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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를 걷다, 풍경이 온다…고군산 섬과 사람 잇는 길

    바다를 걷다, 풍경이 온다…고군산 섬과 사람 잇는 길

    방축도~말도 8.64㎞ 해상 도보길종주·원점회귀형 가족 코스 운영방축도 독립문 바위·인어상 인기명도 구렁이 전망대엔 서해 낙조말도 등대·천연기념물 기암절벽구불길·삼천리길·서해랑길 연계광역 걷기 네트워크 구축도 검토바다 위를 걸으며 다섯 개의 섬을 하나로 잇는 ‘고군산섬잇길’이 독보적인 해상 트레킹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 군산시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K관광섬 육성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조성한 이 코스는 말도에서 보농도, 명도, 광대도를 거쳐 방축도까지 5개 섬을 4개의 인도교로 연결하는 총연장 8.64㎞(인도교 1.4㎞)의 해상 도보길이다. 14일 군산시에 따르면 전 구간이 연결되며 지난 8월 임시 개통된 고군산섬잇길은 오는 27일 전면 개통을 앞뒀다. 말도, 명도, 방축도의 각각 전혀 다른 매력의 자연경관과 이야기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신비로운 지질명소가 어우러져 서해안 대표 관광명소가 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 ●말도~명도~방축도 5개 섬 연결 그동안 서해 외딴섬은 여객선으로만 닿을 수 있었다. 고군산섬잇길은 능선과 해변을 발아래 두고 걸을 수 있게 했다. 이 길은 ‘바다 위에서 섬과 섬을 잇는’ 방식으로 기존 국내 트레킹 코스와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트레킹 코스는 다섯 개 섬을 한 번에 가로지르는 섬잇길 종주 코스와 섬별 원점회귀형 가족 코스 3개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객 유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경로가 구성돼 있다. 장거리 탐방객을 위한 종주 경로는 방축도에서 말도까지 이어지는 전 구간을 연결하는 걷기 경로로 운영된다. 가족형 경로는 방축도·명도·말도 등 주요 섬 구간을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이다. 비교적 부담 없이 섬별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 섬은 고유의 자연·지질·생태 자원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관광 매력을 제공한다. 방축도는 출렁다리(제4교)와 동백나무 군락지, 독립문바위 등 다양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이 예술이다. 명도는 구렁이전망대(65m)와 오진여 전망대를 중심으로 서해 해안의 수려한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을 갖추고 있다. 또한 말도는 천연기념물 ‘말도 습곡구조’와 천년송, 말도등대 등 지질·해양 관광자원이 집약된 섬으로 독특한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 마음의 방파제 힐링섬 ‘방축도’ 방축도는 2020년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한 전국에서 ‘걷기 좋은 섬’ 10개 중 하나다. 고군산군도 북서쪽에 위치해 주변 섬들을 외풍으로부터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으로, 그 이름처럼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방축도는 여러 지명으로도 불린다. 북서풍을 막아준다고 해서 ‘방축금’, 마을 동네 가운데 위치한 마을로 경계를 이룬다고 하여 ‘샛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쌩금이’, 마을 동네 위치한 마을로 경계를 이룬다고 하여 ‘모래미’, 마을 섬 길이가 길고 비껴 다닌다고 하여 ‘빗경이’ 또는 ‘진대성’, ‘밝으늘’ 등의 이름도 갖고 있다. 농촌 집 마당에 볏단을 쌓아 놓은 노적과 같이 마을 앞 선착장 옆에 바위산이 수많은 풍상을 겪으며 자란 소나무와 함께 노적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은 ‘노적봉’이라고 부른다. 방축도 가족코스(4.7㎞)는 출렁다리(제4교)가 반환점으로, 동백나무 군락지·고인돌·독립문 바위·인어상이 노선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방축도 출렁다리는 83m의 해상인도교로 곳곳의 해안 데크 길과 어우러져 걷기 좋은 곳으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여기에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지와 서해의 낙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더해진다. ‘독립문바위’, ‘인어공주상’, ‘거북바위’, ‘시루떡바위’ 등 기암괴석과 고인돌 등이 절경을 이룬다. ●몸과 마음을 맑히는 소풍섬 ‘명도’ 명도는 섬의 형국이 마치 달과 해가 합해져 있는 것 같고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 중에 물이 가장 맑고 깨끗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도는 108m에 이르는 최고봉을 중심으로 아름답고 기묘한 바위들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구렁이전망대’와 얼룩말 무늬를 닮은 ‘얼룩말바위’가 있고, 특히 오진여 전망대에서 보이는 오진여라는 작은 섬은 썰물 시 물이 빠지면 명도와 연결된다. 다양한 약초가 많이 서식해 약섬으로도 불리며, 해풍을 맞고 자란 방풍 약초가 유명하다. 물때가 되면 명도에서 시작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바닷물이 갈라져 방축도를 잇는 450m의 신비한 오누이 바닷길과 서쪽 끝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장관이다. 명도 가족코스(4.4㎞)는 해발 68m의 구렁이 전망대를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 코스다. 전망대는 현재 거점 쉼터로 운영 중이며 명도삶문화센터 앞 선착장을 시종점으로 오진여 체험전망대까지 이어진다. 맑고 청명한 바다가 사방을 감싸고 능선 곳곳에 약초와 봄나물이 지천으로 자라는 길을 따라 해발 68m의 구렁이 전망대에 오르면 보농도와 말도, 그 사이를 잇는 제2교가 한눈에 펼쳐진다. 코스 끝자락의 오진여 전망대에서는 파도가 깎아낸 기암 해안 너머로 탁 트인 서해가 이어진다. ●빛을 밝히는 끝섬 ‘말도’ 말도는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서쪽 끝에 자리한 섬이다. 특히 이 섬에는 2009년 천연기념물 제501호로 지정된 5억 7000만년 말도 습곡 구조가 자리해 있다.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형상의 기암절벽으로 지구 역사의 흔적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오랜 세월 바다를 지켜온 말도 등대는 깊은 아날로그 감성을 준다. 말도 가족 코스(4.9㎞)는 천년송과 제1교 동단이 반환점으로, 해발 89m 정상과 말도등대·기도굴·천년송이 볼거리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주관 해양관광 상품개발 여행사 팸투어와 전문 트레커 등 70여명이 참가한 모니터 투어가 잇따라 열렸고, 트레킹 전문 여행사 관계자들의 현장 답사 및 간담회도 진행되며 일찌감치 코스의 완성도를 검증받았다. ●연결된 섬, 이어지는 여행 군산시는 오는 27일 고군산섬잇길 개통 기념 걷기 행사를 열고 전면 개통에 나선다. 행사는 ‘섬과 섬을 잇던 길에서, 섬과 사람을 잇는 길로’를 주제로 말도에서의 기념식과 종주 걷기, 명도·방축도 주민 장터 등이 함께 진행된다. 시는 전면 개통을 기념해 홍보 강화, 트레킹 투어 상품 판매, 완주 기념품 제작 및 정례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고군산섬잇길은 섬별 가족 코스는 물론 전 구간 종주 코스까지 트레커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군산 구불길, 전북삼천리길, 서해랑길과 연계한 광역 걷기 네트워크 구축도 검토 중이며, 완보 인증 시스템과 앱 운영을 통해 관광객의 재방문과 체류 시간 연장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고군산섬잇길에 대한 관심은 벌써 뜨겁다. 지난해 8월 11일간 군산 근대교육관과 월명동 소월 두 곳에서 열린 ‘고군산섬잇길 팝업스토어-당신의 다음 여행지 K관광섬’ 행사에는 예상 인원(1200명)의 2.6배에 달하는 3085명이 몰렸다. 말도·명도 포토존과 타로 체험, 방축도 동백을 소재로 한 향기 체험 등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도 입소문을 타며 리워드를 추가 제작할 만큼 현장 반응이 뜨거웠다.
  •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화암팔경 다 보려는 욕심 버리고막바지 여름 정취에 취해보자기암절벽·녹음의 조화 빠져보네그림바위마을 골목 예술 산책용마소둔치공원서 쉬엄쉬엄거북바위 절경 잊지 못하네싫었던 건 여름 아닌 더위였음을정겨운 초록이 그리워질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가네“글을 쓰며 알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유난히 내성적인 여름 덕후였다는 것을.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김신회의 ‘아무튼, 여름’ 중에서 8월의 끝은 마치 여름의 끝 같다. 물론 달력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9월이어도 뒤끝 있는 더위는 얼마간 계속될 것이다. 또 계절이 경계를 넘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을이 되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지 않나. 그림바위마을 용마소둔치공원 그늘에서 2026년의 마지막일지 모를 화암팔경의 여름과 눈을 맞춘다.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신회 작가는 일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출판사의 이름에도 ‘여름’을 넣고 좋아하는 드라마 제목조차 ‘수박’이다. 그리고 ‘아무튼, 여름(제철소)’을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한다. 허나 모두가 여름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땀을 씻으려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땀이 나는, 그래서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자의 비애를 작가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어떤 이들에게 여름은 땀과 땀의 무한 루프다. ‘러브레터’에서 겨울을 먼저 떠올리고 여름은 ‘데스노트’에나 쓰는 단어다. 그래도 여름이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끝내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여름이라서 ‘캬~’하는 탄성마저 맛깔나게 하는 편의점 ‘맥주 네 캔’,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푸른 바다 위에서 첨벙대는 물놀이, 여름 단물의 정수를 쪽쪽 끌어모은 듯한 초당 옥수수 그리고 평양냉면 같은 것들. 특히 더위의 반대편 그늘에서 여름만이 주는 찬란한 녹음을 마주할 때 ‘대나무 자리’ 같은 이 계절의 묘미를 수긍하고 못 이긴 척 인정할 수밖에. 예를 들면 정선 화암리의 소금강 풍경은 꼭 여름에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명소가 많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북녘의 금강산은 기암절벽과 겹겹의 봉우리가 화려한 경관을 뽐낸다. 그래서 기암절벽이 화려한 남쪽의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소금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강원 정선군 화암면에 있는 소금강은 화암리에서 몰운리에 이르는 약 4㎞ 구간의 계곡을 이른다. 첩첩산중으로 숨어드는 도로를 휘황한 기암의 절벽이 좌우로 호위한다.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쩍 벌린 채 ‘와~’하며 지날 만큼 멋지다. 귓가에는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아이맥스’급 소금강 전망대 소금강 전망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소금강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의 위용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건 굉장한 경험이다. 아이맥스 스크린 앞자리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름 아니고 여름이어서 그렇다. 기암절벽의 표면은 회색과 갈색이 섞였는데 여름 품에 있어 초록의 자연과 명징한 대비를 이루며 조화롭다. 마치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그러므로 온전히 생기롭고 빛난다. 아마도 가을에는 단풍에 묻히고 겨울에는 삭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정선군 화암면에는 그런 풍경이 무려 여덟이다. 이를 가리켜 ‘화암팔경’이라 부른다. 소금강은 6경에 해당한다. 화암(畵岩)이란 지명부터 심상치 않다. 말그대로 ‘그림바위’다. 화천리 강변에는 용마소(3경), 북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는 화암동굴(4경)이 있다. 남쪽은 거북바위(2경)를 지나 화암약수(1경), 소금강을 따라 화표주(5경), 몰운대(7경), 광대곡(8경)이 펼쳐진다. 그러니 그림바위들은 화암리의 본체나 다름없다. 화암팔경을 모두 돌아보자 제안하는 건 아니니 미리 저어할 건 없다.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라면 모를까, 눈길 닿고 발길 닿는 정도여도 여름 화암의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다. 다행히 사방 초록은 여전히 싱그러운데 그새 더위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정선은 8월 초에 비해 기온이 5~6도쯤 떨어졌다. 폭염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여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 ●느슨한 여름을 닮은 그림바위마을 화암리의 또 다른 이름은 ‘그림바위마을’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의 중간쯤 자리한 마을은 지난 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단장했다. 심원, 고원, 평원의 시선이라는 3가지 주제로 곳곳에 미술 작품을 더했다. 벽화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시설물도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바랜다. 그림도 바래고 취지도 바랜다. 하물며 13년 전 일이다. 그림바위마을은 변함없이 정겹다. 마을에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레지던시 화암산방이 있어, 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마 전까지는 2018년 옛 변전소를 개조한 그림바위예술발전소가 산책의 시발점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아트플랫폼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가을을 앞둔 여름처럼 어쩌면 지금이 조금이 더 자연스러우며 날것 그대로, 마을의 뜨거운 시절을 거닐 기회일지 모를 일이다. 우선 그림바위마을 커뮤니티센터나, 주차장 입구의 안내물 배포함에서 미술마을 홍보 리플릿(약도) 하나를 챙겨 든다. 센터 맞은편은 그림바위카페(화암산방 1호점)가 있고 옆으로 난 골목은 ‘맷돌바위 길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타일 벽화 계단이다. 계단 끝에는 ‘상생’이라는 제목의 바느질을 표현한 작품이 북동쪽 언덕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림바위마을 산증인인 이재욱 작가의 작품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거닐기 알맞은 골목길이다. 계단 맞은편 안쪽에는 옛 동면 공소(성당)가 위치한다. 이제는 화암박물전람소 역할을 하는 장소로 ‘역사에서 자라는 담쟁이’라는 제목의 종탑이 짝이다. 언젠가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타워’였을 종탑은 마을의 역사를 적은 나무판이 둘레를 감싼다. 그 위로는 ‘황금 담쟁이’ 넝쿨이 철골을 타고 오른다. 큰길가에는 우주당 같은 비건 카페가 눈길을 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데 낮에는 우주당찻집으로 문을 연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우주막(음악과술한잔)으로 변신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7시부터는 리틀포레스트요가를 진행한다. 오는 8~10월까지는 매주 일요일 팝업 형태의 함박식당이 반긴다. 퍼머컬처 텻밭농부이자 자연여행자인 에이미, 성악가 최순웅 씨가 파스타와 감바스 등을 요리한다. 그 밖에도 화암노다지탐사대 등 지역과 지역이, 지역과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다. ●여름의 녹음 속으로 그림바위마을 골목 산책은 사실 작품의 번호를 매겨가며 꼼꼼하게 챙겨볼 까닭은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는 게 맞다. 그리고 더운 여름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욕심을 덜어내며 여행해야 한다. 처음 찾는 동네는 아니어서 나는 용마소둔치공원에 오래 머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마을 서쪽을 감싸고 흐르는 어천 천변에 있다. 반원을 그리며 흘러 ‘반달에 비친’이라는 수식이 그림바위마을 앞에 붙기도 한다. 마을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일은 재밌기는 한데 어딘가 그늘에 앉아 푸른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여름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기도 하므로, 그럴 때는 용마소둔치공원이 제격이다. 서늘한 달의 표면에 안착한 듯하다. 공원은 키 큰 나무와 벤치, 정자 등 쉼터가 많아 좋다. 솟대처럼 솟은 ‘빛나는 이야기’ 같은 조형 작품들이 마을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의 기둥은 금광에서 쓰던 채굴 기계를 다시 사용했다. 마을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는 화암동굴이 있다. 금을 캐던 광산으로 갱도 외에 천연 석회암 동굴이 공존한다. 그곳의 시간이 마을에 흐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지난해까지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근래에는 맥문동밭을 조성했다. 그림바위마을은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마을을 물들이는 중이다. 담장도, 벽화도, 화단도 보라색이 자주 눈에 띈다. 두 해를 맞은 맥문동은 아직 키가 작고 어려 듬성듬성 보라색 꽃을 피웠다. 물가 난간 너머는 아기장수의 슬픈 전설이 전하는 화암 3경 용마소다. 겨울에는 물가 자갈들이 보이는데 여름은 온통 초록의 풀들이 뒤덮는다. 용마소 상류 700~800m 거리에는 화암약수 가는 길 초입에 화암 2경 거북바위가 있다. 절벽 위에 있는 바위가 거북을 닮아 그리 부른다. 거북바위는 두 갈래의 산책로가 나 있다. 거북바위산림욕장 쪽은 계단을 따라 정자각까지 오른다. 계단은 이끼가 잔뜩 끼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득한 여름의 초록을 느끼게 한다. 거북바위 정자각에서 아래쪽 데크로 내려가면 거북바위다. 커다란 바위와 바위의 틈새를 지나면 그림바위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만이 화암의 자랑일까. 사람들이 사는 마을 또한 그림 같다. 화암팔경에 하나를 더한 화엄 9경이라 불러도 좋겠다. 다만 절벽 위이고 안전난간이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여름을 배웅하는 법 거북바위에서 화암 1경 화암약수까지는 1.3㎞다. 마을커뮤니티센터를 출발점 삼아도 1.5㎞ 정도,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고작 약수 한 모금 하러 걸어야 할까 싶지만, 화암약수까지 가는 산책로만으로 이미 보상이 되고 남는다. 짙고 푸른 여름 풍경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화엄팔경에 넣어도 손색없을 그림 같은 바위가 줄을 잇는다. 화암약수는 철분이 함유된 탄산 약수의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코끝이 찡해서 단숨에 여름을 쫓는다. 약수터를 나오는 다리 위에서는 경쾌한 계곡 풍경에 한 번 더 무장해제한다. 건너편 ‘정선껏 바이 이진리’ 카페에도 들러보시길. 지난 7월 화암약수 건너편 2층 팔각정에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요즘스런’ 카페인 셈이다. 카페 창밖의 초록이 포근한 정취를 연출한다. 밖은 푸른 여름인데 안은 더위를 잊는다. 그 사이 쉬엄쉬엄 용마소와 거북바위 그리고 화암약수까지 이르렀다. 소금강전망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화표주를 지났으니 화엄팔경 가운데 다섯 곳을 본 셈이다. 화암동굴까지 욕심이 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데 동굴 안은 연중 평균 14도로 기온이 쑥 내려가 정선을 대표하는 여름 피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름의 화암팔경은 이쯤에서 그쳐도 무방하다. 구름도 쉬어가는 몰운대나 가는 길이 험한 광대곡의 영천폭포를 굳이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름이니까. 남은 팔경일랑은 다른 계절을 위해 남겨둬도 그만이다. 김신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므로. 그러고 보면 내가 싫어한 게 여름은 아닌 것 같다. 장미의 가시처럼 뾰족한 여름의 더위 때문이었을 뿐, 그저 여름날의 추억 하나 갖고 싶었는지도.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면 지겹게 정겨운 이 여름의 초록이 분명 그리울 테니까. 복날에 베어 문 수박처럼. 비록 여름을 싫어하는 나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간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오름이 건넨 ‘비움의 미학’… “기쁨도 슬픔도 모두 내려놔요”[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오름이 건넨 ‘비움의 미학’… “기쁨도 슬픔도 모두 내려놔요”[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케데헌’ 등장한 밭담길 총 2만여㎞아름다운 귤밭·소박한 밭담 펼쳐져물통·밥통처럼 움푹 파인 ‘통오름’봉수터 흔적 남아 있는 독자봉 정상전망대 가면 성산일출봉 등 한눈에김영갑갤러리선 오름의 비움 만나“제주의 오름은 오름이 아니라 내림인 것 같아요.” 최근 ‘제주올레’라는 한국·인도 합작 영화를 만든 진광교 감독이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오름은 단순히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삶을 비우고 내려오는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비움인 것 같다”며 간결하게 정의 내리는 것에 내심 놀랐다. 영화감독다운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 아픔, 상처를 하나씩 내려놓고 비우고 돌아오는 곳”이라며 “새벽에도 오름을 찾는 이들을 보면서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치유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내년 봄 촬영하기 위해 사전답사차 제주를 찾았다고 했다. ‘제주앓이’를 하는 그를 응원하는 마음에 테마별 이색오름 목록을 건넸다. 그리고 그 목록에 있는 오름이 속한 올레길 3코스의 여정을 떠났다. 온평포구에서 시작한 올레길 3코스는 온평리 올레민박 앞에서 3-A코스와 3-B코스로 나뉜다. 중산간 마을과 오름을 잇는 3-A코스는 20.9㎞, 해안을 따라 걷는 3-B코스는 14.6㎞다. 오름을 품은 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길고 긴 강행군이겠지만, 망설임 없이 3-A코스를 택했다. 제주빌레성 통나무펜션을 지나 보석암을 통과하자 길은 금세 외지고 한적해졌다. 돌하르방이 묵묵히 길손을 맞이하는 길을 지나 난산리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정겨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님 귤 드시고 산책하세요.” 시골의 정감이 묻어나는 글귀가 적힌 난산명월민박 간판과 함께 나무 안내판이 말을 걸어왔다. 제주 올레길을 걷다 보면 가끔 정자 한편에 작은 소쿠리나 쟁반을 내놓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귤을 먹고 가라고 권하는 모습을 종종 만난다. 돈은 받지 않는다. 이름도 묻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에게 귤 한두 개의 휴식을 권한다. 어쩌면 제주 올레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장 소박하고 따뜻한 배려의 풍경인지도 모른다. 난산리는 오래전 제주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이다. ‘구경하는 갤러리 용강화실’, 귤밭 옆 창고를 개조해 지은 ‘난산리다방’과 그곳에 풀어놓은 백구가 뛰어노는 고즈넉한 마을은 그 자체가 빛나는 보석이고 오소록(구석지고 고요한 뜻의 제주어)한 마을에서 만나는 휴식 같은 친구였다. 제주관광공사 공식 홈페이지 ‘비짓제주’에는 이곳 난산리 난미밭담길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제주에는 천 년 이상의 시간을 간직한 밭담길이 있다. 인기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으로도 등장하는 밭담은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아 작물을 보호하는 놀라운 건축 기술을 보여준다. 모든 밭담을 이으면 약 2만 2000㎞에 달할 만큼 검은 돌들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 때문에 ‘흑룡만리’라고 불릴 만하다.’ 그중 난미 밭담길은 ‘난초처럼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해발 50여m, 한라산이 내려다보일 만큼 높은 지대에 자리한 난산리는 예로부터 토질이 좋아 귤 농사가 발달한 곳이다. 이승익 시인의 성산십경 중 제4경인 ‘난산귤림(蘭山橘林)’이 바로 이곳이다. 아름다운 귤밭과 소담한 밭담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걸어온 올레길 화살표 7㎞를 앞두고서야 통오름(성산읍 난산리 1976번지 일대) 초입에 들어섰다. 산 모양이 물통, 밥통 같은 통처럼 움푹 팬 형태라고 하여 불리는 통오름은 인동초가 한창이었다. 유년 시절 들판에서 뛰어놀 때, 인동초 꽃잎은 심심한 입을 달래줬다. 꿀 향기에 취해 꽃잎을 따 입에 물고 얼마나 쪽쪽 빨아먹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인동초 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떠오른다. 야당 총재 시절 광주 5·18 민주화운동 묘역을 찾은 그는 “나는 혹독했던 정치의 겨울 동안 강인한 덩굴풀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한 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말을 남겨 인동초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목포 유세 현장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인동초를 선물 받았다. 그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평화롭고 안전하고 잘 사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그런 인동초가 지고 가을이 오면 통오름은 패랭이와 갯쑥부쟁이, 꽃향유 등이 피어나며 오름 전체가 보랏빛 꽃밭으로 물든다. 김종철 선생은 ‘오름 연구의 고전’(古典)으로 불리는 ‘오름나그네’에서 표고 143.1m의 통오름을 ‘몽실몽실한 몸매를 비단잔디로 싸고 아늑한 굼부리를 품어 안은, 어디를 보아도 미운 데라곤 없는 오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걸어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오름의 능선은 부드럽고 길은 평평했다. 지친 뚜벅이의 발걸음마저 가볍게 해주는 길이었다. 통오름을 내려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독자봉이 기다린다. 삼달마을 북쪽 약 1.5㎞에 누운 모습의 통오름이 있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표고 159.3m의 독자봉(성산읍 신산리 1785번지)이 의좋은 이웃처럼 앉은 자세로 있다. 외로운 산이라는 의미의 독산, 망오름, 오음사지악이라고도 불리는 독자봉은 화구가 남동향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ㄷ자형으로 길게 뻗어 내려 있다. 산꼭대기에는 봉수터 흔적이 돌담으로 둘러져 남아 있는데, 이곳 봉수는 조선시대 북동쪽에 수산 봉수와 서쪽의 남산 봉수와 교신했다고 한다. 독자봉 남서쪽 미천이머루에는 미천굴이 있는데 전장이 1695m인 용암 동굴로서 동굴 내부에 있는 돌다리, 거북바위 등 비경으로 유명한 동굴이다. 비탈면에 듬성듬성 곰솔과 삼나무가 있고, 화구 안에는 곰솔, 삼나무, 편백, 찔레나무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다. 홀로 떨어져 있어 외롭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독자봉이 있는 마을은 독자가 많은 것도 이 오름의 영향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5분이면 오르는 정상 전망대에선 바다 쪽으로는 성산일출봉부터 표선백사장까지, 내륙으로는 한라산과 수십 개의 오름이 한눈에 펼쳐진다. 소나무 숲길을 내려와 밭길을 한참 걷다 보니 삼달마을이 나타났다. 그리고 멀리서 반가운 이름 하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간 스탬프를 찍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다. 한라산의 옛 이름인 두모악은 쉼을 뜻하는 한자 휴(休) 같은 곳이다. 나무(木) 옆에 사람(人)이 기대어 있는 한자. 사람이 나무에 기대든, 나무가 사람에게 기대든 결국 그곳에는 휴(休)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휴식 같은 친구 박훈일 관장이 있다. 수장고가 열악해 김영갑 선생의 사진 작품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지 늘 고민했던 박 관장. 한때는 경영 악화로 갤러리를 휴관해야 했을 만큼 마음고생도 컸다. 김영갑 선생은 1985년 제주에 입도한 이래 20여 년간 제주의 자연, 바람, 특히 오름을 피사체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담아냈다. 그러나 루게릭병에 걸린 그는 투병 생활 6년 만인 2005년 손수 개척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서 잠들었다. 박 관장은 지난 3월 평소 바람대로 소원을 이뤘다. 고인의 작품이 공공기관으로 옮겨져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이 두모악으로부터 9만 8652점을 기증받아 수장고에 보관하는 협약을 맺었다. 마음고생이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이날 두모악에 걸린 오름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름은 비움이고 오름은 내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그 오름은 기다림의 길이고 위로의 길이란 걸. 신풍리와 신천리 바닷가의 신풍신천바다목장을 지나 ‘배고픈 다리’를 건너자 20.9㎞ 여정의 끝인 표선해변이 가슴에 와닿았다. 마음이 헛헛한 날, 오래 걸었지만 오래 남을 사진첩 하나를 채운 기분이다. 누구나 한 번쯤 배터리가 방전된 듯 ‘번아웃’을 겪는다. 그럴 때 이 길을 권하고 싶다. “오름에 한 번 올라보세요. 기쁨도 슬픔도 유효기간이 있다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 “낮다고 방심 금물”… ‘딱이다! 산악회’, 양주 불곡산 암릉 산행 소개

    “낮다고 방심 금물”… ‘딱이다! 산악회’, 양주 불곡산 암릉 산행 소개

    수도권에서 가까운 거리에 암릉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경기 양주시 불곡산이 마운틴TV 리얼 산행 예능 ‘딱이다! 산악회’를 통해 집중 조명된다. 14일 마운틴TV에 따르면 불곡산은 최고봉인 상봉 기준 해발 470.7m로 높이는 비교적 낮지만, 곳곳에 이어지는 암릉과 탁 트인 조망으로 잘 알려진 산이다. ‘미니 도봉산’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펭귄바위, 거북바위, 악어바위 등 다채로운 기암괴석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16일 방송되는 제47회 ‘불곡산&회양산악회’ 편에서는 양주시청에서 출발해 펭귄바위, 상봉, 거북바위, 상투봉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를 담아낸다. 숲길로 시작해 정상부로 갈수록 가파른 암릉 구간이 이어지는 만큼, 초보자도 암릉 산행을 경험할 수 있지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산세다. 봉우리에 오르면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등 수도권 주요 명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을 자랑한다. 아울러 능선을 따라 남겨진 고구려 불곡산 보루군 등 역사적 흔적을 둘러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이번 방송은 숲길과 바윗길이 교차하는 불곡산의 특성에 맞춰 ‘안전한 암릉 산행’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암벽등반 경험을 갖춘 베테랑 등반가 모임 ‘회양산악회’가 동행한다. ‘진정한 등반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회양산악회는 산행 전 준비부터 안전수칙을 지키며 15년간 무사고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방송에서는 등반 전 자일을 활용한 체계적인 스트레칭부터, 선등자와 후등자 간 안전을 확인하는 구호 체계인 ‘크로스 체킹’까지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안전 노하우를 전수한다. 산코디 박형민도 회원들과 함께 암릉을 오르며 현장의 생동감과 유쾌한 호흡을 전달할 예정이다. 마운틴TV 관계자는 “불곡산은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암릉 구간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가 필수적인 산”이라며 “시원한 풍경과 암릉 산행의 재미는 물론, 15년 무사고 산악회의 실제 안전 습관을 통해 시청자들이 즐겁고 안전한 산행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주 불곡산의 암릉 비경과 베테랑 산악회의 안전 산행법을 담은 딱이다! 산악회는 오는 16일 마운틴TV에서 방영된다.
  • 겨울 장막을 두른 치악산, 동악 명산의 설경 [두시기행문]

    겨울 장막을 두른 치악산, 동악 명산의 설경 [두시기행문]

    한반도 중부 내륙 산간에 우뚝 솟은 치악산은 1984년 우리나라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수도권에서 접근 가능한 대표 산행지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공원 면적 175.668㎢에 이르는 광대한 산군은 주봉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남쪽 향로봉·남대봉, 북쪽 매화산·삼봉 등 1,000m급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이어지며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치악산은 태백산맥 오대산에서 뻗어 나온 차령산맥의 줄기 위에 자리해 원주의 진산 역할을 해온 명산이다.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에는 특별한 3기의 돌탑이 있다. 이 돌탑은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준씨의 꿈에서 시작됐다. 그는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3기의 돌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로 혼자서 탑을 쌓았다고 한다. 용씨는 1962년 9월 처음 쌓기 시작하여 1964년 5월에 3층으로 된 돌탑을 모두 쌓았다. 이 돌탑은 1967년과 1972년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졌던 것을 그 해에 복원했다. 이후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륵불탑 중 남쪽의 탑은 용왕탑, 중앙의 탑은 산신탑, 그리고 북쪽의 탑을 칠성탑이라고 한다. 경쾌한 풍경이 있는 정상에 사이좋게 쌓여있는 세 개의 돌탑 주위에서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휴식과 식사를 한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치악산의 풍경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은 산행 동안 흘러내린 땀을 시원하게 닦아준다. 치악산의 특징은 무엇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주능선과 깊게 패인 계곡에 있다. 서쪽은 급경사, 동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비로봉에서 구룡사로 내려서는 북사면은 유난히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반면 부곡리 신막골 일대는 평탄한 분지를 형성하며 대조적인 지형미를 보여준다. 서쪽 계류는 섬강으로, 동쪽은 주천천으로 흘러드는 수계 역시 산의 입체적 구조를 설명한다. 치악산은 예로부터 동악(東岳) 신앙의 중심지 기능을 했다. 국가 및 지역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산신 제의와 신앙 체계를 의미하는 오악신앙 중 동악으로 꼽히는 치악은 조선 시대 원주·횡성·영월·평창·정선 등 5개 고을 수령들이 매년 봄·가을 제를 올렸고, 산 곳곳에는 수많은 승려와 선비들이 수련하던 사찰과 유적이 남아 있다. 한때 70여 개에 달했던 사찰 중 현재는 구룡사, 상원사, 석경사, 국향사, 보문사, 입석사 등이 역사적 명맥을 잇고 있다. 그중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이 창건한 고찰로, 거북바위와 구룡소, 구룡폭포 등 경승지가 이어진다. 상원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사찰로 꿩의 보은 설화가 전해지며, 주변의 계수나무 고목과 용마바위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고려 말 충신 원천석이 은거했던 석경사 일대는 태종과 얽힌 지명과 전설이 풍부해 역사 탐방지로도 손색이 없다. 남대봉 서쪽 기슭에는 영원산성·해미산성지·금두산성 등 옛 산성 터가 남아 있다. 이들 산성은 합단의 침입과 임진왜란 당시 중요한 방어 거점 역할을 했으며, 원주가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입증한다. 또한 성남리 성황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온대림으로, 전나무·참나무·층층나무·느릅나무 등이 울창해 생태적 가치가 높다. 치악산의 또 다른 매력은 사계절 절경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능선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구룡계곡·금대계곡·부곡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길과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가을 단풍은 한때 ‘적악산’이라 불릴 만큼 붉게 물들며, 겨울에는 설경이 장관을 이루어 사시사철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다. 기암괴석이 빚어낸 입석대·세존대·신선대, 폭포미가 돋보이는 세렴폭포·영원폭포 등 볼거리가 산재해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치악산국립공원에는 종주 코스와 횡단 코스 등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향로봉을 잇는 능선길은 치악산의 위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간이며, 구룡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많은 이들이 찾는 대표 루트다. 다만 산세가 험하고 경사도가 높아 등산 시 주의가 필요하며 겨울철에는 아이젠과 같은 보호장비를 꼭 지참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비로봉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사다리병창길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이지만 매우 어려운 코스인 만큼 계단 구간에 약한 사람은 다른 경로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겨울 장막을 두른 치악산, 동악 명산의 설경 [두시기행문]

    겨울 장막을 두른 치악산, 동악 명산의 설경 [두시기행문]

    한반도 중부 내륙 산간에 우뚝 솟은 치악산은 1984년 우리나라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수도권에서 접근 가능한 대표 산행지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공원 면적 175.668㎢에 이르는 광대한 산군은 주봉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남쪽 향로봉·남대봉, 북쪽 매화산·삼봉 등 1,000m급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이어지며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치악산은 태백산맥 오대산에서 뻗어 나온 차령산맥의 줄기 위에 자리해 원주의 진산 역할을 해온 명산이다.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에는 특별한 3기의 돌탑이 있다. 이 돌탑은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준씨의 꿈에서 시작됐다. 그는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3기의 돌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로 혼자서 탑을 쌓았다고 한다. 용씨는 1962년 9월 처음 쌓기 시작하여 1964년 5월에 3층으로 된 돌탑을 모두 쌓았다. 이 돌탑은 1967년과 1972년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졌던 것을 그 해에 복원했다. 이후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륵불탑 중 남쪽의 탑은 용왕탑, 중앙의 탑은 산신탑, 그리고 북쪽의 탑을 칠성탑이라고 한다. 경쾌한 풍경이 있는 정상에 사이좋게 쌓여있는 세 개의 돌탑 주위에서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휴식과 식사를 한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치악산의 풍경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은 산행 동안 흘러내린 땀을 시원하게 닦아준다. 치악산의 특징은 무엇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주능선과 깊게 패인 계곡에 있다. 서쪽은 급경사, 동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비로봉에서 구룡사로 내려서는 북사면은 유난히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반면 부곡리 신막골 일대는 평탄한 분지를 형성하며 대조적인 지형미를 보여준다. 서쪽 계류는 섬강으로, 동쪽은 주천천으로 흘러드는 수계 역시 산의 입체적 구조를 설명한다. 치악산은 예로부터 동악(東岳) 신앙의 중심지 기능을 했다. 국가 및 지역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산신 제의와 신앙 체계를 의미하는 오악신앙 중 동악으로 꼽히는 치악은 조선 시대 원주·횡성·영월·평창·정선 등 5개 고을 수령들이 매년 봄·가을 제를 올렸고, 산 곳곳에는 수많은 승려와 선비들이 수련하던 사찰과 유적이 남아 있다. 한때 70여 개에 달했던 사찰 중 현재는 구룡사, 상원사, 석경사, 국향사, 보문사, 입석사 등이 역사적 명맥을 잇고 있다. 그중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이 창건한 고찰로, 거북바위와 구룡소, 구룡폭포 등 경승지가 이어진다. 상원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사찰로 꿩의 보은 설화가 전해지며, 주변의 계수나무 고목과 용마바위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고려 말 충신 원천석이 은거했던 석경사 일대는 태종과 얽힌 지명과 전설이 풍부해 역사 탐방지로도 손색이 없다. 남대봉 서쪽 기슭에는 영원산성·해미산성지·금두산성 등 옛 산성 터가 남아 있다. 이들 산성은 합단의 침입과 임진왜란 당시 중요한 방어 거점 역할을 했으며, 원주가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입증한다. 또한 성남리 성황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온대림으로, 전나무·참나무·층층나무·느릅나무 등이 울창해 생태적 가치가 높다. 치악산의 또 다른 매력은 사계절 절경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능선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구룡계곡·금대계곡·부곡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길과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가을 단풍은 한때 ‘적악산’이라 불릴 만큼 붉게 물들며, 겨울에는 설경이 장관을 이루어 사시사철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다. 기암괴석이 빚어낸 입석대·세존대·신선대, 폭포미가 돋보이는 세렴폭포·영원폭포 등 볼거리가 산재해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치악산국립공원에는 종주 코스와 횡단 코스 등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향로봉을 잇는 능선길은 치악산의 위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간이며, 구룡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많은 이들이 찾는 대표 루트다. 다만 산세가 험하고 경사도가 높아 등산 시 주의가 필요하며 겨울철에는 아이젠과 같은 보호장비를 꼭 지참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비로봉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사다리병창길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이지만 매우 어려운 코스인 만큼 계단 구간에 약한 사람은 다른 경로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구름이 춤추는 산, 운해를 품은 장령산의 아침

    구름이 춤추는 산, 운해를 품은 장령산의 아침

    충북 옥천군에 해발 656m의 아담한 산 하나가 있다. 이름은 장령산. 높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은 웅장하고 깊다. 부드러운 산세와 울창한 숲,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이곳은 옥천의 명산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왔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왕관바위, 거북바위 같은 괴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형상은 마치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 같다. 특히 여름철이면 금천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숲을 적시며,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장령산의 정상 부근 능선길은 산행의 백미다.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는 경쾌하고 다채롭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그리고 멀리 펼쳐진 산봉우리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든다. 운해와 일출, 장령산의 새벽을 깨우는 용암사 장령산 중턱에 자리한 용암사는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법주사의 말사로, 고즈넉한 분위기와 전통 건축미가 어우러진 이곳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새벽녘, 용암사 전망대에 서면 낮게 깔린 구름이 마치 춤을 추듯 일렁인다.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산봉우리를 수묵화처럼 물들이며,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이 장면은 옥천 9경 중 4경으로 꼽히며, 미국 CNN go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늦가을, 일교차가 큰 날이면 운해의 밀도와 움직임이 극대화되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들고 새벽부터 몰려든다. 운무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거북바위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장령산의 아침을 경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숲속의 쉼표,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장령산은 산행뿐 아니라 자연휴양림을 통해 다양한 여행이 가능하다. 야외음악당, 세미나실, 대형식당, 야영장,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3.1km의 치유의 숲은 정원, 목교, 소원바위 등 사색을 즐기기 좋은 산책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025년 4월 25일 정식 개장한 숲속동굴은 과거 폐광이었던 금천계곡 철광산을 개발한 공간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힐링 명소다. 갱도와 광차 모형, 폭포, 포토존,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장령산은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용암사에서 정상까지 왕복 2시간, 계곡 길 순환 코스는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는 동안 자연이 주는 위로와 풍경의 감동은 시간보다 훨씬 깊게 남는다.
  • 구름이 춤추는 산, 운해를 품은 장령산의 아침 [두시기행문]

    구름이 춤추는 산, 운해를 품은 장령산의 아침 [두시기행문]

    충북 옥천군에 해발 656m의 아담한 산 하나가 있다. 이름은 장령산. 높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은 웅장하고 깊다. 부드러운 산세와 울창한 숲,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이곳은 옥천의 명산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왔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왕관바위, 거북바위 같은 괴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형상은 마치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 같다. 특히 여름철이면 금천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숲을 적시며,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장령산의 정상 부근 능선길은 산행의 백미다.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는 경쾌하고 다채롭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그리고 멀리 펼쳐진 산봉우리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든다. 운해와 일출, 장령산의 새벽을 깨우는 용암사 장령산 중턱에 자리한 용암사는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법주사의 말사로, 고즈넉한 분위기와 전통 건축미가 어우러진 이곳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새벽녘, 용암사 전망대에 서면 낮게 깔린 구름이 마치 춤을 추듯 일렁인다.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산봉우리를 수묵화처럼 물들이며,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이 장면은 옥천 9경 중 4경으로 꼽히며, 미국 CNN go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늦가을, 일교차가 큰 날이면 운해의 밀도와 움직임이 극대화되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들고 새벽부터 몰려든다. 운무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거북바위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장령산의 아침을 경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숲속의 쉼표,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장령산은 산행뿐 아니라 자연휴양림을 통해 다양한 여행이 가능하다. 야외음악당, 세미나실, 대형식당, 야영장,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3.1km의 치유의 숲은 정원, 목교, 소원바위 등 사색을 즐기기 좋은 산책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025년 4월 25일 정식 개장한 숲속동굴은 과거 폐광이었던 금천계곡 철광산을 개발한 공간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힐링 명소다. 갱도와 광차 모형, 폭포, 포토존,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장령산은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용암사에서 정상까지 왕복 2시간, 계곡 길 순환 코스는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는 동안 자연이 주는 위로와 풍경의 감동은 시간보다 훨씬 깊게 남는다.
  • “세상에, 샤워장도 무료”…동네 주민만 아는 계곡, 지갑 없이 다녀오세요 [뚜벅뚜벅 대한민국]

    “세상에, 샤워장도 무료”…동네 주민만 아는 계곡, 지갑 없이 다녀오세요 [뚜벅뚜벅 대한민국]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요즘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욕망이 절로 솟구친다. 그러나 물놀이 후 찝찝함을 씻어낼 샤워 시설이 없거나 유료인 경우가 많아 망설여진다. 이런 고민을 덜어줄 입장료는 물론 샤워장까지 모두 무료로 개방되는 전국의 ‘무비용’ 계곡 명소를 소개한다. 1. 안양예술공원 계곡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안양예술공원 계곡은 ‘안양유원지’로 불리던 1950년대 초반부터 수도권 근교 물놀이 명소로 알려졌다. 벚꽃놀이로 유명한 안양예술공원 벚꽃길 양옆으로는 물놀이하기 제격인 계곡들이 펼쳐져 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계곡이지만 삼성산과 관악산에서 흘러내리는 깨끗한 계곡물을 자랑한다. 초입부터 상류까지 약 2km 이상 이어지는 계곡은 얕은 곳부터 깊은 곳까지 다양해 누구나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또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발만 담그기에도 제격이다. 물놀이를 마친 후에는 안양예술공원 공영주차장에 있는 샤워장을 무료로 이용하면 된다. 계곡 근처에서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지만, 주변에 맛집과 카페가 즐비하니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2. 가평 용소폭포 가평군청에서 북쪽으로 8km 떨어진 명지계곡 상류에 있는 용소폭포는 물이 깨끗해 바닥의 돌과 모래, 바위가 훤히 보인다. 수심도 깊은 곳부터 낮은 곳까지 다양해 다이빙과 수영은 물론, 아이들과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다. 경기도는 아름다운 계곡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용소폭포 인근의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복원했다. 용소폭포 계곡 입구에는 구명조끼를 빌려주는 대여소가 있다. 이름과 연락처만 적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이 조끼를 착용해야 용소폭포에 입수할 수 있다. 또 구명조끼 대여소 옆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는데 이 시설 역시 모두 무료다. 3. 충북 단양 남천계곡 소백산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남천계곡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아 물이 맑고 수목이 울창하다. 남천1리 문화생활관 앞에 있는 널찍한 무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계곡으로 향하면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평상이 있다. 평상 역시 별도의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계곡 근처 어느 곳에나 텐트 또는 돗자리를 펼 수 있다. 남천계곡에는 4~5명의 물놀이 안전관리요원이 있어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안전요원들이 상주하는 안전관리센터에서는 다양한 사이즈의 구명조끼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남천계곡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근처에 식당이 많지 않다. 그러나 단양에서 유일하게 취사가 가능한 계곡으로 취사도구와 먹을거리를 챙겨가면 된다. 물놀이를 마친 후에는 솔밭공원 휴게소에 있는 무료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하고 상쾌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아울러 오는 31일부터 8월 2일까지는 ‘남천계곡 물놀이 축제’가 개최된다. 행사 기간 남천계곡 일원에서는 물총 사격, 자석 물고기 낚시, 대얏물 채우기, 맨손 물고기 잡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행사장에는 워터슬라이드를 비롯해 수구 골대, 분수 터널 등 물놀이 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니 축제 기간에 남천계곡을 방문하면 더 다채로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4. 경남 거창 수승대 경남 거창군 수승대는 맑은 계곡, 기암괴석,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곳으로 여름철이면 수승대 계곡을 활용한 야외 물놀이장이 개장된다. 수승대 야외 물놀이장은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44일간 운영되며 운영 기간 외에는 발 담그기까지만 허용된다. 군에서 운영하는 야영장은 유료지만 평상을 꼭 빌리지 않아도 계곡 주변에 평지와 그늘이 많아 돗자리만 있으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물놀이장 운영 기간에는 방문객 누구나 구명조끼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으며 개수대가 있는 취사장이나 샤워장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거창 대표 관광지인 수승대에는 계곡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240m 길이의 출렁다리에서는 수승대의 빼어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거북바위를 기점으로 3.6km의 무병장수 둘레길이 있어 트레킹이나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샤워장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한 이 계곡들에서라면 한층 쾌적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도시의 열기를 벗어나 계곡물에 발 담그며 시원한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 경남 거창 관광캐릭터 ‘거복이·사각이’ 탄생…저작권 등록

    경남 거창 관광캐릭터 ‘거복이·사각이’ 탄생…저작권 등록

    경남 거창군은 관광 캐릭터로 ‘거복이’와 ‘사각이’를 개발해 저작권 등록했다고 3일 밝혔다. ‘거복이’는 거창의 복덩이를 의미한다. 거창 대표 관광지인 수승대 거북바위를 모티브로 삼아 등껍질을 여행 배낭 이미지로 표현한 캐릭터다. ‘사각이’는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거창 사과를 의인화해 만들었다. 군은 지난해 ‘거창관광 브랜드 공모전(관광 캐릭터 분야)’ 은상 수상작을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해 두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저작권 등록을 마침에 따라 ‘거복이’와 ‘사각이’는 법적으로 보호받게 된다. 거창군은 두 캐릭터를 다양한 관광콘텐츠와 축제, 행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군은 올해 상표권 등록도 추진해 거창군 관광 캐릭터 브랜드 보호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향후 다양한 관광 캐릭터 상품도 제작·판매할 예정이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거복이와 사각이의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에게 스며들어 많은 인기를 얻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마케팅으로 거창군 관광브랜드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화순군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사업 모금

    화순군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사업 모금

    전남 화순군이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사업 3개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모금에 나섰다. 24일 화순군에 따르면 이번에 진행하는 지정기부사업은 △화순고인돌유적지 국가정원화를 위한 식재기부 △개천사 비자나무숲 천불상길 조성 △어르신 돌봄서비스 패키지 지원사업이다. 화순 고인돌유적지 국가정원화를 위한 식재 기부사업은 고인돌유적지의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고향사랑 시민정원을 조성해 고인돌 유적지를 국가정원으로 가꾸기 위한 시민 참여 프로젝트다. 기부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을 통해 자부심을 느끼고, 자라나는 나무들을 보며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모금 기간은 3년으로 2027년까지 목표액은 2억 2000만 원, 올해 목표액은 5000만 원이다. 개천사 비자나무숲 천불상길 조성사업은 개천사 비자나무숲 길의 석불이나 목불에 기부자 이름을 새겨 천불상길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개천사 비자나무숲은 10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생하는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로, 개천산 정상에 오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거북바위 전설까지 품고 있는 화순의 숨은 명소이다. 기부로 단순한 숲길 조성을 넘어 화순군의 문화유산과 소망의 무형유산이 합을 이룰 이곳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발전시키는 소중한 터전이 될 것이다. 2027년까지 모금 기간 3년에 총목표액 3억 원이다. 올해 목표액은 1억 원이다. 어르신 돌봄서비스 패키지 지원 사업은 AI 돌봄 로봇을 통해 어르신들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덜어주고, 필요시 약 복용 알림과 건강 체크를 통해 어르신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독거어르신 100여 세대가 대상자며, 2027년까지 모금 기간 3년에 총목표액 1억 9500만 원이다.
  • “푸른뱀 기운 받자”…을사년 해맞이 명소는

    “푸른뱀 기운 받자”…을사년 해맞이 명소는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 새해 첫날 동해안이 해맞이 인파로 북적이는 이유다. 해안선을 따라 일출 명소가 이어진다.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근심과 걱정은 사라지고, 희망찬 기운이 솟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입맛을 돋울 수 있다. 고현정이 서 있던 그곳강릉 정동진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해맞이 핫플레이스다. 경복궁이 있는 한양에서 정동쪽에 있는 바닷가여서 정동진이다. 1995년 전설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최민수, 고현정 주연의 TV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명성을 얻은 뒤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동진에 갔다면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빼놓지 말고 찾아야 한다. 230만년 전 해저 지형이 융기해 육지화한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를 따라 이어지는 3.01㎞ 길이의 해안 산책로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절벽과 소나무, 기암괴석이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새해 첫날 정동진 일출시각은 오전 7시 39분이다. 애국가 첫 화면에 등장동해 추암에 가면 애국가 첫 소절 배경화면에 등장했던 촛대바위가 있다. 촛대 모양으로 생긴 기암괴석이다. 바위 끝에 해가 걸릴 때 모습이 촛불과 똑 닮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의 가볼 만한 곳 10선’으로 꼽힌 적이 있다. 촛대바위 주변에는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어우러져 석림을 이룬다. 150m 길이의 추암해변은 해금강해변으로 불릴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조선조 세조 때 체찰사 한명회는 추암의 경관에 감탄해 미인의 걸음걸이를 비유하는 ‘능파대(綾波臺)’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눈앞 망망대해, 등 뒤엔 설악산속초에서는 발 닿는 곳이 해돋이 명소다.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설악산이 있어서다. 해안 사구가 발달하면서 만들어진 석호인 영랑호도 품고 있다. 속초등대전망대에 올라서면 망망대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내려다볼 수 있다. 높이는 66m이고, 동절기 개방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다. 7번 국도변에 있는 설악해맞이공원에는 연인의 길, 행복의 길, 사랑의 길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진 조각상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해안선 따라 전 구간이 핫플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까지 4.6㎞를 잇는 해안도로인 이사부길은 구간 전체가 해맞이 포인트다.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다. 이사부길은 2000년 개설될 당시 새천년해안도로로 불렸고, 이후 개명했다. 이사부는 1500년 전 실직주(현 삼척)와 하슬라주(강릉) 군주를 지내면서 우산국(울릉도·독도)을 복속시킨 신라 장군이다. 삼척은 이사부가 우산국 정벌에 나선 출항지로 알려졌다. 삼척에는 이사부길 외에도 이사부독도기념관, 이사부사자공원 등의 관광지가 있다. 매년 이사부축제도 열린다. 산맥과 운해 사이로 붉은 태양백두대간에서의 일출도 일품이다. 특히 ‘태백산맥의 지붕’으로 불리는 정선 가리왕산에서 겹겹이 쌓인 산맥과 구름 사이로 솟구치는 붉은 태양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리왕산은 해발 1561m로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다. 정상에 오르면 태백산, 계방산, 오대산, 두타산, 청옥산, 치악산, 발왕산, 노추산, 소백산 등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동해까지 보인다. 하봉(1380m)까지 3.51㎞ 길이의 케이블카가 놓여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 울릉도·독도 육지 최단거리 기점은 경북 울진군 ‘거북바위’

    울릉도·독도 육지 최단거리 기점은 경북 울진군 ‘거북바위’

    경북 울진군이 울릉도·독도와 육지 최단거리 기점이 되는 ‘거북바위’ 알리기에 나선다. 3일 군은 죽변 해안가 관광지 4곳에 울릉군·독도 최단거리 기점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죽변 최단거리 측량 기점으로 활용된 곳은 죽변등대 앞 동남쪽 바다에 있는 바위로,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고 헤엄치는 형상을 띄고 있어 ‘거북바위’라고 불린다. 이곳에서 울릉도까지는 130.3㎞, 독도는 216.8㎞ 떨어져 있다. 지난 2005년 6월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동북아의평화를위한바른역사정립기획단이 공동으로 독도 현황을 고시하면서 측량했다. 군은 관광객들에게 울릉도·독도와의 지리적 연관성을 설명하고, 한국 역사에서 울진의 지리적·역사적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손병복 군수는 “울진은 고려시대부터 울릉도·독도를 관할했던 역사가 있고, 지금도 울진군 후포항에서 울릉도까지 가는 최단거리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다”며 “독도 최단거리 측량기점 안내표지판 설치로 관광객에게 울진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드러내지 않고 관조하는 건축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드러내지 않고 관조하는 건축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충재’(沖齋)는 조선 중기 정치가이며 학자였던 권벌의 호이자 그가 짓고 경영했던 서재의 이름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에게 집이란 머무는 장소이자 자기 자신이기도 했다. 그들은 집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집이란 정성을 들여 짓는 것이었다. 먹을 밥을 짓듯, 입을 옷을 짓듯이 살 집도 지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는 남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 고민하고, 후손에게 전하고자 하는 생각도 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직설적이지 않고 은근하다. 이런 식으로 자의식을 발현하는 것은 일종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 드러내고 으스대거나 뽐내지 않지만 내면에서 우러나는 자존감. 이는 알아볼 정도의 수준에 있는 사람만 보고 느낄 수 있다. 충재는 경북 봉화 닭실마을에 있는 안동권씨 종갓집 서쪽 옆구리에 슬쩍 붙어 있는 집이다. 오래전 좋은 옛집을 구경 다니느라 전국을 헤매고 다닐 때, 영주 부석사 앞 여관에서 하루 자고 동이 트자마자 봉화로 내처 달려갔다. ‘청암정’이라는 거북바위 위에 지은 정자가 멋지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초행이라 기대가 무척 컸다. 국도를 달리다 닭실마을로 들어서니 편안한 전통 마을의 풍경이 펼쳐졌고 담이 길게 이어지다 대문이 하나 나왔다. 대문을 슬쩍 밀고 들어가 누군가 물어볼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한복을 입은 점잖은 어르신이 나와 부드럽고 정중한 음성으로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다. 청암정을 보고 싶어 왔다고 말씀드리니, 그분은 뒷짐 진 오른손을 풀고 담 너머를 가리켰다.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집안 종손 어르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담을 돌아가니 청암정이 있었다. 너른 연못에 거북이처럼 생긴 동산 같은 바위, 그 위에 멋진 정자가 있었다. 아침 햇살에 아주 좋은 구경을 하며, 정작 그 앞에 있는 충재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보긴 했지만 기억에 전혀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뒤 누군가 닭실마을 종갓집 이야기를 하며 충재가 정말 멋지다고 이야기했다.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청암정 바로 앞에 있다고…. 거기 집이 있었던가? 그래서 나는 다시 가야 했다. 화려한 입지에 높고 호사한 단청을 하고 앉아 있는 정자와 그 앞에 세 칸 맞배지붕에 색이 다 빠져 오래된 흑백사진 같은 낯빛으로 그 정자를 마주하며 올려다보고 있는 충재는 아주 묘한 조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본 것이 별로 없고 그저 관광만 하던 나에게 무척 색다른 건축이었다. 충재 권벌은 43세가 되던 1520년에 기묘사화의 영향으로 파직돼 경북 봉화에 있는 닭실마을로 들어온다. 그리고 6년 후 1526년에 집 서쪽에 서재를 짓고 ‘충재’라 편액을 건다. 삼간지제(三間之制)는 조선의 학자들이 완성형으로 생각하는 집이다.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 남명 조식의 ‘산천재’, 사계 김장생의 ‘임리정’이 그렇다. 그리고 그 이전에 ‘충재’가 있었다. 권벌은 1478년에 태어나 조광조, 이언적보다 위 연배이고 학문적으로도 선배이다. 조선 초기 관학파에서 사림으로 권력이 옮겨지는 시기여서 부침은 많았으나, 그는 평생 높은 관직에 머물며 올곧은 말만 했다고 여러 기록에 남아 있다. 그 와중에 사화에 연루되고 이곳 봉화에 들어와 15년을 머물렀다. 말하자면 그의 사상이 무르익던 장년기에 지은 집이고, 그의 생각과 사상이 배어든 집이다. 집은 무척 단출하고 단아하다. 청암정과의 관계 또한 아주 독특하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우선 거북바위 위에 압도적인 자태로 서 있는 청암정으로 눈이 가게 되는데, 충재의 존재감은 아주 미약하다. 그래서 내가 처음 갔을 때처럼 충재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권벌은 평생 ‘근사록’이라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책을 이루는 핵심 사상은 어질 ‘인’(仁)이다. 여기에서 인이란 단순히 어질다는 의미보다는 공감 의식, 즉 타자를 자신으로 보는 마음이다. 인식을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모든 대상으로 확장하는 사상이다. 충재는 낮게 앉아 고즈넉한 자세로 거북바위에 올라앉은 정자를 바라본다. 청암정의 이름은 후일 큰아들의 호를 따서 지은 것이라 한다. ‘인’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소나기가 거세게 내리는 여름 오후 충재 마루에 앉아 바라지창을 크게 열고 청암정을 바라보며 이해하게 됐다. 역시 집이란 한 사람의 마음이며 사상인 것 같다. 드러내지 않고 슬쩍 감춰 놓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학에는 그런 지점이 있다. 경북 영양 ‘서석지’(瑞石池)는 17세기 초반 정영방이 공부하고 손님을 맞는 별서(別墅)로 조성했다. ‘상서로운 돌이 있는 연못’이라는 이름대로 이 공간의 주인공은 한가운데 있는 연못이다. 그리고 ‘경정’이라는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 반, 팔작지붕의 화려한 건물과 ‘주일재’라는 마루 한 칸, 방 두 칸의 아주 단출한 건물이 직교한다. 얼핏 부속채처럼 보이는 주일재가 사실 자연을 감상하며 ‘겸손하게’ 머무는 주인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란 그리 쉽지 않다. 공간의 중심을 옆으로 옮기고 슬그머니 감추어 놓아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게 하는 방식, 그렇게 드러내지 않고 관조하는 건축이야말로 한국건축만이 가진 또 다른 미학이다.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
  • 잦은 비에…경북 울릉군 낙석 발생해 곳곳 통제

    잦은 비에…경북 울릉군 낙석 발생해 곳곳 통제

    잦은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경북 울릉군에 낙석 발생이 잇따랐다. 23일 울릉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4분쯤 북면 천부리 울릉일주터널 삼선터널 인근에서 낙석이 발생했다. 인명·차량 피해는 없었지만 울릉군 추정 약 500t의 낙석이 발생하면서 통행을 제한하고, 중장비를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에도 약 100m 떨어진 울릉일주도로 구간에 35t 규모 낙석이 발생해 길이 통제됐다. 울릉군은 최근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낙석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12일까지 308.7㎜, 20~22일까지 175.7㎜의 비가 내리는 등 9월에만 총 강수량 521.8㎜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울릉도에서 낙석이 자주 발생하면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북면 일주도로 인근 산에서 돌이 떨어져 관광버스 지붕 환풍구가 뚫리는 사고가 발생해 관광객 3명이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서면 남양리 거북바위 일부가 무너지면서 낙석 약 400t이 관광객 4명을 덮쳤다. 화산섬이라는 지형 특성상 낙석이 자주 발생하면서 군에서는 낙석방지망 설치 등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최근 내린 강우로 약해진 지반이 견디지 못해 낙석이 발생한 것 같다. 위험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피 등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 주말여행 ‘거창’한 이곳으로…거창군 대표관광지 9곳 선정

    주말여행 ‘거창’한 이곳으로…거창군 대표관광지 9곳 선정

    경남 거창군이 지역 내 대표관광지 9곳을 선정·발표하며 관광객 몰이에 나섰다. 군은 지난 2월 5일~25일 군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군청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대표관광지·계절별 추천여행지·사진 찍기 좋은 명소 의견을 받았다. 의견을 종합해 1차 부서 심사와 2차 군정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표관광지 9곳과 계절별 추천여행지 각 6곳, 사진 찍기 좋은 명소 9곳을 결정했다. 대표 관광지 선정에는 지리적 위치와 권역별 인접성, 방문빈도에 따른 관광객 소비 창출 효과, 상징성, 역사성 등을 고려했다. 계절별 추천 여행지와 사진 찍기좋은 명소는 많은 추천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이 중 9개 대표관광지는 ▲거창항노화힐링랜드 ▲거창창포원 ▲수승대관광지 ▲월성계곡 ▲거창별바람언덕(감악산) ▲가조온천관광지 ▲빼재산림레포츠파크 ▲금원산자연휴양림 ▲거창사건추모공원이다.세부적으로 거창항노화힐링랜드(거창군 가조면 의상봉길 830)는 군민과 관광객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곳에는 지상 600m 높이에 총길이 109m의 국내 최초 무주탑 Y자형 출렁다리가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관광지로 산림치유·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23-2024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거창항노화힐링랜드 입장료는 3000원이다. 거창창포원(거창군 남상면 창포원길 21-1)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국가하천인 황강을 곁에 두고 조성된 축구장 66배 크기의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이다. 수천 그루 수목과 초화류가 식재돼 있어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거창창포원은 특히 경사가 없는 평지에 조성되어 장애인·어르신·어린이·임산부 등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부대시설로는 키즈카페, 맨발로 걷는 길, 전망대 등이 있다. 별도 입장료는 없고, 자전거 대여 때는 요금을 내야 한다. 명승 제53호 거창수승대관광지(거창군 위천면 은하리길 2)는 맑은 계곡과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진 곳이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 국경지대로 사신이 왕래하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수승대의 명물인 거북바위에는 시인 묵객 풍류가들 글이 새겨져 있다. 수승대 안에는 요수정·관수루·구연서원·눈썰매장·야영장·목재문화체험장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7~8월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기도 한다.월성계곡(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일원)은 거창 여름 최대 휴양지다. 북상면 황점에서 용암정까지 형성된 약 12㎞의 계곡으로, 5월이면 계곡을 따라 아름답게 핀 수달래도 볼 수 있다. 별바람언덕(거창군 신원면 덕산리 산 57)은 사진 명소로 유명한 관광지다. 해발 952m 정상부근에서 볼 수 있는 보라색 아스타 국화와 풍력단지가 어우러진 풍경이 돋보인다. 매년 가을에는 꽃&별 축제를, 1월 1일에는 해맞이 축제를 이곳에서 연다. 가조온천 관광지(거창군 가조면 일부리 1263)에는 온천장 1곳과 숙박시설 10여곳이 있다. 겨울철(12월~2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운영(월요일 휴장)하고 있다. 봄~가을에는 계절별 각 2회에 걸쳐 가조온천 한잔축제도 연다. 인근에는 가조온천 꽃단지도 조성돼 있다. 빼재 산림레포츠 파크(거창군 고제면 2325)는 올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백두대간 생태공원과 연계한 생태교육, 산악 레포츠, 레저 모험을 즐길 수 있다. 레저와 휴양이 공존하는 서부 경남 최대 복합 산림휴양 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원산자연휴양림(거창군 위천면 금원산길 412)은 금빛원숭이 전설이 있고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수련장 등 숙박시설과 야영장, 야외쉼터, 공연장 등이 있고 단일암으로 국내 최대의 바위인 문바위와 천연동굴 암벽에 불상을 새긴 보물 제530호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불상이 있다.거창사건추모공원(거창군 신원면 신차로 2924)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9일에서 11일까지 거창군 신원면에서 일부 국군에 의해 집단으로 희생된 양민들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조성한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일주문, 천유문, 위패봉안각, 위령탑, 부조벽, 석상, 위령묘지, 역사교육관 있다. 역사를 되새기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장소다. 군은 대표관광지를 선정하며 ‘거창하구나! 구경가세’라는 거창관광 통합명칭도 새로 내걸었다. 군은 대표관광지 등을 공식적인 대외 홍보 자료로 활용하는 동시에 동서남북 관광지 정보를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구인모 거창군수는 “전략적인 관광 홍보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활인구를 증가시키고자 대표관광지, 계절별 추천 여행지, 사진찍기 좋은 명소를 선정했다”며 “올 한해 많은 분이 ‘거창하구나~ 구경가세!’를 외칠 수 있도록 거창 관광홍보에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 울릉도 거북바위 붕괴로 낙석 400t 와르르…4명 중경상

    울릉도 거북바위 붕괴로 낙석 400t 와르르…4명 중경상

    추석 연휴인 2일 오전 6시 56분쯤 경북 울릉군 서면 남양리 통구미의 거북바위 머리 부분이 완전히 무너지며 400t 가량의 낙석이 20~30대 관광객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A씨가 머리를 다치는 등 중상을 입었고 또 다른 20대 여성 1명과 30대 남성 2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차량 1대도 일부 파손됐다. A씨는 뇌출혈 증상을 보여 9시 40분쯤 헬기를 이용해 포항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거북바위 인근에서 캠핑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오근(61)씨는 “사고 당시 관광객 20~30명과 차박을 하던 차량이 5~6대 정도 있었다”며 “붕괴 직전에 ‘구르릉’소리가 났고 3초 정도 뒤에 ‘꽈광’하면서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 “사고 발생후 많은 사람이 우왕좌왕하며 대피했다”고 전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사고 발생지점은 낙석 경고판이 있는 곳으로 자연 발생으로 추정된다”며 “경고 표시가 있는 곳은 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관광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또 “울릉도는 특성상 수시로 낙석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며 “수시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위험지역임을 알리고 있지만, 위험지역에 들어간다고 해서 강제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울릉군은 굴삭기 1대 등을 동원해 피해 차량과 일부 잔해를 치운 상태이며, 추가 붕괴 위험으로 거북바위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
  • [포토] ‘무너져 내린’ 울릉도 거북바위

    [포토] ‘무너져 내린’ 울릉도 거북바위

    2일 오전 6시 56분께 경북 울릉군 서면 남양리 통구미의 거북바위가 붕괴되며 관광객 4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붕괴된 거북바위 모습.2일 오전 6시56분쯤 경북 울릉군 서면 남양리 통구미 거북바위 머리 부분이 완전히 무너지며 발생한 낙석이 20~30대 관광객 4명을 덮쳤다. 울릉군과 남한권 울릉군수 등에 따르면 이 사고로 남성 2명과 여성 2명 등 4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테슬라 전기차 1대가 파손됐다. 낙석의 양은 약 400톤인 것으로 울릉군은 추정했다. 20대 여성 1명은 머리를 다치는 등 부상 정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이 큰 이 여성은 CT 촬영 예후 결과 뇌출혈 소견을 보여 헬기를 통해 포항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20대 여성 1명과 30대 남성 2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릉도로 관광온 이들은 거북바위 인근에서 캠핑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릉군과 소방 등은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굴삭기 1대 등을 동원해 낙석에 깔린 차량을 수습했다. 본격적인 복구 작업은 3일 오전 시작될 예정이다. 울릉군은 복구에 2~3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사고 발생지점은 낙석 경고판이 있는 곳으로 자연 발생적 붕괴로 추정된다”며 “낙석 경고 표시가 있는 곳은 출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 울릉도 거북바위 머리 붕괴… 캠핑중 1명 중상·3명 경상

    울릉도 거북바위 머리 붕괴… 캠핑중 1명 중상·3명 경상

    울릉도의 대표 볼거리 ‘거북바위’ 머리 부분이 완전히 무너지며 400t가량의 낙석이 20~30대 관광객 4명을 덮쳤다. 울릉군 등에 따르면 2일 이 사고로 20대 여성 A씨가 머리를 다치는 등 중상을 입었고 또 다른 20대 여성 1명과 30대 남성 2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1대도 일부 파손됐다. A씨는 뇌출혈 증상을 보여 9시 40분쯤 헬기를 이용해 포항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거북바위 인근에서 캠핑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오근(61)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관광객 20~30명과 차박을 하던 차량이 5~6대 정도 있었다”며 “붕괴 직전에 ‘구르릉’소리가 났고 3초 정도 뒤에 ‘꽈광’하면서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 “사고 발생 뒤 많은 사람이 우왕좌왕하며 대피했다”고 전했다. 울릉군과 소방 등은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굴삭기 1대 등을 동원해 낙석에 깔린 차량을 수습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사고 발생지점은 낙석 경고판이 있는 곳으로 자연 발생으로 추정된다”며 “경고 표시가 있는 곳은 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관광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본격적인 복구 작업은 3일 오전 시작될 예정이다. 울릉군은 복구에 2~3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도 울릉에서 산사태로 인한 낙석 사고가 발생했다. 울릉 북면 현포리 일주도로 구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흙과 돌이 도로에 쏟아졌지만 지나는 차량이 없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 닮고 싶은 그 이름… ‘큰 부자’ 기운에 젖다

    닮고 싶은 그 이름… ‘큰 부자’ 기운에 젖다

    경남 의령의 남강 변에 솥바위가 있다. 재물복을 나눠 준다는 바위다. 한자로는 정암(鼎岩)이라 쓴다. 정(鼎)은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솥이다. 삼국지 등에 등장하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에서처럼, 권력의 균형이나 왕권 등을 상징하는 단어로 흔히 쓰인다. 의령 솥바위도 수면 아래로 다리를 세 개 뻗었다고 한다. 거무튀튀한 바위 속엔 반경 20리(8㎞) 이내에 부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전설, 솥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에서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 등이 담겼다. 후세 사람들은 솥바위에서 삼성그룹 창업주, LG그룹과 GS그룹의 창업주, 그리고 효성그룹 창업주 등이 포함된 전설적인 이야기를 발굴해 냈다. 솥바위가 가리키는 세 방향에 이들의 생가가 있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적 기운’이 실제 역사처럼 느껴질 만큼 정교한 이야기다. 이를 모티브로 ‘리치 로드’(부자길)라는 여행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의령, 진주, 함안 등 대기업 창업주의 생가를 돌아보며 부자 기운을 받자는 내용이다. 이번 여정은 부자길 투어다. 솥바위가 가리킨다는 세 지역을 돌아본다. 세 도시라고 해 봐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솥바위는 원래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의 무용담이 깃든 전승지였다. 곽 장군은 밀려드는 왜구를 곳곳에서 두들겼는데, 솥바위에선 2000여 왜군을 섬멸했다고 한다. 요즘은 전쟁의 기억은 사라지고 ‘부자 되는 바위’로 더 이름을 떨치고 있다. 솥바위는 함안과 경계를 이룬 남강 변에 있다. 바위 절반은 수면 위로 노출됐고, 절반은 수면 아래 잠겼다. 가을 ‘리치리치 축제’ 기간엔 제방에서 솥바위까지 부교가 가설된다. 가까이에서 솥바위를 만지고 ‘알현’할 수 있다. 올가을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수년 만에 대면 행사로 치러질 텐데, 지난달 27일 함안 낙화놀이 때처럼 통제 불능의 인파가 쏠리지 않을까 싶다. 솥바위 주변에 부자 테마공원도 생겼다. 재물과 관련된 여러 조형물이 조성됐다. 부자길 여정의 출발지도 바로 이 부자공원이다.●이병철 회장 생가 “지세 융성” 안내판 솥바위에서 동북쪽으로 8㎞쯤 거슬러 오르면 정곡면 중곡리다. 이 마을에 삼성을 일궈 낸 이병철 회장의 생가가 있다. 안내판 등에 따르면 “집터가 곡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노적봉 형상이고 내청룡(內靑龍)의 기운이 맺혀 지세가 융성하다”고 한다. 풍수지리상 명당의 요건은 다 갖췄다는데, 어딘가 결과론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회장의 할아버지가 지었다는 생가는 소박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누추하지도 않다. 안채와 사랑채가 나란히 섰고, 부의 상징이라 할 우물과 광채 등이 부속 시설을 이루고 있다. 안채 옆의 붉은 바위는 이른바 ‘기(氣)바위’다. 거북바위로도 불린다. 많은 사람이 몰려들면서 바위를 조금씩 캐가는 등 문제가 생기자 주변에 화단을 쌓고 철책을 둘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생가 바로 왼쪽 앞에도 날아갈 듯한 기와집이 있다. 이 회장이 결혼 후 분가해 살았던 집이다. 마을 안쪽으로도 부자분식, 부자매점, 부자벽화 등이 가득하다. 비록 글자에 불과하지만 ‘부자 세례’를 받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팁 하나. 의령 9경 중 솥바위(5경)와 탑바위(6경), 봉황대(3경)의 코끼리 바위를 묶어 ‘3대 기도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몇몇 호사가들의 이야기이니 믿거나 말거나다. 탑바위는 정곡면 호미산의 수직절벽 위에 얹혀 있는 바위다. 얇고 편평한 돌판이 탑처럼 층층이 쌓인 형태다. 높이는 8m 정도다. 탑바위 아래로는 남강이 흐른다. 20여분 정도 산행해야 한다. 봉황대는 궁류면에 있는 거대한 석벽이다. 주름 접힌 바위들의 자태가 우람하다. 바위 아래로 동굴 속에 대웅전을 지은 일붕사가 있다.진주 지수면 승산마을도 예부터 부자 마을로 명성이 자자했다. 김해허씨와 능성구씨가 300년 넘게 모여 살아온 마을이다. LG 공동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허만정 회장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해방 직후인 1947년에 구 회장이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할 때 이웃에 살던 만석꾼 허 회장이 거액을 투자해 오늘날 LG그룹의 주춧돌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 생가 옆으로 구자원 LIG 회장 본가,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 생가가 이어져 있다. 허씨 가문에선 허준구·허창수 GS 회장 고가, 허승효 알토전기 회장 생가 등이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매형인 허순구씨 집터도 남아 있다. 이 회장도 지수보통학교(지수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 집에 기거했다고 한다. 마을 가운데 있는 ‘효주원’은 GS 시조로 여겨지는 허만정 회장의 호를 딴 공원이다.●100대 기업 중 30곳 회장 배출한 학교 지수면사무소 앞의 옛 지수초등학교는 대한민국 100대 기업 가운데 30곳의 회장을 배출한 학교라고 한다. 현재 학교는 폐교되고 K기업가정신센터와 마을관광안내소, 상남관 등이 들어서 있다. 학교 건물 가운데엔 부자 소나무가 있다. 삼성 이 회장과 LG 구 회장, 조홍제 효성 창업주 등이 재학 당시 함께 심고 가꿨다는 나무다. ‘부자 기운’을 받기 위해 이 소나무에서 인증샷을 찍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태극기 마을’로 불리는 함안 군북 신창마을은 효성을 창업한 조홍제 회장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조 회장의 호를 따 ‘만우생가’로 불린다. 조 회장의 5대 선조부터 터를 닦은 집이라고 한다. 다른 창업주들의 생가가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보는, 이른바 배산임수 지형에 터를 잡은 것과 달리 만우생가는 들판 한가운데 있다. 이는 단순한 농사가 아닌 농업 경영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안내 책자는 “백이산과 숙제봉을 등지고 남강을 품어 배산임수의 형상이긴 하나 산기슭에 기대지 않고 들판 가운데 위치한 건 이동 거리를 줄이고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적고 있다.사랑채가 독특하다. 남부지방 부잣집의 전통 양식인 ‘일자형’을 따르지 않고 ‘겹집 구조’를 하고 있다. 건물 안에 아궁이에 불을 때 물을 데우는 ‘가마솥 목욕탕’도 있다.조 회장은 삼성 이병철 회장과 동업하다 1962년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효성을 일궜다. ‘늦고 어리석다’라는 뜻의 만우(晩愚)는 조 회장 스스로 지었다. 나이 서른에 대학을 졸업해, 마흔이 넘어 사업에 입문했고, 쉰여섯이 돼서야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인생 역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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