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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여서 병들거나 번식 방치… 난폭한 들개가 되는 시골 마당개[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묶여서 병들거나 번식 방치… 난폭한 들개가 되는 시골 마당개[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유대근, 최훈진, 이주원, 이근아 기자
입력 2022-06-14 22:26
업데이트 2022-06-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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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사육견 유기·유실 실태

농어촌 보호 인식 낮고 버거워해
정부 중성화 수술 지원도 태부족
“반려·유기동물 수 파악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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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의 한 농가에 마당개가 묶여 있다. 마당개는 유기·유실견 중 78%를 차지한다. 양주 이근아 기자
경기 양주의 한 농가에 마당개가 묶여 있다. 마당개는 유기·유실견 중 78%를 차지한다.
양주 이근아 기자
세 살배기 믹스견 콩이는 시골 마당개다. 전북 익산에서 밭일하던 노부부가 앞마당에 풀어놓고 키웠다. 부부는 콩이에게 밥과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몸만 컸을 뿐 뒷다리가 말라 걸음걸이가 어색했다. 함께 방치됐던 콩이의 자매들은 벌써 무지개 다리(사망)를 건넜다. 그런 콩이를 구조한 건 익산의 한 보호소. 콩이 주인들은 오히려 “병든 개를 데려가 달라”고 했다.

콩이와 같은 처지에 놓인 마당개(실외 사육견)는 국내 유기·유실견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2021년 동물자유연대의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믹스견이 전체 유기견의 78.3%(6만 5858마리)였다. 마당이나 동네에 풀어놓고 키우는 개들이 자유롭게 번식을 하다 보니 유기·유실견이 많다.

김재영 국경없는수의사회 대표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가 노인만 사는 가정에서는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는 걸 버거워한다”고 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1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에서는 28.1%가 마당 등에서 반려견을 길렀다. 또 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생식 기능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지 않은 비율은 54.8%였다. 도심(27.2%)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치다.

정부도 심각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부터 마당개를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자체 반응은 좋다. 예컨대 전북 정읍에서는 올해 1~3월에만 마당개 100여 마리를 중성화 수술시켰다. 정읍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들개로 변해 난폭해진 마당개와 그 새끼를 잡아 달라는 민원이 하루 10건 넘게 왔다고 한다.

다만 지원 금액이나 대상 개체 수 등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는 2026년까지 사업 대상 37만 5000마리 중 31만 9000마리(85%)를 중성화할 계획인데 올해 목표치는 1만 8750마리에 불과하다. 또 암컷 마당개 중성화 수술비와 동물등록비 등의 마리당 단가는 40만원인데 이 돈으로는 중·대형견을 수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됐기에 동물보호센터 인력 등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실태 파악도 중요하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마당개를 포함해 정확한 반려동물 수나 유기·유실동물 수를 모른다”면서 “이를 파악하는 것이 동물복지 정책 수립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스토리콘텐츠랩은 이야기가 있는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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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랩 유대근 기자
최훈진 기자
이주원 기자
이근아 기자
2022-06-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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