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4 광고캠페인 만든 ‘디아 덕후’들

디아블로4 광고캠페인 만든 ‘디아 덕후’들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23-06-11 10:00
업데이트 2023-06-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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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디아 찐팬’들로 팀 꾸려 경쟁 입찰
지옥=지하에 착안해 역사 내 유휴공간 찾아
‘피바다 분위기’ 작업 중 곳곳 “피가 모자라요”
“용감한 광고주 덕에 흔치 않은 경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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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왼쪽) 제일기획 제작본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이경호 비즈니스 17팀 프로가 11일까지 5호선 영등포시장역 지하에서 운영된 블리자드 ‘디아블로4’ 체험관 ‘헬스테이션’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민(왼쪽) 제일기획 제작본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이경호 비즈니스 17팀 프로가 11일까지 5호선 영등포시장역 지하에서 운영된 블리자드 ‘디아블로4’ 체험관 ‘헬스테이션’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구청역 지하 깊은 곳 숨겨진 공간에서 악마를 소환하는 피투성이 의식이 열렸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다행히 실제 상황이 아닌 블리자드의 신작 게임 ‘디아블로4’의 오프라인 체험관 ‘헬스테이션’ 얘기다. 서울 도심에 충격적인 공포의 장소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 나갔고, 1990년대에 디아블로를 접한 ‘찐팬’이 아닌 젊은 층의 관심까지 끌어 모았다.

지난 11일까지 운영한 체험관을 비롯, 디아블로4 전체 광고 캠페인은 제일기획이 담당한다. 올초 치열한 경쟁 입찰 끝에 블리자드의 선택을 받았다. 제일기획은 이 캠페인을 맡기 위해 디아블로 경험자들로 팀을 짰다. 지난 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한 김종민 제작본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와 이경호 비즈니스 17팀 프로 역시 ‘디아블로2’부터 플레이해 온 팬들이다. 심지어 제일기획 협력사 BMT의 유성근PD(부사장)는 ‘디아 덕후’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프로는 “그러다 보니 제일기획이 ‘오케이’한 작업도 협력사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다시 작업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마니아들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체험관은 게임 속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체험 후반부에 등장하는 게임 최종 보스 ‘릴리트’의 조각상은 예술 작품에 가까웠다. 김 CD는 “릴리트의 머리의 복잡한 형태를 도저히 조각으로는 재현할 수가 없어, 두상만 3D 프린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필 지하철역 유휴 공간에서 현장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데는 광고주인 블리자드 코리아의 욕심이 많이 작용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4가 30~40대 남성 위주로 형성돼 있는 팬층을 넘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20~30대를 끌어들이길 원했다. 이 프로는 “광고주가 기존 게임 캠페인처럼 영상이나 웹 페이지 배너 위주 광고를 원하지 않았다”며 “화제성 있고, 임팩트가 강한 ‘에픽(장엄, 장대한)’ 캠페인을 원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와 제일기획은 디아블로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체험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그래서 디아블로의 ‘지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김 CD는 “‘지옥’ 하면 ‘지하’가 떠올라, 지하철 역을 생각하게 됐다”며 “검색을 하다 보니, 많은 지하철 역이 유휴 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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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왼쪽) 제일기획 제작본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이경호 비즈니스 17팀 프로가 11일까지 5호선 영등포시장역 지하에서 운영된 블리자드 ‘디아블로4’ 체험관 ‘헬스테이션’에 설치한 괴기스러운 소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민(왼쪽) 제일기획 제작본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이경호 비즈니스 17팀 프로가 11일까지 5호선 영등포시장역 지하에서 운영된 블리자드 ‘디아블로4’ 체험관 ‘헬스테이션’에 설치한 괴기스러운 소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공간에 체험관을 만드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이 프로는 “계약은 문제 없었는데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안전을 많이 걱정했다”며 “소화기를 비롯한 방화 용품은 당연히 구비했고, 행사장에 설치한 대부분 조형물에 방염 처리까지 했다”고 말했다. 사용하지 않던 공간이라 갖춰져 있지 않던 전기 시설, 공조 장치 등을 구축하는 일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체험관 준비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묻자 이 프로는 “체험관 곳곳의 선혈이 낭자한 분위기를 연출하다 보니 작업 중에 여기저기서 ‘피가 모자라’ ‘피 좀 줘’라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말했다. 절단된 신체를 묘사한 소품이 많았는데, 이에 관해서도 이 프로는 “온전한 실제 인체 사이즈 모형을 제작해 자르고 가르는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대행사 예술팀 인원들이 너무 괴기스러운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캠페인은 이미 성공을 거뒀다. 디아블로4는 역대 자사 게임 사전구매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이 프로는 “현장에 며칠 상주했는데 20대 후반~3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많이 오더라”고 말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든 체험관 관련 콘텐츠 5개는 조회수가 184만을 넘었다. 안전 관리 문제로 소수 예약제로 운영, 회당 정원이 7~12명에 불과했는데 신청자는 5월에만 2만 4000명이 몰렸다.

이번 디아블로4 광고 캠페인은 두 사람 각자에게도 커다란 경험이 됐다. 김 CD는 “단일 게임을 이렇게 전방위적인 통합 캠페인으로 광고할 기회는 정말 흔치 않다”며 “한번 뿐인 디아블로4 캠페인을 직접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프로는 “업계에 ‘용감한 광고주가 용감한 캠페인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에겐 이번 캠페인이 딱 그런 용감한 캠페인이었다”고 말했다.
■김종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978년생(만45세)

-2006년 광고업계 입문(아트디렉터 직군)

-2013년 제일기획 경력 입사

-이마트 Light Saver(2021 대한민국 광고대상 수상), WWF KOREA 치어럽(2020 대한민국 광고대상 수상)

■이경호 프로(AE, 광고기획자)

-1990년생(만33세)

-2018년 제일기획 신입 입사(AE직군)

-디아블로4, 신한금융지주, 맘스터치 등 광고주 프로젝트 참여
글·사진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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