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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펫 프렌들리 서비스? 아니 아니, 반려동물 친화

[알기 쉬운 우리 새말] 펫 프렌들리 서비스? 아니 아니, 반려동물 친화

입력 2022-05-10 10:08
업데이트 2022-05-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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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 인터뷰 작가·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지승호
지승호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같은 단어라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에 따라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에는 금기시되던 말이 다른 시대에는 긍정적으로, 또는 무난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예전엔 애완동물이라고 쓰다가 지금은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라고 쓰던 초기에는 국립국어원에 항의성 민원 전화가 적지 않게 왔다고 한다. 왜 동물에게 ‘반려’라는 단어까지 쓰냐는 얘기였다. 지금은 반려동물들이 좋은 것을 먹고, 철저한 의료 서비스도 받으며 지내는 일이 낯설지 않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옛 속담이 현실인 세상이 됐다. 물론 한편에서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농장에서 학대받으며 지내는 동물들도 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모임 위원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지금 언중들의 언어 감각을 거스르지 않되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쓰일 수 있는 말을 제안해야 한다는.

이번에 주어진 단어는 ‘펫 프렌들리’였다. ‘펫 프렌들리’는 주로 반려동물과 밀접하게 관련된 서비스 상품을 가리키는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 상품, 호텔이나 카페, 식당 등에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서비스나 산업,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펫 프렌들리’를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펫 프렌들리를 의미 그대로 번역하면 ‘반려동물 친화적인’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에 다듬어야 할 새말은 주로 명사로 끝나는 대부분의 다른 용어들과 달리 형용사였다. 그렇다 보니 대체어를 만들 때 원어의 품사와 같은 형용사로 할 것인지, 아니면 ‘펫 프렌들리’에 주로 뒤따르는 서비스나 산업, 사업 등을 포함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대체어 마련에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는 데 다수가 동의함에 따라 곧 ‘펫 프렌들리’를 다듬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펫 프렌들리’는 ‘펫 프렌들리 존, 펫 프렌들리 매장, 펫 프렌들리 브랜드, 펫 프렌들리 호텔’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펫 프렌들리’를 ‘애견 동반’이나 ‘반려동물 동반’ 정도로 하면 ‘존’이나 ‘매장’, ‘호텔’이 붙은 말은 ‘애견 동반 매장, 반려동물 동반 호텔’ 등으로 바꿀 수 있겠지만, ‘펫 프렌들리 브랜드’ 같은 경우에는 ‘○○ 동반’으로 대신하기 어려웠다.

그런 중 뒤에 어떤 단어가 와도 두루 사용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 친화’와 ‘반려동물 배려’라는 표현을 한 위원이 제안했다. 이에 “배려는 사실 인간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것 같다. 동반도 괜찮을 것 같다”는 다른 의견이 나왔다. 또 반려자와 동반자는 같은 뜻이지만, 왠지 동물에게 동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언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요즘은 뱀이나 이구아나, 거미 같은 동물이나 곤충들도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동물 전체가 반려동물이 될 것 같으니, 반려동물에서 반려를 빼고 그냥 동물로 하는 건 어떨까요?”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모든 동물을 반려동물로 포괄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의 끝에 ‘반려동물 친화’, ‘친반려동물’, ‘반려동물 배려’ 이렇게 세 용어가 다듬은 말 후보로 정해졌다. 국민수용도 조사 결과 ‘펫 프렌들리’의 다듬은 말은 ‘반려동물 친화’로 확정, 발표됐다.

요즘 반려동물을 둘러싼 다툼에 관한 기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물도 아끼고, 사람도 아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사람도 동물의 한 종류이니 말이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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