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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암기?… 자기통제력 있는 ‘전략적 공부’가 성적 더 높다

닥치고 암기?… 자기통제력 있는 ‘전략적 공부’가 성적 더 높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10-02 17:38
업데이트 2022-10-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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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 연구팀 ‘고교생 조사’

반복·오랜 시간 학습 성적 더 낮고
일정·시간에 따라 집중 공부해야

장기 기억은 자극 강도 따라 결정
반복보다 자극의 패턴 따라 형성
‘좋아하는 과목→어려운 과목’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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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수능이 45일 앞으로 다가왔다.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수험생들은 마지막까지 책상 앞을 떠나지 않고 외우고 문제 풀기를 거듭한다. 서울신문 DB 제공
2023학년도 수능이 45일 앞으로 다가왔다.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수험생들은 마지막까지 책상 앞을 떠나지 않고 외우고 문제 풀기를 거듭한다. 서울신문 DB 제공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45일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수험생이 수능 당일까지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책상 앞에 좀더 오래 앉아 있고,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려고 반복해서 외우고 공부한다.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을 ‘반복 학습’과 ‘무거운 엉덩이’로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학습 내용이 몸에 체화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학습심리학자, 뇌신경학자, 수학자들도 이런 방식이 맞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미국 미시건대, 펜실베이니아대, 텍사스 오스틴대,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와 펜실베이니아 웨스트체스터대 수학과 연구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순수한 의지력에 의존해 억지로 참고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목표 의식을 갖고 전략적으로 자기통제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성적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9월 2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 SAT를 앞두고 있는 1만 9882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했다. 연구팀은 SAT를 보기 전 학생들에게 주변의 수많은 유혹을 어떻게 피하고 공부했는지,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는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다음 학생들의 SAT 성적과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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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학습효율을 높이고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반복과 함께 자극의 순서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한 뒤 어려운 공부로 넘어가는 자극의 순서가 장기기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과학자들은 학습효율을 높이고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반복과 함께 자극의 순서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한 뒤 어려운 공부로 넘어가는 자극의 순서가 장기기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그 결과 무조건 ‘참고 견디며’ 오랜 시간 공부한 엉덩이 무거운 학생들은 학습 일정과 시간을 짜 일정 시간 집중적으로 공부한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낮았다. 뻔한 얘기 같지만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파악해 공부 시간만큼은 주변의 모든 유혹을 떨치고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학습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앤절라 더크워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행동심리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학습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과 전략적 자기통제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내심처럼 기억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뉴욕대 신경과학연구센터, 인문학연구센터 연구팀은 장기기억은 경험의 반복 횟수만큼이나 자극의 강도 순서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PNAS’ 9월 2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바다민달팽이에게 전기충격을 주면서 장기기억 형성 실험을 했다. 캘리포니아 바다민달팽이는 기억 메커니즘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파악할 때 많이 쓰이는 동물이다. 실험 결과 반복 자극보다는 자극 패턴에 따라 장기기억이 훨씬 쉽게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극의 순서가 ‘약-강’일 때가 ‘강-약’보다 쉽게 장기기억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사람의 학습에 적용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한 뒤 어려운 공부로 넘어가는 것이, 어려운 과목 공부로 힘을 뺀 뒤 쉬운 과목을 공부하는 것보다 학습효율이 높고 내용도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토머스 카레브 뉴욕대 교수(신경과학)는 “이번 연구에서 장기기억은 사건이 단순히 반복되면서 축적돼 생기는 게 아니라 어떤 순서로 자극을 주는가에 영향을 받았다”며 “사람의 학습에 적용한다면 무조건 반복해 외운다고 잘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강약 조절을 통한 전략적 기억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2022-10-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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