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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양심·판치는 상술로 얼룩진 ‘불꽃 축제’

버려진 양심·판치는 상술로 얼룩진 ‘불꽃 축제’

김정화 기자
입력 2022-10-09 20:16
업데이트 2022-10-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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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여의도·한강 일대 105만명 몰려
특수 노린 마구잡이 매대에 혼잡
인도 점령 돗자리족 탓 고성 오가
음식물 뒤엉킨 쓰레기 50t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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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이런 걸 해 본 적이 있나요. 그런데 불꽃 축제가 열린다고 하기에 처음 와 봤네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서울세계불꽃축제가 3년 만에 다시 열린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공원 한쪽에 테이블을 펼쳐 놓고 과일을 팔던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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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동안 진행된 불꽃축제를 즐긴 시민들이 몸만 빠져나가면서 남겨진 각종 쓰레기와 돗자리. 지난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시민들이 먹고 마시고 버린 쓰레기 때문에 청소하는 데만 7시간가량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2시간 동안 진행된 불꽃축제를 즐긴 시민들이 몸만 빠져나가면서 남겨진 각종 쓰레기와 돗자리. 지난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시민들이 먹고 마시고 버린 쓰레기 때문에 청소하는 데만 7시간가량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한 불꽃축제는 2시간가량 진행되며 한국을 포함한 일본, 이탈리아 등 3개 팀이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렸다. 오랜만의 대규모 야외 행사에 여의도와 한강 일대를 찾은 시민들은 흥분에 휩싸였고, 추산 인원 105만명이 몰리면서 곳곳에서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조금이라도 불꽃이 잘 보이는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인도와 계단에도 돗자리를 편 사람들 탓에 고성이 이어졌고, 축제 특수를 노린 상술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족들과 함께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앉은 70대 관객 이모씨는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았는데, 막상 불꽃놀이가 시작하자 사람들이 마구 밀고 들어와 시야가 모두 가렸다”며 “사람들이 많은 공간인 만큼 주최 측에서 더 주의를 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파가 몰리자 축제 ‘특수’를 노린 매대와 포장마차도 줄지어 등장했는데, 매대를 빙 둘러싸고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며 주위는 더욱 혼잡해졌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서비스가 중단된 대신 주위 음식점들에서 자체적으로 닭강정, 치킨 등을 가져와 마구잡이로 매대를 놓고 판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원래 다른 지역에서 장사하는데, 오늘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해서 처음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이날 300만~400만원어치를 판 것 같다”고 했다. 시민 한지현(29)씨는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데, 사람이 너무 많은 데다 장내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며 “화장실 줄인 줄 알고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그냥 구경하려고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축제가 끝난 뒤 쓰레기와 돗자리를 제대로 치우지 않아 부끄러운 시민 의식의 민낯도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의 이날 오전 쓰레기 수거량은 50t으로, 3년 전 행사 당시인 45t보다 11% 정도 늘었다.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섞여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버려졌고, 음료가 쏟아진 돗자리 역시 방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쯤 시작한 청소는 이날 오전 6시에야 겨우 마무리됐다.

김정화 기자
2022-1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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