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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60개국 보건 책임진 1달러 종이현미경

10년간 160개국 보건 책임진 1달러 종이현미경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9-18 20:28
업데이트 2022-09-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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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기여 기초과학 연구… 올해의 ‘황금거위상’ 수상 3팀

① 2000배 배율 현미경 ‘폴드스코프’
② 블레이드리스 라식 개발한 5명
③ 맹독으로 안전한 진통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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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역할을 할 기초과학 연구를 선정하는 황금거위상 트로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제공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역할을 할 기초과학 연구를 선정하는 황금거위상 트로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제공
매년 10월이면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벨상의 주인공을 기다리며 전 세계의 이목이 북유럽으로 쏠린다. 올해는 10월 3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한 달 전부터는 ‘예비 노벨 과학상’이라는 별명이 붙은 각종 상의 수상자가 가려진다.

노벨상 수상자는 대체로 기초과학 분야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학자들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기초과학이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 쓸모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원의원인 짐 쿠퍼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와 함께 기초과학 연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취지에서 2012년부터 ‘황금거위상’을 시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 예산을 받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대상이다. 지난 15일 AAAS는 제11회 황금거위상 수상자를 호명했다. 올해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시력을 개선하는 ‘라식’ 수술법을 개발한 연구팀, 중저개발국에서 전염병을 진단하거나 가짜 약물을 식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종이 현미경을 만든 과학자들, 청자고둥이 갖고 있는 생체독에서 만성통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진통제를 만든 연구자들이 황금거위상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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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현미경에 버금가는 종이 현미경 ‘폴드스코프’도 올 황금거위상을 안겨 준 과학기술이다. 폴드스코프 제공
광학현미경에 버금가는 종이 현미경 ‘폴드스코프’도 올 황금거위상을 안겨 준 과학기술이다.
폴드스코프 제공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마누 프라카시 교수와 짐 사이불스키 폴드스코프사 CEO는 1달러 미만의 재료로 고배율의 종이 현미경 ‘폴드스코프’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이 만든 종이 현미경은 렌즈,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전구가 정렬된 형태로 기존 광학현미경을 능가하는 2000배 배율을 자랑한다. 연필 한 자루 정도의 무게라 휴대성이 높고, 떨어뜨려도 부서지지 않는다.

폴드스코프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160개 이상 국가에 약 200만개가 보급됐다. 특히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지역 저개발국가에서 수인성전염병의 원인균을 현장에서 즉시 발견하고, 새로운 병원균을 발견하는 데 활용돼 왔다.
시력 교정 시술에 활용하는 펨토초 레이저도 올 황금거위상을 안겨 준 과학기술이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제공
시력 교정 시술에 활용하는 펨토초 레이저도 올 황금거위상을 안겨 준 과학기술이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제공
이어 최근에는 시력 개선을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시술인 라식 수술, 그중 메스를 사용하지 않고 레이저를 이용한 블레이드리스 라식 기술을 개발한 5명의 연구자에게도 황금거위상이 돌아갔다. 수상자 중에는 펨토초 레이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도나 스트리클런드 영국 워털루대 교수와 제라르 무루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도 포함됐다. 이들의 연구 덕분에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시력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AAAS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발도메로 올리베라 미국 유타대 교수, 로데즈 크루즈 필리핀대 교수 등은 청자고둥의 맹독을 이용해 만성통증을 완화해 주는 진통제를 개발해 올해 황금거위상을 받았다.  미국 유타대 제공
발도메로 올리베라 미국 유타대 교수, 로데즈 크루즈 필리핀대 교수 등은 청자고둥의 맹독을 이용해 만성통증을 완화해 주는 진통제를 개발해 올해 황금거위상을 받았다.
미국 유타대 제공
또 발도메로 마르케스 올리베라 미국 유타대 교수와 로데즈 크루즈 필리핀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4명의 과학자는 필리핀 해안에 서식하는 독성 바다달팽이 중 하나인 청자고둥이 갖고 있는 코노톡신을 이용해 다양한 약물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코노톡신은 독사, 복어, 전갈이 갖고 있는 독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노톡신에 노출되면 손쓸 틈 없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들의 연구 덕분에 코노톡신을 이용해 중독을 유발하는 마약성 약물과 달리 효과는 강력하고 안전한 진통제를 만들어 만성통증 환자의 고통을 줄여 줄 수 있게 됐다. 이들의 연구는 동물 신경계를 도식화해 뇌신경계 연구에도 도움을 줬다고 AAAS는 밝혔다.

유용하 기자
2022-09-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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