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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훈부 격상’ 보훈처 산하 기관, 수억원 빼돌려…‘제 식구 감싸기’ 의혹

[단독] ‘보훈부 격상’ 보훈처 산하 기관, 수억원 빼돌려…‘제 식구 감싸기’ 의혹

김가현 기자
김가현 기자
입력 2022-10-10 19:09
업데이트 2022-10-1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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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산하 ‘88관광개발’, 감가상각 예치금 명목 수억원 유용
2020년 보훈처 감사서 “불필요한 예산 예치 말라” 경고
전문가 “통상적으로 그런 항목 없어…감가상각 목적에만 사용해야”
보훈처 출신 임원·직원들 입김 문제…기관 간 유착 의혹 커져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열린 ‘광복회 특정감사 결과 발표 및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열린 ‘광복회 특정감사 결과 발표 및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보훈부’ 승격을 앞둔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 ‘88관광개발’이 ‘감가상각 예치금’이라는 생소한 명목의 예산을 매년 수억원씩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기관에 존재하지 않는 예산 항목을 만들어내 자금을 유용하는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는 이를 몇 년간 수수방관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88관광개발은 재무상태표에 ‘감가상각 예치금’이라는 계정과목을 설정해 보훈처로부터 매년 받는 위탁수수료를 따로 빼돌린 뒤 비품 구입 등에 활용했다. 해당 기관의 결산보고서에서 감가상각 예치금의 잔액은 ▲2016년 5억 8000만원 ▲2017년 7억원 ▲2018년 6억원 ▲2019년 6억원 ▲2020년 3억 6000만원 ▲2021년 2억 4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감가상각 예치금’이라는 항목은 다른 회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계정과목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이날 서울신문에 “만일 불가피하게 그런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야 할 경우, 명칭 그대로 ‘감가상각’만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감가상각이 아닌 자산 구입에 사용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고 전했다.

앞서 보훈처는 지난 2020년 감사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불필요한 과목을 편성해 예산을 예치하지 않도록 경고했지만, 해당 기관은 어떤 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 기관 측은 이에 대한 의원실 질의에 “22년도 예산 편성 시 개선방법을 모색했으나 비품 구입비, 기숙사 전세금 인상액 예산 부족으로 미실시했다“면서 ”23년도 예산 편성 시 지적사항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런 부실 대응의 배경에 해당 기관의 보훈처 출신 임원들의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역대 임원들의 입사 전 경력을 보면 김홍식 전무이사는 보훈처 보훈선양국 국장, 홍인표 전무이사는 보훈처 보상정책과 과장, 윤건용 상임감사는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또 지난 2018년 김진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근 5년간 보훈처의 4급 이상 퇴직자 6명 중 3명이 88관광개발에 재취업했다.

양 의원은 “88관광개발은 국가유공자 자립 및 복지증진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성됐으므로 그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만약 예치금이 필요하다면 목적에 맞는 예치금을 편성하고, 장부를 적절하게 기입해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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