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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곤봉 구타… 美 ‘경찰 흑인 살인 폭행’에 뉴욕 대규모 시위

무차별 곤봉 구타… 美 ‘경찰 흑인 살인 폭행’에 뉴욕 대규모 시위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3-01-29 18:51
업데이트 2023-01-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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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스 폭행 장면 공개… 분노 확산
“흑인 살해 멈춰라” “폭력 끝내자”
경찰 폭행·순찰차 파손 3명 검거
난폭운전을 이유로 체포했다지만
경찰 당국은 “그런 증거는 없었다”
가해 경찰 모두 흑인… 5명 해고
“2급 살인·가중폭행 혐의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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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5명의 흑인 경찰에게 몰매를 맞은 20대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가 경찰차에 기대 앉아 있다. 멤피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5명의 흑인 경찰에게 몰매를 맞은 20대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가 경찰차에 기대 앉아 있다.
멤피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당국이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관들의 폭행 장면을 공개한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격화됐다. 2020년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시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당국이 공개한 약 67분 분량의 보디캠 영상에서 경찰들은 지난 7일 오후 8시 24분쯤 난폭운전으로 정지 지시를 받은 니컬스의 차량을 도로가에 세웠다. 한 경관이 운전석 문을 열고는 니컬스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자 니컬스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경찰관들과 바닥에서 일어서려던 니컬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경찰관이 통증과 눈물을 유발하는 최루액(페퍼스프레이)을 뿌리자 니컬스는 “엄마”라고 울부짖었다. 경찰들은 니컬스를 곤봉과 주먹, 발로 무차별 때렸다. 희귀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던 니컬스는 사흘 뒤인 10일 신부전 및 심장마비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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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피스 경찰당국이 니컬스를 숨지게 한 경찰의 집단 폭행 장면이 담긴 보디캠 영상을 27일 공개한 이튿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시민들이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가두 행진을 벌이는 등 미 전역에서 들불처럼 시위가 번졌다. 애틀랜타 AFP 연합뉴스
멤피스 경찰당국이 니컬스를 숨지게 한 경찰의 집단 폭행 장면이 담긴 보디캠 영상을 27일 공개한 이튿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시민들이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가두 행진을 벌이는 등 미 전역에서 들불처럼 시위가 번졌다.
애틀랜타 AFP 연합뉴스
폭행을 가한 5명의 경찰은 니컬스의 난폭운전이 체포 이유라고 했지만 경찰당국은 “(난폭운전)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5명은 모두 흑인으로 전원 해고됐고, 대배심은 전날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결정했다.

니컬스의 어머니 로번 웰스는 CNN 인터뷰에서 “아들은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는 수박만큼 부어올랐고, 목은 부러져 있었고, 코는 ‘S’자로 휘었다. 살아남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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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스 구타 사건
니컬스 구타 사건
니컬스 사후 참혹한 경찰의 집단 폭행 장면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시위에서는 경찰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순찰차 앞 유리를 부순 3명이 체포됐다. 시민들은 ‘흑인 살해를 멈춰라’(Stop Killing Black People), ‘폭력을 끝내자’(End the Violence) 등의 팻말을 들었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사건 발생지인 멤피스에선 시위대 때문에 인근 고속도로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캘리포니아주 LA와 새크라멘토·샌프란시스코, 텍사스주 댈러스, 조지아주 애틀랜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워싱턴주 시애틀, 워싱턴DC 등으로 번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니컬스의 죽음을 불러온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며 “검은색이나 갈색 피부를 가진 미국인들이 매일같이 겪는 공포와 고통, 상처와 피로감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니컬스의 모친 등과 통화하고 애도를 표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다만 2020년 5월 플로이드가 경찰에 제압당할 때 “숨을 쉴 수 없다”며 살려 달라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난 바 있다.

5명의 경찰은 모두 흑인인 데 대해 시민단체 BLM은 성명에서 “반흑인 체제에 동화되는 것은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가장 위험한 무기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2023-01-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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