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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국 22개 지청에 마약전담 수사관 ‘0명’…농어촌 파고든 마약 범죄 어쩌나

[단독]전국 22개 지청에 마약전담 수사관 ‘0명’…농어촌 파고든 마약 범죄 어쩌나

한재희, 백민경 기자
입력 2022-10-05 17:34
업데이트 2022-10-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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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마약수사 인력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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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출석하는 돈스파이크
영장심사 출석하는 돈스파이크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돈스파이크가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9.28 뉴스1
최근 마약 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전국 검찰청 22곳에는 마약 전담 수사관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인력 부족 탓에 농어촌 등지를 파고드는 마약 범죄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60개 지검·지청 중 원주·여주·안동·경주 등 22곳은 마약 전담 수사관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릉·속초·포항·목포·진주지청 등 8곳은 인구가 많은 도시 의 검찰청이지만 마약 전담 수사관은 각 1명뿐이었다. 이 지청들엔 경찰 이첩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는 마약 전담 검사만 1~2명 배치돼 있다.

전담 인력은 수도권이나 공항·항만이 있는 대도시에 집중 투입됐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지검은 마약수사 전담 수사관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47명이었고, 서울중앙지검(39명)과 부산지검(25명)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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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청은 13일 오전 지역 재력가 등에게 마약을 넣은 커피를 먹여 돈을 잃게 하는 등 억대 사기도박을 벌인 피의자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들이 사기도박에 이용한 향정신성의약품.2022.9.13  대전 경찰청 제공
대전경찰청은 13일 오전 지역 재력가 등에게 마약을 넣은 커피를 먹여 돈을 잃게 하는 등 억대 사기도박을 벌인 피의자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들이 사기도박에 이용한 향정신성의약품.2022.9.13
대전 경찰청 제공
마약 업무를 전담하는 수사관 없이 검사 홀로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건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관련 법리를 검토하는 검사와 마약 전담 수사관들이 팀을 이뤄야 실질적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담 수사관 인력이 제한됐기 때문에 주요 도시에 효율적으로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지방 중소도시뿐 아니라 농어촌 지역에서도 마약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마약 사건을 담당하는 한 검사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시골 공장과 농장 등에서 일하던 도중 해외에서 마약을 택배로 받아 투약·유통하는 사건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전담 수사관이 없는 지청에서는 마약 유통 범죄를 수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압수된 대마초
압수된 대마초 마약 판매, 투약 사범 검거 과정에서 압수된 대마초. 서울경찰청 제공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한 변호사도 “현장에서 마약 사범을 만나보면 범죄가 훨씬 지능화되고 전국적으로 퍼져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지청에 마약 수사관을 둔다면 최소 몇 명씩은 있어야 교육과 정보 공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에 마약 전담 검사는 93명으로 지난해 기준 검사 1명당 연간 173건꼴의 마약 사건을 수사하거나 송치 기록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몰리는 수도권 마약 전담 검사들은 홀로 연간 500여건을 처리하기도 한다”면서 “다른 형사 사건과 달리 마약 범죄는 범행 자체가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제약이 많았던 검찰의 마약 수사 개시 범위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다소 넓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수사 개시 범위가 조정된 만큼 수사 인력도 더 충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백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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