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도, 조사도 없이… 文대통령 조문의 정치학

의전도, 조사도 없이… 文대통령 조문의 정치학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22-01-09 20:48
수정 2022-01-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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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소방관 합동 영결식 이어
이한열 열사 어머니 빈소 방문
文 “국민 한 사람으로 가는 것”

재계 조문은 비서·정책실장이
현재 국정운영 철학과 맞닿아

문재인 캐리커처
문재인 캐리커처
대통령이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자 정치행위다.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8, 9일 연거푸 직접 조문을 한 일정은 그래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9일 광주 조선대병원에 마련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1987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문 대통령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열사의 모친에게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전날에는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평택 화재 소방관 합동영결식에 참석했다. 이날 새벽 갑작스럽게 결정하면서 조사(弔辭)나 소개 등 일절 의전 없이 행사장 뒷줄에 앉아 마지막 운구 차량이 떠날 때까지 2시간가량 식장을 지켰다. 맨 마지막에 헌화·분향을 했고, 유가족에게 일일이 조의를 표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는 것이니, 별도 의전이나 형식을 갖추려 말라는 말씀과 함께였다”고 밝혔다. 조사 여부를 묻자 문 대통령은 “조사 없이, 그저 순서가 허락하면 헌화와 분향 정도로”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2019년 12월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합동영결식 때처럼 대통령이 순직자 희생을 기리는 조사를 공식적으로 낭독하는 게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족 한 분, 한 분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직접 전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직접 조문은 현재진행형인 국정 과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메시지와 맞물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난·위험에서 안전할 권리(제천 및 밀양 화재 참사) ▲국가를 대신해 국민을 보호하던 중 순직(독도 소방헬기 추락, 평택 화재 소방관) ▲국가시설의 안전 미비 및 부적절한 대응(평택항 산재 이선호씨) ▲병영문화 폐습과 국가가 지켜 주지 못한 죽음(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등이다. 특히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경색되던 2019년 1월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조문은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빈소를 찾은 것이어서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당시 문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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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조문 정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빈소를 찾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현 정부에서는 이건희(삼성), 구본무(LG), 김우중(대우), 신격호(롯데) 등 재계 거물의 조문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정책실장이 대신했다. 김종필 전 총리, 백선엽 장군,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거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처럼 논란이 된 죽음에도 직접 조문을 하지 않았다. 조화만 보내고 비서실장 등이 대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조화는 물론 청와대 차원의 조문도 없었다.
2022-01-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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