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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어 방어선 치고 불길 잡은 특수진화대… 숲길 90% 살려”[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나무 베어 방어선 치고 불길 잡은 특수진화대… 숲길 90% 살려”[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2-06-29 19:50
업데이트 2022-06-3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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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권 한국등산지원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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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권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사장. 윤창수 기자
전범권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사장. 윤창수 기자
“산불 현장은 바람에 따라 불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불이 날아다닌다. 산불 특수진화대를 투입해서 금강송의 산불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전범권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사장은 지난해 국가숲길로 지정된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정기적으로 보수하며 최상의 길 상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축구장 203개 면적에 해당하는 145㏊가 불에 탄 울진 산불의 피해 상황을 한 달간 점검했다. 금강소나무숲길의 7개 구간 79.4㎞ 가운데 1구간의 바릿재에서 샛재임도 사이 7.8㎞만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했다. 데크길, 쌍효각, 원두막 등 산불로 피해를 입은 시설물의 정비는 모두 끝나 올여름 피서객을 맞기에 ‘이상 없음’의 상태로 만들었다.

전 이사장은 산불 특수진화대는 나무를 베어 방어선을 치고, 높이 쌓인 낙엽층을 긁어내 불이 전진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불길을 막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헬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는 국민의 등산 활동 지원을 위해 세워진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이다. 산림청이 금강송의 극력보호에 나섰던 것은 조선 시대부터 국유림이었기 때문이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숙종 6년인 1680년 무렵 봉산(封山)제도를 실시해 일반인의 벌채와 입산을 금지했던 역사가 살아 있는 숲이다. 나무줄기가 쭉 뻗어 곧게 자란 금강송으로는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관을 짰다.

숲길 관리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등산교육도 센터의 주요 역할이다.

전 이사장은 “등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산을 오르다 안전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지난해 150명 정도 발생했다”면서 등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속초의 국립등산학교에서는 개인별 등산 수준에 맞춰 안전산행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달 등산·트레킹지원센터는 금강소나무숲길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산불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금강소나무숲길에서 사는 산양의 변을 심은 코코넛 화분을 집으로 가져가 어떤 식물이 자라는지 관찰하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전 이사장은 최근 수락산 정상석을 훼손한 20대 대학생의 사건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대학생은 수락산, 불암산 등의 정상에 있는 비석을 버리거나 고의로 위치를 옮겨 놓았는데, 범행 동기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자백했다. 전 이사장은 “정상석을 없애는 청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해법이 숲길과 산에서 나올 수 있다”면서 “역사성이 있는 숲길이 국가숲길로 지정됐는데, 자연의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역사를 뒤돌아보며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사진 울진 윤창수 기자
2022-06-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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