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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감~히라구요? 우주도 만들 수 있어요

어린이가 감~히라구요? 우주도 만들 수 있어요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2-05-03 17:38
업데이트 2022-05-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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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작가 통로 이현아 교사

2015년부터 200여권 도서 독립 출간
아이들의 진짜 삶에 다가가고파
“자기 안의 것 표현하는 데 희열
어른들이 깜짝 놀랄 작품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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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작가를 키우는 ‘통로’ 역할을 하는 대표적 인물인 이현아 서울 개일초등학교 교사가 그림책 수업을 통해 만들어져 정식 출간까지 이뤄진 심예빈 작가의 그림책 ‘기린의 날개’를 소개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어린이 작가를 키우는 ‘통로’ 역할을 하는 대표적 인물인 이현아 서울 개일초등학교 교사가 그림책 수업을 통해 만들어져 정식 출간까지 이뤄진 심예빈 작가의 그림책 ‘기린의 날개’를 소개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어린이도 충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자기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현아(36) 서울 개일초등학교 교사는 어린이 작가를 키우는 ‘통로’ 역할을 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이 교사는 “‘유리 상자 같은 교실을 신선한 바람과 호흡으로 채우고 싶다’고 생각할 때 창문이 된 게 예술적 감각, 가치, 서사, 은유와 상징이 담긴 그림책이었다”며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진짜 삶에 가닿을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고민했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을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가진 뚜껑을 열면 통로가 될 수 있지는 않을지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시작한 게 ‘그림책 창작 수업’이다. 학급 문집 정도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까지 달린 책(비매품)만 200여권을 냈고 이 중 두 권은 출판사와 정식 계약했다.
그림책 수업을 통해 정식 출간이 진행된 신현서 작가의 ‘어둠 그리고 우주’ 표지. 찰리북 제공
그림책 수업을 통해 정식 출간이 진행된 신현서 작가의 ‘어둠 그리고 우주’ 표지.
찰리북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책 두 권을 들고 왔다. 심예빈 어린이 작가의 그림책 ‘기린의 날개’(2021)와 신현서 어린이 작가의 ‘어둠 그리고 우주’(사진·2020)였다. ‘기린의 날개’는 지금은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심 작가가 2016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교사가 지도하는 그림책 수업에서 만든 작품이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쓰고 그린 작품을 한 강연에서 소개했고, 봄개울 출판사가 특히 이 작품에 관심을 보여 출간까지 이어졌다. 심 작가의 글에 성인인 이갑규 작가의 그림을 더했다. ‘어둠 그리고 우주’는 신 작가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글과 그림을 모두 쓴 작품으로 어둠, 우주,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오로지 흰 바탕에 붓펜의 강약 조절만으로 표현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그림은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주저하는 독자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현아 서울 개일초 교사
이현아 서울 개일초 교사 오장환 기자
이 교사의 통로 역할은 8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안에 들어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수확이다. 그는 “아이들이 자기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데 희열을 느낀다. 이런 창조적 행위는 싹이 비를 맞은 것처럼 교실을 피어나게 한다”며 “평소 망신당할까 봐 속 이야기를 안 하던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서로 위로하는 모습에서 교사인 나도 감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출산으로 휴직 중이지만 다양한 강연과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통해 다른 교사들에게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전수하고 있다.

이 교사는 “어른 작가가 만든 그림책의 경우 ‘아이들은 이게 필요해’, ‘아이들이 이걸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독자인 아이들과 주파수가 다를 수 있다”며 “‘어린이가 감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깜짝 놀랄 만한 작품,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분명히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수경 기자
2022-05-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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