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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포경수술 방송 논란… ‘살림남2’ 측 “불편함 느끼신 분들께 사과”

미성년자 포경수술 방송 논란… ‘살림남2’ 측 “불편함 느끼신 분들께 사과”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9-19 17:05
업데이트 2022-09-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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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이유 없는 사과…해명에 치중
“자발적인 의사 결정…합의하에 촬영”
신체의 자기결정권 논란 있는 소재를
예능에서 희화화했다는 지적 잇따라
비뇨기과 의사의 수술 찬성론도 논란
불필요하단 인식에 韓수술률은 급감

KBS2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의 지난달 13일 방송에서 포경수술을 놓고 아버지 홍성흔()과 논쟁을 벌인 중학생 아들 홍화철이 지난 17일 방송에서 친구 4명과 함께 ‘단체 포경수술’을 받는 장면이 방송되며 논란이 일었다.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KBS2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의 지난달 13일 방송에서 포경수술을 놓고 아버지 홍성흔()과 논쟁을 벌인 중학생 아들 홍화철이 지난 17일 방송에서 친구 4명과 함께 ‘단체 포경수술’을 받는 장면이 방송되며 논란이 일었다.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미성년자 포경수술을 예능 소재로 이용하고 수술 장면을 방송해 논란을 일으킨 KBS2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 측이 사과 입장을 냈다.

19일 ‘살림남2’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7일 방송 내용에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살림남2’ 측은 “가족들이 성(性)에 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던 제작 의도와 달리,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향후 더욱 신중하게, 방송을 제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밝힌 입장에서 사과는 세 문장 정도에 그친 반면 해명은 길었다. ‘살림남2’ 측은 “제작진이 방송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청소년기 자녀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하고자 했던 부부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가족 사이에서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자녀의 성교육과 포경수술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 17일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중학생 5명의 ‘단체 포경수술’에 방송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지난 17일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중학생 5명의 ‘단체 포경수술’에 방송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이어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포경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그 내용을 방송으로 보여드리는 것에도 가족은 모두 동의했다”며 “이 과정은 한 달 반의 충분한 기간 동안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고민과 의논 끝에 결정한 내용이며 본인들의 자발적인 의사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생의 부모님도 이를 존중해 촬영에 합의했으며 그 과정에서 제작진의 어떠한 개입도 없었음을 밝힌다”며 “또한 모든 수술 장면의 촬영은 부모님의 참관하에 이뤄졌으며, 출연 가족 모두 훈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살림남2’ 측의 사과문을 보면 사과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는 대신 일부 시청자의 ‘불편함’에 사과했다.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논란이 있어 온 미성년자 포경수술과 관련해서는 ‘자발적인 의사 결정’이었음을 강조하는 등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앞서 지난 17일 방송된 ‘살림남2’에서는 프로야구선수 출신 홍성흔이 중학생 아들 홍화철과 그의 친구들을 데리고 비뇨기과를 방문한 모습이 방송됐다.

유튜버 ‘꽈추형’으로 알려진 비뇨의학과 전문의 홍성우는 아이들의 포경수술을 차례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과 수술하는 의료진의 모습도 그대로 방송을 탔다. 아이들이 수술 과정과 수술 후에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은 웃음거리로 쓰였다. 화면에는 ‘세계 최초 5인 릴레이 포경수술’ 등 자막이 달렸고 MC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19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약 100개의 비판 글이 쇄도했다. 시청자들은 “공중파에서 포경하기 싫다는 남자애들을 어른들이 강압적으로 설득하더니 카메라들이 수술실까지 들어와서 포경수술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다니 정말 끔찍하다. 아동학대적인 방송을 기획하고 촬영한 제작진 제정신인가” 등 반응이 쏟아졌다.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KBS엔터테인 유튜브 캡처
이날 제작진의 사과문은 불 붙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시청자는 “사과문 잘 봤다. 뭘 잘못한지 모르는 것 같아 여자애들 편도 부탁한다. 방송 취지가 좋으니 가능할 듯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시청자도 “끝까지 애들 방패로 내세워서 ‘우린 잘못 없어요’ 핑계대는 거 졸렬하다. 미성년자 상대로 부모부터 의사까지 대놓고 몰아가더만”이라고 썼다.

지난달 13일 같은 출연자들이 등장해 아버지 홍성흔과 아들 홍화철이 포경수술 논쟁을 벌였을 때도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평소 여러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 포경수술 찬성론을 펼쳐온 비뇨기과 전문의 홍성우가 아이들에게 포경수술의 장점을 부각하는 장면 등에 비판이 많았다.

과거 한때 거의 모든 한국 남성이 성인이 되기 전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걸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2000년대 이후 불필요한 수술이란 인식이 퍼지며 수술하는 남성 비율은 급감했다. 2013년 서울대 김대식 교수와 중앙대 방명걸 교수, 푸른아우성 구성애 대표 등이 발표한 ‘한국 남성 포경수술의 감소’ 논문에 따르면 2000년 당시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전체의 75.7%였지만, 2011년에는 25.2%로 떨어졌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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