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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핀란드의 미래/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핀란드의 미래/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5-18 22:52
업데이트 2022-05-1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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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에는 핀란드역이 있다. 1917년 4월 16일 레닌이 10년의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스위스, 독일, 스웨덴, 핀란드를 거쳐 이 역에 내려 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러시아제국에 돌아온 그가 10월 혁명을 이끌어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을 완성하는 과정은 에드먼드 윌슨의 ‘핀란드역으로’에 박진감 넘치게 그려졌다.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스웨덴에 600년, 러시아제국에 100년을 지배당했다. 볼셰비키 혁명을 틈타 독립을 선포했다가 1918년 내전을 겪었다. 소련과 독일제국이 각각 군대를 보냈다. 1934년 핀란드를 침략하지 않겠다고 약조한 소련은 1939년 핀란드를 침공해 이듬해까지 ‘겨울전쟁’을 벌였다. 스탈린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처럼 손쉽게 핀란드를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저항에 막혔다. 소련은 승리했지만 전력 손실과 위상 추락이 만만찮았고 국제연맹에서 축출됐다. 핀란드는 영토를 떼줬으나 독립은 지켰다.

소련군의 허술함을 보고 나치 독일이 1941년 소련을 침공했다는 것은 역사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핀란드는 독일의 손을 잡고 1944년 ‘계속전쟁’에 나서 겨울전쟁 때 잃었던 동카렐리야 땅을 되찾고도 레닌그라드 포위에 지원군을 보내 달라는 독일의 요청을 뿌리쳤다. 소련이 대대적 반격에 나서자 이번에는 동맹을 파기하고 총부리를 독일로 돌렸다.

영악하게 나라를 지켜 온 핀란드는 74년간 군사적 중립을 표방했고, 냉전 시기 소련의 일부 내정 간섭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런 핀란드가 스웨덴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신청서를 냈다. 핵무장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짓밟히는 것을 보면서 군사동맹인 나토에 합류한 것이다.

서현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핀란드로선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지도부의 합리성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푸틴과 통화하는 등 교감했고, 러시아도 확전할 여력이 없어 핀란드가 나토군을 배치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 관리하는 데 치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병선 논설위원
2022-05-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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