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13주기 추도식

文, 권양숙 여사·이재명 등과 오찬
한덕수 총리 등 당정 인사도 집결
“尹, 권 여사께 각별한 위로 전해”
이준석·박지현, 강성파에게 곤욕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들과 여야 지도부가 총집결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5년 만에 추도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봉하마을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1만 8000여명(주최측 추산)의 추모객이 줄지어 대통령 묘역을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바람개비와 풍선을 들고 모자를 쓴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거나 묵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이 열리기 4시간 전인 오전 10시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문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은 2017년 취임 첫해 이후 5년 만이다.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사랑합니다”를 연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과 권 여사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오찬을 했다.

오후 2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에서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다’라는 주제로 시작된 추도식에는 여권에서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실의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정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선대위원장, 윤 비대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다만 이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던 도중 일부 추도객의 거센 항의로 곤욕을 치렀다. 추도객들이 “집에 가라”, “꺼지라”고 외치면서 이 대표를 둘러싸 인파가 뒤엉키며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에 앞서 추도식장에 입장하던 박 비대위원장에게도 강성 지지자들은 “박지현 물러나라”, “내부 총질이나 하느냐”고 야유를 보냈다. 추도객들은 문 전 대통령과 이 선대위원장에게는 환호를 보내 대조를 이뤘다.

여야 의원들은 시종 차분한 표정으로 추모식을 지켜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추도사 도중 박수를 치는 참석자들을 향해 “이 박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내 달라”고 하자 추모식장에서 “문재인”을 연호하는 함성과 박수 세례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화답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말했다. 추도식 말미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부른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이 선대위원장은 추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 “사람 사는 세상의 꿈,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이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 등의 일정으로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 총리는 추도식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의 별도 메시지가 있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 여사에게 각별한 위로라고 할까, 건강 (등) 문제에 대해 좀 각별히 대통령의 뜻을 전하라고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말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는 말씀도 전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도 “한국 정치의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