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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이어 내무장관 사퇴… ‘좀비 총리’ 트러스, 英내각 통제력 잃어

재무 이어 내무장관 사퇴… ‘좀비 총리’ 트러스, 英내각 통제력 잃어

윤연정 기자
입력 2022-10-20 22:40
업데이트 2022-10-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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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최단명 총리 불명예 사임

“선거 공약 지킬 수 없어 물러나
후임 결정 때까지 총리직 수행”
친정 보수당에서도 사퇴 압박

20일(현지시간)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의 전격 사임은 예상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규모 감세안에 대한 금융시장 대혼란으로 ‘좀비 총리’로 불릴 만큼 지도력이 훼손된 데다 최측근인 재무장관과 내무장관이 줄줄이 퇴진하며 ‘친정’ 보수당 내에서 사퇴 요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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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로써 트러스 총리는 임명 44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300년 역사의 영국 내각책임제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런던 EPA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로써 트러스 총리는 임명 44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300년 역사의 영국 내각책임제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런던 EPA 연합뉴스
트러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며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어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일단 트러스 총리는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선거는 다음주에 끝나며, 이번에는 보수당 의원들만 투표하고 전체 당원 투표는 하지 않는다.

지난달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직전 기록은 19세기 초반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총리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보수당 평의원들의 모임인 ‘1922 위원회’의 의장 그레이엄 브레디 등 보수당 등의 지도급 인사들을 만난 뒤 사임 성명을 발표했다. 1922 위원회는 당 대표의 신임을 물을 수 있는 평의원들의 모임으로, 트러스의 감세안이 영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자 지속적으로 트러스 사임을 요구해 왔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의 상징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추앙하며 ‘철의 여인’을 꿈꿨다. 지난달 23일에는 450억 파운드(약 72조원)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는 등 ‘트러소노믹스’를 이어 갔으나 이에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의 기조와 상충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러소노믹스’는 집권 40여일 만에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유턴’ 행보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경질된 쿼지 콰텡 재무장관에 이어 임명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발표됐던 거의 모든 세금조치를 되돌릴 것”이라며 ‘트러소노믹스’를 대부분 되돌렸다. 지난 14일 콰텡 전 재무장관이 경질되고, 19일에는 최측근이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취임 43일 만에 사임해 트러스 총리는 정치적 동력을 더욱 잃었다.

가디언 등 현지 주요 언론에서 트러스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보수당 내 반대 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트러스는 20일 자진 사퇴하게 됐다.
윤연정 기자
2022-10-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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