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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국가 일본의 슬픈 현실…산재 43%는 60세 이상 고령자

초고령국가 일본의 슬픈 현실…산재 43%는 60세 이상 고령자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2-05-30 15:56
업데이트 2022-05-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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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경비원이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서울신문 DB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경비원이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서울신문 DB
“일이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아내와 둘이서 생활하고 있는 78세의 남성은 이같이 말하며 은퇴할 수 없는 삶에 대해 토로했다. 병원에서 파견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이 남성의 월수입은 월 14만엔(약 136만원)으로 4만엔(약 39만원)의 월세를 내며 두 명이서 살기에는 빠듯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24시간 밤샘 근무를 하는 게 힘겹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이 남성은 “이 나이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적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일터로 내몰리는 고령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일본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60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치로 초고령사회 일본이 직면한 어두운 현실이자 한국의 곧 겪게 될 미래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도쿄신문이 후생노동성이 매달 공개하는 산재 발생 상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산재 사망자 831명의 43.3%(360명)는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산재 사망자 중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대를 넘었다. 2001년만 해도 22.7%였지만 약 2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산재 사망자는 감소 추세이지만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 추세였다.

고령자의 산재 사망이 가장 많았던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지난해 건설업의 고령자 산재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25명 늘어난 112명이었다. 비계 조립 작업 중 낙하하는 등 추락사가 많았다. 제조업 44명, 운송업 3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신문은 고령자의 산재 사망이 늘어난 데는 생활이 곤궁해진 노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2013년 이후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올라갔다. 연금을 받는 시기가 늦어지다 보니 생활이 어려워져 일터로 나가는 고령자들이 많아졌다. 2000년 일본의 일하는 노인 수는 870만명에서 지난해 1430만명으로 21년 만에 6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수의 21%는 노인으로 초고령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이고 있다.

일터로 향한 고령자는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을 맡으면서 산재 사고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건설업의 26%, 택시 등 도로 여객 운송업의 48%는 고령자가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이 위축되면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고령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니가타현에서 지난 2월 심야 제과 공장 화재로 사망한 6명 중 4명은 야간 청소 업무 등을 했던 60~70대 여성으로 화재 대피 훈련 등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와키타 시게루 류코쿠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고령자에게 계속 일을 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안전 관리 규제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고령자 노동의 실태 조사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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