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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흠뻑 젖은 수문장들 ‘그래도 나라는 내가 지킨다’

폭우에 흠뻑 젖은 수문장들 ‘그래도 나라는 내가 지킨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10-04 07:00
업데이트 2022-10-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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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복궁에서 열린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20주년 행사에 참석한 수문장들이 빗속에서 대기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3일 경복궁에서 열린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20주년 행사에 참석한 수문장들이 빗속에서 대기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저희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비가 와서 너무 아쉽네요.”

경복궁 수문장 김민성씨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재현 20년을 기념한 행사를 위해 지난 2주간 열심히 준비했지만 예상하지 못하게 거센 비가 내린 탓이다. 전국의 수문장들이 다 모인 행사를 보기 위해 수백명의 관중이 모였지만 비가 내려 더 많은 관객이 모이지 못한 것이, 비 때문에 만족스럽게 보여 주지 못한 것이 김씨는 내내 아쉬웠다.

3일 오후 경복궁에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20주년을 기념한 수문장 임명 의식 특별행사가 열렸다. 이날 김씨가 역할을 맡은 경복궁 수문장을 비롯해 덕수궁, 창덕궁, 제주목 관아 수문장, 인천공항 수문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 수문장들의 임명식이 한자리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시로 연기자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각지에서 수문장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참가해 의의를 더했다.
수문장 임명 의식을 앞두고 관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류재민 기자
수문장 임명 의식을 앞두고 관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류재민 기자
이날 오후 2시가 되자 힘차게 북소리가 울리며 임명 의식이 시작됐다. 동시에 북소리만큼이나 거세게 비가 내렸다. 행사를 위해 조선 관료로 변신한 연기자들은 우산 없이 비를 쫄딱 맞으며 서 있어야 했다.

각지의 수문장들이 모여들고, 왕이 입장하면서 임명 의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복궁 수문장 임명 의식은 기존에 있었지만 다른 수문장까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인지라 서로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행사를 준비한 조진영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활용실장은 “경복궁 수문장은 조선 초기 복장이고, 덕수궁과 창덕궁 그리고 제주목 관아는 조선 후기 복장”이라고 설명했다.

비가 거세게 내렸지만 관람객들을 위해 준비한 행사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이들의 열정마저 꺾을 순 없었다. 차례로 수문장 임명식이 이뤄지는 동안 관람객들도 관심 있게 행사를 지켜봤다.
수문장 임명식을 위해 입장하는 모습. 류재민 기자
수문장 임명식을 위해 입장하는 모습. 류재민 기자
빗속에서 대기하는 연기자들. 류재민 기자
빗속에서 대기하는 연기자들. 류재민 기자
거세게 비가 내렸지만 왕은 비를 피하면서 왕의 위엄을 보여 줬다. 류재민 기자
거세게 비가 내렸지만 왕은 비를 피하면서 왕의 위엄을 보여 줬다. 류재민 기자
수문장 임명식이 끝나고 간단한 무예 시범도 있었다. 조선시대 우비인 ‘우장’을 입고 대기하던 연기자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우장을 벗고 바로 무대 위로 올랐다. 화려한 칼춤 공연에 관객들도 감탄사를 쏟아냈다.

칼춤을 끝으로 이날 행사도 끝났다. 원래 예정된 공연이 더 있었지만 우천 관계로 행사를 취소해야 했다.
칼춤 공연. 류재민 기자
칼춤 공연. 류재민 기자
행사를 마치고 만난 김민성씨는 “비가 올 줄 모르고 기분 좋게 준비하다가 비가 왔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엄청 만족스럽게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속상하다”면서도 “다른 수문장을 보면서 다른 복식과 다른 무기를 사용하고 저희와 다른 제식을 하는 걸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문장 임명 의식은 국왕이 흥례문에 행차해 수문장을 임명하고 축하하는 것으로, 조선왕조실록 예종 1년(1469)에 수문장 제도를 최초 시행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한 행사다. 조 실장은 “이번에 준비하면서 보니 코로나19로 수문장들이 많이 없어졌더라”면서 “내년에는 각지에 있는 수문장들을 초대해 확대할 수 있으면 확대해 행사를 더 키우려고 한다”고 차후 계획을 밝혔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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