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硏, 보약의 생물학적 메커니즘 연구
‘기=에너지 대사’로 보고 보약 분석
보약, 대사경로에 관여해 에너지 생산 도움
한약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연구팀은 기(氣)를 보해주는 한약, 흔히 보약이라고 부르는 것의 효과에 대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랜츠’(Plants)에 실렸다.
한의학에서 ‘기가 허하다’는 기허증은 여러 증상을 복합적으로 의미한다. 만성피로나 질병에 쉽게 걸리는 것, 추위를 잘 타는 경우도 기허증의 대상이다. 실제로 2007년 발행된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의 전통의학 표준용어집’에서는 나른함, 힘이 없음, 호흡곤란, 어지러움, 약한 맥 등 증상을 대표적 기허 증상이라고 규정했다. 하나의 증상이 아닌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기가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허증이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약을 서양의학에서는 실체가 없는 증상과 그에 대한 처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기허를 현대과학으로 재정의해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을 찾았다. 네트워크 생물학을 이용해 기를 보하는 한약재(보약 또는 보기제)에 있는 고유한 유효 성분만을 추출하고 해당 유효성분이 작용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한약재 8종에서 핵심성분 13종을 찾아내고 그 핵심 성분에 의해 조절되는 유전자와 생물학적 작용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성분에 따라 유전자 타겟은 18~447종, 생물학적 경로는 8~132종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기제의 핵심 성분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대사를 연결하는 주요 대사 경로와 아미노산, 비타민 등 다양한 대사 경로에 관여해 에너지를 생성하거나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연구를 이끈 이상훈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기를 보한다는 것은 인체 내 에너지 대사 문제를 치료하고 에너지 생산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기’를 현대 생물학적 개념인 ‘에너지 대사’로 치환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