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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어야 진짜 공무원”… 윤석열 ‘코드’ 맞추며 태세전환 나선 관가

“영혼 없어야 진짜 공무원”… 윤석열 ‘코드’ 맞추며 태세전환 나선 관가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22-04-04 18:15
업데이트 2022-04-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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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직후 당선인과 코드 맞추기 나선 공무원
국방부, ‘발사체’ 표현 쓰다 ‘미사일’로 바꿔
국세청, ‘비정상’ 부동산 세제 ‘정상화’ 의지
경찰청, 너그러웠던 집회시위 관리 다시 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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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2022. 3. 31   정연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2022. 3. 31
정연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공직사회의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5년 만의 정권 교체로 공무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인수위가 구상하는 국정 과제는 무엇인지, 윤 당선인의 공약에 담긴 의중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지상 최대 과제가 된 모습입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는 공무원들의 노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차원일까요, 아니면 정말 영혼이 없어서일까요.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국방부였습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11일 “북한이 최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 내내 ‘발사체’라는 표현을 써 온 국방부가 돌연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관가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눕는다”는 비아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선수를 빼앗긴 데 대한 부러움이 묻어났습니다.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세제 정상화 지원’을 언급했습니다. ‘정상화’라는 표현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세제가 ‘비정상’이었다는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현 정부의 양도소득세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이날 인수위 관계자들은 국세청 업무보고에 대해 “국세청이 윤 당선인의 공약을 꿰뚫고 바뀌어야 하는 조세제도를 세밀하게 분석했다”고 흡족해하며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지난달 24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인수위원들은 민주노총의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했습니다. 경찰청은 집회시위 문화 정착 방안을 마련하고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회시위 관리 초점을 ‘인권과 안전’에 맞추고 민주노총 집회에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던 경찰이 집회 대처에 강경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도 인수위의 지적에 따라 ‘자율규제’ 쪽으로 태세 전환에 나선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영혼 없는 공정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권의 향방에 따라 행정 수반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것이 공무원의 본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 경제 부처 공무원은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은 그만큼 정치적 중립을 잘 지킨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세종 이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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