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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중대한 인권침해”… 선감학원, 40년 만에 첫 피해 인정

“공권력의 중대한 인권침해”… 선감학원, 40년 만에 첫 피해 인정

곽소영 기자
곽소영, 김중래 기자
입력 2022-10-20 21:58
업데이트 2022-10-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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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정부에 사과 권고

“인간의 존엄과 자유, 기본권 침해”
형제복지원 등 다중 피해자도 8명
경기도, 피해자·유가족 지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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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매장 추정지서 발견된 어린이 치아·유품
유해 매장 추정지서 발견된 어린이 치아·유품 20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진행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공식 사과 권고와 지원 대책을 듣고 있다. 이날 회견장에는 피해자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발견된 어린이들의 치아와 유품들이 놓여 있었다.
뉴시스
아동과 청소년을 구금해 강제노역, 학대 등을 일삼았던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국가 차원의 첫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82년 선감학원이 폐쇄된 지 40년이 흘러 피해자 대부분 고령이 된 지금에서야 나온 뒤늦은 결론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라며 “인간의 존엄과 신체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했던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경찰, 경기도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추가로 밝혀낸 5명을 포함해 총 29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다며 부랑아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선감학원 단속·수용·운영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 총체적 삶의 피해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선감학원은 1942년 경기도가 경기 안산 선감도를 매입해 개원한 부랑아 수용시설이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 진술을 바탕으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유해매장 추정지에서 시굴을 진행한 결과 5구의 유해를 발견하고 치아 70개와 단추 6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800명이 넘는 탈출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사망자의 규모는 더 클 것이라며 추가 유해 발굴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13명은 백발이 성성한 채로 눈물을 글썽이며 과거를 회상했다. 피해자 오광석(52)씨는 여전히 40여년 전 썰물이 빠진 갯벌에 도망치다 익사한 아동의 두 다리가 꽂혀 있던 광경을 기억한다고 했다. 1976년 기차에서 잠이 들었다가 선감학원에 입소한 오씨는 이유 없이 학대를 당한 경험 탓에 불쑥불쑥 치미는 울화와 무력감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오씨는 “곡괭이 자루를 끼운 채로 무릎을 꿇게 하고 발로 허벅지를 짓누르거나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넣고 꼬아 살이 찢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선감학원에서 나온 뒤 형제복지원, 삼청교육대 등에 강제 수용되는 등 두 차례 이상 인권유린 시설에 갇혔던 ‘다중 피해자’도 최소 8명인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지사는 “심각한 국가 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 회복을 약속했다.
곽소영 기자
김중래 기자
2022-10-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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