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2%가 외국인인 시대.이주 노동자와 이주 여성 등으로 사회구성원이 다양화되면서 ‘단일민족 국가 대한민국’이 변화하고 있다.도심 외곽의 농촌지역에서 동남아 출신 여성들과 마주치거나 초등학교에서 그들의 자녀를 보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경기도 산본이나 안산의 공단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이같은 현상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오랜 시간 동안 진행돼 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세계에는 3000여개의 민족이 있지만 국가는 200개 남짓에 불과하다.국가가 하나의 민족으로 유지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한국 역시 마찬가지다.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의 시각에서 여전히 그들은 ‘이방인’이다.이주를 통해 물리적으로 국경선은 넘었지만 심리적인 국경선은 허물지 못했기 때문이다.정부 역시 이주 여성과 그 자녀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을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변해 온 대부분의 나라들은 예외없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었다.오랜 기간 각자 유지돼 온 스스로의 문화와 정체성,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장벽 등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해결되지 않고 반복됐다.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며 지난 50여년간 끊임없이 사회통합을 시도해 온 프랑스,독일 등의 유럽국가에서도 여전히 이같은 시도는 진행중이다.한국보다 앞서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이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이민사회 초창기에 접어든 한국이 나갈 길을 모색해 본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역 주변에 모인 터키인들이 열광적으로 축구 응원을 하고 있다.이들은 대부분 독일로 이주한 터키 노동자들로 독일에는 270만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코펜하겐(덴마크) 류지영특파원인어공주 동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도심 곳곳에 산재한 술집마다 축구 국가대항전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이날은 터키가 체코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그러자 붉은 색 터키 국기를 온몸에 두른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밤새 노래를 부르며 승리에 도취해 밤을 새웠다.터키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이다.자국의 승리에 기뻐하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 살더라도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덴마크 현지인들의 시선은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누구 하나 이들에게 다가가 “축하한다.”거나 혹은 “시끄럽다.”와 같은 말 한마디조차 건네려 하지 않는다.그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유럽은 지금 ‘불안한 동거’이날 만난 한 덴마크인은 “유럽이 행한 정책 중 가장 큰 실수라고 한다면 이슬람 이민자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들만 아니었어도 유럽은 훨씬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하지만 이날 응원을 나왔던 터키인은 “이슬람 이민자들은 대부분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아무런 준비 없이 넘어 온 이들인데 새 나라의 언어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충돌을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니냐.”며 현지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억울해 했다.
유럽 전체에 산재한 5400만명의 무슬림 인구를 감안할 때 이같은 ‘문명의 충돌’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현재 유럽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해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독교와 이슬람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하는 공통된 뿌리를 가졌지만 되레 그 점이 두 종교간의 대화와 공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서로를 위험한 적으로 생각하며 상대방에 대한 선교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간 갈등 ‘전쟁’으로까지 치달아 덴마크에서 촉발된 유럽 내 기독교와 이슬람 간 갈등은 결국 2006년 한 차례 ‘종교전쟁’을 치르며 홍역을 겪었다.2005년 덴마크 일간지 질란즈-포스텐이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이슬람 성자 마호메트의 만평을 싣고 이듬해 유럽의 여러 신문들이 이 만평들을 인용,게재했다.그러자 덴마크 내 이슬람 이민자들의 항의시위가 시작되면서 결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이슬람권 전역에서 연쇄 폭동이 발생해 50명 이상이 사망했다.당시 이슬람 국가 소재 덴마크 대사관에는 연일 수백~수천 명이 몰려들어 덴마크 국기를 불태웠다.만평을 그린 작가 쿠르트 베스터고르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유럽 사회의 불만도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지난 4월 프랑스 북부 아라스 지역의 전사자 묘지에서는 148기의 무슬림 묘가 집단 훼손되기도 했다.네덜란드의 극우파 정치인 헤르트 빌더스는 반(反)이슬람 영화 ‘피트나’(투쟁이라는 뜻의 이슬람어)를 인터넷에서 상영했고,독일에서는 이슬람 세계의 공분을 자아내던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1988년작)를 연극으로 공연했다.최근에는 덴마크 신문들이 마호메트 만평을 다시 게재해 무슬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올해 3월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서구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반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미 상황이 너무 악화돼 버려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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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보다는 공존 추구하려는 노력 필요 현재 한국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의 0.3% 정도인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최근 고유가로 ‘이슬람 머니’가 유입되고 외국인 노동자도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슬람 인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아직까지 국내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간 갈등은 크지 않지만 이슬람 확산을 우려하는 기독교계의 감정적이고 배타적인 반응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현재 일부 기독교계는 “유럽을 이슬람화하려는 전략을 성공시킨 무슬림들은 이제 아시아를 이슬람화하기 위해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에서 활발한 이슬람의 포교활동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앞으로 유럽이 겪고 있는 문명 간 충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서로를 적대시하기보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독교 선교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이 확산될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배타적인 한국의 기독교계와 충돌해 유럽처럼 사회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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