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불신의 벽 허무는 ‘첫걸음’…비핵화 로드맵 수립 서둘러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불신의 벽 허무는 ‘첫걸음’…비핵화 로드맵 수립 서둘러야”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6-14 00:04
수정 2018-06-1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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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전문가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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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북·미 교감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
미흡한 비핵화 관련 합의는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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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새모어 하버드 벨퍼센터 사무총장
게리 새모어 하버드 벨퍼센터 사무총장
“핵 폐기·검증 등 결정적 문제 빠져
北, 살라미 전술로 시간 벌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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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
“美 핵우산·주한미군 철수 이슈화
정치적 상황따라 동력 상실 우려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상당수는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70년간 지속된 불신의 벽을 허무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로 신뢰를 쌓아 가며 정전선언-평화협정-국교 정상화로 나아가는 전환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북·미 두 지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교감 관계를 형성했다”면서 “이것이 한반도의 긴장과 충돌 위험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리 새모어 하버드 벨퍼센터 사무총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개인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한국의 평화 체제와 제재 완화 등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의 시작”이라고 평했다.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북·미 간 신뢰 회복의 출발점으로, 공동성명의 정신을 이어 간다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신뢰 회복’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앞섰지만 북한 비핵화 측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새모어 총장은 “이번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의 단계적 로드맵과 검증, 그에 따른 보상 등 결정적인 문제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쇼프 연구원도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 관련) 많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압박이 약화될수록 미국과 국제사회의 레버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핵무기 폐기와 검증 등 신속한 비핵화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모어 총장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로드맵 협상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북·미 간 구체적인 실무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지만 그것이 북한의 비핵화인지, 한반도의 비핵화인지 불분명하고 앞으로 미국의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새모어 총장은 “북·미 간 실무협상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자칫 비핵화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박 교수는 “러시아 스캔들과 오는 11월 중간선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북·미 협상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북·미의 갈 길이 험난하다”고 봤다.

북한 특유의 협상 전략인 ‘살라미 전술’에 대한 경계심도 제기됐다. 살라미 전술은 협상을 여러 단계로 토막 내 각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새모어 총장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빈 약속’인지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하면서 배후에서 기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식의 시간 벌기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쇼프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에 한층 유연해진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의 상황 변화, 즉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이 있을 때만 가능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섣불리 대북 제재를 풀어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6-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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