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또 첫승 실패…페루전 0-0, 4경기째 무승
‘홍명보호’의 첫 승은 언제쯤이나 나올까. 축구 대표팀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을 0-0으로 비겼다. 90분 내내 몰아치고도 득점이 없었고 후반 막판에는 아찔한 슈팅도 여러 차례 허용했다. 홍명보 감독은 사령탑 데뷔 후 4경기째 무승(3무1패)으로 자존심을 구겼다.홍명보 감독 “왜?”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페루의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페루의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끊임없이 두드려도 골이 안 나오는 지독한 ‘변비 축구’가 이어졌다. 홍 감독의 데뷔 무대였던 지난달 2013동아시안컵 이후 대거 물갈이한 공격 조합은 이날도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원톱 김동섭(성남)을 필두로 윤일록(서울), 이근호(상주), 조찬호(포항) 등이 유기적으로 위치를 바꾸며 2선 공격을 이끌었지만 결국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조찬호가 중거리 슈팅으로 기세를 올렸고 김동섭, 이근호, 윤일록, 하대성(서울) 등이 쉼 없이 슈팅을 날렸지만 그뿐이었다. 후반 잇달아 투입된 조동건(수원), 임상협(부산),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이승기(전북)도 골과 인연이 없었다. 한국은 무려 15개의 슈팅(페루는 6개)을 날리고도 마무리를 못 했다. 열대야에 빅버드를 찾은 3만 6021명의 관중은 수차례 진한 탄식을 내뱉었다.
심지어 페루는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가 무색할 정도로 변변한 공격조차 없었다. 월드컵 남미예선 7위(4승2무6패)인 페루는 5위에 주어지는 아시아팀과의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한국을 스파링 파트너로 낙점했지만 시차 문제와 촉박한 일정 탓인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수문장 터줏대감인 정성룡(수원) 대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승규(울산)는 제대로 공을 잡아볼 기회도 없었다. 김승규는 두 차례 인상적인 선방쇼를 펼쳐 정성룡을 바짝 긴장시켰다. 전반 43분 요시마르 요툰(바스쿠 다 가마)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때린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고 후반 39분에는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의 왼발 슈팅을 팔을 쭉 뻗어 쳐냈다. 그동안 축구대표팀이 기습적인 슈팅 한둘에 패전의 멍에를 썼던 걸 감안하면 그의 활약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김민우(사간 도스)-황석호(히로시마)-홍정호(제주)-이용(울산)의 포백 수비도 페루의 투박한 공격에 몸 풀듯 뛰었다.
홍 감독은 “리그 경기를 계속해 체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후반에 새 선수들이 투입되면서 호흡이 삐걱거렸다”고 평가했다. 세르히오 마르카리안 페루 감독은 “한국은 체격적으로 우월하고 경기 때 호흡도 잘 맞더라”면서도 “짧은 패싱플레이로 우리의 흐름을 깼지만 골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했다.
계획대로 차분히 갈 길을 가고 있다는 홍 감독이지만 답답한 경기가 거듭되자 축구계 안팎에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공간과 압박’을 모토로 안정적인 수비 자원을 대거 발굴했지만 세 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만만한(?) 일본·중국·호주 1.5군과의 경기에서 2무1패. 2000년 이후 지휘봉을 잡은 감독 중 4경기 동안 승전보를 울리지 못한 감독은 없다. 2001년 부임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이 취임 후 노르웨이, 파라과이, 모로코를 상대로 이기지 못하다가(2무1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꺾은 게 그나마 길었던 ‘승리 갈증’이다.
동아시안컵에서의 부진으로 FIFA 랭킹도 13계단 하락한 56위(아시아 4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홍 감독은 브라질을 향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자위하지만 팬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K리거들의 기량 점검을 마친 홍 감독은 새달 두 차례 A매치에서 유럽파를 대거 소집해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8-15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