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통령 선거서 1위 확실시
36년 전 ‘피플파워’ 혁명에 쫓겨난마르코스·이멜다 아들 당선 유력
두테르테 장녀도 부통령 선두에
독재 경험 못한 젊은 유권자 공략
“정치가문 권력 독점 관례도 문제”
마르코스 주니어 초상화 들고 지지 유세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인근 파라나케시에서 열린 마지막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의 초상화를 들고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파라나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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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리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4) 전 상원의원은 1965년부터 21년간 장기 집권했던 독재자인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역시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이 유력한 그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사라 두테르테(사진·43) 다바오 시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장녀이다.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다바오 시장.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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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후보의 당선은 독재자 마르코스 일가의 정치적 부활을 의미한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은 분석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사치의 여왕’으로 통했던 부인 이멜다는 집권 내내 반대파 고문과 살해 등 인권유린과 부정부패로 악명을 떨쳤다. 국고에서 100억 달러(약 12조 7000억원)를 축재한 마르코스 일가는 1986년 수백만명이 참여한 ‘피플파워’ 봉기를 계기로 말라카냥궁(대통령 관저)을 탈출했다. 당시 대통령보좌관으로 활동하던 28세의 마르코스 주니어도 함께 망명길에 올랐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3년 뒤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숨졌다.
일부 유력한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관례도 문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실제로 지방 관료의 약 80%, 국회의원의 약 67%가 필리핀 내 유력 가문 출신이다. 마르코스 후보는 선거 기간 대선후보 토론에 불참했고, 일가의 부정 축재와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과거사 반성과 사과 없이 ‘가문의 부활’만 모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동환 전문기자
2022-05-09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