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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대란에 모유 은행 찾는 부모들

분유 대란에 모유 은행 찾는 부모들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5-17 17:09
업데이트 2022-05-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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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부족사태 이후 모유 구매 문의 20% 늘어
불량분유 리콜 후 2개월 넘게 분유 진열대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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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 처리된 모유들
살균 처리된 모유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대학 건강모유은행에서 저온 살균처리를 거친 모유. 분유부족사태는 모유 기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2.5.14 AP 연합뉴스
미국의 아기 분유 부족사태가 심화하면서 기증 형태로 운영되는 모유 은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북미 모유은행협회(HMBANA)의 린지 그로프 상무는 “분유 부족 사태가 불거진 이후 모유 구입 문의가 20%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협회는 지난해 920만 온스(약 260t)의 모유를 필요한 가정과 병원에 공급했다. 직전 해인 2020년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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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분유 진열대
텅 빈 분유 진열대 공급망 혼란과 불량분유 리콜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분유부족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분유 코너에서 제품을 찾고 있다. 2022.5.16 AFP 연합뉴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분유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공급망 혼란으로 분유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고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게다가 대중적인 분유 브랜드 씨밀락을 제조하는 애보트가 세균 감염 사례와 관련 있는 불량 분유를 대거 리콜하면서 마트마다 분유 진열대가 텅 비었다.

● 대통령까지 나서 해결책 촉구
분유 대란이 두 달 넘게 이어지자 정부까지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주요 분유 제조사와 소매업체와 만나 연방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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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부족에 등장한 드라이브스루 배급
분유 부족에 등장한 드라이브스루 배급 아기 엄마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지역단체에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나눠주는 분유를 받고 있다. 2022.5.14 AP 연합뉴스
정부까지 나섰지만 즉각적인 사태 해결이 어려워 보이자 어린 아기를 키우는 일부 부모는 기증 모유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모유은행은 미국에 28곳, 캐나다에 3곳이 있다. 각 은행은 지정된 장소에서 모유를 기부받은 뒤 안전성 검사와 저온 살균 처리 과정을 거친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모유 유통 지침을 별도로 운영하진 않지만 적정한 검사를 거치지 않은 우유 사용은 권장하지 않는다.

● 제조분유보다 3~5배 비싼 값에도 모유 인기
모유의 값은 일반 분유보다 비싸다. 온스(약 30g) 당 3~5달러(약 3800~6400원)다. 엔파밀, 씨밀락 등 고급 조제분유 가격은 온스당 1달러 정도이고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인 커클랜드 분유는 0.50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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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받은 모유 검사
기증받은 모유 검사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대학 건강모유은행에서 연구원들이 기증 받은 모유를 가공하고 있다. 분유부족사태는 모유 기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2.5.14 AP 연합뉴스
그럼에도 분유보다 모유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생후 5개월 아기를 키우는 로라 헤럴드는 병원에서 처음으로 기증 모유를 접했고 퇴원 후에도 쭉 모유를 사 먹이고 있다. 비용은 싸지 않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헤럴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수유가 어려운 경우 기증받은 모유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모유에 포함된 면역 물질이 치명적 질병을 예방할 수 있어 특히 미숙아들에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물학적,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분유 수유를 하는 부모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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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기증하는 여성
모유 기증하는 여성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대학 건강모유은행에서 한 여성이 직원에게 모유를 기부하고 있다. 2022.5.14 AP 연합뉴스
모유은행은 조산아처럼 의학적으로 연약한 아기들에게 모유를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건강한 영유아는 의사 처방 없이 최대 40온스(약 1100g)를 받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늘어나는 모유 수요에 비해 모유 기증이 모자랄 수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 이후 재택을 끝내고 사무실에 복귀하는 여성이 늘면서 유축할 공간, 충분한 휴식시간, 육아휴직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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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분유 리콜 사태 원인 된 애보트사 공장
불량분유 리콜 사태 원인 된 애보트사 공장 미국 미시간주 스터지스에 있는 분유 제조사 애보트의 공장.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공장에서 생산된 분유를 먹은 아기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2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022.5.13 AFP 연합뉴스
● 세균 감염 논란 공장 가동 재개…분유 수입 늘리기로
FDA와 애보트는 16일 분유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2월 폐쇄한 미시간주 공장 재개에 합의했다. FDA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분유를 먹은 아기를 상대로 박테리아 감염을 조사하고 있다. 감염된 아기 중 2명이 숨졌다.

FDA는 해외 분유 수입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임시 조치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조치에도 분유 부족 사태가 해결되려면 최소 6~8주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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