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시설 ‘베이비박스’ 하소연
치솟는 물가에 나눔 손길 급감
“후원 중단·규모 줄이는 분 속출
하루하루 버티는 게 기적 같아”
물가가 치솟으며 사회 취약 계층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 식비 등 필수 생활비가 커지면서 후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가 많아져 후원에 의존해 운영하는 복지 시설도 고물가 충격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물가 위기가 사회 약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돼선 안 된다”며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더욱 두텁게 지원할 것을 공언했지만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형편의 사람이 맡긴 위기 영아를 일시 보호하는 미인가 시설로 오로지 후원으로 운영한다.
베이비박스에서 물가 흐름을 가장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지표는 ‘분유’다. 양 사무국장은 “한 달 분유 소비량이 300통이 넘을 정도로 가장 많아 평소에는 창고 한가득 분유를 쌓아 둬도 금방 소진된다”면서 “항상 분유 6통씩 보내주던 정기 후원자께서 최근 3통으로 후원량을 줄이시면서 ‘요즘 물가가 올라 여유가 없다’며 죄송해하셨다”고 전했다.
후원금이 줄어드는 것은 곧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취약 계층의 생활고로도 이어진다. 주사랑공동체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한부모 가정 긴급 지원이기 때문이다. 양 사무국장은 “현재 한부모 및 난민 가정 등 120여 가정에 육아 키트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급하게 지원을 요청한 사례도 지난 2월에는 2명뿐이었지만 4월부터는 매달 4명씩 부쩍 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 박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