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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차 막고 춤춘 사람들… 클럽 전광판엔 ‘압사 ㄴㄴ, 즐겁게 놀자’

응급차 막고 춤춘 사람들… 클럽 전광판엔 ‘압사 ㄴㄴ, 즐겁게 놀자’

김정화, 김주연 기자
입력 2022-10-30 22:00
업데이트 2022-10-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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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도배된 철없는 순간들

떼창·떼춤 영상 20만명 넘게 시청
“술 취해서” “몰라서” 의견은 분분

사고난 골목 술집 대처방식 논란
“살려고 난간에 매달리니 쫓아내”
직원들끼리 “싹 다 막아” 무전도
소방차 인증샷 찍는 사람들
소방차 인증샷 찍는 사람들 참사 현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거나 피해자를 찍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를 보고 노래를 부르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
SNS 캡처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를 담은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속속 게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긴급 상황에서 출동한 구조 인력이 어마어마한 인파 때문에 사고 현장에 가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일부 시민들이 응급차를 막아서는 장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핼러윈 축제의 하나로 착각한 시민들의 의도치 않은 행동일 수도 있다고 봤다.

30일 SNS에는 이태원 압사 현장 근처에서 큰소리로 음악을 튼 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은 13시간 만에 20만명 넘게 봤고,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의 댓글이 이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어서 구조하고 있는데, 잔뜩 흥이 오른 사람들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응급차를 막아섰다”고 전했다. 다른 시민은 “경찰, 소방대원이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길을 비켜 달라’, ‘실제 상황’이라고 안내 방송을 했는데도 사람들이 술에 취해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고 당시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응급 상황인 걸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는 증언도 나온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시민은 “당시 워낙 정신이 없어 응급차를 보고도 그냥 작은 사고인 줄 알았다는 사람이 많았다”며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핼러윈 복장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인파가 몰리자 “뒤로, 뒤로”라고 외쳤는데, “밀어, 밀어”로 잘못 들은 사람들이 더 거세게 밀어붙여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생사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 수십분간 이어진 만큼 좁은 골목에 즐비한 식당과 가게 관계자들의 대처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호주 국적 남성은 “골목에 클럽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죽는다, 우리를 들여 보내 달라’고 소리쳤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 아무도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는 사고 현장 바로 옆에 있던 한 술집을 저격한 고발성 글도 잇따랐다. 관련 글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지인이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해당 술집 테라스 난간으로 올라갔다. 성인 남성 키보다 높은 난간이었는데도 목숨을 구하려고 그랬다”고 했다. 하지만 이 술집 직원들이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팔찌 등이 없다, 영업에 방해되니 내려가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글 작성자는 “직원들이 욕을 하며 무전기로 ‘올라오는 놈들 싹 다 막아, 던져 버려서라도 내려보내라고’ 등의 발언을 했다”며 “살고자 올라왔던 지인과 다른 생존자를 다시 그 아비규환으로 내보냈다”고 항변했다. 또 다른 클럽에서는 전광판에 ‘압사 ㄴㄴ(아니다), 즐겁게 놀자’는 문구를 띄워 비난받기도 했다.
김정화 기자
김주연 기자
2022-10-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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