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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천재 사진가’ 담담한 자화상 담다

베일 속 ‘천재 사진가’ 담담한 자화상 담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8-10 21:58
업데이트 2022-08-1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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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 사진전’ 270점 공개

보모 일하며 15만장 촬영·방치
1959년 亞 거리의 풍경 첫 공개
비비안 마이어의 세상 빛 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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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다가 사후에 보모 출신 천재 사진가로 유명해진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1959년 9월 26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 아기가 쫓는 풍선이 절묘하게 남자의 얼굴을 가렸다.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생전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다가 사후에 보모 출신 천재 사진가로 유명해진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1959년 9월 26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 아기가 쫓는 풍선이 절묘하게 남자의 얼굴을 가렸다.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2007년 미국 시카고 어느 마을의 작은 경매장. 자신이 집필할 책에 실을 자료 사진을 구하기 위해 한 청년이 오래된 상자를 구매한다. 무명 사진가가 찍은, 네거티브 필름으로 가득한 상자였다. 시험 삼아 인화한 사진에 매료된 청년은 이 사진가의 정체를 찾기 위해 몇 장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를 본 사람들은 열광했다. 비비안 마이어(1926~2009)가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서울 성동구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리고 있는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은 생전 전혀 조명받지 못하다가 사망 이후에야 ‘천재 사진가’로 불리게 된 마이어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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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다가 사후에 보모 출신 천재 사진가로 유명해진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마이어가 1953년 뉴욕에서 촬영한 자화상.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생전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다가 사후에 보모 출신 천재 사진가로 유명해진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마이어가 1953년 뉴욕에서 촬영한 자화상.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마이어는 현재 미국의 거리 사진을 바꾼 작가,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사진가, 롤라이플렉스의 장인 등으로 불리지만 이렇게 주목받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경매장에서 우연히 사진들이 ‘발굴’되면서 비로소 그 존재가 드러났지만,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체는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다. 20대 이후 쭉 보모로 일하다가 2009년 4월 세상을 떠났다는 짤막한 부고가 전부였다. 마이어의 감춰진 재능과 삶을 알리기 위해 청년 존 말루프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그게 2014년 나온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다.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선정됐고, 마이어의 작품 가격은 치솟았다. 최근엔 마이어의 가족사부터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전기 ‘비비안 마이어’(북하우스)도 출판되는 등 알려지지 않은 삶을 주목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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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270여점의 사진,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와 소품, 영상, 오디오 자료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1959년 필리핀,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도 처음 공개된다. 평생 비밀스럽게, 극히 제한된 인간 관계를 맺고 살았던 마이어는 15만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지만 대부분 현상조차 하지 않은 채 창고에 방치했다. 가장 친한 지인도 마이어의 가족 관계나 성장 배경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보모에게 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질환 등 복잡한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밀스러운 삶을 유지했고, 독립적으로 살고자 보모 일을 계속했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진전에서 더욱 눈에 띄는 건 마이어의 시그니처로 불리는 자화상 시리즈다. 생전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살았지만 거울, 쇼윈도, 그림자 등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한 감각적인 자화상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렌즈 속 그는 무표정하지만 눈만은 반짝인다. 그의 모습에서 카메라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자 자신이 실재함을 알리는 수단이었음이 읽힌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

 

김정화 기자
2022-08-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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