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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짓” 12살 소녀 성폭행·고문 살해…佛 이민 논쟁 점화

“불법체류자 짓” 12살 소녀 성폭행·고문 살해…佛 이민 논쟁 점화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2-10-19 10:10
업데이트 2022-10-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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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9구의 한 아파트 단지 뜰에서 실종됐던 12세 소녀 ‘롤라’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22.10.18  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9구의 한 아파트 단지 뜰에서 실종됐던 12세 소녀 ‘롤라’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22.10.18
로이터 연합뉴스
파리에서 벌어진 아동 살인 사건으로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용의자가 추방 명령을 받은 이주민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정치권에선 이민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됐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9구의 한 아파트 단지 뜰에서 실종됐던 12세 소녀 ‘롤라’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가방 안에 들어있던 소녀의 시신은 손과 발이 묶여 있었으며 목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발바닥에는 각각 0과 1이라는 숫자가 빨간색으로 적혀 있었다.

부검 결과 소녀는 성폭행 피해 후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당국은 소녀의 얼굴과 등, 목 등 신체 곳곳에서 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으며, 사인은 경부압박 등에 따른 질식사라고 밝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다음 날 오전 알제리 태생의 여성 다흐비아B(가명·24)와 40대 공범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다흐비아B가 14일 밤 소녀와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몇 시간 후 그가 공범 남성과 함께 소녀의 시신을 유기한 가방을 아파트 밖으로 운반하는 장면도 확인됐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다흐비아B가 14일 밤 소녀와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다흐비아B가 14일 밤 소녀와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16일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는 고문 및 성폭행, 살인, 사체 유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실직 상태로 고정된 거주지가 없으며 평소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상 행동을 한 적도 있는 걸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의자에 대한 심리 검사가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현지에선 정신 질환 문제 등 용의자의 살해 동기를 둘러싼 여러 추측이 오갔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용의자가 숨진 소녀의 어머니와 아파트 출입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인 것이 사건의 발단일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피해 소녀의 발바닥에 남긴 숫자의 의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공포가 번졌다.

끔찍한 아동 살인 사건에 불안감이 확산하자, 안 이달고 파리 시장과 팝 은디아예 교육부 장관은 숨진 소녀의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지원할 거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짓 여사도 “참을 수 없게 비극적인 일”이라며 “우리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으로 소녀의 부모를 불러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9구에서 ‘가방 시신’으로 발견된 12세 소녀 롤라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2022.10.18  로이터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9구에서 ‘가방 시신’으로 발견된 12세 소녀 롤라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2022.10.18
로이터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민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보도에 따르면 알제리 태생인 용의자는 6년 전 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 입국했다가 체류증 만료가 적발돼 지난 8월 프랑스 한 공항에서 붙잡혔다. 이후 한 달 내로 프랑스를 떠나라는 강제출국명령(OQTF)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프랑스에 머물다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BBC는 프랑스에서 강제출국명령은 10건 중 1건만 지켜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극우·우파 진영 프랑스 정치인들은 정부의 느슨한 이민 정책과 치안력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프랑스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이런 야만적인 짓을 한 용의자를 프랑스에 둬서는 안됐다. 너무나 많은 범죄가 불법 이주민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며 “통제받지 않고 은밀히 이뤄지는 이주를 왜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느냐”고 성토했다.

지난 대선에 후보로 나섰던 극우인사 에리크 제무르 역시 이번 사건을 ‘프랑스인 살해’로 규정하며 정부가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반이민 정서를 선동하려는 극우 인사들의 언행을 경계하면서, 유족을 존중하고 말을 가려서 하라고 맞받았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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