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자유·저항·혁명·사랑… 현대의 시대정신, 그 뿌리를 찾아서

자유·저항·혁명·사랑… 현대의 시대정신, 그 뿌리를 찾아서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2-10-06 17:48
업데이트 2022-10-07 02: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960년대 들어 전체주의 힘 잃어
케네디·비틀스·마오·마틴 루서 킹
정치·경제·사회·문화 ‘변화의 물결’
한달음에 2020년대까지 이어져

이미지 확대
김경집
김경집
1968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8명의 청년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파리지사를 습격하고 성조기를 불태우다가 체포된다.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대한 항의의 차원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프랑스 전역에 대학생 시위가 확산하고, 노동자 1000만명이 파업으로 힘을 보탰다. 미국, 서독, 체코슬로바키아, 스페인, 일본 등 전 세계 젊은이들이 이를 이어받아 저항의 행진에 나섰다. 전례 없던 반체제, 반문화 운동이었다. 우리에게는 ‘68혁명’으로 알려졌다. 체제 전복까진 미치지 못한 터라 누군가는 ‘운동’이라 하고, 누군가는 ‘실패’ 혹은 ‘미완’이라고 낮춰 부른다. 그러나 인문학자 김경집은 68혁명이 서유럽과 미국에 흐르던 반체제, 반문화의 기운이 터져 나온 분수령이라고 설명한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
김경집 지음/동아시아
664쪽/3만 2000원
이미지 확대
저자는 최대 비극이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세계를 재건하며 이전과는 다른 체제와 질서를 모색한 1960년대를 주목했다. 이 시기에는 20세기 초반까지 득세했던 전체주의가 힘을 잃고 자유로운 개인과 인권이라는 가치가 싹을 틔웠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분출했다. 그 가속도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변화의 물결은 한달음에 2020년대에까지 이르렀다. 제목을 ‘진격의 10년’이라고 붙인 이유다.
이미지 확대
1960년대는 현대를 이룬 시대정신이 발아하면서 격동하는 시기였다. 흑인 인권운동에 나선 마틴 루서 킹. 동아시아 제공
1960년대는 현대를 이룬 시대정신이 발아하면서 격동하는 시기였다. 흑인 인권운동에 나선 마틴 루서 킹. 동아시아 제공
저자는 4·19혁명을 시작으로 1960년대를 가로지른 17개의 주제를 꺼내 든다. 당시를 대표하는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그 시대에 활동했던 이들을 무대 위에 올리고 자신의 생각으로 풀어냈다.

1960년대의 특징을 자유, 저항, 혁명, 사랑으로 요약했는데,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의 속성이다. 1960년대 당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케네디, 비틀스, 흐루쇼프, 만델라, 호찌민, 드골, 체 게바라, 마틴 루서 킹, 요한 23세는 이런 의미에서 ‘불세출의 청년’이다. 막강한 군대도 아닌 고작 몇십 명의 게릴라와 함께 남의 나라에 가서 투쟁한 게바라는 제국주의적 속성을 직시하고 그 탐욕에 맞서 싸우던 청년이었다. 악마의 음악이라고 불린 로큰롤을 들고 미국을 직격한 비틀스, 여성의 피임 권리를 위해 투쟁했던 사회행동가 마거릿 생어도 마찬가지로 시대에 맞선 이들이다.
이미지 확대
파격적인 음악을 선보인 비틀스는 기존 질서에 맞섰고, 사회를 뒤흔들었다. 동아시아 제공
파격적인 음악을 선보인 비틀스는 기존 질서에 맞섰고, 사회를 뒤흔들었다. 동아시아 제공
물론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했다. 개혁에 실패한 마오쩌둥은 중국을 정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었고, 피로 독립을 쟁취한 아프리카는 내전에 빠졌다.

1960년대로 가 시대의 청년들을 소환한 저자는 바로 지금, 2020년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묻는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시대의 변곡점에서 꼭 필요한 질문이다.
이미지 확대
마오쩌둥처럼 혁명의 이름을 내걸고 퇴행한 사례도 있었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2020년대의 위기에서 돌아본다. 동아시아 제공
마오쩌둥처럼 혁명의 이름을 내걸고 퇴행한 사례도 있었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2020년대의 위기에서 돌아본다. 동아시아 제공
저자의 개인사를 통해 1960년대 이후의 한국사를 풀어낸 3부 ‘나의 현대사’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져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외여행을 즐기고 살면서도 여전히 세계의 변화와 흐름에는 무관심하고 무뎌지는 건 아닌지 늘 경계했다’(600쪽)는 그의 말대로 무뎌짐에서 벗어나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960년대를 집약한 68혁명의 구호를 되새김해 보는 일도 유효하겠다. “모든 금지를 금지하라!” 

김기중 기자
2022-10-07 18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