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퇴사해 ‘계단뿌셔클럽’ 앱 제작 전념 전국 6만 1900여곳 식당·카페 ‘정복 완료’ “이동 약자 편하게 가게 드나드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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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만든 계단뿌셔클럽 앱에서 식당을 검색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계단뿌셔클럽 앱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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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만든 계단뿌셔클럽 앱에서 식당을 검색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계단뿌셔클럽 앱 화면 캡처
‘접근 레벨 5(이동약자 방문이 거의 불가능함), 엘리베이터 없음, 2층 위치.’
지도에 표시된 식당 아이콘을 누르자 장애인이나 노인 등 이동 약자를 위한 접근성 정보들이 나타났다. 식당에 갈 때 몇층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건물 앞 문턱을 휠체어가 넘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동 약자들에게 이런 정보가 표시되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계단뿌셔클럽’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이 앱을 만든 이대호(35) 공동대표는 2023년까지만 해도 ‘타다’ 서비스를 운영한 모빌리티 업체 VCNC의 직원이었다. 13일 서울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2021년 회사 동료였던 박수빈(36) 공동대표가 휠체어 때문에 식당과 카페에 가기 전 늘 접근성을 확인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앱을 구상했다”며 “이동 약자가 편리하게 각종 상점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박 대표가 기획·개발한 앱은 2023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공식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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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35)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위쪽)와 박수빈(36) 공동대표가 지난해 10월 중구 을지로2가에서 ‘계단정복지도’에 들어갈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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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35)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위쪽)와 박수빈(36) 공동대표가 지난해 10월 중구 을지로2가에서 ‘계단정복지도’에 들어갈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표 제공
공익적 활동을 경쾌하게 표현하고 싶어 법인 이름도 ‘계단뿌셔클럽’으로 지었다는 이 대표는 서울 주요 상권 편의시설의 접근성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IT업계에서 일한 이 대표에게 앱을 만드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동네를 돌면서 관련 정보를 모으는 게 관건이었다.
이 대표는 “식당 등 상점의 이동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활동에 ‘정복활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며 “지금은 누적 참여자가 260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시민 참가자들이 2인 1조로 서울 번화가를 돌며 음식점, 카페, 병원 등의 휠체어 접근성 등을 살펴보고 정보를 앱에 등록한 것이다.
이동 약자가 혼자 갈 수 있는지(0~1 레벨), 동행인이 필요한지(2~3 레벨), 동행인이 있어도 방문이 어려운지(4~5 레벨)도 단계별로 분류했다. 지금은 앱에서 서울 내 편의시설 4만 6000여곳(전국 6만 1900여곳)의 이런 접근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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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35) 대표(윗줄 가장 오른쪽)가 지난해 10월 중구 을지로2가에서 ‘정복활동’ 참여자들과 함께 활동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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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35) 대표(윗줄 가장 오른쪽)가 지난해 10월 중구 을지로2가에서 ‘정복활동’ 참여자들과 함께 활동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 대표 제공
이런 도전 덕에 이 대표와 함께 앱을 기획·개발한 박 대표는 지난해 말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선 탁월한 혁신가”라는 평을 받으며 영국 BBC의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31년째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박 대표에 대해 “어려움을 개인적으로 극복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적으로 해결하려 한 훌륭한 동료”라고 했다.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아니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누구라도 이동 약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시민이 이동 약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빠르게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상근 개발자도 뽑기 위해 연말까지 정기 후원자 600명을 모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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