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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끌려 나갔나’ 후진타오 퇴장 두고 ‘꼬꼬무’ 미스테리

‘정말 끌려 나갔나’ 후진타오 퇴장 두고 ‘꼬꼬무’ 미스테리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2-10-25 18:21
업데이트 2022-10-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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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수행원에 뭔가 지시하자 ‘후 퇴장’
코로나19 감염, 숙청 등 여러 설 난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수행원에게 후진타오 전 주석을 부축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스페인 ABC 캡처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수행원에게 후진타오 전 주석을 부축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스페인 ABC 캡처
후진타오(80) 전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퇴장한 것을 두고 다양한 설이 제기된다. 초기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반기를 들고자 스스로 나갔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 주석이 의도적으로 그를 쫒아냈다’는 보도가 주를 이룬다.

24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지 ABC는 지난 22일 후 전 주석이 자리에서 일어난 영상보다 앞선 시점에서 촬영한 사진 14장을 공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후 전 주석 왼쪽에 시 주석이, 오른쪽에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임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후 전 주석이 책상 위에 놓인 빨간색 서류 파일을 열어 보려고 하자 리 위원장이 후 전 주석의 팔목을 잡으며 해당 파일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후 전 수석은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리 위원장이 후 전 주석에게 뭔가 말을 건네자 그는 굳은 표정을 지었고, 이를 지켜본 시 주석이 어딘가 눈짓을 보내자 당 중앙판공청 쿵사오쉰 부주임이 다가왔다. 곧바로 수행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후 전 주석 뒤로 왔다.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이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성의 부축을 받고 나가다 시 주석의 등에 손을 대며 말을 걸고 있다. 베이징 AP 뉴시스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이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성의 부축을 받고 나가다 시 주석의 등에 손을 대며 말을 걸고 있다. 베이징 AP 뉴시스
CBS방송은 후 전 주석이 “앞 줄에서 떠나는 것을 주저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반중 매체로 분류되는 대만 자유시보도 “후 전 주석이 차기 공산당 인사 명단이 적힌 서류를 보려다가 끌려 나갔다”고 타전했다.

이후 시점은 22일 AFP통신 등 다수 매체가 소개해 잘 알려졌다. 수행원은 후 전 주석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저항했다. 시 주석 앞에 놓인 서류에도 손을 뻗었지만 시 주석은 서류를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결국 후 전 주석은 수행원에 이끌려 자리를 떴다. 그는 나가면서 시 주석에 몇 마디 말을 던졌고 옆에 앉은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어깨도 두드렸다.

포린폴리시는 이를 종합해 시 주석의 의도적인 무대 연출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 세계 매체 앞에서 당내에서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을 “효과적으로 숙청했다”는 것이다. BBC방송도 “공산당 당장(黨章·당 헌법) 개정에서 후 전 주석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추측하며 “후진타오 시대의 개혁개방이 (시진핑 시대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장쩌민(96) 전 주석은 당대회 개·폐막식에 불참한 데 이어 후 전 주석도 폐막식 도중 취재 기자들이 등장하자 갑자기 자리를 떴다. 후 전 주석은 중국 정치계 3대 파벌(태자당·공청단·상하이방) 가운데 하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대표한다. 장 전 주석도 시 주석의 ‘정적’인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의 대부다. 이에 ‘(이들이) 시 주석의 일방통행식 인사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22일 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당 중앙판공청 쿵사오쉰 부주임(왼쪽에서 두번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페인 ABC 캡처
지난 22일 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당 중앙판공청 쿵사오쉰 부주임(왼쪽에서 두번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페인 ABC 캡처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후 전 주석이 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끌려 나갔다’, ‘후 전 주석이 시 주석 앞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까봐 조치됐다’, ‘시 주석이 외신 앞에서 일부러 후 전 주석을 내쳐 ‘숙청’을 상징화했다’ 등 다양한 해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다만 개·폐막식 현장에 참석한 이들의 의견을 취합하면 후 전 주석이 건강 문제로 나갔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그가 2013년 국가주석에 물러난 뒤로 늘 수척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 16일 당대회 개막식 때도 수행원의 부축을 받고 입장했다. 그가 당대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을 우려했다면 당국이 아예 개폐막식에 오지 못하게 막았을 가능성이 크다. 공산당은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당이 합의해 내놓은 결정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지하라’는 민주집중제를 원칙으로 한다. 후 전 주석도 평생 이를 지키며 살았기에 시 주석의 1인 통치가 못마땅해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후 전 주석이 건강 문제로 회의장 옆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고만 전했다. 관영매체들은 후 주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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