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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질문이 사라진 사회/최여경 문화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질문이 사라진 사회/최여경 문화체육부장

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입력 2022-11-30 20:34
업데이트 2022-12-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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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지 않는 학교, 묻지 않는 언론
물음에 반문으로 대응하는 약식회견
질문과 대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최여경 문화체육부장
최여경 문화체육부장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이자 리오넬 메시가 뛰는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53위)에 패했고, 2위 벨기에는 22위 모로코에 2점을 내주며 졌다. 네 번이나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은 독일은 일본에 분패했다. 그야말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스포츠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다양한 이슈가 눈길을 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항하는 이란 축구대표팀의 용기 있는 행동이나 개최국의 인권탄압에 저항하는 무지개 완장 불허 논란 등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이란-웨일스 경기를 앞두고 작은 소동이 일었다. 영국 BBC 페르시아의 사이마 카릴 기자가 이란 선수에게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자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잉글랜드 감독에게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해 물은 적이 있느냐”고 되물으면서 분위기가 다소 격앙됐다. 앞서 ‘이란 정권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서방 언론에 불공평함을 느끼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취재진은 질문할 권리가 있다”고 했던 모습과 사뭇 달라졌다. 어떤 압박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또 어떤 대답을 받아 낼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든 장면이다. 민감한 내용에 대해 정공법으로 묻게 되면 대답을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 화제를 돌려, 예컨대 이란 반정부 시위를 홍콩이나 중국의 반정부 시위로 바꾸는 식으로 포장해서 엇비슷한 대답을 받아 내고 뉘앙스를 해석해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대답이 적확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따를 거란 점이다. 또는 아예 질문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쉽고 편하다. 하지만 더는 변화가 없을 거라는 걸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방법이 우리 사회 전반에 흐르는 게 아닐까 싶다.

초등학생 때는 “질문을 많이 해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끝없는 궁금증을 가지라 요구하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질문이 사라진다. 손을 들고 질문하는 행위로 시선이 집중되는 게 부담스럽고, 행여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들의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든다.

질문하는 행위가 기본값인 기자들 역시 질문에 소극적이다. 그 모습을 가장 선명하면서도 부끄럽게 보여 준 건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의 폐막 기자회견장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겠다”면서 질문을 기다렸다. 한참 침묵이 흐르자 그는 영어 통역이 있다고도 했다. 끝내 한국 기자의 질문은 없었고, 중국 CCTV 기자가 ‘아시아 대표’를 자처하며 질문했다.

10여년이 흘러 또 다른 유형의 일이 벌어진다. 소통하는 자리로 만든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다. “출근 때 계속 질문해도 되는 건가”라고 기자들이 묻자 윤석열 대통령은 “해 달라”고 하더니 며칠 뒤 대통령실 비서관 문제에 대해 대답은커녕 “다른 질문 없느냐”고 회피했다. 검찰 출신 기용, 장관 인사 난맥상을 물으면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나”, “전 정권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고 대답 없이 되묻기만 한다. 최대 9개까지 나왔던 하루 질문 수가 점점 줄어 1~2개 수준이 됐다. 그리고는 약식회견 자체가 사라졌다.

질문은 제대로 확인하고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마냥 유쾌할 수도 없고, 때론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질문하고 대답해야 한다. 의문을 갖고 물어보고, 대답을 찾고 바로잡아 가는 상호작용으로, 과학이 발전하고 사회가 성장하지 않았나. 껄끄러운 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지성의 역할이다. 우리 사회에 그 지성이 작동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 본다.
최여경 문화체육부장
2022-12-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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