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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닭고기 수출 중단에 싱가포르 비상, 고조되는 ‘식품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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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5-24 17:14 아시아·오세아니아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말레이시아가 다음달 1일부터 닭고기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갑자기 결정을 내리면서 이웃 나라인 싱가포르에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인들이 사먹은 닭고기의 약 3분의 1이 말레이시아산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자국 내 닭고기 가격 급등을 이유로 6월부터 달마다 360만 마리의 닭고기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싱가포르 식품청(SFA)은 그날 밤 늦게 성명을 내고 수입업자들이 말레이시아 말고 다른 나라로 닭고기 공급망을 넓히는 동시에 냉동 닭고기 수입을 늘릴 것이며, 재고 물량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24일 SFA 자료를 인용,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약 7만 3000t 의 닭고기를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전체 닭고기 물량의 약 34%에 달한다. 닭고기는 싱가포르인들이 가장 즐기는 육류 중 하나로, 지난 2020년의 경우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36㎏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말레이시아산 닭은 대부분 산 채로 수입된 뒤 싱가포르 현지에서 도축돼 냉장 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SFA는 “냉장 닭고기의 공급에 일시적인 지장이 있을 수 있지만, 부족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냉동 닭고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식품청은 소비자들에게 “냉장 대신 냉동 닭고기를 구매하거나, 다른 고기를 선택하는 방안도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는 필요한 양만큼만 닭고기를 구매해 줄 것도 권고했다.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했고, 인도네시아는 팜유의 해외 판매를 막아버리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최악의 식량 위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금수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어 문제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코브 말레이시아 총리는 23일 “국내 가격과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이번 조치가 유지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우선 관심은 우리 국민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세계은행은 식품 가격의 기록적인 상승이 수억명의 사람들을 빈곤과 영양 실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밀의 주요 수출국이었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생산이 눈에 띄게 곤두박질쳤다.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자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들에선 이미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 부총리는 자국에 묶여 있는 수백만t의 곡물들이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나서 “안전 통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영국 BBC에 털어놓았다.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PF) 사무총장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도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식품 금수 조치가 “글로벌 식품 안보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미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품 위기 국면에 직면해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식품을 먹고 사는 이들이 4억명 정도 되는데 이를 차단하는 것이다. 더욱이 비료 문제도 있는 데다 기근, 식품비용과 연료비용까지 덮쳐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지상에 지옥풍이 닥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니아 아크터 싱가포르 리콴유 대학 부교수는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인도의 밀, 인도네시아 팜유 수입 금지 조치 등은 “식품 민족주의”의 한 사례라면서 “정부들은 자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고 중요하다고 느껴 그런 제한들을 가한다. 2007~2008년에 겪은 식품 위기 경험으로 봐도 점점 많은 나라들이 이 길을 따를 것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 뿐만아니라 위기가 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윌리엄 첸 싱가포르 난양 공과대학 교수는 수출중단 조치는 천성적으로 임시로 취해진 조치이며 전면적인 식품 민족주의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대학의 식품과학기술 프로그램 책임자인 첸 교수는 “다른 나라들도 식품 제품에 대해 금수를 취하고 있지만 나중에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식품가치망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 그렇다.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인구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품을 자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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