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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새 정부가 주목해야 할 대만의 재도약/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새 정부가 주목해야 할 대만의 재도약/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2-05-10 20:32
업데이트 2022-05-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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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요즘 국내 여러 방송에서 중국 전문가로 인기가 높은 이철 컨설턴트는 30년 가까이 베이징에서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빅데이터 분석과 전망에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다. 중국 관련 조언을 듣고자 만남을 청할 때마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제라도 우리가 대만의 재도약에 주목하고 긴장해야 한다”고. 한국보다 대만 경제의 미래를 더 좋게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6051달러로 한국(3만 4994달러)을 19년 만에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부터 우리 증시를 넘어섰고 지금도 격차를 벌리고 있다. 대만이 인구와 GDP 규모에서 한국의 절반 수준이고 수교한 나라도 14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30년’의 늪에 빠진 일본을 따라잡는다고 기뻐하는 사이 대만은 조용히 여러 분야에서 우리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기자가 대학에 입학한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대만은 늘 우리보다 한발씩 앞서갔다. 국내 주요 기업 회장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의 선진 사례를 배워 큰 성과를 냈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재벌들이 한꺼번에 무너졌고 한국 경제도 주저앉았다. 이렇게 대만과의 라이벌 경쟁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런데 2000년대 접어들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대만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들이 중국 본토로 진출해 산업 공동화가 생겨났다.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고 반도체 치킨게임도 길어져 수많은 회사가 도산했다. 반면 한국에선 ‘IMF 회초리’ 덕분에 국가의 경제 체질이 크게 개선됐고, 삼성·SK·현대차·LG로 상징되는 대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큰 성공을 거뒀다. 결국 대만은 2003년 1인당 GDP에서 한국에 역전을 허용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경쟁력까지 완전히 상실해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가운데 최약체로 전락했다. 질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자 젊은이들은 대만섬을 ‘구이다오’(鬼島·귀신의 섬)로 부르며 자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말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2016년 집권한 차이잉원 총통(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고 대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안착했다. 2019년 11월 대만 대표 기업 TSMC의 기업 가치가 삼성전자를 앞지르면서 ‘한국 추월’ 서막을 알렸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3류’ 취급받던 미디어텍의 제품 역시 성능 측정에서 ‘선두주자’인 퀄컴과 삼성전자의 최고급 AP를 뛰어넘어 업계에 충격을 줬다. 안타깝게도 같은 시기 한국은 최대 강점인 대량생산 노하우가 중국 기업들에 간파돼 거센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와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일부 시장을 빼앗기고 기술력도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에게 새로운 처방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과 대만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라는 점도 비슷하다. 우리가 아직도 대만에 배울 점이 있다는 뜻이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대만의 사례를 잘 살펴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해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2022-0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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