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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 독감인데 항생제 복용?…‘묻지마 처방’ 오남용 수두룩

    단순 독감인데 항생제 복용?…‘묻지마 처방’ 오남용 수두룩

    바이러스성 질환인 독감(인플루엔자) 환자 상당수가 동네 의원에서 항생제와 위장약을 관행적으로 처방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합병증 없는 단순 독감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약해도 빨리 낫게 하는 효과는 없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기계적 과잉 처방이 반복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7월부터 1년간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성인 독감 진료 140만 1178건을 분석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진료(저위험 에피소드·25만 6823건) 중 13.3%(3만 4041건)에 항생제가 처방됐다. 세균성 감염증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바이러스 질환인 독감 자체에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처방받지 않은 환자보다 전체 진료 기간이 평균 13%가량 더 길었다. 박영민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합병증 없는 단순 독감 단계에서 선제적 항생제 처방은 치료 기간 단축에 실익이 없다”며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속 쓰림 방지 등을 이유로 곁들이는 위장약의 관행적 사용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 환자의 위장약 평균 처방률은 77.2%였고 기관별 처방률 분포의 중간값은 91.4%에 달했다. 대다수 동네 의원이 독감 환자에게 위장약을 기본 옵션처럼 묶어 처방하는 셈이다. 이러한 관행적 처방은 환자 상태보다 의료진 특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환자의 나이·성별·기저질환 등을 통계적으로 보정해 분석한 결과, 의사 나이가 많을수록 불필요한 항생제를 더 많이 썼다. 45세 미만 의사 대비 65세 이상 의사가 단순 독감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할 가능성은 2.03배 높았다. 55~65세 미만 의사도 1.34배 높았다. 과거의 진료 습관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진료과목별 차이도 컸다. 이비인후과의 항생제 처방 경향은 기타 과목 대비 3.08배로 가장 높았다. 일반과(1.65배)와 소아청소년과(1.53배)가 뒤를 이었고 내과는 0.69배로 가장 낮았다. 실제 항생제 처방률은 소아청소년과가 37.5%로 가장 높았고 이비인후과(32.4%), 일반과(29.3%) 순이었다. 특히 어린이 환자를 주로 보는 소아청소년과가 항생제를 많이 썼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대목이 아니다.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은 내성균을 키워 정작 치명적인 세균에 감염됐을 때 약이 듣지 않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위장약 처방률은 이비인후과(84.6%)가 가장 높았고, 45세 미만 젊은 의사(83.9%) 층에서 두드러졌다. 결국 임상적 필요가 아니라 의료진의 전공과 관행에 따라 처방전 구성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방어적 진료가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공단 관계자는 “합병증 없는 인플루엔자 항생제 치료와 관행적인 위장약 처방에 대해 급여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얼마나 올릴까’서 ‘어디에 더 줄까’로…수가협상, 필수의료 중심 재편

    ‘얼마나 올릴까’서 ‘어디에 더 줄까’로…수가협상, 필수의료 중심 재편

    해마다 의료기관별 수가를 일률적으로 올리던 건강보험 보상체계가 필수의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7년도 수가협상에서 한정된 재정을 필수의료와 저보상 분야에 우선 배분하는 방식을 치과와 한의 분야까지 확대했다. 수가협상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서 ‘어디에 더 보상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 전체 평균 인상률은 1.65%로 확정됐으며 이에 따른 추가 소요 재정은 총 1조 2058억 원 규모다.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한 의원 유형을 제외한 병원·치과·한의·약국 등 6개 공급자 단체와의 계약이 30일 최종 타결됐다. 건강보험 수가는 개별 의료 행위마다 원가 등을 따져 매긴 ‘상대가치 점수’에 해마다 협상으로 정하는 ‘점수당 단가(환산지수)’를 곱해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특정 수술의 상대가치 점수가 100점이고 올해 단가가 100원이라면 수술비는 1만 원이 된다. 그동안 수가협상은 환산지수를 모든 의료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으로는 중증·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크고 인력 투입이 많은 분야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라 2025년도 수가부터 환산지수 인상분 일부를 필수의료와 저보상 분야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모든 의료행위에 동일하게 재정을 배분하는 대신 정책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의원·병원 등 의과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되던 환산지수·상대가치 연계 방식을 치과와 한의 분야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병원 유형은 인상률 1.2% 가운데 0.1%를 필수의료 및 저평가 항목 보상에 활용하기로 했다. 중증·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치과는 인상률 2.6% 가운데 0.2%를, 한의는 인상률 3.0% 가운데 0.1%를 각각 진찰료 등 저평가 행위 보상에 투입하기로 했다. 필수의료와 저보상 분야를 중심으로 보상체계를 재편하려는 흐름이 의과를 넘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건강보험 재정 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 이용이 증가하는 반면 보험료 수입 기반은 약화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한정된 재정 안에서 모든 분야의 수가를 동일하게 올리는 방식보다 필수의료와 저보상 분야에 재정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김남훈 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진료비 증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재정 지출과 보험료 수입 기반 약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사회 각계의 우려가 깊은 상황에서 협상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이 최종 제시한 1.6% 인상안을 거부하며 유일하게 협상이 결렬된 의원급은 다음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를 거쳐 최종 수가가 결정된다. 의협은 결렬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 현실을 반영한 수가 인상과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강력히 요구했으나 물가 인상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의 추가 소요 재정(밴드) 및 수가 인상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은 벼랑 끝에 내몰린 일차의료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이자 보건의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의원 유형 수가를 결정할 때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공단이 최종 제시한 1.6% 인상률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인상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필수의료와 저보상 행위 보상에 활용하도록 건정심에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 수가 인상으로 1조 2000억원이 넘는 추가 재정이 투입되면서 향후 건강보험료 인상 압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초고령사회로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영유아 ‘14개월 검진 사각’ 메우고, 대장암 검진에 내시경 도입 추진

    영유아 ‘14개월 검진 사각’ 메우고, 대장암 검진에 내시경 도입 추진

    만 6세 영유아 검진이 끝난 뒤 초등학교에 입학해 첫 학생검진을 받기 전까지 학부모들이 겪어야 했던 최대 14개월의 국가 건강검진 공백이 해소될 전망이다. 또 현행 분변 잠혈 검사(대변 검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국가 대장암 검진 체계에 대장내시경을 기본 검사로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안(2026~2030)’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영유아 검진 마지막 단계인 8차 검진 개편이다. 기존에는 8차 검진 대상이 생후 66~71개월로 제한돼 있어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이후 실시하는 학생검진 전까지 최대 14개월 동안 아동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공백기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 종료 시점을 생후 75개월까지 연장해 입학 직전까지 아동의 성장을 추적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8차 검진 항목에 ‘취학 전 준비’ 상담 내용을 보완해 학교 적응에 필요한 정서·신체 발달 상태를 종합 점검한다. 영유아 1차 검진(생후 14~35일) 기간도 ‘생후 14일~2개월’로 확대된다. 기존 1차 검진은 산후조리 기간과 겹쳐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고, 이 때문에 수검률이 63.2%로 전체 차수 중 가장 낮았다. 정부는 퇴원 교육 단계부터 안내를 강화해 생애 첫 검진 수검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성인기 검진에서는 대장암 검진 방식의 변화가 눈에 띈다. 현재 국가 대장암 검진은 대변을 채취하는 분변 잠혈 검사를 먼저 시행한 뒤 양성 반응이 나와야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채취 과정의 불편함과 검사 정확도 한계 등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에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와 대장암 검진 권고안 개정 사항 등을 반영해 대장내시경을 1차 검진으로 직접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등 글로벌 기준 변화에 맞춰 폐암 검진 대상 확대도 검토한다. 인지기능장애 검사 역시 검사 연령을 낮추고 대상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된다. 내년 3월부터는 학교장이 병원과 개별 계약해 시행하던 학생건강검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위탁 체계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교가 지정한 특정 병원을 방문하는 대신 집 근처 검진기관을 선택해 원하는 시기에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검진기관이 바뀔 때마다 단절되던 건강 기록도 하나로 통합된다. 영유아 검진부터 초·중·고 학생검진 결과가 건보공단 시스템으로 흡수·연계돼 생애 전 주기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관리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와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말 최종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 [사설] 건보 가짜 직장가입자 엄벌, 지역가입자 불공정도 해소를

    [사설] 건보 가짜 직장가입자 엄벌, 지역가입자 불공정도 해소를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려고 가족·지인 사업장에 허위로 이름을 올리는 ‘가짜 직장가입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3년부터 3년간 적발한 허위 가입자만 9202명, 소급 부과한 지역 건보료는 666억원에 이른다. 근로계약서나 출퇴근 기록, 급여 지급 내역도 없이 서류상 직원 행세를 한 사례가 태반이다. 성실한 가입자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명백한 기만행위다. 문제는 편법이 줄기는커녕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적발 건수는 2020년 915건에서 2024년 3991건으로 4년 새 4배 넘게 불어났다. 지인 법인을 악용하거나 출퇴근 기록조차 없는 유령 직원으로 등록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해 감시망을 넓히고 현장 점검과 신고포상제로 단속을 강화하려는 이유다. AI가 추린 대상의 90% 이상이 실제 부정 취득으로 확인된 만큼 적발된 가입자에게는 지역보험료 소급 부과·징수 등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꼼수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과도한 구조적 격차가 자리한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부담한다. 주택·토지 등 재산까지 산정 대상이 되면서 은퇴자와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의 짐은 더 커진다. 현재 소득보다 보유 재산에 무게를 둔 방식이 오히려 편법을 부추기는 셈이다. 특히 현행 재산보험료는 재산 규모를 60개 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매긴다. 같은 재산이라도 등급 경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며 실제 납부 여력과 산정액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재산 규모에 비례해 부과하는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논의 속도는 더디다. 허위 가입을 엄벌하겠다면 이런 제도적 허점도 함께 줄여야 한다. 단속만 강화하고 개편을 미룬다면 건강보험의 형평성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가짜 직장가입자’ 3년간 9202명… 건보공단, 건보료 666억원 회수

    ‘가짜 직장가입자’ 3년간 9202명… 건보공단, 건보료 666억원 회수

    최근 3년간 가족이나 지인 회사에 이름만 올려두고 ‘직장인 행세’를 하다 적발된 가짜 직장가입자가 연평균 3000명을 넘어섰다. 고액의 지역 건강보험료를 피하려 위장 취업을 감행한 이들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뒤늦게 거둬들인 보험료만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건보공단은 2023~2025년 적발된 직장가입 자격 허위 취득자가 총 9202명으로, 이들에게 부과된 소급 지역보험료가 666억원이라고 21일 밝혔다. 다만 행위의 위법성과는 별개로, 지역가입자들이 무리하게 직장가입자로 숨어든 데에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자체의 문제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가입자는 수십억원대 주택을 보유해도 근로소득(월급)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이마저 회사가 절반을 부담한다. 반면 실업자·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주택 등)을 합산해 산정한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득이 크게 줄었는데도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 부담이 늘거나 재산 규모가 비슷해도 재산 등급 구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형평성 논란이 반복됐다. 특히 재산보험료의 ‘등급제’는 서민층에 더 무거운 부담을 지우고 있다. 재산이 적을수록 재산 1만원당 보험료 부과 단가가 오히려 높아지는 역진 구조 탓이다. 실제 재산과표 225만원인 ‘재산 1등급’ 가입자의 재산 1만원당 건보료 부과 단가는 약 20.68원이지만, 재산과표 77억 8125만원인 ‘재산 60등급’ 가입자는 0.63원에 그친다. 서민층의 재산보험료 단가가 초고자산가보다 30배 이상 높은 셈이다. 제도 설계 당시 ‘자산가의 부담 완화’를 이유로 도입된 이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는 2022년 소득에 비례하는 ‘정률제’로 바뀌었지만 재산보험료는 여전히 등급제를 유지하면서 직장·지역가입자 간 부담 격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를 정률제로 바꾸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도 정률제 전환을 위한 재정 영향분석 등 연구를 진행했다”며 “법률안 통과 시 하위법령 개정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사설] 건보 가짜 직장가입자 엄벌, 지역가입자 불공정도 해소를

    [사설] 건보 가짜 직장가입자 엄벌, 지역가입자 불공정도 해소를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려고 가족·지인 사업장에 허위로 이름을 올리는 ‘가짜 직장가입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3년부터 3년간 적발한 허위 가입자만 9202명, 소급 부과한 지역 건보료는 666억원에 이른다. 근로계약서나 출퇴근 기록, 급여 지급 내역도 없이 서류상 직원 행세를 한 사례가 태반이다. 성실한 가입자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명백한 기만행위다. 문제는 편법이 줄기는커녕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적발 건수는 2020년 915건에서 2024년 3991건으로 4년 새 4배 넘게 불어났다. 지인 법인을 악용하거나 출퇴근 기록조차 없는 유령 직원으로 등록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해 감시망을 넓히고 현장 점검과 신고포상제로 단속을 강화하려는 이유다. AI가 추린 대상의 90% 이상이 실제 부정 취득으로 확인된 만큼 적발된 가입자에게는 지역보험료 소급 부과·징수 등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꼼수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과도한 구조적 격차가 자리한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부담한다. 주택·토지 등 재산까지 산정 대상이 되면서 은퇴자와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의 짐은 더 커진다. 현재 소득보다 보유 재산에 무게를 둔 방식이 오히려 편법을 부추기는 셈이다. 특히 현행 재산보험료는 재산 규모를 60개 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매긴다. 같은 재산이라도 등급 경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며 실제 납부 여력과 산정액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재산 규모에 비례해 부과하는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논의 속도는 더디다. 허위 가입을 엄벌하겠다면 이런 제도적 허점도 함께 줄여야 한다. 단속만 강화하고 개편을 미룬다면 건강보험의 형평성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비만율 최저’ 한국 여성 110만명, ‘나비약’ 지옥 빠졌다

    ‘비만율 최저’ 한국 여성 110만명, ‘나비약’ 지옥 빠졌다

    전 세계에서 여성 비만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한국에서 여성 110만명이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비만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지만 식욕억제제 처방량은 여성이 남성보다 최대 17배 많았다. 날씬함을 강요하는 사회적 규범이 여성들을 향정신성 약물 오남용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국의 성별화된 약물 오남용과 성인지적 정책의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전체 마약사범 중 여성 비율은 2001년 19.8%에서 2025년 26.7%로 증가했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여성 사범 비율이 같은 기간 19.4%에서 26.7%로 급증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2019~2023년 여성의 식욕억제제 처방량은 남성의 12.9~17.3배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런 처방 양상이 실제 비만율과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국내 비만율은 30~40대 남성이 가장 높고 20~30대 여성은 가장 낮다. 그런데도 식욕억제제는 젊은 여성에게 집중 처방되고 있다. 보고서는 “해당 처방이 의학적 필요보다 미용 목적 체중 감량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 추동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식욕억제제 투약 환자는 120만 5439명이다. 여기에 식약처가 과거 공개한 성비(여성 91.4%)를 적용하면 여성 복용자는 약 110만명에 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가 안전사용 기준을 넘겨 장기간 복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 등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최대 3개월 이내 단기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20대 여성의 2.9%, 30대 여성의 5.6%, 40대 여성의 5.4%가 안전사용 기간을 넘겨 펜터민을 복용했거나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30대 여성 20명 중 1명 이상이 사실상 장기 복용 상태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검찰과 경찰·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세청·금융감독원 7개 기관의 수사·단속인력 30명으로 구성한 ‘불법 의약 사범 합동수사팀’을 서울서부지검에 설치했다. 불법·과잉 진료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누수 요인으로 지목된 사무장 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합수단은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장을 팀장으로 검사실, 수사팀(경찰·복지부 특사경), 수사지원팀(건보공단·심평원·국세청·금감원), 합동단속팀(건보공단·심평원)으로 구성됐다.
  • 영유아 월령별 8회 무료 검진… 시기 놓치지 말고 내원해야[알아두면 쓸데 있는 건강 정보]

    Q. 영유아 건강검진이란. A. 아이의 성장과 발달 상태를 월령별로 확인하고 차수별 맞춤 건강교육을 제공하는 국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이다. 생후 14일부터 71개월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총 8차례 건강검진과 4차례 구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단순 검사 중심이 아니라 문진과 진찰, 신체계측, 발달평가, 상담 등을 포함해 영유아 특성에 맞춰 진행된다. Q. 검진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 A.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차 검진(영아기 초기검사)을 우편이나 알림톡으로 안내한다. 이후 2~8차 검진은 시기가 되면 건강검진표와 안내문을 네이버·KT·카카오 전자문서로 발송하며 열람하지 않은 대상자에게는 우편으로 다시 안내한다. 보호자는 문진표와 발달선별검사지(3차 검진부터)를 작성한 뒤 가까운 검진기관에 예약하고 건강검진표, 보호자 신분증 또는 건강보험증을 지참해 방문하면 된다. 문진표와 발달선별검사지는 검진기관이나 건보공단 홈페이지·모바일 앱에서 작성할 수 있다. Q. 검진 때 주의할 점은. A. 각 검진 시기마다 1회만 받을 수 있으며 정해진 검진 기간 안에만 가능하다. 월령별 검진 시기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건보공단 ‘건강모아’ 개편… 부모·자녀 정보 함께 관리[알아두면 쓸데 있는 건강 정보]

    Q. ‘건강모아’란. A.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개인 맞춤형 건강정보서비스다. 일종의 ‘내 손안의 건강 비서’다. 대한민국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최근 10년간 받은 국가검진 결과와 진료 투약 정보 등을 한 번에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건강기록과 건강 예측 등 추천 서비스를 받아 스스로 건강관리도 할 수 있다. 올해 3월 23일 건강보험 모바일 앱 ‘더 건강보험’이 ‘건강보험25시’로 개편되면서 사용과 접근이 훨씬 편리해졌다. Q. 무엇이 달라졌나. A. 공공기관 최초로 부모님의 건강과 자녀의 건강 정보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됐다. 또 사진 촬영으로 손쉽게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찍으면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영양 정보가 자동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도 혈압·혈당 수치를 쉽게 입력해 건강 상태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 Q. 부모님이나 자녀의 건강기록도 함께 볼 수 있나. A. 부모가 정보 공유에 동의하면 자녀 중 한 명까지 가능하다. 어린 자녀도 보호자가 검진 결과와 진료 정보, 성장 기록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 건보공단 ‘아동 의료비’ 16년째 십시일반 기부

    건보공단 ‘아동 의료비’ 16년째 십시일반 기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들이 매달 월급 일부를 쪼개 모은 기금이 16년째 아동·청소년들의 의료비 지원에 쓰이고 있다. 일회성 출연금이 아니라 업무 현장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목격해 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건보공단은 지난 24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건강보험 사회공헌 하늘반창고 진료비 지원사업’ 기부금 전달식을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지원 규모는 3억 3000만원이다. 이 사업은 2011년 닻을 올렸다. 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을 활용해 저소득 취약계층의 병원비를 지원하자는 내부 아이디어가 시발점이 됐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는 공공기관의 역할론이 동력이 됐다. 본사와 전국 지사에서 기부에 뜻을 둔 직원들이 희망 액수만큼 매달 자진 기부하고 있다. 몇천원부터 몇만원까지 액수에 상관없이 ‘십시일반’의 마음이 모여 해마다 수억원의 지원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한 직원은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역할을 고민하던 중 치료를 못 받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의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이다. 가정 형편 탓에 치료를 미루는 아이들에게 진료비, 수술비, 검사비, 약제비 등을 지원한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16년간 이어 온 지원이 아이들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사설] 해외 자산 5억에도 기초연금… 재정 누수 없게 제도 보완을

    [사설] 해외 자산 5억에도 기초연금… 재정 누수 없게 제도 보완을

    고령화 시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연금의 지출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급여비용 부당 청구와 고액 자산가가 기초연금을 받는 재정 누수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진다. 이번에는 5억원 넘는 해외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까지 기초연금을 수령한 불합리가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 지급을 위한 ‘재산의 월소득 환산액’에 해외 금융자산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도 다르지 않아 당국이 사업자에게 정보를 요구할 근거가 없다.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자가 기초연금을 받아도 가려낼 수 없다는 뜻이다. 감사원이 어제 밝힌 ‘노인복지제도 운영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는 더욱 황당한 사례도 보인다. 2019~2024년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워 요양 등급을 받은 요양보호사 다수가 노인에게 요양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일부 요양보호사는 수급자보다 요양 등급이 오히려 높았다니 도대체 누가 누구를 돌본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수급자가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됐을 턱이 없는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20~2023년 노인 학대 판정을 받은 요양보호기관 50곳에 건보공단은 최우수 등급(A)을 주고 29곳에는 8억원의 수가 가산금까지 지급했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해외 금융재산과 가상자산을 재산 범위에 포함해 기초연금법을 개정하도록 통보했다. 복지부는 지난해에도 “주식 보유를 배제하고 소득 인정액을 산정해 거액의 복지 재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감사원으로부터 받았다. 사회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기본적인 제도 개선마저 복지부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어 볼 일이다. 건보공단에도 요양보호사 관리와 장기요양기관 평가를 제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두 기관이 초고령화 시대의 복지를 주도한다는 자부심으로 능동적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서울형 통합돌봄’ 본격화… 전국 첫 일차방문 진료지원센터 오픈

    오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던 ‘통합돌봄’이 제도화되면서 노인과 장애인이 거주지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기존에는 다양한 기관에 일일이 서비스 신청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주민센터나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한 번만 신청하면 된다. 서울시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최초의 ‘일차의료 방문진료 지원센터’ 등 서울형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서울형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기본계획에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65세 미만 장애인 대상으로 보건의료·건강·장기요양·일상돌봄·주거 5개 분야의 58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긴다. 우선 방문 진료 서비스를 원하는 노인과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지원센터가 25일부터 운영된다. 시는 올해 일차의료 방문진료기관 2500곳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70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요양병원 퇴원환자가 집에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도 늘려갈 예정이다. 또 13개 상급종합병원, 7개 시립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퇴원 환자의 회복과 정착을 돕기 위한 ‘병원·25개 자치구 공식 연계 체계’를 만든다. 병원이 퇴원 전 환자의 돌봄 필요도를 판단해 자치구에 의뢰할 수 있다. 하반기부터는 병원 퇴원환자나 시설 퇴소자가 사회로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단기 회복시설’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퇴원환자가 일정 기간 거주하며 의료·재활·요양·돌봄 서비스를 집중 지원받는 단기 회복형 주거 공간이다. 보건소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하는 건강 장수센터도 퇴원환자와 통합돌봄 대상자 중심으로 개편한다. 현재 17개인 건강 장수센터를 올해 33개로 늘리고 통합돌봄의 지역 거점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윤종장 시 복지실장은 “통합돌봄은 시설병원 중심과 가족 책임이었던 돌봄서비스를 지역사회와 삶 전반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한다”며 “촘촘한 돌봄 그물망으로 ‘통합돌봄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열린세상] ‘내 집에서 받는 돌봄’ 원년

    [열린세상] ‘내 집에서 받는 돌봄’ 원년

    지난주 서울 노원구의 동네 의원을 찾아 왕진에 동행했다. 80대 와상 환자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양쪽 고관절 부위에는 심한 욕창이 있었다. 왕진 의사는 양쪽 욕창을 정성껏 치료하며 “내 입원 환자라 생각하고 마치 회진하듯 환자를 본다”면서 “다음주에 시행되는 의료·요양 통합돌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달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관한 법’이 시행된다. 노인과 장애인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함께 받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19년 시범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법을 제정하고 2년간의 준비를 거쳐 만든 제도가 첫발을 내딛는다. 2024년 말 우리나라는 고령화율 20%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75세 이상 후기 노령자가 434만명, 장기요양 대상자가 123만명, 치매 노인은 97만명에 달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계속 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노후 행복의 1순위는 건강이다. 지금 사는 집이나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노인이 85%에 이르고, 선호하는 임종 장소로는 48.0%가 자신의 집을 선택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낙상 수술 후 퇴원해도 집에서 치료를 이어 가기 어려워 다른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자치단체의 20~60여개 건강·돌봄·안전관리 서비스는 읍면동, 보건소, 민간이 따로 제공하고 있어 담당 공무원조차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제공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영국은 1990년부터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했고, 일본은 2000년 초반부터 고령자가 살던 집에서 의료·개호·예방·생활 지원을 받으며 살 수 있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했다. 2022년 일본 출장 때 방문한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과 ‘유쇼카이 재택의원’은 급성기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의 90% 이상을 재활 치료 후 집으로 돌려보내 왕진과 방문 간호로 돌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퇴원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은 시군구, 읍면동, 건강보험공단 지사 어디에서나 의료·요양 통합돌봄을 신청할 수 있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직접 집을 찾아 건강 상태와 돌봄 필요도를 조사해 통합 판정을 내리고 요양병원, 병원 치료, 요양시설, 재가 요양, 지역 돌봄 대상자로 나눈다. 이후 시군구를 중심으로 보건소, 건보공단, 장기요양기관이 함께 개인별 케어플랜을 수립해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의료·요양·돌봄이 이달 우리 사회에 통합적으로 시행되는 올해는 ‘돌봄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몇 가지 바람을 덧붙이고자 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정부가 제도를 도입기(2026~2027년), 안정기(2028~2029년), 고도화기(2030년 이후)로 나누고 서비스도 30개에서 60개로 점차 확대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경부고속도로가 왕복 4차선에서 시작해 지금의 모습으로 확장된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재택 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집에 있는 노인·장애인을 병원의 입원 환자처럼 관리하며 왕진과 방문 간호로 세심하게 돌보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법 이름도 의료·요양·돌봄이 순서대로 있는 것이다.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가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주택 개조, 건강관리, 안전 지원, 방문 진료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다. 의료·요양 통합돌봄이라는 나무는 이제 심어졌다.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위해서는 물과 비료 같은 자양분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예산과 인력이다. 올해 예산 914억원을 229개 시군구에 나눈다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년에는 보다 과감한 재정 확대를 기대한다. 이기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장
  • 거동 불편한 장기 요양 수급자, 의사·간호사가 직접 찾아갑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건강 정보]

    Q. 장기 요양 재택의료 시범사업이란. A.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거동이 불편한 장기 요양 재가 수급자에게 가정 방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의사 또는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가정을 찾아 진료와 간호, 지역사회 연계 등을 지원한다. 의사가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렵다고 판단한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Q. 사업 내용은. A. 의사는 월 1회 이상, 간호사는 월 2회 이상 가정을 방문한다. 진료와 투약 상담, 간호 처치 등으로 질병을 관리한다. 사회복지사는 정기적인 상담으로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지 살피고 요양·돌봄 자원을 찾아 연계해 준다. Q. 이용 방법은. A. 건보공단 운영센터 또는 재택의료센터에 신청서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면 된다. 제출 이후 재택의료센터가 초기 면담을 진행하며 대상자로 선정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Q. 본인 부담 비용은. A. 의사 방문 시 건강보험 자격에 따라 5~30%의 본인 부담금이 발생한다. 간호사는 월 2회 방문까지는 무료이고 추가 방문 시 1회당 최대 15%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 하루 한 갑 30년 이상 흡연…폐암 고위험군에 ‘국가검진’[알아두면 쓸데 있는 건강 정보]

    Q. 폐암 국가검진 대상자는. A. 54~74세 중 현재 흡연 중이면서 해당 연도 이전 2년 내 국가건강검진 문진표 또는 금연 치료사업 문진표에서 30갑년(하루 한 갑(20개비)의 담배를 30년 동안 흡연) 이상의 흡연 경력이 확인된 폐암 고위험군이 대상이다. 또한 폐암 발생 고위험군으로 확인돼 국가 폐암 검진을 받았던 자는 검진 이후 금연을 하더라도 금연 기간이 15년 이내라면 74세까지 대상자에 포함된다. Q. 검진 절차는. A. 폐암 검진은 2년마다 실시한다. 저선량 흉부 영상단층촬영(CT) 검사 후 검진 결과에 대한 사후 상담과 금연 상담을 받게 된다. 사후 결과 상담 및 금연 상담은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은 해당 검진 기관에서만 가능하며 다른 폐암 검진 기관에서는 받을 수 없다. Q. 검진 비용은. A. 폐암 검진 비용의 90%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수검자는 10%만 내면 된다. 단 의료급여수급권자는 본인부담금 없이 검진받을 수 있다. Q. 어디에서 검진받나. A. 검진 대상자에게 발송되는 검진표에 기관(종합병원급 이상)이 적혀 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와 앱 ‘The건강보험’ 내 ‘검진기관찾기(폐암)’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주주환원에 진심인 방경만… KT&G 주가도 날았다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주주환원에 진심인 방경만… KT&G 주가도 날았다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자사주 적극 소각, 주주가치 제고“성장 결실 나누자” 배당성향 50%3분기 영업이익 5년 만에 최고치절대 주주 없어 외부 변수에 취약이슈 때마다 행동주의 펀드 개입흡연 폐해 등 ‘죄악주’ 논란 여전 주당 가격 10만원을 오르내리며 안정적 배당주로 통했던 KT&G의 주가가 최근 15만원을 두드리면서,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는 국면에 본격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개선을 토대로 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KT&G를 향한 행동주의 펀드의 거센 공세가 지속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G 주가는 전일보다 1.30% 내린 14만 4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저점이던 9만 4600원과 비교해 53.06% 상승했다. 지난 16일에는 장중 한때 역대 최고가인 15만 50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8월(장중 14만 9400원)의 신고가 기록을 4개월 만에 경신했다.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주가 흐름을 고려하면 이례적 변화다. ●‘100% 이상’ 주주환원 약속 지켜 KT&G의 주가 반등 배경에는 지난해 취임한 방경만(54) 사장 체제의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있다.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 때 입사한 ‘KT&G맨’ 방 사장은 단기 실적 방어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KT&G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3조 7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하겠다며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배당에 2조 4000억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1조 3000억원이 투입된다. 실제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5500억원, 배당에 5900억원 등 1조 1400억원을 쏟아부어 주주환원율은 100%를 거의 달성했다. 총 발행주식의 6.3%에 달하는 자사주 846만주(약 8600억원)도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 의지도 보였다. 방 사장은 올해 들어 “성장의 결실을 함께 나누자”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더 강화한 ‘주주환원 배분 원칙’을 내놓으며 이사회 결의로 26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했고 주주환원율 100% 이상 이행, 배당성향 50% 이상 유지, 주당 배당금 최소 6000원 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기말배당금을 제외하고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합친 주주환원 실적은 7099억원이다. 이는 실적 개선의 뒷받침으로 가능했다. KT&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 8269억원, 영업이익 4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6%, 11.4%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수익성 극대화 전략으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20년 5조원을 돌파한 연매출은 5년 만인 올해 6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증권가는 KT&G가 주주환원과 성장 전략이 맞물린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본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보수적인 경영 및 현금 활용을 했다면, (이제) 전자담배·글로벌·건강기능식품 등 3대 핵심 성장 산업에 대한 공격적 전략이 강력한 주주환원과 결합되면서 주가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차입에 가까운 경영은 모범 사례 KT&G가 주주환원에 유독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독특한 지배구조가 있다. 무차입에 가까운 경영을 유지하며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 모범 사례인 반면, 절대적인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구조 탓에 외부 변수에 취약한 측면도 있다. 사장 선임을 비롯해 굵직한 이슈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KT&G는 20년이 넘는 민영화 시대를 지나며 공공기관의 모습을 벗어나려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다만, 현재 최대주주도 공공기관이다. 최대주주는 IBK기업은행에서 지난 8월 말 국민연금공단으로 변경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지난 19일 기준 시장 추정 지분율은 약 8.40%다. 미국 투자기관인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가 8.29%를 보유해 2대 주주다. IBK기업은행은 8.06%로 3대 주주다. 이 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5.41%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를 제외하면 지분율이 10% 이상인 주주가 없다 보니,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초 사장 선출을 전후해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경영 개입에 나서며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FCP는 알짜 자회사인 KGC인삼공사 분리 매각, 주당 1만원 배당, 사장 보상체계 개편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초 방경만 당시 사장 후보에 대해서도 FCP는 ‘내부 출신의 카르텔’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IBK기업은행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역시 사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등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하면서 사장 선임 과정에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결국 방 사장은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최종적으로 사장에 선임됐고, FCP는 주가 상승 후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분율이 1% 아래로 감소했다. 금융계에선 ‘주인 없는’ KT&G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란 평가도 나온다. ●민영화 이후 내부 출신 5번째 사장 KT&G의 민영화 이후 선임된 사장 5명은 모두 내부 출신이다. 경영안정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내부 출신 사장만 거듭되는데 대한 논란도 없지는 않다. 민영화 후 5대 사장인 방 사장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미국 뉴햄프셔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 시절 입사해 글로벌본부장, 총괄부문장 등을 거치며 해외 사업 확대를 주도했다. ‘에쎄’를 앞세운 맞춤형 브랜드 전략으로 진출 국가 수를 40여개에서 100여개 이상으로 늘린 것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캔미팅’을 주관하는 등 소통경영을 중시하는 편이다.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조직문화 혁신에도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취임 100일을 맞아 “소통의 기회는 더하고 비효율은 제거하자”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전임인 4대 백복인(60) 전 사장은 2015년 취임 이후 3차례 연임하며 9년간 최장수 CEO 기록을 세웠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영남대를 졸업한 백 사장은 과감한 투자와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의 성공은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해외 사업 확장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것도 백 사장 시절의 일이다. 하지만 장기 집권 과정에서 FCP측의 주장이었던 셀프 연임 논란과 지배구조 비판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초 용퇴했다. 특히 백 전 사장의 연임 과정에서 2018년 2대 주주였던 IBK기업은행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전 기재부 사무관이 유튜브 방송에서 정부가 백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정부 외압설이 일었다. 백 전 사장은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와 관련해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3대 민영진(67) 사장은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전매청으로 입사했다. KT&G의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지는 2010년 사장에 올라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KT&G복지재단 이사장이다. ●행동주의 펀드 FCP와의 갈등 진행 중 지배구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배제’ 안건이 통과됐고, 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때 주주가 원하는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소수 주주권 보호 장치다. 국민연금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주주권 약화를 우려하며 반대했으나, 사측은 “주주 의사를 보다 명확히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며 관철시켰다. FCP와의 갈등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FCP는 지난 1월 KT&G 전직 이사들이 산하 재단과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자기주식을 무상·저가로 기부해 회사가 입은 손해 1조원을 회복해야 한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KT&G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흡연의 피해와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담배 산업 특유의 ‘죄악주’(Sin Stock) 논란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폐암환자에게 지급한 보험 급여 약 533억원을 청구했는데, 앞선 1심에선 건보공단이 패소했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 대통령이 쏘아 올린 ‘특사경’… 건보공단 숙원 풀어 줄까[세종 B컷]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필요한 만큼 지정하세요.” 이재명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공단이 수년째 바라왔던 ‘특사경 권한’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정 이사장에게 “진료비 자료를 엉터리로 청구해 처벌받는 사례가 많지 않으냐”라고 물었고, 정 이사장은 “특사경 권한이 없어 수사 의뢰를 해도 평균 11개월가량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이 챙겨서 해결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곧바로 활짝 웃는 정 이사장의 얼굴이 생중계 화면에 잡혔습니다. 업무보고가 끝난 뒤 복지부 등 다른 기관 관계자들이 정 이사장에게 “축하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특사경 도입을 위해 건보공단이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사경은 전문 분야 범죄의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건보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불법 개설 의료기관,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대한 수사를 공단이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특사경 도입은 건보공단의 숙원이었습니다. 역대 이사장들이 관련법인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여러 차례 국회 문을 두드렸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 번번이 막혔습니다. 2018년 20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개정안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와 22대 국회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의료계 역시 사무장 병원 근절에는 공감하지만, 특사경 권한이 과도하게 행사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 사이 2009부터 올해 10월까지 ‘사무장 병원’과 ‘약사면허 대여 약국’으로 불리는 불법 개설 요양기관 1788곳이 적발됐습니다. 환수결정 금액은 2조 9184억원에 이르지만, 실제 환수율은 8.67%에 그쳤습니다. 수사에 평균 11.8개월이 걸리는 동안 병원이 ‘꼼수 폐업’을 하면서 환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 기간을 약 3개월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쏘아 올린 공, 사무장 병원으로 새는 건강보험 재정을 막기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이 이번에는 현실이 될지 주목됩니다.
  • “취약층 ‘죽음’ 택하란 건가” vs “건보 의료비 부담 외면 못해”

    “취약층 ‘죽음’ 택하란 건가” vs “건보 의료비 부담 외면 못해”

    李, 업무보고서 건보 감면 지시 파장취지 좋지만 자기 결정권 왜곡 우려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 부여 약속응급실 뺑뺑이 대책 별도 보고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명의료 거부 신청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감면 방안 검토를 지시하면서, ‘존엄사’를 둘러싼 논쟁이 수면에 올랐다. 고령사회와 의료비 급증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발언인 만큼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연명의료결정제도 확산을 모색하자는 취지지만, 재정 논리가 결합될 경우 자기 결정권이 왜곡되거나 취약계층에 사실상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회복 가능성이 낮은 임종기 연명의료 지속 여부를 환자 스스로 사전에 결정하도록 한 제도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이윤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은 삶의 말기에 대한 철학과 존엄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선택”이라며 “건보료를 깎아주겠다는 방식으로 이를 유도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역시 재정 논리가 아닌 존엄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제1조에서 연명의료 결정의 목적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취지다. 다만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도 외면할 순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령 사망자의 연명의료 비율이 현재 수준(약 70%)으로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 연명의료비 지출은 2030년 3조원에서 2070년 17조원으로 늘어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고령층의 84%가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고 답했지만, 실제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받은 비율은 67%에 달했다. 환자의 의사가 가족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건보료 감면 논의가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윤리적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보험료 감면은 행정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가능 여부가 아니라 연명의료 결정과 보험료 감면을 연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 병원’ 단속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라고도 지시했다. 특사경 도입은 공단의 숙원이었지만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왔다. 아울러 “응급실 뺑뺑이로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사례가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국가유산청 업무보고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 고층빌딩 개발 논란과 궁능 관람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세계유산 훼손 우려를 짚었고, 20여년간 동결된 관람료 현실화를 주문했다.
  • 이재명 “탈모, 생존의 문제…건보 적용 검토하라”

    이재명 “탈모, 생존의 문제…건보 적용 검토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를 두고 “예전에는 미용 문제였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라며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보건복지부에 지시했다. 2022년 대선 당시 공약했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도 병의 일종이 아니냐”며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해봤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의학적 이유로 발생하는 원형탈모 등은 지원하고 있지만, 유전적 탈모는 의학적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유전병도 유전에 의한 것이 아니냐”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따져보고, 무한대 보장이 부담이라면 횟수나 총액 제한을 두는 방식도 검토해 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비만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대한탈모치료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꼴이다. 탈모 치료제 시장은 연간 최대 2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치료제 가격 인하와 함께 환자 본인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또 “필수 의사가 사라지는 이유는 낮은 수가와 과도한 의료사고 책임, 24시간 대기 부담 때문”이라며 “원인을 제거하려면 보상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기 등 경증 질환에 대한 보상은 과도하다”며 “중증 환자에 대한 보상을 마련하려면 재원을 절감해야 하고, 논쟁을 해서라도 꼭 필요하지 않은 비용은 줄이자”고 했다. 감기 등 경증 진료에 투입되는 재정을 줄이는 대신 중증·필수의료 보상은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부여를 약속받았다. 이 대통령은 “건보공단이 특사경을 운영하면 가짜 진료, 가짜 환자를 잡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특사경 제도가 없어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 병원 수사 의뢰에 평균 11개월이 걸린다”며 “4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건보공단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특사경으로 지정하라고 주문했다. 특사경 도입은 공단의 숙원이었지만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하며, 대책을 마련해 별도로 국무회의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복지부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공공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를 이재명 정부 임기 말인 2029~2030년에 신설하겠다고 보고했다.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2027년 1조원 규모의 특별회계도 신설할 방침이다. 공공의대는 국립중앙의료원 부설이 아닌 별도의 특수법인 형태로 설립되며, 내년 상반기 관련 법률 제정과 부지 선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 “가정교육 못 받은 ××” 배달기사에 막말한 공공기관 女직원…공단 측 “인턴 사원, 잘못 인정”

    “가정교육 못 받은 ××” 배달기사에 막말한 공공기관 女직원…공단 측 “인턴 사원, 잘못 인정”

    배달기사가 한 공공기관에 음식을 배달한 뒤 직원에게 모욕적인 막말과 욕설을 들은 사연이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JTBC 등에 따르면 배달기사 A씨는 지난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지역본부에 음식을 배달한 뒤 주문자인 여성 B씨에게 “음식을 왜 바닥에 뒀냐”는 항의를 받았다. A씨는 당시 한 식당에서 1인분의 음식을 픽업했고, 손님의 요청 사항에는 ‘6층 엘리베이터 앞에 놔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6층 엘리베이터 옆에는 ‘택배 수령’, ‘배달 음료’라는 안내 표시가 벽에 붙어 있었다. A씨는 ‘배달 음료’라는 표시 밑에 배달 음식을 놓는 것으로 이해했고, 배달한 음식의 인증 사진을 찍은 뒤 현장을 떠났다. 그런데 얼마 뒤 B씨는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길바닥에 버리고 갔는데 사과를 하라”고 A씨에게 항의해왔다. 배달 장소 옆에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 배달 음식을 뒀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길바닥에 버린 게 아니다. 요청 사항에 테이블 위에 두고 가라는 내용은 없었다”며 “택배·배달 화살표 표시 바로 밑에 놔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B씨는 “눈이 안 보이세요?”라며 “가정교육 못 받았나. 누가 음식을 밑에 두나”라며 따졌다. A씨가 “말이 안 통한다”며 전화를 끊으려 하자 B씨는 배달기사를 비하하는 표현인 “딸× ×끼”와 장애인 비하 표현인 “병× ×끼”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통화가 끝난 뒤에도 B씨는 배달 기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기억력이 3초세요?” 등의 막말을 했다. A씨는 “악성 고객에 대해 배달앱 측에 이야기를 해봐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는다”며 “그냥 동료들끼리 푸념이나 하며 삭인다”고 토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인턴 직원으로 확인됐다”며 “본인도 현 상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현재 양쪽 의견을 듣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공단에서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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