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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계획부터 운전까지 22년, ‘간판 K원전’ 신한울 1호기 달랐다

[르포] 계획부터 운전까지 22년, ‘간판 K원전’ 신한울 1호기 달랐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12-09 01:03
업데이트 2022-12-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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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신한울 1·2호기 가 보니

1호기, 경북도 연간 전력량 23% 생산 
‘63빌딩의 13배’ 철근, 촘촘히 배치
비상발전기 등 안전 설비 다중화

文정부서 안전성 이유 상업운전 5년 보류
7일 전력 생산 시작…겨울 전력수요 역할 톡톡
황주호 “안전 최우선…해외 수출 지원할 것”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홍승구(왼쪽 앞줄 두 번째)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이 5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1호기 모형을 가리키며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홍승구(왼쪽 앞줄 두 번째)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이 5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1호기 모형을 가리키며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어제(4일)부로 성능시험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에 상업운전을 신청했습니다. 한울 1~6호기에 더해 신한울 원전 1호기가 가동되면 1년치 경북도 전력소요량의 100%를, 내년 9월 신한울 원전 2호기까지 가동되면 120%를 생산하게 됩니다.”

세종시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지난 5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만난 홍승구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푸른 울진 앞바다를 배경으로 위용을 드러낸 신한울 1호기의 상업운전을 앞두고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5년 전 가동했어야, 위험하면
4000명 직원들 여기 살겠나”

자그마치 22년이 걸렸다. 2000년 1월 장기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된 신한울 1호기는 2010년 4월 착공해 1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 운전을 본격 시작했다. 당초 2017년 4월 상업운전 예정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속에 안전성 등을 이유로 지연됐었다. 발전소 관계자는 “5년 전에 가동했어야 한다. 위험하면 4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여기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의 27번째 원전 신한울 1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 등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의 선두주자다. 폴란드, 체코 등으로의 원전 수출도 노린다. 핵심 설비인 원자로냉각재펌프(RCP)와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을 처음으로 국산화해 기술 자립을 이뤄내 한국의 원전 기술과 원전 건설 능력을 세계적으로 알린 제3세대 신형원자로형(APR1400)이다. 

유럽사업자요건(EUR),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 양대 인증 심사도 미국 외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취득하며 원전 안전성을 인정 받았다. APR1400은 100만㎾급 기존 원전보다 40%나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설계수명도 20년이 늘어난 60년으로 개선됐다. 진도 7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다.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철조망이 사방으로 둘러친 발전소 내부로 들어가려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저장매체를 모두 반납하고 깐깐한 신분 확인과 안전모 등 장비 착용까지 마쳐야 한다.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의 주제어실(MCR) 모습. 디지털 제어반을 통해 온도, 압력 등 실시간으로 원전 상태를 볼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의 주제어실(MCR) 모습. 디지털 제어반을 통해 온도, 압력 등 실시간으로 원전 상태를 볼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시운전 중 출력 100% 상태”
주제어실 문제시 백업설비 다중화

반구 형태의 돔은 아파트 24층 높이로 신한울 1·2호기가 나란히 섰다. 미세한 균열을 육안으로 관찰하기 위해 보기 좋은 색으로 칠하지 않아 잿빛의 거친 콘크리트 외벽이 그대로 보였다. 홍 실장은 “1.2m 두께의 돔 콘크리트 안에는 가로 165개, 세로 200개의 쇠줄이 원형 복구와 압력에 버티기 위해 촘촘하게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1·2호기 건설에 소요된 철근은 10만 3000t, 서울 63빌딩 소요량의 13배에 달한다.

보조건물 4층에 위치한 ‘원전의 두뇌’라 불리는 주제어실(MCR)에는 유리 너머로 6명의 직원이 24시간 3교대로 디지털 제어가 가능한 대형 모니터를 확인하며 근무 중이었다. 계기판에는 초당 1490㎿의 전력생산량이 찍혔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등이 켜져 있었다.

홍 실장은 “열흘 전부터 시운전 중인데 지금 출력이 100% 상태”라면서 “디지털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 아날로그 방식의 수동 제어가 가능한 백업 시스템이 있고 주제어실 화재 등으로 상주를 못할 경우 아래층에 원격조종이 가능한 원격정지제어반이 따로 있다”고 다중 설계를 설명했다.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의 터빈발전기 모습. 터빈이 분당 1800회 회전하며 전력을 생산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의 터빈발전기 모습. 터빈이 분당 1800회 회전하며 전력을 생산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터빈 분당 1800회 속도로 회전

원자로에서 데워진 물이 증기발생기에서 증기로 생성돼 터빈 날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실은 웅웅 대며 터빈이 분당 1800회의 빠른 속도로 돌아 기계음이 굉장했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신태백 변전소, 신가평 변전소를 거쳐 서울 등 수도권에서 많이 쓰이게 된다. 

전기에 사용된 연료를 보관하는 대형수조인 사용후연료저장조에는 까만 물처럼 보이는 붕산수가 가득 차 있었다. 붕산수는 연료를 냉각시키고 방사선 차폐제 역할을 해준다. 20년간 보관 가능하고 6년 뒤부터는 건식 저장이 가능하다.

내부에는 연료봉을 압축해놓은 모형이 있었는데 벽면에 ‘제어가능한 에너지, 원자력’이라는 문구가 나붙었다. 1개의 연료봉에는 원전 연료인 우라늄을 농축해놓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펠렛이 387개가 들어간다. 이 연료봉 236개가 모이면 1개의 다발이 되고 원자로에 들어가면 4년 6개월간 사용된다. 펠렛 하나로 4인 가구가 6개월간 쓸 수 있는 전기(1800㎾h)가 생산된다.

홍 실장은 “우라늄을 3~5% 농축하면 생활에 쓰이는 에너지가 되지만 95~99%를 농축하면 원자 폭탄이 된다”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원전 이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기에 사용된 연료를 보관하는 대형수조인 신한울 1호기의 사용후연료저장조에는 연료를 냉각시키고 방사선 차폐제 역할을 해주는 붕산수가 가득 차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전기에 사용된 연료를 보관하는 대형수조인 신한울 1호기의 사용후연료저장조에는 연료를 냉각시키고 방사선 차폐제 역할을 해주는 붕산수가 가득 차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한울 2호기의 사용후 연료저장조 비상주입구.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신한울 2호기의 사용후 연료저장조 비상주입구.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신한울 2호기 원자로건물 살수계통 비상주입구.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신한울 2호기 원자로건물 살수계통 비상주입구.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원자로냉각재펌프 한 호기당 4대씩
천장에 수소자동제거기 30대 설치 

공정률 99%인 신한울 2호기도 막바지 시험이 한창이었다. 연료를 넣기 전이라 돔 안쪽인 원자로 건물 내부도 볼 수 있었다.

원자로는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사이에 있었는데 내년초 운영심사 결과가 나오면 연료봉이 주입된다고 했다. 연료봉이 장전되면 현재는 비어있는 수조에 방사선 차폐를 위해 물이 채워지고 방사성 지역으로 분류돼 보호장비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 

돔 천장에는 살수 장치와 함께 가연성 기체인 수소를 자동 제거하는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30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PAR는 백금 촉매제를 사용한다. 신기종 신한울제1건설소장은 PAR 안전성 논란과 관련, “기술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울 1·2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안전이 대폭 보완됐다.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내부로 비상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 온도가 올라가 녹아내리고 수소가스가 대량 생성돼 폭발했는데 신한울 1·2호기는 대량 냉각수 상실에 대비한 비상냉각펌프가 설치돼 있다.

또 정상 운전 중에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혀주기 위해 냉각재를 순환시켜주는 설비인 원자로냉각재펌프가 한 호기당 4대씩 들어가 있다.
신한울 2호기 비상디젤발전기.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신한울 2호기 비상디젤발전기.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또 외부 전기공급이 끊길 때를 대비해 비상디젤발전기와 대체교류발전기도 갖췄다. 신 소장은 “비상시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대체교류발전기가 투입되도록 안전설비를 다중화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1기를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 수많은 크고작은 최첨단 장비들이 수십 년 간 축적돼온 과학적 설계 아래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구성돼 돌아가고 있었다. 

“고리 2·3·4호기 계속운전도 신청”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신한울 1호기는 연간 약 1만Gwh, 경북 연간 전력소비량의 약 23%를 생산한다. 올 겨울 안정적 전력수급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완공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전기생산을 더 빨리 해 국가적 기여를 많이 했을 텐데 아쉽다. 고리 2·3·4호기 계속 운전도 신청했다. 신한울 1호기는 해외수출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해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있는 신한울 1호기 전경. 2000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된 뒤 22년 만인 이달 7일 상업운전을 본격 가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울진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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