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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상하이 PCR 없이 통행… ‘애도가 習 퇴진 시위 될라’ 선제 조치

베이징·상하이 PCR 없이 통행… ‘애도가 習 퇴진 시위 될라’ 선제 조치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2-12-04 22:12
업데이트 2022-12-0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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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시위로 中 ‘위드코로나’ 가속

내일 장쩌민 장례식 전후 예의주시
10개市 검사 없이 대중교통 허용
주요 도시들 주민 전수검사 포기
자가 격리로… 감염자수 6일째↓
美의회 “폭력 진압 땐 관계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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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시내에 설치됐던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소가 지난 2일 밤 철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처
중국 베이징 시내에 설치됐던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소가 지난 2일 밤 철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처
지난 3일 ‘베이징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유명 후퉁(胡同·전통골목) 난뤄구샹(南鼓巷).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인파가 몰리는 이곳 번화가에서 전날까지 모든 방문객을 줄세워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했던 보안요원들은 오가는 이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10개 사찰이 있는 호수로 인기가 많은 관광지 스차하이(什刹海)에서도 관람객에게 ‘젠캉바오’(개인 건강 QR코드) 데이터를 요청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베이징 도심을 운행하는 노선 버스의 승무원도 승객들의 핵산 검사 결과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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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베이징의 유명 후퉁(전통골목)인 난뤄구샹 입구에서 주민들이 핵산 검사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지난 3일 베이징의 유명 후퉁(전통골목)인 난뤄구샹 입구에서 주민들이 핵산 검사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베이징시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한 지 이틀 뒤인 지난 2일 코로나19 방역 긴급 완화 조치를 내놨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승객은 더이상 PCR 검사 증명서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PCR 검사 결과 없이도 지역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4일 청두, 톈진, 다롄, 선전 등 최소 10개 도시에서 대중교통 이용 시 필요했던 PCR 검사 음성 결과 제시 의무가 폐지됐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시도 5일부터 PCR 음성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감염자 격리도 시설 격리가 아닌 자가 격리로 대체됐고 밀접 접촉자에 대한 자가 격리 기간도 최소화하라는 지침이 지역별로 하달됐다. 지난달 24일부터 전국을 휩쓴 ‘백지(白紙)시위’로 상징되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주민 분노를 낮추려는 포석이다.

5일부터 공식 시행되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이날부터 기존 고강도 방역 정책이 무장해제됐다. 스차하이에서 만난 왕모(56)씨는 “주민들 사이에 ‘장쩌민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불만이 장 전 주석에 대한 향수로 표출되는 분위기에서 중국 지도부가 ‘그의 장례식(6일)을 전후해 시 주석 퇴진 시위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해 선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가 제로코로나 출구전략을 예상보다 빠르게 가동했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주민 전수검사’를 포기한 것이다. 이전엔 1∼3일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지 않으면 동네 편의점조차 이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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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역요원의 등에 중국어로 ‘이제 (고강도 방역 조치는) 다 끝났다’라고 쓰인 사진이 웨이보 등에 퍼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처
중국 방역요원의 등에 중국어로 ‘이제 (고강도 방역 조치는) 다 끝났다’라고 쓰인 사진이 웨이보 등에 퍼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처
시 주석은 지난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의 회담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덜 치명적이어서 봉쇄 규정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방역 담당 쑨춘란 부총리의 보도문에는 중국이 자랑해 온 ‘다이내믹 제로코로나’ 표현이 빠졌고 쑨 부총리와 관영 매체 보도에서 잇달아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성이 낮다는 언급이 공개됐다. 중국 방역당국에 따르면 31개 성·시·자치구의 3일 신규 감염자 수는 유증상 4168명, 무증상 2만 7433명 등 3만889명(무증상→유증상 재분류 712명 제외)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 감염자를 기록한 지난달 27일(3만 8808명) 이후 6일 연속 감소한 것이다.

한편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상원 의원 42명은 지난 1일 친강 주미중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1989년 중국 공산당은 베이징 톈안먼에서 중국 학생 수백명을 죽였다”며 “우리는 공산당이 그저 더 많은 자유를 원해 평화롭게 시위하는 중국인들을 또 폭력적으로 진압하지 않기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중 관계를 훼손하는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2022-12-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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