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오늘 0시부터 전국 ‘갑호비상’
“불법행위 무관용 원칙 엄정 대응”
안국역 무정차 통과, 출입구도 폐쇄
‘선고 결과 수용 안 해’ 답변도 44%

연합뉴스

‘진공상태’ 헌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에 경찰 차벽과 펜스(울타리) 등이 설치돼 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헌재 주변 반경 150m를 ‘진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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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대형 카페. 건장한 체격의 남성 한 명이 카페 앞 의자에 앉아 주위를 연신 둘러봤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카페 측이 임시 고용한 안전 인력이다. 카페 관계자는 “혹시 모를 소란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경호 겸 안전 인력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신문이 찾은 헌재 인근 상점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식당·카페·꽃집 등 상점 상당수가 선고일 문을 닫지만 사정상 문을 여는 상점 중에는 호신용품을 준비해 둔 곳도 있었다.
한복대여점을 운영하는 이모(28)씨는 “일부 시위대가 가게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위협적으로 행동해 집회하는 내내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며 “선고일에는 더 위험할 수 있으니 아르바이트생에게 호신용 스프레이와 호루라기를 하나 구매해 줬다”고 전했다. 북촌한옥마을 인근에서 만난 패션잡화점 직원 함모(26)씨는 “선고일에는 시위대의 과격함이 정점에 달할 것 같아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챙겨 놨다”고 했다.
이동통신사들도 4일 선고 전후로 트래픽이 폭증할 것을 우려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함께 기존 장비 사전 최적화, 이동기지국 배치 등으로 통신 장애나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경찰도 4일 0시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날 오전 헌재를 찾아 “폭력과 손괴 등과 같은 묵과할 수 없는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인파 밀집 우려 등으로 지하철이 안국역을 무정차 통과했고 출입구도 폐쇄됐다.
경찰, 서울시 등 관계 기관들이 총력 대응에 나서는 건 집회가 점차 과격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탄핵 집회가 본격화한 지난해 12월(15건)과 비교해 지난달 헌재 인근에서 폭행이나 부상 등으로 접수된 119신고는 96건으로 6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헌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고 결정 이후 불복 여론도 커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4월 1주 전화면접조사(18세 이상 1001명 대상)에서 ‘헌재 심판을 신뢰한다’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모두 46%를 기록했다.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답변도 44%나 됐다.
2025-04-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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