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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미의 인권에 동그라미] 문 대통령의 선택적 정의/디케 변호사

[김보라미의 인권에 동그라미] 문 대통령의 선택적 정의/디케 변호사

입력 2022-05-04 20:22
업데이트 2022-05-0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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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미 디케 변호사
김보라미 디케 변호사
지난해 1월쯤 ‘검수완박’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일종의 구호 정도로만 느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한 지지자들 간의 서약 캠페인에도 최강욱, 김용민, 황운하, 이수진, 장경태, 김승원, 김남국 의원 등 몇몇 국회의원이 동참했을 뿐이다.

검수완박은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법률로서 통과되면서 드러난 문제들 때문에 실무에서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 대세였다. 현장에서 수사권 조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사건 처리 지연, 사건 적체, 고소장 접수 거부, 다른 경찰관서로 사건 넘기기 등 충분히 여물지 못한 검찰개혁의 폐해는 범죄 피해자의 몫이 됐다. 대한변협이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3.5%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비교해 조정 이후의 경찰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해외 중요 국가들 중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 나라도 없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의 혼란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검수완박까지 하겠다니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정책 방향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검찰개혁 방향 중 하나였던 ‘권력형 범죄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 목적으로 설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실패도 목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검수완박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정파적 이유로 마치 당장 해치워야 할 의무였던 것처럼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4월 12일 대선 패배에 대한 대책으로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그로부터 이틀 뒤 전체 의원 172명 명의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에서 제기된 수사 과정에서의 심각한 문제는 법률안에 고려되지 못했다. 대선 패배가 트리거가 돼 채택된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경찰에게 몰아주기’라는 극단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그 무절제한 입법 내용과 과정이 코로나19로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힘들게 산 시민들에게 다시 고통을 안겨 줄 수밖에 없는 입법이 돼 버렸다.

검찰개혁은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과 억제가 사회 전반에 제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하고, 적거나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과 필연성을 갖추어 보다 정확하게 처벌하는 것’ 등의 근원적인 목표를 위해 이뤄졌어야만 했다.

더 가관인 것은 검수완박법의 내용보다 통과 과정에서 위헌적·탈법적 국회법 선례들을 다수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탈당하게 하거나,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필리버스터도 극단적인 ‘회기 쪼개기’로 무력화시켰다. 거대정당이 정치를 포기하며 탈법적인 날치기와 졸속처리의 선례를 남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선택적 정의”를 문제 삼으며 이 법률안들을 공포했다. 하지만 검찰의 선택적 정의를 언급하기에는, 공포된 법률안이 일반 시민들보다 힘 있는 자들의 범죄행위 비호에 이바지할 가능성이 너무 커졌다. 문 대통령이야말로 여당의 선택적 정의를 거부하고 이 법률안을 거부했어야 했다.
2022-05-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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