 세워진 이후 읍성 모습이다. ●동남쪽 관아·동북 집경전·서남 군사시설 정사각형에 가까운 경주읍성 내부는 남문과 북문, 동문과 서문을 각각 잇는 길이 중앙에서 교차하는 구조였다. 자연스럽게 네 부분으로 구획된 읍성 내부에 각각 특정한 가능을 부여한 듯하다. ‘읍내전도’는 동남쪽에는 관아 시설이 몰려 있고, 동북쪽에는 집경전이 내부 지역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집경전이 사라진 이후의 변화인지 민가도 적지 않게 보인다. 서남쪽은 ‘선무별장소’(選武別將所)를 비롯한 군사적 기능이 몰려 있고, 북서쪽에는 원형 감옥도 보인다. 서쪽에는 민가가 많은데 담장 쪽으로 밭도 적지 않다. 향일문을 통해 읍성 내부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각종 선정비 등을 한데 모은 비석군이 보인다. 읍성 중심부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새로 지은 황성동 주민센터와 황성동 주민자치센터가 나타난다. 주민자치센터와 맞붙은 공터에 옛집의 자재로 썼던 석물을 한데 모아 놓은 공간이 보인다. 주춧돌과 장대석이 많지만 누정의 하부 구조와 통돌을 다듬어 만든 계단도 있으니 위계가 높은 건물이었을 것이다. 공터 끝에 한자로 ‘집경전구기’라고 새긴 비석이 보인다. 이곳이 집경전 옛터였음을 알 수 있다. ●관아 흔적… 지금은 공공시설·빌딩 가득 주민센터에서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경주부 관아의 흔적이 흩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지금 공공시설은 물론 민간 빌딩까지 갖가지 건물이 가득 들어차 있다. 경주경찰서와 119안전센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청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일대가 옛 관아 터다. 그 북쪽 경주문화원이 경주부 수령과 가족이 살던 내아 터다. 일제강점기 경주문화원 건물은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원으로 쓰였다. 기능을 이어받은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분관은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승격하며 지금의 자리로 옮겨 간다. 경주문화원 마당에는 창고로 전락한 성덕대왕신종 종각의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수재와 화재로 벌판에 나뒹굴던 신종은 1506년 읍성 남문 앞에 종각과 함께 자리잡았다. 신종과 종각은 1915년 총독부박물관 분관으로 옮겨졌는데, 신종이 경주박물관과 함께 떠나가면서 종각만 남은 것이다. 객사의 일부였던 동경관(東京館)은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대형 마트로 남쪽을 가로막힌 퇴직교원단체 청사 마당 한 켠에 방치되다시피 놓여 있다. 정청을 중심으로 좌우에 서헌과 동헌이 있었지만 한쪽 날개만 홀로 남았다. 일제강점기 국민학교로 썼다는데, 여전히 교육 시설로 활용하는 듯하다. 경주시는 동헌과 객사, 집경전을 복원하는 종합정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본격화되지는 않았다. 비용이 문제이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최소한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은 벗어났으면 좋겠다. 경주읍성 내부를 돌아보면 우리가 신라에 들인 공력과 비교해 이후 역사에서는 너무 푸대접한 것이 아닌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650만 다녀간 국중박, 세계 박물관 순위서 3위

    650만 다녀간 국중박, 세계 박물관 순위서 3위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전 세계 주요 박물관 관람객 수 집계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가 발표한 ‘2025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조사’에 따르면 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650만 7483명으로 루브르박물관(904만 6000명), 바티칸박물관(693만 3822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는 4위를 차지한 영국박물관(644만 120명)과 5위에 오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598만 4091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아트뉴스페이퍼는 “중앙박물관 관람객이 전년 대비 70% 이상 급증했으며 이는 우리가 관측한 사례 중 절대 증가 규모 기준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중앙박물관뿐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35위), 국립경주박물관(39위), 국립부여박물관(78위), 국립공주박물관(89위)도 세계 100위권에 포함됐다. 올해도 관람객 수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립중앙박물관 전체 관람객 수는 202만 388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했다. 오는 7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11월 특별전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 소장품전’(가제) 등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람객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홍준 중앙박물관장은 “K컬처의 확산 속에서 그 뿌리인 한국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진 뜻깊은 결과로 국민의 문화에 대한 민도가 높은 것을 보여준다”며 “더 폭넓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해 대한민국 문화의 심장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30일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내놓으면서 내년부터 중앙박물관을 유료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요금이 낮았던 고궁·박물관 등의 부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 [씨줄날줄] BTS ‘No. 29’와 성덕대왕신종

    [씨줄날줄] BTS ‘No. 29’와 성덕대왕신종

    세종은 “경상도 경주 봉덕사의 큰 종과 유후사 연복사의 큰 종은 헐지 말게 하라”고 명했다. 금속 불교의례 용구를 징발해 무기나 동전으로 만들던 시절이다. 개성 연복사는 태조가 무학대사 자초로 하여금 오층목탑을 새로 짓게 하는 등 중창하며 애착을 가졌던 사찰이다. 당시에도 봉덕사 종의 존재는 뚜렷했음을 알 수 있다. 유후사는 조선 초기 개성에 두었던 행정기구다. 봉덕사 종으로도 불린 성덕대왕신종은 지금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있다. 성덕왕은 태종무열왕을 기리고자 봉덕사를 지었다. 경덕왕은 성덕왕의 명복을 빌며 신종을 만들려 했고 아들 혜공왕이 771년 완성했다. 북천변 봉덕사가 수해를 입자 신종은 영묘사로 옮겨졌다. 영묘사가 불타자 신종은 풀숲에 버려지는 신세가 됐다. 매월당 김시습은 이때 ‘절 없어져 자갈에 묻히게 되니, 이 물건도 초목 속에 버려졌구나’ 하고 한탄했다. 신종은 1506년 경주읍성 남문 앞으로 옮겨져 시간을 알리는 파수 역할을 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경주읍내전도’에서 당시 종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1915년 신종과 종각은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으로 떠돌았다. 1975년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분관이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승격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다시 옮겨졌다. 옛 종각은 지금도 박물관 분관이 있던 관아 터 경주문화원 마당을 지킨다.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아리랑’의 여섯 번째 트랙 ‘No. 29’는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만 담고 있다. 신종은 국보 제29호였다. 물론 지금은 국보나 보물에 번호를 매기지 않는다. 신종의 상징성을 음악에 녹인 적은 있지만 종소리를 그대로 담은 시도는 파격적이다. 신종엔 ‘일승(一乘)의 원음(圓音)을 깨닫게 하고자 한다’고 새겼다. 부처의 가르침이 세상 모두에게 미치도록 종을 조성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No. 29’에서 한류와 더불어 BTS가 발휘하는 선한 영향력이 신종의 울림처럼 넓게 퍼져나가게 하고 싶다는 의지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 BTS가 깨운 새로운 ‘BTS 성지’… 광화문·에밀레종에 세계인이 주목

    BTS가 깨운 새로운 ‘BTS 성지’… 광화문·에밀레종에 세계인이 주목

    앨범에 에밀레종 타종 소리 담겨생중계된 세종대로 강렬한 인상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21일 컴백 공연 이후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등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BTS와 연관된 공간 대부분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부상한 만큼, 이번 공연과 새 앨범을 계기로 ‘K문화유산’이 세계인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BTS의 새 앨범 ‘아리랑’은 한국 전통문화를 정면으로 끌어안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밀레종’으로 더 유명한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로 구성된 6번 트랙 ‘No.29’가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앨범에 대해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팝 사운드를 결합시켰다”고 평가했다. 771년 신라 때 주조된 성덕대왕신종이 BTS의 음악을 통해 21세기 전 세계 팬들의 귀에 닿게 된 것이다. 성덕대왕신종 소리는 이제 ‘No.29’가 재생될 때마다 신라와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검색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공연 현장인 세종대로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 생중계 화면은 경복궁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무대를 비추며 한국 역사의 중심 공간을 반복해서 노출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상징인 경복궁이 21세기 최정상 K팝 그룹의 무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력한 관광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영상은 팬들이 제작하는 클립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 다양한 형태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심장부 풍경이 전 세계인의 일상 콘텐츠로 스며드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훈 한양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관광학부 교수는 “한류 콘텐츠가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경로는 이미 검증돼 있다”면서 “BTS 공연이 우리 문화유산을 드러내고 알리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경복궁, 광화문 등 구체적 장소를 각인시킴으로서 ‘방문해야 할 장소유산’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제 국가유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 됐다. 관광업계에선 경주 국립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 전시 공간을 BTS 앨범과 연계한 콘텐츠로 재구성하고, 광화문·경복궁 일대를 K문화유산 관광의 거점으로 기획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세계 아미에게 한국의 미 알리자” 문화유산 재해석 굿즈 ‘풍성’

    “세계 아미에게 한국의 미 알리자” 문화유산 재해석 굿즈 ‘풍성’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복귀 공연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다. 경복궁과 광화문, 월대와 해치 등 전통 문화유산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유산을 재해석한 다양한 뮷즈(박물관과 굿즈의 합성어) 역시 축제에 힘을 보탠다. 우선 BTS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협업한 팝업을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 설치한다고 20일 밝혔다. BTS 새 앨범 ‘아리랑’으로 이름붙인 이 팝업은 전통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인다. 이들 상품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 브랜드 ‘뮷즈’와 손잡고 제작돼 ‘2026 방탄소년단×뮷즈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다. 협업 굿즈는 숄더백, 카드홀더, 헤어클립, 헤어핀, 레이어드 스커트 등 5종이다. 디자인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통일신라 시대 대표 문화유산이자 ‘에밀레종’으로 더 잘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 문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종 중앙의 공양자상과 주변 구름 문양을 그래픽으로 개발해 적용했다. BTS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지난 2024년에는 반가사유상과 백자 달항아리에 BTS 노랫말을 새긴 ‘달마중’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국가유산진흥원도 다음 달 24일까지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K-헤리티지 스토어’에서 아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민족의 상징과도 같은 대표 민요이자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아리랑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손수건은 물론 이번 공연의 배경이 되는 광화문 앞 월대 서수상을 담은 열쇠고리(키링)도 선보인다.
  •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작은 고분 ‘마총’ 찾아가는 길아득한 사랑의 시작이 떠올라오아르미술관 창문 너머 고분금관총 지나 봉황대까지 산책3월 대릉원의 밤은 목련 명소불같은 사랑의 계절 지나간 듯황남리고분군에선 평온하게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그해 경주’(박준)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건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봄밤의 서정이었을까. 아니면 말로 할 수 없어 그려 나간 암호 같은 기호였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손끝을 세워 점 하나를 찍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이 도시에서, 커다란 무덤은 유구한 약속의 증표였으며 그 또한 하나의 점을 찍는 데서 출발했을 터이므로. ●사랑이 꽃피는 무덤가에서 제133호 고분 마총(馬塚)은 제일 작은 무덤이다. 경북 경주시에 가기 전, 지도 앱을 펼치고 손가락 끝으로 위치를 옮겨 다녔다. 노서동에서 노동동으로 황리단길을 건너 대릉원으로 가장 작은 고분을 찾으려 이름 없는 작은 원들을 살폈다. 점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은 왜 꼭꼭 숨겨둔 사랑의 고백을 닮아 보이던지. 알고는 있다. 고분의 크기가 곧 권위다. 작은 무덤은 말석일 확률이 높다. 지도의 축척조차 표현하지 못한 너비가 있을 것이고, 그 터만 남아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무덤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다. 고분에는 능(陵)이 있고, 총(塚)이 있고, 분(墳)이 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미추왕릉은 삼국유사에 그의 무덤이라 기록된 바다. 총은 유물이 있어 왕릉으로 추정하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덤이다. 금관이 나와서 금관총이고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이라 부른다. 가치는 있으나 유물도 없고 주인도 모르는 큰 무덤은 분이다. 분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오면 총이 되고 능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 실은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은 무덤인지 알 수 없다. 오늘은 그저 눈에 띈 가장 작은 것을 찾아 헤맬 따름이다. 왠지 그것이 ‘그해 경주’를 닮은 사랑의 깃대가 되어 줄 듯해서. 마총에 가려고 경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탔다. 앞자리에는 젊은 연인이 앉았다. 버스는 황리단길까지 20분이 걸렸다. 그 짧은 동안에도 그들은 사소하게 다투고 서둘러 화해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남자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사랑해.” 나는 왜 이토록 일상적인 사랑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가. 설레고 흔들리는 마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이게 하는 불안한 흔적들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가을, 우연한 기회로 경주에서 박준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시를 느리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문학이라 정의했다. 뜨거운 감정은 말로 전하기 힘들어, 뜨거운 채로 건네지면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에둘러 건네는 복잡한 마음은 부풀어 시가 된다. 그날 시인이 읽어준 시가 ‘그해 경주’였다.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문득 이 시가 생각나면 다시 경주를 찾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내게도 아득한 어느 날 당신이 손끝을 세워 써준 몇 개의 글자가 있을 테고, 접었던 손바닥을 스스로 펴보면 암호 같던 그 말들을 뒤늦게나마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은 고분과 명소가 된 미술관 마총은 노서리고분군 가장자리에 간신히 걸쳐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지름 11~14m, 높이 3.4m인 이 작은 무덤은 ‘고분’이란 말조차 버거워 보인다. 처음 연 지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작은 원이었다. 다른 지도에는 방문자 리뷰가 4건 있었는데 대체로 노서리고분군을 대신한 표시였다. 그나마 이름이 있고 안내판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뼈와 마구가 발견되어 붙은 마총은 얼마나 무심한 명명인가. 고분의 위용은 외려 이름 없는 134호 고분이 두드러진다. 남과 북의 두 기가 겹친 규모로 마총을 압도한다. 마총 곁에는 지난해 4월 1일 오아르미술관이 개관했다. 작은 고분 곁에 일어난 거짓말 같은 일.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축가의 명성 덕분인지 단숨에 경주의 명소로 떠올랐다. 고분과 접한 미술관 동쪽은 2층 전체가 거대한 창이다. 고분군의 풍경을 잔뜩 품어 안는다. 그래서 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고분을 품은 미술관’ ‘왕릉 뷰’라는 수사가 따른다. 그때 고분과 왕릉에는 금관총과 봉황대 등 커다란 고분이 오르내린다. 마총은 미술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슬며시 이름을 감춘다. 작은 봉분을 마주하려 미술관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여는 건 고작 작은 열쇠 하나다. 미술관 1층은 카페와 전시장이 공존한다. 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는데 다정한 시간을 원하는 연인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이 1층에서 바라보는 건 어김없이 마총이다. 거대 고분군을 배경으로 소담하게 솟은 마총은 아래쪽 석재가 높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단처럼 보이지만 봉분 안의 널길이나 돌방의 일부일 것이다. 본래의 크기는 인근에 있는 쌍상총(지름 17m, 높이 5m)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니 카페에서 보이는 마총의 서남쪽은 훼손된 형체, 시간이 지나 부서지고 무뎌진 자취다. 그 자리에서 ‘그해 경주’는 마총으로 인해 달리 읽힌다.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말들은 어쩌면 접어 쥔 손안에서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려 이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해 경주’가 실린 산문집의 제목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이다. 사랑이 지나간 후의 노래 같아서 책 속에는 ‘그해’로 남은 시가 유독 많다. ‘그해 인천’과 ‘그해 경주’가 첫 장을 열고 여수, 협재, 묵호, 행신, 삼척을 지나 ‘그해 연화리’라는 글로 닫힌다. 그해 경주에서, 시 속의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무덤은 혹여 마총 같은 자그마한 고분은 아니었을까. 다만 사랑했으므로 우리의 맹세는 그 무덤을 커다랗다고 믿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경주의 시간을 걷는 길 오아르미술관 2층에는 134호 고분의 정상부가 눈을 맞춘다. 마총은 보이지 않는다. 134호 고분은 하부가 절반쯤 사라진 높이로 주변의 고분과 부유한다.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자 비로소 마총이 보인다. 한층 낮아진 고분 곁으로 손을 마주 쥔 연인들이 지난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고분이 사랑의 배경이 될까. 마침 전시의 제목은 ‘잠시 더 행복하다’(2026년 3월 16일까지)다. 박서보, 야요이 쿠사마,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본다. 시간을 겹겹으로 쌓아 그리는 박서보, 이우환과, 김문호 관장이 천진함에 반했다는 아야코 록카쿠가 세대를 넘나든다. 작품은 없지만 옥상은 잠시 더 행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다. 계단식 전망대가 고분 위에 앉아 경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제공하는데, 봉분들은 파도처럼 넘실대고 능선 끝에서 기어이 경주 남산까지 가닿는다. 교촌마을의 한옥 또한 옹기종기하다. 천년 경주의 스펙트럼이 그 한 장면 안에 있다. 다시 부풀고 설레는 마음. 이런 황홀한 풍경을 같이 바라볼 때, 연인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처음으로 손을 잡을지 모르겠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금관총을 지나 봉황대를 돌아본다. 그러고는 대릉원으로 옮겨간다. 오로지 고분만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지도 위에 무뚝뚝한 직선을 그으면 500~600m 남짓이지만 발끝을 세워 걸으니 누그러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이때만은 옛 무덤의 문을 두드리듯 능이나 총이라 이름 붙여진 고분의 사연을 물어도 좋겠다. 금관총은 봉분이 없다. 대신 돔을 덮어 유적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신라의 고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그 대답이 금관총 안에 고스란하다. 지난해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데 전시해 주목받았다. 금관총은 처음 신라의 금관을 발견한 고분이다. 주막 주인이 언 땅을 파헤친 게 계기다. 2013년에는 ‘이사지왕’(爾斯智王)이란 이름을 새긴 고리자루큰칼이 출토되며 한 번 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봉황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마총과 반대로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조선시대 문인들은 구릉인 줄 알고 올라 경주를 조망하는 시를 읊었다. 고목 아홉 그루가 사슴 뿔처럼 무덤을 장식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연인들은 자꾸만 무덤 주위를 맴돈다. ●봄밤 그리고 목련 대릉원은 봄밤의 다정한 산책에 적합하다. 노서리와 노동리고분군이 집들과 경계 없이 한데 어울린다면 미추왕릉, 천마총, 황남대총은 담장을 둘러 한층 은밀하다. 어둠에 묻힌 능은 서로의 능선이 엇갈리며 길을 만들고, 그 사이로 다정한 걸음을 낼 때 봄밤의 상큼한 기운을 물씬 풍긴다. 그 또한 밤의 무덤일 텐데 두렵지 않은 건 왜일까. 고분과 고분, 대나무숲과 연못 사이를 거닐 때는 도심마저 잊힌다. 손끝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연인들은 3월 중순이 나을 수도 있겠다. 대릉원 황남대총 동쪽은 목련 한 그루가 유명하다. 박준 시인의 ‘그해 경주’를 사진으로 그려내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두 봉분 사이로 하얗게 핀 목련은 고분 위에 쓰인 연서인 듯 하다. 목련 앞에는 사진으로 추억하려는 이들이 늘 길게 늘어선다. 고분의 목련은 경주오릉도 뒤지지 않는다. 오릉은 ‘능’이니 그 이름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왕비 알영부인 그리고 후대 네 임금의 무덤이라 기록한다. 경주오릉 숭덕전 담장에는 여러 그루의 목련이 전각보다 높게 자란다.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운 나무는 사랑에 비유하면 풋풋하여 풋사랑이다. 그래서 어느 날 후드득 꽃잎을 떨구는 것이려나. 대릉원과 오릉 사이에는 황남리고분군이 있다. 고분 사이에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눈길을 끈다. 남쪽에는 테라로사 경주점이 있는데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그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먼 데서 보는 황남리고분군은 지척의 노서동이나 품 안의 대릉원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긴다. 불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평온한 시절의 연인을 보는 듯 하다.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는 대신 발끝을 세워 나란하게 지나온 궤적들, 오므린 손바닥을 가만히 펴서 지난 ‘그해’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셈할 수 없는 발견이었을 뿐, 간절한 것은 또 얼마나 오래 걸려 이곳으로 왔던가.
  • 신라 금관 오픈런 110일… 28만여명 경주 달궜다

    신라 금관 오픈런 110일… 28만여명 경주 달궜다

    지난 22일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 마지막 날.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입구에는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시장 입구 주변에는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해 멀찍이서 전시 일부라도 보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신라 금관 6점을 104년 만에 한 자리에 모아 ‘금관 오픈런’(매장이나 전시가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던 특별전이 28만 5401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경주박물관은 110일 동안 열렸던 전시에 하루 평균 2600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특히 관람 인원을 30분 간격의 회차당 150명, 하루 2550명으로 제한했음에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특별전은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여섯 점의 신라 금관과 여섯 점의 금허리띠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사상 최초의 전시였기에 기획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개막 직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하면서 전세계에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전시는 많은 기록과 이슈를 낳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애초 지난해 12월 14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는 지난 22일까지 연장됐다. 경주박물관은 관람 환경과 전시품의 안전을 고려해 30분 간격의 회차제 관람과 온라인 사전 예약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또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신라 금관 경주존치 범국민운동연합’을 결성하고 신라 금관을 모두 경주에서 소장해야 한다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박물관은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금관 전시를 개최해 박물관의 브랜드 전시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관 6점 중 황남대총 금관과 금령총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돌아갔다. 천마총 금관·교동 금관은 경주박물관 상설실에서 전시되며 금관총 금관은 경남 양산시립박물관에서 다음달 6일부터 열리는 ‘삽량(歃良), 위대한 양산’전에서 만날 수 있다. 금관총 금관은 5월과 9월에 프랑스 파리와 중국 상하이에서 신라 금관을 포함한 신라 특별전에 나설 예정이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신라 문화의 정수를 담은 기획전을 국내외에 활발히 개최해 신라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신라 금관의 힘’ 국립경주박물관 작년 197만명 관람… 30년 만에 최다

    ‘신라 금관의 힘’ 국립경주박물관 작년 197만명 관람… 30년 만에 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국립경주박물관이 30년 만에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25년 연간 누적 관람객 수가 197만 6313명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이는 30년 만의 최다 관람객으로 작년 대비 약 45% 급증한 수치다. 역대 연간 최다 관람객 수는 1996년의 202만 6008명이다. 박물관 측은 최초로 신라 금관을 모두 모은 신라 금관 특별전과 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경주를 찾은 국내외 방문객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상회의 기간 중 경주박물관에서는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를 통해 박물관의 위상이 한층 부각됐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은 오픈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신라 금관이 세상에 알려진 뒤 104년 만에 여섯 점의 금관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 신라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 “역대 최대 관람객이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우리 문화유산이 국민과 세계인에게 얼마나 큰 관심과 공감을 얻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수준 높은 전시와 안전하고 품격 있는 관람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해 한국 박물관 관람객 역대 최다…올해도 전시·굿즈로 사로잡는다

    지난해 한국 박물관 관람객 역대 최다…올해도 전시·굿즈로 사로잡는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수가 6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2024년 873만여명), 바티칸박물관(2024년 682만여명) 등 세계 주요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다. 국립민속박물관도 전년도보다 1.5배 늘어난 225만여명이 찾으면서 한국의 박물관들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일 지난해 중앙박물관 관람객 수는 650만 7483명, 경주·광주·전주 등 13개 소속 박물관을 포함하면 1477만 311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1945년 박물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수다. 지난해 10월 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은 관람객들이 개장 전부터 줄을 서며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을 일으키는 등 큰 관심을 모으며 197만여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 백제대향로관을 개관한 국립부여박물관은 95만 862명, 무령왕릉 출토 유물을 비롯해 웅진백제 문화권을 조명한 국립공주박물관은 86만 8555명 등 100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맞았다. 영미권 미술 전문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가 낸 2024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통계를 보면 루브르박물관은 873만 7050명, 바티칸박물관은 682만 5436명,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은 647만 9952명,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572만 7258명이 들었다. 이 통계치를 기반으로 하면 세계 3위 수준이다. 박물관 문화상품인 ‘뮷즈’ 역시 큰 인기를 끌며 올해 누적 매출액 400억원을 넘어섰다. 유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문화상품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자연스럽게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6년 병오년을 맞아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비롯해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세계문화관 이슬람실 등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26년에는 더욱 수준 높은 전시와 서비스로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는 박물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도 지난해 225만명이 찾았다. 2024년 관람객 수(144만 3420명)와 비교하면 1.5배 증가한 규모다. 민속박물관의 연간 관람객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43만 543명까지 떨어졌으나 2022년 110만 5442명, 2023년 130만 7690명 등 10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중 외국인은 전체 관람객의 약 59.1%인 133만여명이다. 장상훈 관장은 “올해 개관 8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올해 12월을 목표로 세계민속문화를 소개하는 상설전시관을 국립박물관 역사상 처음으로 개설하겠다”고 신년사를 통해 밝혔다. 민속박물관은 지난해 3월 브라질 리우 삼바 축제 현장을 찾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하반기에는 인도 케랄라주에서 열리는 추수 감사 축제인 ‘오남’도 조사했다. 세계 각국의 민속자료를 더욱 많이 확보해 세계문화 조사·연구와 수집, 전시 성과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고르게 인식할 장(場)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진 상황을 반영하듯 국가유산진흥원의 문화상품 사업 매출도 사상 처음 160억원을 돌파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이 이날 발표한 ‘K헤리티지’ 문화상품 5개년 매출액 자료를 보면 지난해 문화상품 온·오프라인 매출액이 161억여원이었다. 진흥원 설립 이후 최고 매출액으로, 전년도 118억 8200만원에 비해 35.5% 증가했다. 진흥원 측은 조선 궁궐의 이미지를 활용한 마그넷, 배지, 엽서 등이 가장 많이 팔렸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인기에 힘입은 호랑이 도자기 인형, 갓 모양 컵, 일월오봉도 관련 상품들이 큰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조선 왕실의 보물을 활용한 문화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개최되는 데 맞춰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국가유산을 활용한 상품들도 선보일 계획이다.
  • 트럼프가 기뻐하니 얼떨떨… 가문의  영광이죠[월요인터뷰]

    트럼프가 기뻐하니 얼떨떨… 가문의  영광이죠[월요인터뷰]

    하루 10시간씩 20일 걸린 금관동판 자르고 손으로 일일이 빚어내선조가 영광스런 자리 만들어 준 듯백제향로 등 30점 제작, 특히 애착아버지 뒤이어 40년, 이젠 아들이…부친인 고 김인태 명장 영향받아재현품도 선조 혼 깃든 작품으로5년 뒤 아들과 함께 작업 전시 꿈“너무 아름답다. 정말 특별하다.”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으로 국빈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보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그는 금관 모형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실으라거나 ‘백악관 뮤지엄 제일 앞줄에 전시하라’고 지시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천마총 금관은 현존하는 신라시대 금관 6개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이가 32.5㎝, 머리띠 둘레가 63㎝에 이르는 대관(大冠)으로, 국보 188호로 지정돼 있다. 대통령실은 한반도에 처음으로 평화를 가져온 신라 정신과 함께 한미 동맹 황금기를 상징한다는 뜻을 담아 금관을 선물했다고 설명했다. 외신 등은 ‘트럼프의 마음을 샀다’며 금관이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숨은 공신이라고 평가했다. 금관 모형은 국민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K컬처의 뿌리인 신라의 황금 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일깨웠다. 신라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인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문화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 발전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처럼 세계가 주목하고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금관 모형 뒤에는 이를 직접 손으로 만든 한 장인의 헌신과 기술이 있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40년 넘게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왔고 이제 아들에게 그 정신을 이어주고 있는 장인(匠人), 금속공예 명장 김진배(63) 삼선방 대표다. 신라인의 기술과 정신을 이 시대에 맞게 이어가고자, 다음 세대에게 찬란했던 금빛을 물려주고자 경주 하동 민속공예촌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혼’을 담아 작업 중인 김 대표를 지난 11일 만났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장인에게는 어떤 의미였나. “처음에는 얼떨떨해 정신을 못 차렸다. 가문의 영광이다. 한 길을 40여년 걸어오니 선조들께서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만들어 주신 듯하다. 언론 인터뷰, 취재 요청으로 근 한 달간은 작업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김 대표는 그저 “얼떨떨하다”, “영광이다”라고 말하지만 그 말 뒤에는 인고의 시간과 장인 정신이 있었다. 그가 외교부로부터 금관 모형 제작을 의뢰받은 건 지난 10월 10일이다. 당시 외교부 관계자는 ‘APEC에서 VIP에게 전달할 선물’이라며 제작을 요청했고 신라금관 중에서도 천마총 금관을 콕 집어 주문했다. 김 대표는 주문받자마자 도금한 동판을 일일이 잘라 머리띠와 ‘출(出)’자 모양 장식을 만들었다. 금관에 매달 380여개의 영락(얇은 금판으로 세공한 반짝이 장식)과 58개의 곡옥(옥을 가공해 반달 또는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 작은 구슬)도 일일이 손으로 빚어냈다. 아들 준연(34)씨와 함께 하루 10시간씩 금관 제작에 몰두했고 20일 만에 마무리했다. 그는 “주로 일반적인 선물용이나 실습용 등으로 금관을 제작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유물을 재현할 때 사전 준비나 제작 과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금관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우선 실측과 사진 촬영 작업을 한다. 이어 도면을 만들고, 각 부분 재료를 파악해 재료 준비를 한다. 주로 금으로 된 부분은 동판에 전기 도금을 한다. 이후 도면대로 동판을 오려 내고 나서, 영락을 만든다. 곡옥도 준비한다. 오려낸 동판과 영락 등을 전기도금하고 도금된 동판에 영락과 곡옥을 매단다. 동판을 두드려서 얇게 펴고 장식과 곡옥에 도금 철사를 끼워 본체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끝으로 영락과 곡옥이 달린 금관을 조립해 완성한다.” 박물관에 늘 진품이 전시되는 건 아니다. 유물이 해외 나들이를 가거나, 장기간 전시됐을 때 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주기 위해 재현품이 대신 전시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운’ 재현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 당시 선조님들이 만들 때를 떠올린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연구하여 최대한 그 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 -유물 재현을 두고 단순한 닮은꼴 제작이 아닌 선조의 예술혼을 오늘로 끌어오는 작업이라 말하기도 했다. ‘예술혼을 담는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예술혼이란 작업 과정에서 심적으로, 얼마나 더 신경을 쓰느냐 하는 그 차이다. (옛 선조들이 작업했던) 그 당시에는 작업 도구나 공방 환경이 지금보다 매우 열악했을 터다. 그런데도 금관·목걸이·허리띠 등 제작된 장신구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장인 정신을 쏟아부었는지 느끼게 된다. 그 정신을 최대한 이어가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마음가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 대표의 삶 곳곳은 금속 유물 복원과 맞닿아 있다. 그의 부친은 국내 금속 공예계 거장이자 명장인 고 김인태 선생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작업을 옆에서 봐 오며 자란 김 대표에게 금속, 망치 소리, 불꽃 등은 마치 놀이처럼 친근했다. 그는 금관 등에 담긴 시대와 사람을 이해하고자 역사 공부를 했다. 1982년 동국대 국사학과에 진학했고 학교에 다니며 부친의 작업을 도왔다. 199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는 홀로 공방을 지켰다. -신라금관을 비롯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무령왕 금제관식 등 40년 넘게 작업하며 재현한 유물이 1000점을 넘는다.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외국박물관 한국실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 하나로 백제금동대향로 10점, 황남대총 금관 10점, 황남대총 허리띠 10점을 만들었는데, 특히 애착이 간다. 세계 여러 나라에 한국 문화재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였고 삼선방의 존재도 많이 알릴 수 있었던 듯하다. 그래도 다른 나라 국가 원수에게 선물할 금관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스로 보기에 ‘진품에 가까워지는 기준’은 무엇인가. 1㎜의 오차도 없게 하는 것인지. “1㎜라는 수치는 아니다. 누가 만들어도 크기는 거의 같게 만든다. 결국은 느낌이다.” 김 대표가 말하는 ‘느낌’은 뼛속 깊이 장인 정신이 깃든 결과물이다. 유물 한 점을 재현하는데 길게는 5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금관 복제 작업만 해도 두들기고 붙이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해야 한다. 화려한 외양만큼이나 섬세해야 한다. 작업에 필요한 공구도 직접 만든다. 못이나 쇳조각을 갈아 유물 맞춤형 도구로 만들고, 이를 활용해 정교하게 문양을 새긴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고된 일, 선조들의 예술혼을 재현한다는 긍지가 없다면 지속하기 힘들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천직’이라 여긴다. 전국 박물관에 자신이 만든 작품이 전시될 때 더없이 큰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김 대표가 재현한 유물은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는 유물을 볼 때 ‘진품일까, 재현품일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재현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이나 후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재현품이지만 그 또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이를 고려하며 감상하면 좋겠다.”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 3차원(3D) 스캔이나 프린팅 기술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금관같이 얇은 판으로 된 작품은 아직 3D 프린팅 기술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다만 지금도 여러 조각 분야에서는 3D프린터가 인간의 손을 대체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금속·세공 분야도 3D 프린터가 대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천마총 금관 모형 제작과 관련해 “미리 장식을 만들어 둔 데다 아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술과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수할 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가치나 태도는. “그저 겉보기에 모양만 비슷하다고 만족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내면에 묻어 있는 선조들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느껴봐야 한다.” -과거 ‘작은 박물관을 갖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지금 그 꿈은 어디까지 와 있나. “아들이 5년 차에 접어들었다. 한 10년 차쯤 되면 고급 숙련기술자가 되지 싶다. 그때가 되면 아들과 같이 작업했던 작품들을 한 점 한 점씩 전시하는 등 박물관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진배 대표는 경북 경주시 하동 민속공예촌에서 공방 삼선방을 운영하고 있다. 부친이자 국내 금속 공예계 거장이었던 고 김인태 선생 곁에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금속공예를 접했다. 1982년 대학에 다니며 부친의 작업을 도왔고 부친 작고 뒤 1993년부터는 공방을 이어받았다. 43년간 정통한 길을 걸어오며 1000점이 넘는 유물을 재현, 금속 유물 복제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주 APEC여행 상품 출시…“주요 순간 모두 담아”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주 APEC여행 상품 출시…“주요 순간 모두 담아”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현장을 느껴보는 여행상품이 출시된다. 20일 경북문화관광공사는 APEC 개최 성과를 지역 관광으로 확장하기 위해 ‘경주 APEC 트레일’ 1박 2일 상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상품은 정상회의 당시 사용된 회의장, 정상 식사 메뉴, 공식 선물, 영부인 일정 등 APEC 주요 순간을 여행 동선에 그대로 녹여낸 ‘스토리 투어’가 특징이다. 11월 말부터 경북도 국내전담여행사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여행 1일 차는 보문단지 내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시작된다. 정상회의장을 그대로 옮겨 온 재현관이 마련돼 당시 세계 21개국 정상이 모여 의제를 논의한 현장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이어 경주 힐튼호텔로 이동해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 대통령이 특별 주문해 화제를 모았던 ‘트럼프 치즈버거 세트’를 맛볼 수 있다. 호텔 내 우양미술관에서는 회의 기간 중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가 진행됐던 예술 공간도 함께 감상한다. 오후에는 영부인 프로그램이 열렸던 불국사를 방문해 신라 불교 유산의 웅장함을 체험한다. 저녁 식사 후에는 보문단지 호반광장에 새롭게 설치된 APEC 상징조형물, 육부촌 미디어아트, 3D 라이트 쇼가 결합된 야간 투어가 진행된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만찬에 연이틀 오른 코오롱호텔의 해물파전 등 프리미엄 한식도 코스에 포함돼 있다. 2일 차 주요 코스는 국립경주박물관이다. 현재 박물관에서는 APEC 개최를 기념해 신라금관 특별전을 운영 중이다. 이어 대릉원과 첨성대를 포함해 황리단길 등을 방문한다. 상품 가격은 코스에 따라 1인 기준 10만원대 초·중반으로 책정돼 있다. 수도권 전세버스, 1박 3식, 입장료, 가이드, 보험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김남일 사장은 “APEC의 감동을 관광으로 확장해 경주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정상회의 개최지라는 경주의 위상을 국내외 관광객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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